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구를 지켜라
“그거 영화 아니예요?”
“예, 아시네요. 장준환 감독의 저주받은 걸작.”
“본 기억은 나는데, 대충 봐 가지고...
근데 갑자기 영화 얘기는 왜요?”
민지가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을 이어갔다.
“이태리 타올이랑 물파스가 필요해요.”
규헌과 민지는 고시원의 방을 이리저리 둘러본 끝에,
이태리 타올과 물파스를 찾아냈다.
“영화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요. 혹시 이걸로...”
“고문하려구요.”
고시원에 총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규헌과 민지는 이태리 타올로 총무의 발등을 박박 긁어 피로 물들이고,
피로 물든 총무의 발등 위로 물파스를 문질렀다.
“야 이 개씨발년놈들아, 으악~~~~.”
총무는 고통에 신음했다.
“말해! 누가 시켰는지.”
민지가 본격적으로 심문을 시작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총무는 그렇게 고통의 몸부림을 치다가 소리를 질렀다.
“9층, 커! 컨트롤 타워!!!!!”
한참 총무의 발등을 문질러 대던 규헌과 민지는 고문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총무를 쳐다봤다.
총무가 축 늘어진 채로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9층은 컨트롤 타워야, 씨발 거기서 여길 다 지켜보고 있다고.”
그때 갑자기 고시원 전체에 하울링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사람 모두 그 시끄러운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규헌은 자기가 이 하울링 소리를 처음 들었던 시점을 기억해냈다.
‘씨발 정지영’
“거기 계신 분들, 지금 뭣들 하고 계신 거죠?”
정지영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다만 달콤한 사랑 얘기를 할 때와는 다르게 조금 화나 있는 듯 보였다.
총무의 안색이 변하고 있었다.
“저기요, 총무님 지금 어떻게 된거죠? 우리가 약속한 게 있잖아요.
그리고 저 사람들은 왜 멀쩡히 살아있죠? 저희가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한거예요?”
정지영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9층에 정지영이 있는 거네, 저기가 방송실이었어.”
규헌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약속을 이행 못했으니 벌을 줘야겠네요. 처음에 우리 부름을 받고 9층으로 올라왔을 때,
총무 당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는지 아세요? 마치 크흣! 바퀴벌레 같았어요”
정지영이 까르륵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지영 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한번만 절 살려주신다면, 기필코!”
“아니요, 당신은 역부족이예요. 당신한테 어울리는 건 그저 존재감 없는 바퀴벌레죠.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릴게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민지와 규헌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때 총무의 몸에서 이상한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총무의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으아아! 총무가 비명을 질러댔다.
엥! 더듬이가 나오고 앞가슴 등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를 포박했던 의자, 테이프들이 전부 떨어졌다.
맙소사! 총무가 바퀴벌레로 변하고 있다.
총무의 몸집은 점점 불어났다.
근데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총무의 머리는 그대로 붙어있었다.
민지와 규헌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민지는 그 와중에 무언가 생각난 듯이 말했다.
“이거 저 꿈에서 본 적 있어요, 바퀴벌레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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