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다방에 거물들이 몰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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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망초
작품등록일 :
2024.08.28 00:15
최근연재일 :
2024.09.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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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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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반드시 범행현장에 다시 나타난다.

DUMMY

결국, 찾지 못했다.


소중하다 못해 시곗바늘이라도 멈추고 싶은 일요일 오후를 그 정신 나간 놈을 찾기 위해 오롯이 쓰고도 말이다.


어떻게든 이 돈다발을 돌려줘야 하건만 갑자기 나타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사라진 사람을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김 대리, 김 대리! ”

“네? ”

“퇴근하자니까 아까부터 뭐 하고 있어? 응? 코스프레? 김 대리 이런 거 좋아하나 보네? ”

“아뇨. 집에 코스프레를 한 사람이 온 적이 있어서요. ”

“응? ”


내가 말하고도 무슨 말인지 맥락을 짚기 힘든 대답이다.


“맞다! 김 대리 이사했다고 했지! 요즘 엠제트세대들은 저런 걸 입고 집들이하는 게 유행인가 봐? ”

“딱히 그런 건 아닌데······. ”

“이야, 참 재미있어. 우리 때는 집들이 하면 그냥 고스돕만 주구장창 쳤는데 말이야. 그럼, 얼른 퇴근해. ”


덧붙이는 내 설명을 끊은 팀장님은 나름 대로의 결론을 내려버렸다.


꿈보다 해몽.


그 누구보다 젊은 세대들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팀장님은 그렇게 또 하나의 잘못된 지식을 가진 채 퇴근하는 사람들 무리에 섞여 사라졌다.


아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그 순간까지 ‘그거 알아? 요새 엠제트 세대들은 말이야. ’하고 아는 척을 하실 것이 분명했다.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나이와 직급이니 저 정보가 바로잡히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얼굴이 워낙 잘생겨서 유명한 코스어일 줄 알았건만 인터넷을 아무리 찾아봐도 비슷한 사람조차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주말만 날린 채 출근해야만 했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이 시간까지 온 것이다.


일단 돌아가는 길에 근방을 한 번 더 둘러봐야겠지?


그렇게 나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집 인근을 차로 뱅글뱅글 돌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 일의 원흉을.


“어! 너는! ”


분명 그놈이다.


범인은 반드시 범행현장에 돌아온다 했던가?


그 사달을 내놓고 태연하게 창문 밖에서 두 손을 모아 안을 들여다보는 꼴에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제 여는 게냐? 해가 한참 전에 졌는데 젊은 놈이 그리 게을러서 어디 장사를··· 어이쿠. ”

“자, 돈! 그리고 집이 어디야? 아니 부모님 연락처는? ”

“이, 이눔이 왜 이러는 게냐! ”

“몰라? ”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결국,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나?


한 손은 혹시 청년이 또 도망칠까 싶어 옷자락을 꽉 쥔 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더듬거리며 꺼내려는 순간, 저 멀리 주차되어있던 차에서 중년의 남자가 내리더니 이쪽으로 황급히 달려왔다.


“잠시만요! ”

“이 청년 보호자분 되세요? ”

“뭣이라? 보호자라니 그게 무슨······. ”

“맞습니다. 허허. 커피가 마시고 싶다 해서 이리 데리고 나왔습니다. ”


잘됐다. 경찰에 신고할 필요도 없이 바로 보호자를 찾았다. 전혀 닮질 않았으니 아버지는 아닐 터, 아마 어느 돈 많은 집안의 수행기사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형용할 수 없는 친근한 분위기가 느껴졌으니.


“여기 청년이 가지고 있던 돈입니다. ”

“커피값으로 냈다 들었습니다.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


손사래를 치는 중년의 남자에게 나는 억지로 돈 봉투를 쥐여줬다. 이 마물이 드디어 주인에게 돌아간 것이다.


“돈을 받자고 한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는 이제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건물주인이 바뀌었거든요. 청년이 또 찾아오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

“자, 잠깐만! ”


- 딸랑.


나는 입을 뻐끔거리며 무언가 더 말하려는 두 사람 밖에 두고 얼른 문을 닫아 버렸다.


커피를 마시겠다며 계속 찾아오면 나도 곤란해진다. 어찌 되었든 원치 않는 불청객인 건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그리고 어쩐지 엮였다간 꽤 골치가 아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차림새와 어투가 정상이 아닌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나는 이런 소위 말하는 촉이 꽤 좋은 편에 속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랄까?


쎄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들면 십중팔구는 안 좋은 일에 휘말리곤 했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처음에 미처 몰랐지만, 그 코스프레를 한 청년과 중년의 사내는 명백히 쎄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퇴근 시간에 맞춰 오늘까지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거리를 받아온 팀장님 같은 찜찜한 기운이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다 끝난 일이다.


돈도 돌려줬고 찾아오지 말라 정중하게 부탁도 했으니까.


“참! 소금! ”


잊을 뻔했다.


“어디 보자. 소금이 분명 여기 있었는데. ”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주방 싱크대 서랍 양념통 사이에 소금 통이 있었다.


- 달그락. 달그락.


그렇게 비슷한 가루가 들어있는 양념통을 하나씩 꺼내 흔들고 찍어 먹길 한참, 드디어 짭짜름한 맛이 나는 조미료를 찾았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맛소금』


양념통 뚜껑에는 그리 적혀있다.


이걸로 되나? 하긴, 그래도 소금은 소금이니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는 양념통에 가득 차 있던 맛소금을 반절 가까이 입구에 뿌리고서야 비로소 후련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차로 돌아온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쫓겨나는 모양새라 어찌어찌 차에 올랐으나 방금 일어난 일은 두 사람에게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너도 봤느냐? ”

“예. 봤습니다. 정말 어르신의 눈을 보고도 정신을 잃지 않더군요. ”


정신을 읺기는커녕, 도포 자락을 붙잡고 실랑이까지 했다.


기겁하고 차에서 튀어나온 자신이 수습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난감한 일이 생길 뻔했지 않은가?


하지만 정작 상상키 어려운 수모를 당한 당사자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씨익 올라갔다


“신안을 가진 놈은 이도 이후로 오랜만이구나. 끌끌. ”

“저도 있습니다. 어르신. ”

“흥! 너는 귀찮을 일이 생길까 싶어 우리가 억지로 조금 띄워준 게지. 저렇게 지 스스로 눈을 뜬 놈은 아마 니 손주 대까지 내려가도 만나기 힘들 게다. ”

“그거 다행이군요. ”

“얼씨구? 네놈이 왜 기뻐하는 게냐? ”

“저도 내일모레 퇴직입니다. 슬슬 후배를 들여야지요. ”

“아서거라. 저도 모르게 천기를 보고 움직이는 아이다. 네가 나랏일을 하자고 구슬러봤자 어디 꿈쩍이나 할까 싶으냐? 괜한 짓 하지 말고 한 이십 년 더 하거라. ”

“끔찍한 소리 하십니다. 저도 이제 쉬어야지요. ”

“끌끌. 명줄도 긴 놈이 엄살 한번 고약하구나. ”

“그보다 오늘은 커피를 못 드셔서 어쩌십니까? 아니, 앞으로도 주지 않을 작정인 듯했습니다. ”

“그러게 말이다. 세상천지에 돈 싫다는 놈도 다 보겠구나. 내 섭섭지 않게 줬건만. ”


난감한 일이었다.


찻집을 인수했으니 당연히 이어서 장사를 하겠거니 생각했던 두 사람이다.


그러나 오늘 진성의 단호한 태도를 보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더 이상 찾아오면 곤란하다는 말까지 직접 들었으니 말이다.


“아니면 사람을 시켜 그 청년에게 커피를 타는 방법이라도 배워오겠습니다. ”

“그게 배운다고 배워지면 진작 그리했지! 그리고 뭐? 내가 찾아오면 곤란해? 하! 내 정체를 알면 제발 다시 와달라 할 놈이 맹랑하기는! 잠깐. ”

“예? ”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진짜 곤란한 놈을 보내면 되지 않겠느냐? ”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고작 커피 한 잔에 왜 그리 집착하는지 알 길이 없던 남자는 뜻 모를 선문답에도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는 눈치였다.


“계룡산으로 가자꾸나. 오랜만에 너구리를 만나야겠다. ”



***



계룡산의 깊은 산자락.


가로등 하나 없는 그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로 지키는 한 초소였다.


【군사 보호 구역】


행여나 뜨내기 등산객이 올까 우려한 탓일까?


사방에 빨간 글씨로 적힌 군사 보호 구역이라는 푯말은 이곳이 얼마나 보안이 철저한 곳인지 알려주는 듯했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

“수고가 많네. 나 백 원장이야. ”


운전석에 앉아서 수화를 기다리던 백마현 국정원장은 초병에게 지갑을 열어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신분증을 확인한 초병은 재빨리 차렷 자세를 취한 뒤 경례를 올렸다.


“바로 열어드리겠습니다! 충! 성! ”

“그래. 고맙네. ”


- 철그럭. 그르르르르.


두꺼운 쇠사슬에 자물쇠가 풀리고 어지간한 2층 건물 높이만 한 철문이 긁히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그러나 철문 안으로 들어간 차는 얼마 못 가 자리에 멈춰섰다.


양팔을 벌려 길을 막아선 어떤 한 존재 때문이다.


무릎을 겨우 넘길까 싶은 짜리몽땅한 키, 복슬복슬한 갈색 털.


영락없는 너구리였다. 과할 정도로 통통하게 살이 찐.


“구미호가 여긴 왜 왔는지 묻는 겁니다. ”


너구리는 인사 대신 이제 서너 살이나 됨직한 앳된 사내아이의 목소리로 퉁명스레 용건을 물었다.


용건을 묻는 와중에도 힘껏 벌린 양 앞발이 한 치 앞도 더 들이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대변하고 있었다.


“잘 있었느냐? 밥은 챙겨 먹고 다니는 것이고? ”

“방금 도토리를 이마안큼 많이 먹었던 겁니다. ”

“도토리? 쯧쯧. 나는 엄청난 걸 먹고 왔는데 계룡산의 주인인 너는 고작 도토리를 먹었단 말이더냐? ”

“가을 도토리를 무시하는 겁니닷! 그런데 뭘 먹은 겁니까? ”

“알고 싶으냐? ”

“따, 딱히 안 궁금한 겁니닷! 구미호는 꾀가 많아 속으면 안 되는 겁니닷! ”

“그거 아쉽구나. 너무 맛있게 먹어서 일부러 알려 주려 왔건만. ”

“정말··· 그렇게 맛있는 겁니까? ”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한 적이 있더냐? 한 번만 먹어도 또 생각나서 아마 삼 일은 잠을 이루지 못할게다. ”


뒷좌석에서 내리지도 않고 창문에 턱을 괸 구미호는 알 듯 말 듯 한 미소로 너구리를 유혹했다.


“어디 가면 먹을 수 있는지 묻는 겁니다. ”


어느새 단호한 표정이 풀린 너구리는 입맛을 다시며 슬며시 벌렸던 앞발까지 내리게 되었다.


‘자, 어디 나처럼 이놈도 한번 쫓아내 보거라. 끌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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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개업식은 수라장 (1) +3 24.09.07 521 33 11쪽
6 두 번째 손님은 너구리 (3) +2 24.09.05 513 33 10쪽
5 두 번째 손님은 너구리 (2) +4 24.09.04 541 33 12쪽
4 두 번째 손님은 너구리 (1) +2 24.08.31 570 33 10쪽
» 범인은 반드시 범행현장에 다시 나타난다. +1 24.08.30 647 30 10쪽
2 마수걸이 +6 24.08.29 707 33 10쪽
1 작은 일탈 +6 24.08.28 851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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