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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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su
작품등록일 :
2024.09.01 15:13
최근연재일 :
2024.09.16 15:5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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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2

작성
24.09.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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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 고시원 맛 좀 볼래

DUMMY

3평 남짓한 고시원 방이 진동한다.

지진이라도 온 거 같다.


가위눌림이 시작될 때면 언제나 되풀이되는 전조 현상이다.

방이 흔들리더니 서서히 멈췄다.

규헌은 움직여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바닥에서 캔 부스러기 소리가 들렸다.

가위는 깨지 않은 꿈이라고 하던데 이건 너무 현실적이었다.

어떤 형체가 바닥에서 배회하고 있었다.


‘날 찾고 있다.’


형체가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것은 미묘하게 사람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를 교차시켜 규헌의 목 주위을 감쌌다.

‘씨발.’


규헌은 무서운 마음에 상욕도 내지르고 네 애미, 애비도 찾았다.

하지만 소리는 밖으로 시원하게 나오지 않았다.

안에서만 웅얼대는 느낌이었다.


교차된 다리는 규헌의 목을 옥죄었다.

가위눌림에 이골이 난 규헌이었지만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굵은 음색과 얇은 음색이 섞여 있었다.

천녀유혼에 나온 혓바닥 귀신 목소리와 비슷했다.

규헌은 미묘한 사람 모양에게 회심의 중지 손가락을 날렸다.

하지만 이내 힘이 빠져서 손이 휘청거렸다.


규헌의 몸이 침대에서 튀어 올랐다.

사람 모양은 천장 바로 앞까지 규헌을 들어 올렸다가

다시 침대로 내리꽂았다.

‘이건 무슨 씨발 엑소시스트도 아니고.’

수십 번 반복되니 규헌도 포기 상태가 되었다.

저항 의지를 상실했다.

그렇게 규헌을 들었다 놓았다 하던 사람 모양은

갑자기 다리를 풀더니 슬그머니 날아가 버렸다.

근데 가위가 안 풀린다.


그때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났다.

규헌의 방문이 바깥쪽으로 살짝 열렸다.

규헌은 불길해졌다.


누군가 슬그머니 들어와 규헌을 부른다.

익숙한 목소리다.

'얼씨구? 이건 엄마 목소린데.'

분명 엄마의 목소리긴한데 뭔가 이상하다.

변태 아줌마처럼 이죽거리는 말투다.


“규헌아 뭐하니? 히히히히 나랑 팬티 벗고 다이다이 쑤컹쑤컹하면서 놀자.”


'내가 엄마 잔소리 듣기 싫어서 고시원에 온 놈인데, 여기서까지 난리네.’


캔 부스러기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침대로 올라와 몸을 누른다.

손길과 혀놀림이 느껴진다.

저쪽 밑에서 고구마라도 캐는 양 훑어대는 엄마가 보였다.

규헌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그리고 자세히 보니 엄마랑 별로 닮지도 않았다.

'그렇다, 변태 아줌마다.'

규헌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아줌마를 발로 차 날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가위에서 깨어났다.


어두운 방 안에는 컴퓨터 모니터 전원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규헌은 한동안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깨어날 때 소리를 너무 지른 거 같아 눈치가 보였다.

총무 새끼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올 게 뻔했다.

다들 자고 있어서 괜찮을지도.

그런데 방문이 빼꼼히 열려있다.

‘내가 문을 열고 잤던가? 설마 변태 아줌마?’

규헌은 헛웃음을 쳤다.


규헌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에는 시켜먹다 남은 치킨 뼈다귀와 빈 맥주캔이 나뒹굴었다.

몇 번 발을 헛디디다가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정전인 거 같았다. 아니면 총무 새끼가 규헌의 방만 특별히 방법했든가.

‘총무 씨발새끼’

규헌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총무를 탓하는 버릇이 있었다.


방 안은 초여름치고 서늘했다.

‘복도에 에어컨 틀어놨나? 주인 년이랑 따까리 총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규헌은 방 안의 개인 샤워실을 열어봤다.

평상시 습기로 가득 찼던 샤워실 안도 건조했다.


규헌은 책상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집었다.

일단 시간이 궁금했고 가족들 안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가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변태 아줌마라도 됐다면

그리 반가운 상황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밧데리가 나간 거 같아서 충전 잭을 꽂았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원이 켜지지 않는다. 충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깜빡이던 모니터 전원도 들어오지 않는다.

열린 문틈 사이에서 버젓이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왜 씨발 내 방만 이 모양인거야?'

규헌은 일단 복도에 나가보기로 했다.


규헌은 복도로 나왔다.

규헌이 방문을 등지고 서 있는 기준으로 왼쪽 복도 끝에는

빨래 건조대와 다림질하는 곳이 있었다.

다림질하는 곳 옆쪽에 에어컨은 보관 커버를 뒤집어쓴 채 할 일 없이 서 있었다.

규헌의 방은 왼쪽 복도 끝과 가까웠다.

하지만 빨래 널 것도, 다림질할 것도, 에어컨을 켤 일도 없었다.


규헌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전형적인 고시원의 풍경이 펼쳐졌지만, 평상시와는 달랐다.

복도 양옆에 방문들은 모두 전등이 켜진 채로, 방문이 바깥쪽으로 활짝 열려 있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는 건 확실했다.


규헌은 자기 방문을 닫으려다가 자기만의 작은 우주를 열어 놓기로 했다.

규헌은 복도를 걸어가며 열린 방문 안을 하나씩 들여다 봤다.

사람은 없었고, 현장에 소지품만 외롭게 남아 있었다.

'다들 가출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비상사태? 근데 너무 조용한데?’

고시원 중앙을 지나려고 할 때 갑자기 하울링 소리가 들렸다.

규헌은 순간적으로 몸을 낮추고 현관 로비로 대피 자세를 취했다.


“당신의 행복이 나의 꿈이었던 적이 있었죠. 그런데 당신은 이제 없네요.

오늘같이 눈 내리는 날엔 당신이 더 생각나요.

첫눈이 내리던 날, 당신한테 창밖을 보라며 문자를 보냈죠.....”


감미롭다 못해 느끼한 여자 목소리가 어디선가 흘러나왔다.

‘방송실인가? 아니면 전음?’

가만 들어보니 왠지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다.

‘종영한 거 아니었나?’


규헌의 군대 시절, 내무반 왕고가 라디오 이어폰으로 한참 듣던 방송이다.

다들 취침 중일 때 그 좆같은 씹새끼의 라디오 방송만큼은 선명하게 들렸다.

불침번 근무라도 설 때면 정지영의 목소리에 취한 그 새끼를 깨우는데

애를 먹었다. 도저히 안 깨서 대신 경계 근무를 나간 적도 있었다.

"야 씨발 규헌아 미안하다. 내가 너무 정지영 목소리에 취해서

도저히 못 일어나겠더라. 씨발 PX 쏠게."

물론 쏘지 않았다.

규헌은 군 생활 내내 그 새끼를 총으로 쏘고 싶었다.


정지영의 감미로움이 고시원을 한창 감싸고 있을 때,

규헌은 이 방송이 거슬려서 빨리 끄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규헌이 뒤로 고개를 돌리는데 총무실이 보였다.

네모난 부스가 더럽게 냄새나는 어두운 하수구를 연상시켰다.

'씨발 총무실에 방송 시설이라도 있는건가?'


규헌은 총무실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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