처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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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참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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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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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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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DUMMY

3화 고블린


‘이 정도인가.’


약 2시간동안 나는 변화된 내 신체를 파악했고, 대략적인 정보를 수집하였다.


우선 신체적인 변화로는,


‘약간의 물리력 향상과 체감 될 정도의 맷집 향상.‘


인터넷에서는 수호자의 특성으로 근밀도가 증가하고 피부 조직이 단단해지며 고통에 내성이 생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맷집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그 외에 특이한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선발전이 종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예상 한 대로 각종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 한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중 눈길을 끌은 정보들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전세계 인구 80억중 약 8만명 정도가 선수로 선발되었다고 추정되고 있다.


단순 비율로 따지면 10만명 중 1명이 선수가 된 꼴이고 우리나라에는 인구 약 5천만명 중 500명이 선수로 선발이 됐다고 추정 할 수 있다.


‘생각보다 낮은 확률이잖아...’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기관에 현재까지 자진 신고 한 선수는 47명으로 추정치인 500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이다.


아무래도 유례없는 일이기도 하고 공포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신변을 숨기며 벌어진 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정체에 대해 조심해야겠어.’


그리고 선수들의 특성별 비율은 길잡이, 검투사, 저격수, 수호자 네 특성이 거의 균등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각지에서 미로에 대한 경험담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부분 본인이 미로에서 겪은 일들을 얘기하는데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고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도 있었다.‘ 라는 증언들이다.


그 다음으로 단연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탑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탑에 대한 추측들을 뱉어내고 있었고, 가장 큰 주류의 의견은 탑을 등반하면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나름 근거가 있는 의견이야.’


선발전에서 어느정도의 업적을 달성한 소수의 인원만이 선수로 선발 된 점,


‘나는 왜 선발 된 지 아직도 모르겠네...’


그리고 미로의 끝에 도달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락한 개인적 공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탑은 능력있는 자들에게 호의적인게 분명하다.


나는 내 현재 상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서 부모님이 남긴 유산으로 겨우겨우 연명하던 처지.


그것이 나다.


그러다 좀비에게 당하는 김현아를 보았고, 어두운 편의점 창고에서 3일 동안 김현아를 지키고 싶다는 욕구가 마음속 깊이 자리잡았다.


‘나도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까.’


꼭 김현아라서 지키고 싶은게 아니다.


그 자리에 누가 있었든 나는 그들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 가족도, 친구도 지켜내지 못 했다는 내 가슴 깊은 원망속에서 나온 원초적 욕구가 아닐까.


어쩌면 이 상황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일 수도 있다.


‘이대로 살고싶지는 않았어.’


변화를 바라지만 직접 변할 용기가 없던 나를 불쌍히 여긴 무언가가 내게 손을 내밀어 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뭐가 됐든 해 보는거야.’


[이름 모를 수호자의 신념이 단단해졌습니다.]



***



그 후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보냈다.


적절한 휴식과 확실한 정보 수집, 그리고 끝 없는 되새김질.


정신이 나약해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잡는 일이었다.


‘얼마남지 않았다.‘


사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라고 해봐야 별거 없었다.


급조 된 정부선수관리기관과 한국탑대응센터의 신설 그리고 선수 자진 신고를 홍보하는 정보들, 지난 선발전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전부였다.


[탑 개방까지 1분 남았습니다.]


탑이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 되는지.


입장 조건은 무엇이고 보상은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탑 개방까지 30초 남았습니다.]


내 몸은 오랜만에 활기를 찾고 있다.


소방구조대에서 근무하던 그 시절처럼.


[탑 개방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주변 변화 하나하나에 온 몸이 반응하고, 손가락 끝 솜털 하나까지 활성화 된 기분이다.


[탑 개방까지 5초 남았습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거고,

다시는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다.


[탑이 개방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졌다.



***



천지가 개벽한다는 말이 이런 상황에서 쓰이는 걸까.


세계 각국의 수도에서 말 그대로 탑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탑의 가장 아랫부분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생겼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그 면적이 좁아지는 형태였다.


가장 넓은 밑면의 가로 세로 길이는 약 1.5km, 수직 길이는 약 250m로 꽤나 높은 길이를 자랑했다.


외형은 별 다를 특징 없는 검정색이었으며, 그 재질이나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탑 반경 3m는 보이지 않는 결계에 둘러져 접근을 불허했고, 그 결계는 미로에서 한 번 실패 한 뒤 동공으로 쫓겨난 사람들이 겪었던 결계와 똑같은 성질로 추정됐다.


그리고 탑이 등장 한 후 모든 선수들에게 글씨가 나타났다.


[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등반 층 수 : 1층]


“그래. 나를 탑으로 입장 시켜줘.”


나는 기다린 듯 대답하였고,


환한 불빛과 함께 탑의 1층으로 입장하였다.



***



[탑의 1층에 입장하였습니다.]


[선수의 특성에따라 임무가 조절됩니다.]


[강예담 선수의 특성은 수호자입니다. 수호자는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아야합니다. 고블린 1마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십시오.

기한 : 5분]


시야가 회복되고 정신이 차려졌다.


‘어디지? 스스로를 지키라고?’


주변은 폐허가 된 도시였고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었다.


‘미로처럼 가상의 공간일 확률이 높을거야.’


글씨의 내용으로 보자면 고블린으로부터 5분동안 생존하면 목표가 완수되는 방식으로 보인다.


“크르륵-”


상황을 파악하는 와중에 건물 모퉁이에서 고블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게 고블린이겠네.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녀주면 나야 고맙지.’


나는 인기척을 줄이고 고블린의 울음소리로부터 멀어져갔다.


“크르륵?”


하지만 고블린의 울음소리는 멀어지지 않았고 마치 나를 찾을 수단 있다는 듯이 정확히 내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내가 너무 쉽게 본 건가. 그래도 5분이면 길지 않은 시간이다. 최대한 숨어보는거야.’


그렇게 나를 쫓아오는 고블린을 피해 도망다니기를 시작했다.


-탁탁탁탁탁


하지만 처음에는 느린 걸음으로 나를 쫓아오던 고블린은 점점 빠른 걸음으로 바뀌었고 어느순간 성인 남성의 달리기 속도정도로 나를 따라오고 왔다.


‘이대로는 더 도망 갈 수 없다. 내가 지치는게 먼저야.’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도망 갈 수 없다고 판단 한 나는 적당한 도주로가 뚫려있는 골목길을 찾아서 고블린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캬아아아악!!!“


”아니, 고블린이라면서! 저게 어떻게 빌어먹을 고블린이야. 오우거 아들이라고 해도 믿겠다!“


나와 약 15m 떨어진 모퉁이에서 모습을 나타낸 고블린은 내 상식으로는 전혀 고블린이 아니었다.


왜, 보통은 고블린이라고 하면 키는 초등학생만하고 근력은 성인 남성보다 약하며 겁도 많고 멍청한 최약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크르르르르륵... 캬아아악!!“


하지만 정작 내 눈 앞에 나타난 빌어먹을 고블린은 키는 2m는 되어보이는 근육질에 벌겋게 충혈 된 눈을 가진 괴물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무기는 없이 맨손 고블린이라는 점 정도랄까.


”선생님, 저희 둘 사이에 사소한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대화로 풀어보는게 어떨까요?”


어이가 없어진 나는 고블린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먹힐리가 만무했다.


“캬아아아아아악!!!”


소리를 내지른 고블린은 나에게 다시 돌진하기 시작했고, 나는 미리 봐 둔 도주로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적당히 해야지 저딴걸 상대로 어떻게 버티라고!“


다시 뒤돌아 도망치는 내 모습에 고블린은 더욱 흥분했는지 아까보다 더 전투적인 괴성을 지르며 나를 쫓아왔다.


‘시간은 얼마나 지났지? 대충 3분? 아직 2분정도 남은건가.‘


탑에 입장하기 직전의 비장한 내 각오는 폭력적인 고블린의 비쥬얼에 너무나 쉽게 사라졌고, 내 안에는 후회만 가득 남았다.


’변화는 무슨 얼어죽을, 얌전히 집에나 있는거였는데! 그냥 근육 좀 붙고 덩치 커진걸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변화였잖아? 다시는 탑에 들어오나 봐라.‘


그렇게 속으로 궁시렁대며 골목을 헤집고 다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막다른 길...”


애초에 지형도 모르는 폐허가 된 도시 골목길을 뛰어다니는데 막다른 길이 나오지 않는게 이상했다.


오히려 이정도 시간을 끈 것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받아들이며 고블린을 마주 할 준비를 했다.


“캬아아악... 캬아악...“


”허억... 허억... 너도 힘드냐?“


나만 힘든건 아니었는지 고블린도 거친 숨을 내 쉬었고 우리는 잠시 눈을 마주치며 한계까지 뛰어왔던 순간들을 기념했다.


”캬아아아악...“


”그래 우리 비록 이렇게 만나 혈투를 벌이겠지만 그것은 각자의 임무에 충실 할 뿐, 서로를 원망하진 말자.“


나는 멋드러진 대사를 내뱉으며 고블린과의 결전을 준비했다.


고블린도 이제 사냥의 시간임을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이전처럼 무지성으로 달려오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를 포위하듯 압박했다.


‘약 1분정도 남은건가. 60초만 버티면 된다.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렇게 고블린과 나는 서로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대치하였다.


먼저 공격을 한 것은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은 노련하게 왼손을 크게 움직이며 내 시선을 분산시키고 난 뒤, 움츠리고 있던 오른손으로 빠르게 내 머리를 찔러왔다.


’저 덩치와 엉켜서는 답이 없다. 잡히면 안 돼.‘


나는 재빨리 고블린의 손을 피해 왼쪽으로 파고들며 고블린의 얼굴에 나의 오른쪽 주먹을 꽂아넣었다.


투-웅.


‘...!?’


투명한 보호막.


[공격 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고블린의 몸에는 투명한 보호막이 둘러져 있었다.


‘살아남으라는게 그런 뜻이었나...’


내 주먹은 보호막에 튕겨져 나왔고, 고블린은 마치 활짝 웃듯이 입을 벌리며 침을 흘려왔다.


“아니, 잠깐ㅁ...”


고블린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주기 위해 고블린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던 나는 그대로 고블린에게 잡혔고,


콰-앙!


바닥에 던져졌다.


“크허억! 흡...”


숨이 안 쉬어진다.


고통이 느껴지는 걸 보니 선발전처럼 죽지 않는게 아니라 정말 죽을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쿠-웅 쿠-웅


거구의 고블린이 내게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더 없이 위협적으로 들려온다.


‘미리 공격 할 수 없다고 말이라도 해 주든가... 그래도 이제 한 30초 남았나.’


나는 고블린을 공격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미리 말 해주지 않은 글씨를 원망하며 속으로 세던 시간초를 계산했다.


“캬아아아아악-!!!”


하지만 고블린은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았고, 쓰러진 내 위에 올라타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갈기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지지않고 팔로 최대한 머리를 가리며 온 몸을 흔들며 저항했지만, 고블린은 부모의 원수라도 만난 듯 살벌한 주먹을 한 방 한 방 신중하게 꽂아 넣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악!!!”


”그래도!! 내가 이기고!! 너가 진거야!!!!!“


마음속으로 세던 숫자가 5분이 지났음을 알려주었고, 곧 임무가 완료된다는 사실에 나는 소리를 질렀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1층 등반 성공.]


[보상으로 강예담 선수가 미약하게 성장합니다.]


[강예담 선수가 ‘맞기’를 습득했습니다.]


[다음 층은 7일 후 등반 가능합니다.]


내 위에 올라타 있던 고블린은 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나는 탑에 입장 할 때와 마찬가지로 잠시 정신이 흐릿해지며 내 집 안으로 돌아왔다.


‘뭐 별거 없네...’


그렇게 나는 1층 등반에 성공했고, 복귀하자마자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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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대련 24.09.13 13 0 12쪽
19 멋쟁이 변호사(3) 24.09.12 11 0 12쪽
18 멋쟁이 변호사(2) 24.09.11 12 0 12쪽
17 멋쟁이 변호사(1) 24.09.10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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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벤스턴 지키기(3) 24.09.07 1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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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가입 24.09.03 23 0 13쪽
8 벽 부수기 24.09.02 24 0 13쪽
7 죄책감 24.09.01 25 0 14쪽
6 눈치 싸움 24.08.31 27 0 14쪽
5 맞기 싫어 막기 좋아 24.08.30 27 0 10쪽
4 김칫국 24.08.29 35 0 11쪽
» 고블린 24.08.28 42 0 12쪽
2 간보기 24.08.27 50 0 14쪽
1 프롤로그 24.08.27 6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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