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귀신이 온다.
“장규헌이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규현의 손을 풀어줬다.
규헌의 손에 여자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스쳤다.
여자는 물컵을 살며시 자기 손으로 가져왔다.
규헌의 손은 잠시 허공에 멈췄다.
“전 김민지예요.”
민지는 자기 이름을 말하고 조용히 물을 마셨다.
규헌은 무슨 말이라도 꺼내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악몽을 꾸셨나 봐요?”
“예?”
민지는 물을 마시다 말고 규헌을 올려보며 되물었다.
“아까 소리지르면서 일어나시길래.”
“아! 꿈속에서 이상한 걸 봐서요.”
“혹시 변태 아줌마?”
“예?”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민지는 무슨 말이라도 꺼내는 게 좋을 거 같았다.
“그나저나 여자 방송 소리 안 들리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요.”
“누구? 아! 정지영이요?”
“예, 예전부터 저 여자 맘에 안 들었어요. 너무 느끼하다고 해야 하나?
제가 고객센터에서 일하는데 매니저 그 재수탱이 말투도 딱 저렇거든요.
뭐 남자들은 좋아한다고 하는데, 군인들의 여신이라나 뭐라나.”
“전 군필 남잔데도 저 여자가 소름 끼쳐요.”
민지는 규헌의 말에 풋! 하고 웃었다.
“근데 규헌 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6살이요, 민지 씨는?”
“전 28살이요.”
“동안이시네요.”
여자는 뻥!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고 했던가?
서로 간에 긴장이 누그러졌다.
“저 사실 1층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길이었어요.”
“사람들이 있던가요?”
“엘리베이터는 느낌이 안 좋아서 비상계단으로 갔다 왔어요.
엘리베이터 바로 옆 통로쪽으로요.
1층 상가 불은 켜져 있는데 사람들은 없었어요.
밖에 나가봐도 마찬가지였고요.
기분 탓인지 누가 쫓아오는 기분도 들고 무서워서 다시 6층까지 올라온 거예요.”
규헌은 비상계단이 고시원에 2가지 형태로 존재한다는 걸 기억해냈다.
엘리베이터 옆 비상계단은 문 없이 뚫려있는 통로, 자기 방문 바로 앞에 철문으로 막혀있는 비상계단 이렇게 말이다.
민지는 내려갈 때는 통로로 내려갔고 올라올 때는 규헌의 방문 앞 비상계단으로 올라왔을 것이다.
규헌이 조리실에서 들은 찰칵 소리는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비상계단 문을 여닫는 민지의 모습이었으리라.
민지는 말을 이어갔다.
“잠에서 깨니까 제 방만 빼고 다른 방은 다 불 켜진 채로 열려있어서 복도 쪽으로 나왔거든요.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조리실 쪽에 탄 냄새가 계속 나더라고요.
그래서 환기하려고 환풍기를 켰는데 갑자기 어떤 방에서 비명이 들려서 바로 1층까지 내려간 거예요.”
규헌은 뭔가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비명은 제가 지른 거예요.”
“예? 규헌 씨가요? 왜요?”
“변태 아줌마를 만났거든요.”
갑자기 그때,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민지와 규헌은 숨소리를 죽였다.
어딘지 친숙한 딩동! 소리였다.
“이거 엘리베이터 열리는 소리 같은데요. 규헌 씨도 엘리베이터는 이용 안 한 거죠?”
규헌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누군가 6층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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