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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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참쌔
작품등록일 :
2024.08.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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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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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1화 프롤로그


동네 편의점 창고에 몸을 숨기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15분 전만 하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늦은 점심 끼니를 때우기 위해 도시락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고 내가 해야 할 일도 바뀌었다.


'일단 인기척을 지워야 한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이성적으로 행동해야한다.


'지금 현실이 믿기지는 않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걸 믿고 행동하자.'


나는 약 15분 전 일어난 일들을 회상했다.



***



[좀비가 출현합니다. 생존하십시오.


기한 : 3일]



눈 앞에 뜬금 없는 글씨가 떠올랐다.


'무슨 이런 소설에서나 보던게...'


꽤나 당황스러웠지만 꾸준히 읽어 온 판타지 소설로 학습 된 내 뇌는 오히려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


편의점 직원이 허공을 바라보면서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증거로 내 눈에만 보이는 글씨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고, 곧이어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비명소리로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사장님도 좀비에게서 생존하라는 글씨가 보이시죠?"


나는 확인차 편의점 직원에게 물어봤다.


"예? 예... 저도 보여요. 이거 무슨 이벤트 같은 건가요? 밖이 시끄러운데요..."


갈색 긴 웨이브를 가진 20대 학생으로 보이는 편의점 직원은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당황한 듯 계산대를 나왔다.


그리고 편의점 밖 상황을 살피기위해 정문을 열은 순간 사건이 발생했다.


"캬아아아악!!!"


분명 편의점에는 직원과 나 단 둘 뿐이었지만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말 그대로의 전형적인 생김새의 좀비가 순식간에 편의점 매대 뒤에서 튀어나왔다.


놀란 나는 숨을 죽이고 계산대 뒤로 숨었고, 좀비의 목표는 처음부터 직원이었는지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편의점 정문을 열고있는 직원에게 달려들었다.


"꺄악!!!"


괴성소리를 들은 직원은 뒤를 돌아봤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좀비를 보자 뒷걸음치며 소리를 질렀다.


'도와줘야 한다.'


몸을 날려 직원을 도와주는 머릿속 내 모습과는 달리 공포와 긴장감에 얼어붙은 내 실제의 몸은 계산대 뒤에 숨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 했다.


결국 좀비가 괴성을 지르면서 직원을 덮쳤고, 둘은 같이 편의점 정문 밖으로 나뒹굴면서 좀비는 더러운 이빨로 직원의 얼굴을 물어 뜯으려했다.


이어질 잔인한 모습을 상상하며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직원의 비명이라든가 살이 찢기는 소리라든가 발버둥치는 소리는 없었고 눈을 떠 상황을 살피자 그저 다른 목표를 향해 멀리 달려가고 있는 좀비의 뒷모습만 보였다.


"직원이 사라졌어...?"


편의점 정문 바닥에는 직원의 시체도, 혈흔도, 그 어느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일단 몸을 숨기는게 우선이다.'


나는 편의점 직원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추고 내 생존을 위해 편의점 정문을 잠구고 편의점 창고로 숨어 들어와 문을 닫고 몸을 숨겼다.



***



그 후로 나는 약 15분 동안 창고에 숨어 상황을 정리 해 봤고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


첫 번째, 좀비는 말 그대로 ‘출현’했다.


‘나와 직원뿐이었어.’


분명 편의점 내부에는 나와 직원 단 둘이었고 이 편의점의 유일한 출입구인 정문은 계산대 바로 옆에 있었기에 다른 누군가가 출입문을 통해 들어왔다면 내가 보지 못 했을리가 없다.


따라서 좀비는 기존에 존재하던 사람이 변이 된 것이 아니라 허공에 생성 된 개념에 가깝다.


두 번째, 물리면 사라진다.

두 눈을 뜨고 명확히 보지는 못 했지만 편의점 직원은 분명 물리는 순간 사라졌다.

시체는 커녕 혈흔이나 살점따위는 전혀 없었다.

또한 바깥에서 간간이 들리는 비명소리는 분명 겁에 질려 나오는 비명소리이지 고통에 가득 찬 비명소리는 아니다.


사람이 두렵거나 무서워서 지르는 비명과 고통으로 지르는 비명은 분명히 다르다.


즉 좀비에 물리면 감염이나 부상,사망따위가 아니라 사라진다는 추측이 타당하다.


‘뭐, 물린 다음 사라져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니까 안전하다고만은 생각 못 하지.‘


세 번째, 3일을 버티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사태는 끝날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 결론은 물론이고 허공에 글씨가 나타난 것 모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현상이다.


즉 이 일은 과학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무언가에의해 발생하였고 그 무언가가 보여준 글씨에는 기한이 3일이라고 명시되어있었다.


그러므로 일단은 그 글씨에 적힌 내용을 따르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3일이면 물만 있어도 생존은 가능하다. 식량보다는 안전한 장소가 필요할수도 있겠어.’


네 번째, 전파는 차단 됐다.


창고로 숨어서 진정 된 후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핸드폰이었다.


경찰이나 소방서에 신고를 하든 뉴스를 확인하든 핸드폰으로 해야하기에 핸드폰을 먼저 꺼내들었다.


‘이러면 외부 상황은 알 수 없겠군.’


데이터는 물론 통신도 끊긴 상태였고 내 핸드폰은 그저 네모난 벽돌, 혹은 둔기, 아니면 쓸모없는 쓰레기로 전락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확신은 아니고 가설이다.


좀비는 움직이는 생물이나 소리에 반응한다.(가설)


편의점 직원이 당할 때 좀비와 더 가까운 사람은 나였다.


하지만 좀비는 나를 지나치고 직원에게 달려들었고, 그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직원과 나 사이의 차이점을 생각 해 봤다.


나는 남자고 직원은 여자였다.


좀비가 남자같긴 했지만,


‘이게 뭔 개소리...’


일단 이건 아니고.


내가 좀비에게 인식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다.


일명 ‘면역자’.


‘같은게 있을리가 없잖아.‘


글씨는 분명 좀비와 맞서 싸우는게 아닌 생존이 목표라고 했다.


그런데 면역자같은 특성을 누군가에게 부여 할 이유가 없다.


’역시 그것밖에 없나...‘


제일 유력한 이유는 소리와 움직임이다.


나는 조용히 계산대로 숨어들어 가만히 있었고 여직원은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다.


‘일단 소리와 움직임일 수 있다고 인지만 해두고 있자.’


당장 확인 할 수도 없고 아직은 확인 할 필요도 없어보이기에 머릿속에 저장만 해 두고 다음 생각을 이어갔다.


‘인기척을 지우고 숨어있자.’


편의점의 장점은 식량과 식수는 물론이고 약과 구급용품, 다양한 생활용품.


반면에 단점은 취약한 보안성이다.


편의점 정문은 유리문으로 누군가 침입하려한다면 버티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편의점 내부의 창고 문은 도구가 없다면 쉽게 열 수 없는 철문으로 되어있다.


물론 이 철문도 누군가 마음먹고 문고리를 부순다면 오래 버티지는 못 할 것이다.


‘3일만 버티면 돼.’


따라서 최대한 인기척을 죽이고 편의점 식량과 식수를 챙겨 창고 안에서 3일을 버티면 되는 간단한 문제다.


일단 나에게 3일간 필요한 식량과 식수를 미리 창고 안으로 가져와 챙겨둬야한다.


’그래.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돌아오자.‘


만일 생존 물자를 노리고 편의점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더라도 매대에 진열 된 상품으로도 충분 할 것이고, 굳이 잠긴 창고를 열기위해 소음을 내며 시간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가져 올 물건 리스트부터 생각 해 보자.’


보통 편의점 창고에는 매대에 미쳐 다 진열하지 못 한 물품들도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불행하게도 지금 내가 있는 편의점 창고에는 직원 유니폼과 슬리퍼, 옷걸이 몇 개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식수 2L 페트병 6개, 빵, 라면, 초콜릿, 물티슈, 그리고 커터칼.


식수는 총 12L면 충분 할 것이고 그래도 3일간 인간답게 씻기 위해서는 물티슈도 필요하다.


3일만 버티면 되기에 라면보단 빵을 더 챙기고 싶지만 혹시라도 기간이 더 길어 질 수 있기에 라면도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머리를 그나마 잘 돌게 해 줄 당류(초콜릿)와 만일의 상황에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로 커터칼도 필요하다.


‘딱 한 번만 나갔다오면 돼.’


나는 창고 문에 귀를 가져다대고 바깥 상황을 살폈다.


편의점 구조는 창고를 나오면 바로 매대가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빵과 초콜릿, 그리고 계산대가 있고 계산대를 지나면 통유리로 된 출입문이 있다.


왼쪽으로 가면 식수와 음료가 있는 냉장코너.


그리고 창고 반대편에 물티슈와 커터칼같은 생활용품 코너와 라면이 있다.


‘안전한 동선을 짜야 해.’


후문은 따로 없이 계산대 옆 출입문 하나가 편의점 출입문의 전부.


즉 출입문 하나만 신경쓰면 외부의 시야로부터 노출 될 상황은 피할 수 있다.


‘출입문 근처를 지날 때는 최대한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해. 왼쪽으로 돌기 시작해서 커터칼과 라면부터 챙긴다.‘


창고를 나가면 우선 왼쪽으로 돌아서 물티슈와 커터칼과 라면부터 챙긴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오며 생수를 챙겨서 창고 문 앞에 놔두고 빵과 초콜릿을 가지러 다녀온다.


그러면 출입문 앞을 지나지 않고 모든 물품을 해결 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운 나는 창고를 나갈 타이밍을 잡기위해 창고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밖이 조용한 것을 확인한 나는 조심스레 창고 문을 열었다.



*



‘내 예상이 맞았어.’


나는 내 계획대로 별 문제 없이 물품들을 가지고 창고로 돌아 올 수 있었고 식수와 라면,빵,초콜릿을 창고 한 쪽에 정리하면서 나는 방금 전 있었던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거리에 피도 없고 조용했다.‘


편의점 정문 근처를 지나면서 슬쩍 바라 본 거리에는 시체나 혈흔은 없었고 멀리 보이는 좀비 몇 마리가 전부였다.


‘이 시간이면 거리에 사람이 많았을텐데.‘


점심이 약간 지난 시간임을 감안하면 거리에 충분히 사람들이 많았을 시간.


하지만 좀비의 출현에 비해 거리는 깨끗했고 한산했다.


좀비에게 물리면 피를 흘리며 죽거나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뛰어오는 좀비를 보며 겁에질린 표정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편의점 직원이 문득 떠올랐지만,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생각을 돌렸다.


3일을 버티기에 충분한 물자와 준수하고 견고한 창고의 문.


이제 내가 할 일은 그저 버티며 3일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교적 안전한 환경에서 몇 시간을 앉아 있으면서 몸이 편해지니까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만난지 하루도 안 된 편의점 직원이라니...’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편의점 직원이었다.


‘구할 방법은 없었을까.‘


머릿속에서 그 편의점 직원을 구할 방법을 수백가지를 떠올려 봤지만 내 상상속의 직원은 결국 좀비에게 물려 사라지는 결말이었다.


’구하고 싶다.‘


가족은 물론 친구같은 인간관계가 아예 없던 나에게 편의점 직원의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과 나를 바라보던 마지막 눈빛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강렬한 감정이었고 계속 된 상상속에서 직원을 구하고 싶다는 내 욕구는 커져만 갔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결코 그렇게 허망하게 그 직원을 보내지 않고 싶다.


단절 된 인간관계 속에서 감정과 욕구를 잃어버렸던 내 가슴속에는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단단한 신념이 자리잡았고 지키지 못 했다는 죄의식과 상실감이 커져만 갔다.


그렇게 나는 창고에 스스로 갇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고뇌에 빠졌고 시간은 흘러 3일이 지났다.



***



[선발전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좀비들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결과에 따라 선수가 선발되고 특성이 부여됩니다.]


[지금으로부터 24시간 후 탑이 개방됩니다.]


[행성#5004의 생존을 빕니다.]


[강예담님의 특성은 수호자입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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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셈블 24.09.18 5 0 12쪽
24 분홍 머리 루루(3) 24.09.17 5 0 12쪽
23 분홍 머리 루루(2) 24.09.16 8 0 12쪽
22 분홍 머리 루루(1) 24.09.15 10 0 12쪽
21 저울질 24.09.14 11 0 12쪽
20 대련 24.09.13 13 0 12쪽
19 멋쟁이 변호사(3) 24.09.12 11 0 12쪽
18 멋쟁이 변호사(2) 24.09.11 13 0 12쪽
17 멋쟁이 변호사(1) 24.09.10 11 0 12쪽
16 정리 24.09.09 12 0 12쪽
15 벤스턴 지키기(4) 24.09.08 16 0 14쪽
14 벤스턴 지키기(3) 24.09.07 13 0 14쪽
13 벤스턴 지키기(2) 24.09.07 14 0 14쪽
12 벤스턴 지키기(1) 24.09.06 15 0 14쪽
11 세미나 24.09.05 18 0 13쪽
10 자격 24.09.04 19 0 13쪽
9 가입 24.09.03 23 0 13쪽
8 벽 부수기 24.09.02 24 0 13쪽
7 죄책감 24.09.01 25 0 14쪽
6 눈치 싸움 24.08.31 27 0 14쪽
5 맞기 싫어 막기 좋아 24.08.30 27 0 10쪽
4 김칫국 24.08.29 35 0 11쪽
3 고블린 24.08.28 42 0 12쪽
2 간보기 24.08.27 50 0 14쪽
» 프롤로그 24.08.27 6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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