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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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봉
작품등록일 :
2024.09.03 13:47
최근연재일 :
2024.09.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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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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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친구

DUMMY

"요셉!!"


이곳에서 새로 태어난 장건우는 요셉 르페브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트럭에 치여 트립 환생 한지도 8년이 지났다.


요안나 드 아르크와 요셉 르페브르도 8살의 나이가 되었다.


요안나가 얼굴에 흙을 잔뜩 묻힌 채로 달려오다가 풀썩 넘어졌다.


"요안나! 괜찮아?"


넘어졌음에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일어난 요안나는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응! 괜찮아!"

"그러게 조심하라니까. 뛰지 말고."

"요셉은 아빠같애. 히히!"


요셉은 요안나의 얼굴에 묻은 흙을 소매로 닦아주었다.


8년.

그동안 요셉은 이 중세 프랑스 시대에 적응을 끝마쳤다.


처음에는 괴로웠다.

아무리 특별한 삶을 살고 싶었다고 해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중세 프랑스에 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속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곧 적응했다.


'신부님이 말씀하신 신의 음성이 이것인가?'


직접 소리로 들려온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이게 주님의 뜻인가 뭔가 하는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잔다르크와 한날 한시에 같이 태어난 것 하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잔다르크의 생애와 관련된 계획인듯 싶었다.


잔다르크는 1431년 5월30일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해 죽는다.


그때까지 총 11년이라는 세월이 남았다.


어쩌면 잔다르크를 살려 새로운 역사를 쓰라는 계시가 아닐까.


요셉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 이후로 매번 교회에 나갔다.

빠짐없이 기도를 드렸다.


과거로의 트립과 환생.

그것도 역사 속 잔다르크 생애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로.

하필이면 잔다르크가 아니라 그녀의 주변인으로 환생시킨 것에 대한 원망도 함께 기도문에 담았다.


일생 동안 남을 빛내는 그림자와 같은 삶을 살아왔건만.

트립 환생을 해서도 잔다르크를 빛나게 해야 할 운명이라니.


원망할만도 했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도 있었다.


'감쟈 머글래?'

'맨날 나한테 짜증만 내고! 나 시러하지마 요셉!'


귀여운 잔다르크가 옆에 있다는 것.


처음에는 이 운명이 너무나도 지독해 모든 짜증을 요안나에게 풀었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 삶이 정말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면.


그래.


철저히 이용해줄 것이다.


요안나를 프랑스 구국 성녀, 더 나아가 프랑스의 새로운 황제로 등극시킨다.

황제를 만드는 주축이 되어 주인공에 버금가는 삶을 살 것이다.


영웅을 만드는 삶이라니.

지금까지 해왔던 남을 띄워주는 일들보다 한차원 높은 일임에 틀림이 없었다.


다짐을 하고 나니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요안나의 호감도를 올렸다.

딸처럼 대했고,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모든 것을 도와주었다.


그랬더니,


"요셉! 나랑 놀자! 너 아니면 놀 사람 없어!"


잔다르크와 요셉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요안나. 나 교회 가는 길이야."


요안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엄마가 교회 가자는 거 싫다고 하고 나온 건데...."


요셉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성녀이자, 신의 계시를 들었다는 잔다르크가 어린 시절 죽도록 교회에 가기 싫어했다는 건 요셉도 처음 안 사실이었다.


"주일에는 교회엘 가야지."

"시러! 요셉도 가지마. 응?"

"왜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건데?"

"그야...."


요안나는 우물쭈물 말을 흐렸다.

그러더니 배시시 웃었다.


"재미없자나!"


허허.

재미가 없다니.

요셉은 정말 어이없어 하는 웃음을 흘렸다.


그때였다.


"요안나!! 어디 갔나 했더니 여깄었어!!"


요안나의 어머니가 치맛자락을 들추고 맹렬한 기세로 뛰어온다.

요안나가 화들짝 놀라 요셉의 등 뒤에 쏙 하고 숨었다.


"어머, 요셉."

"안녕하세요. 이사벨 아주머니."

"요안나 데리고 교회가는 길이었니?"


여기에서 요셉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매 주일마다 교회에 얼굴을 비췄으니까.


그러니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갈 텐데.


"요안나는 교회 안 가! 요셉이랑 놀 거야!"


요안나가 빼액 소리를 친다.


요셉은 거짓말로라도 같이 교회를 가는 중이라 말하려다가 그만 말을 삼켰다.


요안나의 어머니 이사벨 로메는 도끼눈을 뜨고는 요셉 뒤에 숨은 요안나를 끌어냈다.


"요안나! 교회는 꼭 가야한다고 했지! 왜 그렇게 가기 싫은 건데?"

"이잉! 시러!! 재미 없단 말야! 너무 졸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야 죽어서도 천국에 갈 수 있는 거야."

"요안나 천국 안 가도 돼!"

"이 녀석이!"


이사벨이 계속해서 다그치자, 요안나의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올랐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몽글몽글 맺힌 눈물이 방울이 되어 뚝뚝 떨어졌다.


"엄마 미워!!"


요안나는 이사벨의 손도 뿌리치고 저 멀리 달려나갔다.

이사벨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난처하게 웃던 요셉은 드디어 시작될 것이 시작되었다는 표정으로 소피를 바라보았다.


"제가 데리고 올게요."

"항상 고맙다, 요셉."

"아니에요! 시간 맞춰서 갈게요!"

"부탁해!"


이사벨은 멀어져가는 요셉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린애가 참, 어른스럽단 말이야."


요셉은 요안나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뛰었다.


이번에는 어디에 숨었을까?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매 주일마다 이렇게 요안나는 꽉 틀어쥔 탱탱볼처럼 이리저리 튀어나갔으니까.


요컨데 놀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요셉이 찾으러 다니는 것 또한 요안나에겐 일종의 놀이였다.


"요안나! 요안나! 잘 숨었어? 나 이제 찾는다!"


저번에 너무 쉽게 찾았더니 뾰루퉁해져서는 하루종일 삐쳐있었다.

적당히 못 찾는 척 하며 가까스로 찾아야 만족한다는 걸 요셉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 보이네.'


요안나의 집과 교회는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애당초 동레미 마을 자체가 좁아서 교회를 중심으로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형태였다.


요셉은 단박에 요안나를 찾을 수 있었다.


귀여운 궁둥이가 교회 건물 모퉁이에 채 가려지지 않은 채로 씰룩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쿡쿡 웃은 요셉은 바로 찾는 대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요안나! 진짜 어디갔지? 아, 못찾겠네."


머리만 숨기면 숨은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요셉은 그런 요안나가 너무 귀여웠다.


프랑스 구국 영웅이자, 오를레앙의 성처녀 잔다르크의 어린 시절이 이렇게 귀여웠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와, 오늘은 진짜 못찾겠는데? 여깄나?"


요셉은 일부러 요안나가 숨은 곳 지척으로 가, 교회 담장 가까이에 있는 풀숲을 뒤지기 시작했다.


"여긴가!"

"히읍!"


요셉이 헛발질을 치면서도 가까이 다가오자, 요안나는 당황한 숨을 삼켰다.


전부 들린다.


들린다는 것도 모르는 채 킥킥대고 있을 요안나를 떠올리니 요셉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아, 진짜. 어딨지? 이거 이러다가 날 저물겠는데? 힌트좀 줘, 요안나!"


힌트.


그것은 꼭 한 번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힌트가 없어도 찾을 수 있었지만, 그건 요안나가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걸 요셉은 알고 있었다.


요안나의 주도 하에 찾는 것.

요셉은 요안나를 띄워주는 방법을 아주 자세히도 알고 있는 것이다.


"힌트! 요안나가 요셉을 구해줬던 곳!"

"어? 어디서 소리가 들리는데? 어디지?"

"히히!"


요셉은 2년 전 일을 떠올렸다.


6살이 되던 해.

이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 넘쳐 흘렀던 때가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구하려다가 차에 치이고,

연고도 없는 곳에 와 잔다르크의 따까리 노릇이나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신을 향한 원망이 극에 달할 만도 했다.


'너는 왜 맨날 표정이 그따위야!'


동네에 덩치가 큰 남자아이가 있었다.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러셀이었다.

항상 짜증이 나 보이는 표정이 마음에 안 든다며 몰래 교회 뒷마당으로 불러 요셉을 줘 패고는 했었다.


삶에 대한 의지 따위 없었으니, 요셉은 그저 맞기만 했다.

처음에는 반격하고 싶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반격할 기회 조차도 없었다.

알게 모르게 마음이 꺾인 것이었다.


그 때, 영웅처럼 잔다르크가 나타났다.


'요셉 때리는 녀석은 내가 혼내줄 거야!!'


자신보다도 몸집이 작은 여자아이.

어쩌면 평생 섬겨야 할 그 잔다르크가 자신을 지키며 나섰다.


남자아이들에게 연신 두들겨 맞으면서도 요안나는 굴하지 않았다.


'요셉은 내 친구야! 요안나는 친구를 버리지 않아!'


그 순간, 요셉은 깨달았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용만 당했다.

프로젝트를 잘한다고 여기저기서 팀프로젝트에 끼워줬다.

죽을 쒀서 남을 주면, 친구들은 그 죽을 먹고 승승장구 했다.


그렇게 친구가 성공했을 때, 그 옆에 건우는 없었다.


쓰다 버려지는 장기말.


그게 지금까지 건우의 처지였다.


처음에는 고맙다고 해도, 나중에는 귀찮아 했다.


그런데 요안나는 요셉을 버리지 않는단다.

친구라고.


살아오면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나 있었던가?

댓가를 바라지도 않고 친구라며 지켜주는 관계가 있었던가?


없었다.


그 순간 요셉의 풀린 동공에 빛이 들어찼다.


얻어 터져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요안나의 얼굴을 보며, 아이러니 하게도.

요셉은 희망을 느꼈던 것이다.


처음에는 버려지는 장기말이라 생각했다.

잔다르크를 구하면 그 다음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요안나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얻는 게 없다니.

이미 요안나를 얻지 않았나.

친구를 얻지 않았는가!


그 이후로 요셉은 생각을 고쳐먹었다.


잔다르크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로.


"찾았다! 요안나! 여기 있었구나?"

"꺄핫! 들켰다! 요셉은 바보야? 힌트를 줘도 이렇게 늦게 찾으면 어떻게 해?"

"요안나가 너무 잘 숨어서 그래."

"이제 내가 찾을 차례야! 요셉 얼른 숨어!"


요셉은 인자하게 웃어보였다.


댕- 댕-


교회의 종이 울린다.

곧 미사가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안돼. 요안나."

"왜!"

"교회 같이 가주면 숨바꼭질 해줄게. 어때?"


요안나는 제 나름 팔짱을 걸고 눈동자를 도륵 굴렸다.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항상 같았지만.


"오늘만이야! 요셉이 특별히 부탁해서 들어주는 거야. 가장 친한 친구니까."

"대신 옆에 같이 앉자. 함께 있으면 재밌을 거야."

"웅!"


요셉이 손을 내밀자, 요안나가 덥썩 잡았다.


"히히, 가자!"


교회로 향하니 신부님이 얼른 들어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요셉은 요안나를 끌고 성당안으로 들어섰다.


요셉의 손목에 걸린 빛바랜 묵주가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 빛났다.




[요한복음 15장 13절 말씀에,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 하셨나니.

주여, 잔다르크를 구할 용기를 주시옵소서.

아니, 나의 친구를 구할 용기를 주시옵소서.]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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