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네크로맨서의 수석 언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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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4:54
최근연재일 :
20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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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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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DUMMY

"음."


멀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는 상체를 일으켰다.


'네크로맨서라.'


아까 봤던 마법들을 떠올리며 천천히 생각했다.


원래는 흥미를 가지지 않았던 마법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강령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악용하기에 좋은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 마법을 좋게 쓰는 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다.


국교인 태양교에서 보면 바로 이단으로 몰아 쳐죽일 수준의 마법이니까.


지금까지도 그게 국교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그런 마법이다. 아예 흑마법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나의 마법은 고작 흑마법이 아니었다.


'이 공간과 언데드들의 농사. 심지어는 언데드들의 소환과 역소환을 통한 워프 마법까지.'


이걸 조금만 응용해도 말도 안 되게 효율적인 마법이 탄생한다. 물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당장 멀린만 해도 바로 레나의 마법을 따라하긴 쉽지 않아보였다. 원리나 마력의 흐름을 읽을 수는 있어도, 마족들의 마법과 달리 여러 복잡한 체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따라는 해도 그건 모래로 만든 허상에 불과할 거다.


즉.


'이 마법을 익혀 레나와의 주종 계약을 끊으려면 못해도 현재의 마법 체계를 알아야 한단 말인가.'


보아하니 지금의 마법은 꽤나 발전한 모양이다. 어떤 면에서는 마족의 것보다도 더욱 효율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마족에게서 뺏어 인간에게 맞춰 개량해낸 것이니 당연할 수도 있겠다.


멀린은 하하 웃었다.


'마족의 왕 놈. 내가 이겼다.'


인간은 멀린 없이도 마법을 정복했다. 심지어 인간에 맞게 개조까지 했다.


그가 남긴 것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기분 좋게 미소 짓던 멀린은 이내 생각했다.


지금의 바깥은 어떨까.


마법을 정복한 인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마족의 왕이 죽고난 후, 마족은 어떻게 몰락했을까.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그걸 알려면 일단 여기서 나가야되나.'


여긴 레나의 공간이다. 현재의 상황을 보려면 결국 바깥으로 나가야 한단 말이다. 언젠가 레나가 흑심을 먹어 멀린을 아예 노예로 만들 수도 있으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데드가 무턱대고 바깥에 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은 아니다. 지금은 레나의 명령에 거부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


'적당히 빌붙다가 내 마력을 복구하면 튀어야겠어.'


그때쯤이면 이 네크로맨서의 주종 관계도 파기가 가능할 테니.


그래, 어쩔 수 없이 당분간은 레나의 장단을 맞춰줘야겠다. 그 동안 현대의 마법도 배운다면 일석이조였다.


상념이 이어지자 아까 맞은 뒤통수가 아파온다. 왠지 모르게 볼도 이마도 아픈 기분이다.


"빌어먹을 근육 메이드."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킬 때였다.


"뭐?"

"어?"


캐서린이 눈을 가라앉히고는 멀린을 보고 있었다.


아직 있었나.


"아, 음. 좋은 뜻이다. 근육이 있을수록 건강하니까."

"언데드가 건강하다는 건 고도로 돌려까는 거 아니냐?"

"음."


말을 잘하는군.


"그래서. 여기가 내가 일굴 땅인가?"

"이번엔 말도 돌리네."


멀린이 딴청을 피우자 캐서린이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아까 봤던 땅들이랑은 조금 다른데."

"눈썰미가 좋네. 아까 네가 보던 공간은 1층. 여긴 10층이야."

"층?"


멀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아까 봤던 공간에는 하늘이 있었다. 천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아니,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공간을 개조한다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르지. 자세히는 몰라도 캐서린의 표정을 보니 거짓은 아니었다.


"레나는 대단하군."

"레나 님."

"뭐?"

"널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 분이야. 예의를 차려."

"고려해보지."


그 말에 캐서린이 자신의 귀를 약간 뒤로 쫑긋거리며 노려봤다.


"고려가 아니라···! 에휴, 됐어. 아무튼 이 층은 전부 네 거야."


'얼굴 근육으로 귀도 움직이는 메이드라니. 진짜 근육 메이드군.'


아무튼, 캐서린의 말에 멀린이 주변을 둘러봤다.


"허어."


넓었다. 1층보단 좁았지만, 한 명에게 주어질 땅 치고는 과하게 넓었다.


"여기가 10층이라고 했던가?"

"어."

"그럼 다른 층도 있다는 말이겠군."


캐서린이 당긴 뒤를 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처럼 고위 언데드들은 층을 소유해. 4층부터 10층까지 중에 하나씩."

"2층부터 3층은?"

"2층은 비밀. 3층은 뭐. 휴식 공간이야."


멀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언데드한테 휴식?"


쉬지 않고 굴리려고 만드는 언데드 아닌가?


"넌 평생토록 농사만 지을 자신 있어?"

"있···다고 말할 순 없지."

"그래. 사실 3층은 너나 나같은 의식이 온전한 언데드들을 위한 공간이야. 대부분 쓰지도 않고 그래서 비어있는 공간이지만."

"그러면서도 굳이 놔두는건가?"

"레나 님이 바라시니까. 가끔 레나님이 쓰시기도 하고."

"흐음."


'하기야 언데드들 사이에만 있으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테니까.'


대충 납득했다. 꼬투리를 잡아봐야 말만 길어질 뿐이니까.


"그래서. 넌 뭘 원해?"


대뜸 물어온 캐서린에 멀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뭘 원하다니?"

"레나 님은 농사를 짓는 언데드들에게 보상을 하나씩 줘. 특히 고위 언데드들은 꽤 좋은 보상을 받지. 다들 효율이 좋으니까."


멀린이 눈을 크게 떴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멀린이 알고 있는 마법은 대부분 마족의 것들이었다. 물론 그걸 개량하고 바꾼 지금의 마법이 멀린의 마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멀린은 마법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고 싶었다. 단순한 화염구라는 마법을 지금의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그 원리를 듣고 싶었다.


멀린의 마법은 흉내일 뿐, 이해가 아니었으니까.


그때는 이해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언데드로 다시 태어난 지금, 멀린은 마법의 이해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체없이 말을 쏟아냈다.


"마법. 마법을 원한다. 지금 세계에 정리된 마법의 체계와 종류. 그리고 그걸 쓰는 방법. 현대에서 마법을 이해하는 방법론. 마력의 움직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한 그걸 유도하기 위해 쓰는 마력 회로의 구조는 왜 그래야하는지를. 마지막으로"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레나의 마법도 얻고 싶군."


마구 쏟아낸 말에 캐서린이 헛웃음을 지으며 멀린을 바라봤다.


"마법사네."

"마법사다."

"응. 말해둘게. 대신 농사를 잘 지어야해. 처음엔 감자로 시작해봐."


캐서린이 가리킨 곳에 씨감자가 가득했다. 잠깐 그것과 10층의 거친 땅을 보다 침을 삼켰다.


"여긴 혼자선 안 될 거 같은데."

"알아서 해. 처음엔 조금씩 해서 늘리던가. 마법 안 얻을거야?"

"···해야지."

"그래야지."


그때, 캐서린의 뒤에서 워프 게이트가 열렸다.


레나가 낑낑대며 나오고 있었다. 그 손엔 엄청 두꺼운 마법서가 한 가득이었다. 해봐야 다섯 권이긴 했지만, 레나의 체구를 고려하면 한가득이 맞았다.


"앗. 레나 님!"


캐서린이 곧장 레나에게 다가가 책을 받아들었다. 갑자기 사라진 무게에 레나가 휘청이다가 겨우 중심을 잡고 섰다.


숨을 헥헥 대다가 말했다.


"후우. 멀린 님한테 필요한 것들을 가져와봤어요. 현대의 마법을 원하시는거죠?"

"알고 있었군."

"마법사시잖아요."

"음."


멀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당장 튀어나가 저 책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옆에 캐서린이 있었고, 또 다시 멍청하게 기절하고 싶지 않았다.

저 책을 두고 그 시간 동안 기절해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 당장 읽어야하니까.'


숨을 가볍게 내쉬며 레나의 말을 들었다.


"일단 현대의 마법 체계를 가져와봤어요. 역사서는 고루하니까 빼고, 마법 체계를 담은 책이 이 검은 책. 마력을 쌓는 방법이 이 파란 책. 나머지는 농사에 필요한 마법을 쓰는 방법이에요. 이것만으로도 멀린 님이 아는 마법은 구시대의 뗀석기 정도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될 거에요."


언뜻 들으면 조롱의 의미 같기도 했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그저 지금의 마법을 배우고 싶었다. 과거의 마법을 구시대의 유물이라 말할 정도로 발전했다는 건, 오히려 멀린의 학구열을 자극했다.


레나가 그런 멀린을 진지하게 바라봤다.


"더 얻고 싶으면 농사로 성과를 내야해요. 일단 이 땅의 중앙 부분을 개간하시면 드릴게요."

"중앙 부분이라."


멀린이 잠시 주변을 돌아섰다. 레나가 가볍게 손을 긋자 땅에서 빛이 나왔다. 반짝임이 지나자, 땅에 그을음이 생겼다. 커다란 원이었다. 이 땅을 모두 덮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컸다.


'지름이 아닌, 면적으로 3분의 1을 나눴군.'


또 다시 레나가 중얼거리자 땅에서 빛이 흘렀다.


레나가 그은 원에서 두 줄기 빛이 외곽까지 퍼지더니, 위아래로 구획이 나눠졌다.


"중앙을 1구역. 바깥은 순서대로 남북 두 구역으로 나눴어요. 면적은 다 같아요."

"정확하군."


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역 별로 땅의 성질이 달라요. 중앙은 조금 쉽고, 남북 순으로 조금 어려워질수도 있겠지만.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보상을 드릴게요. 만든 농산품들에 따라서도 드릴 거고요."

"그래, 좋다."


레나가 잠시 고민하더니 품에서 종을 꺼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이걸 쓰세요. 캐서린이 도와줄 거에요."


멀린이 잠자코 종을 받자 캐서린의 귀가 뒤로 쫑긋거렸다.


"레나 님. 이건···!"

"잠깐이야. 어차피 처음만 도와주면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실 테니까. 그럼, 수고하세요."


레나가 떠나고, 캐서린이 발끈하며 멀린에게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오오."


캐서린은 이번엔 웃지도 못하고 눈 앞의 사내를 바라봤다.


'빌어먹을 마법사 놈.'


멀린은 캐서린은 안중에도 없이 곧장 마법서를 읽고 있었다. 정신없는 그 모습에 잠시 혀를 차다가 레나의 워프를 타고 바깥으로 나갔다. 어차피 말해봤자 들어먹지도 않을 터였다.


***


"···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멀린은 전부 읽은 두 책을 내려놓고 차분히 몸을 일으켰다.


검은 책은 말했다.


현대에서 마법의 수준은 위계로 나눈다고.


과거에는 그런 구분이 없었다.


마족의 마법은 그들에게 있어서 손과 발이었다. 마족의 피에는 마나가 흐르고, 그들의 육체에는 마력이 깃들어있기 때문이었다.

그 수준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그건 하급, 중급, 상급, 고위 마족 순으로 다르다 명명할 뿐이었다.

구분을 둬봤자 어차피 의미가 없었다. 하급이든, 중급이든, 상급이든, 고위든 전부 파훼해야할 마법이었으니까.


하지만 인간은 마법을 구현하기 위해 인간에게 맞게 구조화를 시작했다.


그래서 마법을 위계로 나눈 모양이다.


마나를 마력으로 바꿔 사용하는 기초적인 마법들을 1위계로.

그것들을 수식을 이용해 형상이나 기능 중 하나를 가지도록 한 것을 2위계 마법으로.

2위계 마법을 조합해 형상과 기능을 동시에 가진 것을 3위계 마법으로.


진짜 마법사로 존중받는 건 4위계부터라 했다.

마나에 술자의 의도를 입혀 완성한 마법부터가 4위계라던가.


그리고 파란 책은 말했다.


마력을 쌓기 위해선.


"몸에 회로를 담는다고."


방식은 여러가지다. 심장에, 누군가는 단전에, 또 누군가는 머리에 메인 코어를 두고 몸에 퍼뜨린다.


가장 안정적인 방법은 메인 코어를 심장에 그리는 것.


'이건 전과 다르지 않군.'


멀린은 차분히 눈을 떴다.


마나를 느끼는 법은 안다. 그도 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이 책에도 방법이 나와있었지만, 저런 방식으론 빨라도 한 달이었다.


그러니.


"후우."


숨을 내뱉는다. 공기가 폐에서 전부 빠져나올 때까지 뺀다. 입과 코에 압력이 느껴졌다. 숨을 쉬라는 욕구가 잔뜩 뇌를 긴장시킨다.


참는다. 공기를 필요로 하는 몸이 숨을 쉬라고 비명을 지를때까지 참는다. 그러면서도 온몸에 힘을 푼다.


숨을 쉬길 바라는 듯이 온몸이 잔뜩 긴장할 때.


'지금.'


입을 열어 공기를 입에 담는다. 삼키지 않는다. 오물거리듯이 씹고 다시 뱉는다.


마치 숨을 쉬듯이 그 동작을 반복하니.


천천히. 몸에 묘한 감각이 들었다.


기절할 것 같은 지금. 몸은 새로운 감각을 느낀다.


"흐읍."


숨을 아주 짧게 쉬며 멀린은 고개를 들었다. 한 줌의 공기가 폐로 밀고 들어온다. 아주 작은 숨에, 부족한 것을 보충하듯 몸에 마나가 밀려든다. 그렇게 몇 번의 호흡이 지나고.


"라이트."


멀린은 검지손가락을 가볍게 들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마법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빛을 움직여 얇게 편 후 손으로 흩었다.


마력에 형상과 기능, 술자의 변형을 붙인 마법이었다.


쉽게 말해.


"4위계 마법 정도."


멀린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허울뿐이지.'


이건 마족의 마법이다. 이 마법에는 복잡한 술식의 계산도 마법진도 아닌 감각만이 개입했다.


그러니.


"하하. 1위계 마법사군."


피식 웃은 멀린은 몸을 일으켰다. 본신의 힘은 위계로 자세히 측정할 순 없다. 위계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멀린이 쓸 수 있는 마법은 다양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1위계 마법사다.'


부끄럽지 않았다. 그는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마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은 그에게 행복이었으니까.


파란 책이 전한대로 회로를 몸에 새기려다 멈췄다.


'이것 정도는 나에 맞게 개조할까.'


그 전에.


'새 마법부터 보자.'


잠깐 몸을 풀다가 다시 책을 폈다. 농사에 필요한 마법을 쓰는 방법을 배울 차례였다.


이번에는 흉내가 아니라, 이해를 통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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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투 24.09.08 6 0 13쪽
7 200년 전의 마법사 24.09.07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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