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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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는참쌔
작품등록일 :
2024.08.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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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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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기 싫어 막기 좋아

DUMMY

5화 맞기 싫어 막기 좋아


[탑의 2층에 입장하였습니다.]


[선수의 특성에따라 임무가 조절됩니다.]


[강예담 선수의 특성은 수호자입니다. 수호자는 스스로를 지킬 줄 알아야합니다. 고블린 1마리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십시오.

기한 : 5분]


‘임무가 똑같다...?’


1층에 입장 할 때와 마찬가지로 눈부신 빛이 나를 감쌌고, 시야가 회복됨과 동시에 주위를 살피며 정보를 수집했다.


‘넓은 초원, 작은 오두막 그리고 낡은 철재 방패‘


내가 서 있는 장소는 아주 넓은 초원이고, 발목까지 오는 길이의 잔디로 뒤덮여있다.


‘누가봐도 제일 수상한 건 오두막이다.’


나와 약 50m 떨어진 곳에 작고 조잡한 나무 오두막이 하나 있었고,


‘이번에는 장비도 챙겨주는건가.‘


내 발 밑에는 낡은 철재 방패가 하나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우선 챙길 것부터 챙기자.’


오두막에 고개를 고정시켜 눈을 떼지않으면서 허리를 숙이고 팔을 뻗어 방패를 들어올렸다.


방패는 내 상체를 넉넉하게 가릴 수 있는 크기였고, 가죽 끈 손잡이가 달려있어 쉽게 놓치지 않을 구조로 되어있다.


‘생각보다 무겁지 않고 밸런스도 좋아. 쓸만하겠는데.’


보조무기가 따로 없기때문에 오른손으로 가죽 끈 손잡이를 바투로 묶어 잡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아서 방패를 팔과 몸에 밀착 한 나는 조심스럽게 오두막으로 접근했다.


한 발자국씩 조심스럽게 오두막에 접근하여 오두막까지 약 10m 남짓 떨어져있을 시점.


-끼이익.


오두막 문이 열렸다.


‘와라... 4분만 더 버티면 된다.’


문은 관리가 안 되어있는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주 천천히 열렸고, 숨막히는 긴장감에 내 심장은 전쟁터에서 울려퍼지는 북처럼 요동쳤다.


발가락 근육부터 시작해서 방패를 들고있는 팔의 근육까지 내 전신의 근육은 당장이라도 폭발 할 수 있는 폭탄처럼 잔뜩 열을 내고 있었다.


‘저번처럼 보호막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방어에 치중한다.’


뜨겁게 불타기 시작한 전사의 심장과 달리 내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해졌고 한껏 차가워진 내 머릿속은 오직 임무의 성공으로 가득 차올랐다.


“캬아악...”


활짝 열린 오두막 문 사이로 고블린의 초록색 팔이 보였다.


‘나무 방망이. 내 철재 방패에 비하면 내구도가 약하다. 장비는 내가 훨씬 우세해.’


고블린의 근육질 팔에 들려있는 무기를 보자마자 나는 기계처럼 견적과 공략을 짜내기 시작했다.


‘방망이 특성상 찌르기보다는 휘두르기가 위협적이다. 무기를 휘두르려면 동작이 커지기 마련이고, 방망이 끝단에 제대로 걸리는게 아니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충격량일거야. 거리 조절이 포인트다.’


“캬악 캬악 캬캬컄.”


전략을 구상하며 적을 기다리던 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그 놈이다.


1층에서 내 위에 올라타 내 머리는 물론이고 팔뚝, 얼굴, 갈비뼈, 어깨, 배 가리지 않고 두들겨 패던 그 놈.


“캬아아악 캬아악 캬캬컄캬캬아악!!!”


“너 지금 웃는거거 맞지 미친놈아.”


녀석도 나를 알아봤는지 웃음이 분명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물론 반가움의 웃음은 아니고, 대충 ‘이번에야 널 끝낼 수 있겠군. 오늘이야말로 우리의 원한을 끝내보자.‘ 라고 하는 것 같은 웃음소리였다.


2m의 거구, 근육질의 몸, 붉은 눈 그리고 얼굴의 흉터까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 한 번 해 보자. 나도 너같은 괴물한테 깔려서 맞던건 취향이 아니었거든.”


“캬아아악.“


시간을 끌기 위해 나는 진지한 얼굴과 비장한 목소리로 개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 수호자 강예담은 그 날의 굴욕을 잊지 않았다. 하루하루 쓸개를 씹는 심정으로 나를 단련했고, 오늘만을 기다렸다.”


“캬아악...”


대화로 시간을 끌 수 있다면 아무 말이라도 해야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그리고 난 어머니가 안 계시지.”


“...?”


“즉, 나에게 실패는 없다는 소리다.”


내 날카로운 3단 논법에 고블린이 설득됐나 싶었지만, 내가 시간을 끌고 있단 걸 눈치라도 챈 듯 고블린은 거리를 좁혀 올 뿐 더 이상 내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


“말이 많군 고블린. 같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필요없다. 오늘 결판을 내자! 와라!“


”캬아아아악!!!!“


고블린은 억울하단 듯 소리를 질러댔지만 그것은 내 알바가 아니다.


기세 좋게 싸움의 시작을 알린건 나였지만 나는 달려나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고블린의 첫 공격에 대비했다.


‘대화로 시간을 끌어서 3분정도 남았다.’


1층에서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피떡이 되게 맞은 나였고, 지금 버텨야 하는 시간은 약 3분이다.


물론 넓은 평야를 이용 해 도망다니며 시간을 더 끌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도망가고 싶지 않다.’


나는 수호자다.


‘최전선에서 내 등 뒤의 모든 것을 지키겠다. 도망은 스스로 용납하지 않겠다.‘


언젠가 날 믿고 내 등을 바라보며 전선에 설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내가 지금껏 지키지 못 했던 소중한 그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홀로 이겨내지 못 한 고통과 자책의 시간을 덜어내기 위해 나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



어깨가 빠질 것 같다.


호흡은 거칠어지다 못 해 입에서 침이 질질 나오고 있다.


방패를 꼭 쥔 오른손은 아까부터 떨리고 있었고, 땅에 디딘 두 발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린다.


당장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것만 같다.


‘저쪽도 많이 지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방패를 바짝 들고 무게중심을 낮추며 상대를 노려본다.


약한 모습을 보여봤자 고블린의 기세만 살려주는 꼴이란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죽을만큼 힘들더라도 웃어보여야 한다.


“너 많이 비실비실 해 졌구나. 탑에서는 밥을 안 주니?”


처음에는 내가 말을 할 때 마다 멈춰서 들어주던 녀석이 이제는 들은채도 하지 않으며 묵묵히 나무 방망이를 휘두른다.


퍼-억!


고블린의 어깨 움직임에 맞춰 거리를 좁힌 다음 방패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방망이의 궤적 중간을 끊는다.


”흐업!!“


채 다 휘둘러지지 못 한 방망이에는 충분한 힘이 실리지 못 했지만 그럼에도 한 방 한 방이 나를 지옥으로 끌고가기에 충분한 충격량이었다.


분명 방패로 막았지만 상식을 뛰어넘는 충격량에 뇌가 흔들리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있을 순 없다.


타-악.


틈만나면 내 방패를 뺏기위해 손을 뻗어오는 고블린 녀석.


전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왔다.


고블린이 방망이를 휘두르면 나는 거리를 좁혀서 방망이의 궤적 중간을 끊는다.


그리고 방패나 몸이 잡히지 않게 바로 거리를 벌리면 한 턴이 종료된다.


만약 고블린이 약간 더 먼 거리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때는 뒤로 물러나며 방망이의 궤적에서 벗어난다.


’멍청해서 다행이다. 덩치는 커져도 지능은 일반 고블린과 다르지 않은 모양이야.‘


그렇게 내가 반복되는 패턴에 안심하기 시작 할 때 사건은 터졌다.


’이번에도 붙어서 막고 빠진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거리를 좁혀서 방망이를 방패로 막는 순간이었다.


“캬아아아악!!!”


콰직-!


“이런 미친...”


나무로 만들어졌던 방망이는 결국 충격량을 버티지 못 했고, 부러지고 말았다.


고블린의 무기가 사라진 것은 좋은 소식이었지만, 방패를 든 상태로 고블린의 바로 앞에 있던 내게는 좋지 못 한 소식이었다.


슈-욱.


지금까지 방망이를 버린다는 생각은 하지 못 했던 고블린은 방망이가 부러지자 자유로워진 손으로 내 방패를 덥썩 움켜 잡았다.


“내꺼다. 이 자식아-!!!”


나는 가죽 끈을 잡고 안간힘을 써 봤지만, 고블린의 완력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다.


휘익-.


고블린은 내가 빼앗은 방패를 멀리 집어 던졌고, 나는 그 사이에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하... 어디서 본 장면같은데.”


우리는 1층에서처럼 서로 두 주먹만을 가지고 마주봤다.


‘남은시간은 40초정도...‘


속으로 시간계산을 마친 나는 지금까지 방패의 가죽 끈을 움켜쥐고 있었느라 굳어버린 손을 풀어주며 고블린을 응시했다.


“캬아아악. 캬캬컄 캬아아악-”


“그래 많이 웃어라. 이번에도 내가 승자가 될 테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고블린도 본능적으로 느낀건지 신경전 따위 없이 고블린은 바로 내게 쇄도 해 왔다.


‘저번에는 보호막의 존재를 몰라서 당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물론, 내 몸 상태도 저번과는 달랐다. 부정적으로.


몇 분간 이어진 몽둥이 찜질을 견디느라 온 몸의 근육은 비명을 지르는 중이었고, 방패로 막았다지만 충격이 방패를 뚫고 들어왔는지 귀도 잘 들리지 않고 시야는 어지러웠다.


’저번과 같이 고블린의 주먹에 유효타를 허용한다면 정말 위험 할 수도 있다.‘


나는 침착하게 양 손을 들어올려 가드를 올리고 고블린의 주먹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쿵-! 쿵-!


“캬아아악-!!!“


팔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을 참고 급소를 위주로 방어하며 시간을 끌던 때 고블린의 주먹이 내 명치에 꽂혔다.


”흐-업!“


순간적으로 호흡이 막히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으아아아----!!“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앞으로 쓰러지며 매미처럼 딱 붙어서 고블린을 껴안았다.


‘하... 이런 취향은 없는데.‘


근육질의 고블린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나는 살아남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힘차게 고블린을 껴안았다.


고블린은 날 떨어트리기 위해 몸을 흔들고 주먹으로 내 등을 내려쳤지만, 이런 자세에서는 주먹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내장이 진탕이 되는 고통을 참으며 고블린을 껴안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이번에도 이기는건 나고, 너가 진거야.”


시간이 다 됐음을 직감한 나는 고블린의 귓가에 내 감미로운 목소리를 속삭여줬고,


“캬아아아아-악!”


고블린은 분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2층 등반 성공.]


[보상으로 강예담 선수가 미약하게 성장합니다.]


[강예담 선수가 ‘막기‘를 습득했습니다.]


[다음 층은 7일 후 등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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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불타는 숲(1) NEW 5시간 전 4 0 13쪽
25 어셈블 24.09.18 5 0 12쪽
24 분홍 머리 루루(3) 24.09.17 5 0 12쪽
23 분홍 머리 루루(2) 24.09.16 8 0 12쪽
22 분홍 머리 루루(1) 24.09.15 10 0 12쪽
21 저울질 24.09.14 11 0 12쪽
20 대련 24.09.13 13 0 12쪽
19 멋쟁이 변호사(3) 24.09.12 11 0 12쪽
18 멋쟁이 변호사(2) 24.09.11 12 0 12쪽
17 멋쟁이 변호사(1) 24.09.10 11 0 12쪽
16 정리 24.09.09 12 0 12쪽
15 벤스턴 지키기(4) 24.09.08 15 0 14쪽
14 벤스턴 지키기(3) 24.09.07 13 0 14쪽
13 벤스턴 지키기(2) 24.09.07 14 0 14쪽
12 벤스턴 지키기(1) 24.09.06 15 0 14쪽
11 세미나 24.09.05 18 0 13쪽
10 자격 24.09.04 19 0 13쪽
9 가입 24.09.03 23 0 13쪽
8 벽 부수기 24.09.02 24 0 13쪽
7 죄책감 24.09.01 24 0 14쪽
6 눈치 싸움 24.08.31 27 0 14쪽
» 맞기 싫어 막기 좋아 24.08.30 27 0 10쪽
4 김칫국 24.08.29 34 0 11쪽
3 고블린 24.08.28 41 0 12쪽
2 간보기 24.08.27 50 0 14쪽
1 프롤로그 24.08.27 6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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