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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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su
작품등록일 :
2024.09.01 15:13
최근연재일 :
2024.09.16 15:50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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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62

작성
24.09.0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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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4.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DUMMY

한 여자가 비상계단을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무언가가 여자의 뒤에서 쫓아오는 느낌이다.

여자는 잡히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해 뛰었다.

한층 한층 지나칠 때마다 비상계단의 센서등이 깜빡였다.

얼마쯤 올라갔을까?

6층의 고시원 중앙 복도로 통하는 철문이 보였다.

여자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재빨리 문을 닫았다.


고시원 복도의 문은 한 방만 빼고 죄다 열려 있었고

라디오 음성 소리가 어디선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여자는 복도를 뛰어가다가 총무실 부스를 끼고 오른쪽 통로로 진입했다.

통로를 지나니 중앙복도와 같은 또 다른 복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하나 더.

큰 바퀴벌레였다.


복도 끝쪽에 웅크리고 앉은 그것의 머리는 천장에 거의 닿을 거 같았다.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머리가 뚜렷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 머리를 하고 있다.

뒤돌아있던 그 사람 머리는 서서히 여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꺄아아아아악!

책상에 앉아 졸고 있던 규헌은 여자의 비명에 화들짝 놀랐다.

아무래도 여자는 가위에 눌렸거나 악몽을 꾼 거 같았다.

께어난 여자는 한동안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전등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땀에 젖은 여자의 머리칼이 선풍기 바람에 날렸다.


“저기 물 좀 드세요.”


규헌의 얼굴이 옆으로 쓱 하고 다가오자 여자는 손사래를 쳤다.

여자가 소리를 지르고 팔을 내젓는 바람에 규헌은 들고 있던

물컵의 물을 사방팔방으로 흘렸다. 방안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여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열린 문쪽에 붙어 경계 태세로 돌입했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뭔가 무기 될만한 것을 찾고 있는 거 같았다.

규헌은 아까 전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저기 진정 좀 하세요. 칼 찾으시는 거면 제가 다른데 숨겨놨어요. 너무 위험해서.”


그 둘은 한동안 대치 상태를 유지했다.

긴장이 팽배한 가운데 정지영의 라디오 소리만 흐르고 있었다.


“부부끼리의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잖아요. 이게 연인끼리도 그럴까요?

사소한 일로 싸우고, 자존심 세우고, 그러다가 홧김에 헤어지자고 말하고

뒤돌아서어어어어는 뒷모습을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돌아와 달라고 말하고 싶지마아아아아안.”


방송이 끊겼다.

아까처럼 버퍼링과 파열음이 있었고 이후에 그냥 거짓말처럼 방송이 끊겼다.

정지영은 아무래도 방법 당한 거 같았다.


방송이 끊어지면서 규헌과 여자의 긴장도 풀렸다.

여자는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침대에 앉았다.

규헌은 빈 물컵을 책상에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크게 쉬었다.


“계신 방으로 갈까 하다가 너무 어둡기도 하고 옮기기도 힘들고 해서,

그리고 이 방은 전기도 들어오니까 핸드폰 충전도 할 겸. 통화는 여전히 안되지만요.”


“미안합니다. 칼 가지고 난동부려서.”


여자의 말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여튼 뭐 동지를 만나서 기뻐요.”


규헌은 내심 반갑게 대답했다.


“제가 몇 시간 동안 기절해있었죠?”


“제가 핸드폰 켰을 때 기준으로 1, 2시간쯤 된 거 같애요.”


여자는 돌아가는 선풍기를 쳐다봤다.


“여기는 전기가 들어오나봐요?”


“예 그래서 일단 빨리 깨어나시게 침대에 눕히고 선풍기부터 켰죠.

그리고 핸드폰이랑 충전기를 제 방에서 갖고 왔죠. 그리고 마실 물도...”


여자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훌쩍거렸다.

규헌은 의자에서 일어나 어찌할 줄을 모르고 서 있다가 뭔가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물컵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규헌의 얼굴이 여자의 옆으로 쓱 하고 다가왔다.


“저기 물 좀 드세요.”


물컵을 든 규헌의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여자는 규헌이 건네준 물컵을, 규헌의 손과 같이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규헌을 향해 여자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젖은 눈망울을 한 여자가 규헌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근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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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숨바꼭질 24.09.06 9 0 3쪽
5 5. 귀신이 온다. 24.09.05 11 0 3쪽
» 4.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24.09.04 11 0 4쪽
3 3. 소년, 소녀를 만나다. 24.09.03 10 0 6쪽
2 2. 하수구의 바퀴벌레 24.09.02 14 0 4쪽
1 1. 참 고시원 맛 좀 볼래 24.09.01 21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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