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종두 이야기
“종두야, 정신이 드니?”
눈을 떠 보니 모르는 얼굴 하나가 종두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아니다, 아는 사람이다.
누구였더라?
이 사람은 작업복 차림에 기름 냄새가 난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다.
얼굴을 찬찬히 살펴봤다.
아! 형이다.
"형?"
“야! 너 죽은 줄 알았다, 인마”
형은 종두를 끌어안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종두는 이 모든 상황이 낯설었다.
친형은 왜 여기에 있는 것인가?
자신은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퀴벌레 인간이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분명 머리가 펑! 하고 터졌는데.
“아니, 이게 웬일이야, 깨어났네, 종두 씨.”
종두가 누워 있는 침대 오른편으로 왠 아줌마가 문을 열고,
반가워하며 다가왔다.
‘저 아줌마는 누구지?’
아! 고시원 사장님.
"에휴, 다행이야, 살아났네, 종두 씨."
"사장님, 저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에휴, 종두 씨 쓰러지던 날. 하도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총무실 안에 들어가 보니까
침대에 누워서 꼼짝을 안하는거야, 내가 돈 좀 아끼겠다고 에어컨을 안 틀어 놔서 더위에 죽었나 싶었지.”
고시원 아줌마는 종두의 손을 잡고 연실 흔들어 대며 호들갑을 떨었다.
종두는 자신이 ‘참 고시원’ 총무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일련의 사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종두는 주변을 천천히 살펴봤다.
병실이었다.
자신은 병실 침대에 링겔을 맞고 누워 있었고.
병실 안 침대 왼편에는 자신 말고도 2명의 환자가 더 누워 있었다.
“형, 나 얼마 동안 이러고 있었던 거야?”
“너 3일 이나 기절해 있었어.”
갑자기 병실문이 또 한 번 열렸다.
간호사가 종두를 보고 놀라며 서 있었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상태로, 차트표를 뒤적거렸다.
“어, 어! 김종두 씨, 깨어나셨네요. 그리고 보호자 친형 분이 김종수 씨.
의사 선생님 모셔올게요.”
간호사는 용건을 전달하고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호들갑을 떨던,
고시원 아줌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병실의 나머지 환자 2명에게 향했다.
“저 2명도 깨어나야 할텐데 말이야.”
“사장님, 저 2명은 누구죠?”
“남자, 여자 이렇게 둘인데, 둘 다 고시원 입주민이야. 내가 이것 때문에 골치가 아파 죽겠어.”
종두는 벌떡 일어나 주인 아주머니에게 되물었다.
“입주민이요? 이름이 뭐죠?”
고시원 아주머니는 총무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살짝 놀랐다.
그리고 잠깐 기다려 보라는 말과 함께 휴대폰 메모장을 살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장규헌 씨랑 김민지 씨.”
종두는 그 말을 듣자마자 침대를 박차고 내려왔다.
아직 무리하면 안 된다며 종수가 막아 섰지만 소용 없었다.
종두는 누워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살폈다.
인공 호흡기는 없었고,
자신과 같이 그냥 링겔만 맞고 있는 모습.
마치 긴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악몽 속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으리라.
“형, 나한테 3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까?”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 바퀴벌레였어.”
참 고시원 안의 복도가 보인다.
규헌과 민지는 폭발의 충격으로 복도에 주저앉아 있었다.
갑자기 하울링 소리가 들리고, 정지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총무님은 이렇게 가셨네요. 이런 결말을 원하진 않았을텐데. 혹시 총무의 이름이 뭔지 궁금하지 않아요? 김종두예요. 뭐 그런 바퀴벌레한테 사람의 이름은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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