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네크로맨서의 수석 언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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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4:54
최근연재일 :
20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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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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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의 마법사

DUMMY

프레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일하던 최하급 언데드, 스켈레톤들도 프레드의 뒤에 정렬한 채로 턱을 벌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프레드의 시선은 다시 자신의 앞에서 식은땀까지 흘리며 집중하는 멀린에게 향했다.


갑자기 도와주겠다며 호기롭게 나서길래 뒤로 물러섰다. 최외곽 지역은 정말 넓고, 거름 작업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거름을 적당히 운반하고, 그걸 퍼뜨리는 반복 작업이 계속해서 필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게 한 번에 이뤄지지 않으면 땅 간의 영양 불균형이 발생해서 밭 전체의 작물의 질 평균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많은 인원이 필요한 작업이란 말이다.


그런데 멀린은 모든 언데드들을 철수시켰다.


그리고는 하는 게.


'허허.'


퇴비통 여러 개를 띄워 각 구역에 배치하고 있었다. 적당한 높이에서 자리잡은 퇴비통을 보던 프레드는 이제 자신도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부터 볼 광경이 일단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을 게 분명했다.


딱딱.


뒤에서 들려오는 스켈레톤들의 말소리에 한숨을 내쉬며 다시 멀린이 띄운 퇴비통을 바라봤다. 일단 맡겨놨으니 어쩔 수 없었다.


"흩날려라!"


저 멀리서 들린 말에 순간 긴장했고.


"하하."


프레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주변으로 잔뜩 퍼져나가는 거름이 땅에 철푸덕철푸덕 떨어지고 있었다.


뒤에서 언데드들이 감탄한 듯 박수치는 소리가 퍼졌다.


짝짝짝. 팍팍팍. 딱딱딱.


무수한 박수의 향연에서 똥, 아니 거름이 땅에 흩어졌다.


***


"자, 이제 거름 작업은 끝났다."


멀린이 식은땀을 흘리며 프레드를 바라봤다. 웃긴 말이긴 하지만 나름 대규모 작업이었다. 여러 개의 퇴비통을 세밀하고 빠르게 회전시키는 건 그리 쉽지 않으니까.


그래도 3위계 수준의 마법을 완전히 이해한 덕분에 수월하게 끝났다. 오차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하. 이건 이거 나름대로 재밌군.


"멀린 님?"


저도 모르게 마법을 복기하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프레드를 바라봤다.


프레드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덕분에 거름 작업은 정리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지. 이제 날 도와주면 되니까."

"하하. 그렇습니까."


멀린은 프레드의 표정을 바라봤다. 묘하게 웃는 꼴이 어색한 게 되게 언데드스러웠다.


"이제 도와줄 수 있겠지."

"예, 그러죠. 이제 밭을 정리만 하면 되니까, 몇몇 인원만 남겨두고 따라가겠습니다."

"고맙다."


최하급 언데드에게 향하는 프레드를 보던 멀린은 살짝 놀랐다.


프레드가 무슨 마법이라도 부려 최하급 언데드를 부리는 줄 알았다. 중급 언데드니까 어떤 압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프레드는 그냥 말 그대로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몇 가지 타당한 이유, 그리고 그럴듯한 보상 따위를 덧붙이며 언데드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에 호응하듯 언데드들은 손뼉을 치거나 입을 딱딱거렸다.


'무슨 대화라도 하는 거 같군.'


잠시 턱을 괴고 기다리고 있자니, 프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습니다."

"음."


멀린은 곧장 종을 울렸다. 그러자 이번엔 캐서린 대신 프레드를 중심으로 언데드들의 바닥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어이쿠.'


멀린도 급히 발을 들였지만, 멀린을 제외한 나머지만 사라졌다.


"뭐야?"


당황하며 말을 내뱉자, 캐서린이 하품을 하며 멀린에게 다가왔다.


"넌 이쪽."

"어디 갔다 온 거냐?"

"나도 할 일 많아."

"음."


괜히 지긋이 바라보자 캐서린이 흥 하고 몸을 돌렸다.


"설득은 잘 했나보네."

"원래 도움을 주면 사람은 보답을 하는 법이니까."


언데드긴 하지만.


"프레드가 착해서 그런 거지."

"프레드를 잘 알고 있나봐?"


캐서린은 약간 귀를 쫑긋거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언데드 중에 최하급 언데드들을 통솔할 놈은 흔치 않으니까 아는 것 뿐이야."


'그런 것 치고는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군.'


뭐, 일단 남쪽 구역의 밭을 가는 게 더 중요했다.


"기대되는데."


4위계 마법을 어떻게 설명할 지 궁금했다. 저번에 레나가 보여줬던 4위계 마법과 그에 관한 마법서는 너무 복잡했었다.


해설만 있으면.


'나도 4위계 마법 요리사.'


슬슬 참기 어려워졌다.


"조금 더 빨리 걷지."

"왜 이래?"


캐서린이 뭐라 하든 멀린은 서둘러 움직였다.


"야, 같이 가! 내가 없으면 못 올라가잖아!"


***


10층에 돌아오자, 중앙에서 프레드와 언데드들이 도열하고 있는 게 보였다.


"아, 오셨습니까."

"캐서린도 같이 왔지."

"예? 혼자십니다만."


멀린은 잠깐 미간을 찌푸리고 뒤를 돌아봤다. 정말이었다. 캐서린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아까까지······.'


이거이거.


"둘이 연애라도 했나?"

"예?"


프레드가 화들짝 놀라더니 손사레를 쳤다.


"그 분과 제 연애라뇨."

"그게 아니면 쟤가 왜 널 피하는데."

"아, 그건 원래 급이 다른 언데드들끼리는 대화를 많이 섞으면 안 되거든요."


멀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또 새로운 정보였다.


"중급 이하는 고위 언데드와 대화하면 자아가 무너집니다. 듣기로는 주인님 버금가는 권한이 있어서라고 들었습니다."

"나는?"

"멀린 님은···. 사실 신입이잖습니까. 딱히 레나 님이 권한을 많이 주진 않은 모양인데요."


쯧. 신입이라고 찬밥 신세인가.


하지만 권한이라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닌 모양이다.


"뭐, 어쨌든. 슬슬 출발하지."

"예."


멀린은 곧장 프레드를 이끌었다. 뒤에서 척척, 아니 삐걱삐걱 움직이는 언데드들이 따랐다.


"이 감자밭은 혼자서 하신 겁니까?"

"음. 아까 봤던 퇴비 스플래쉬를 사용한거지."


'퇴비 스플래쉬?'


프레드는 아까 그걸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진짜 대단하십니다."

"내가 좀."

"하하."


그때쯤.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프레드가 화들짝 놀라며 하늘을 바라봤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였다. 원래 작물에 물을 주려면 중급 언데드 마법사들이 관리하는 수로를 써야했다.

그런데 아예 날씨가 있다니?


이 밭은 대체 뭐란 말인가.


프레드는 이내 멀린을 보며 물었다.


"아니, 비가 내립니까?"

"내리지."

"이 층의 특별 효과 뭐 그런 겁니까?"

"아니, 내 마법이다."

"예??"


멀린은 화들짝 놀라는 프레드에 눈썹을 살짝 올렸다.


"왜. 신기한가?"

"···예. 중급 언데드 마법사들도 이런 걸 하지는 못했거든요."

"그 녀석들은 언제 활동하던 놈들인가."


프레드는 고민하더니 답했다.


"10년 이내 쯤 아닐까요?"


멋쩍게 웃으며 덧붙였다.


"자세히는 모르지만요."

"아무튼 새파란 애송이들이라는 거지."

"예?"


멀린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가슴도 살짝 폈다.


"나는 200년 전에 활동하던 마법사거든. 윗물이 아랫물보다 깨끗하지 아니할 수 없는 법이지."

"아···. 예. 그렇겠죠."


묘하게 심사가 뒤틀리게 하는 표정이었지만 대단하긴 대단했다. 멀린이 비를 내리는 마법은 그 마법도 마법이지만 범위도 범위였으니까.


'이런 게 가능하다니.'


1층의 중급 언데드 마법사들이 보면 박탈감을 세게 느끼겠군.


'아니, 나도잖아.'


언데드들을 부려 물을 뿌리는 프레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왠지 쭉 올라가있는 멀린의 콧대를 보니 뒤틀리던 심사가 우스워졌다.


"하하."


그냥 웃음만 나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비가 그쳤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 비가 오고 있었다. 구역이 바뀐 모양이었다.


"여기다."


멀린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땅을 바라봤다. 확실히 죽어있는 땅이었다. 황폐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왠지 기분이 오묘했다.


"땅을 가는 작업이 필요해. 돌을 고르고, 흙을 정리해줄 수 있겠나?"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 시작해주게."

"예."


동시에 프레드가 땅의 견적을 살폈다. 언데드들의 인원을 나누고 각 구역에 적절한 배치를 시작했다.


프레드의 신호와 함께 곡괭이와 삽을 든 언데드들이 움직였다.


그 광경이 꽤나 장관이었다.


멀린은 진두지휘하는 프레드를 보며 바닥에 주저앉으려다 마법으로 흙 의자를 만들어앉았다.


"유능하네."


이대로면 땅을 개간하는 것도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슬쩍 마법으로 물을 떨어뜨려보자 이번 땅은 물은 잘 흡수하고 있었다.


'땅은 기묘하고.'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 모르겠다. 이 땅의 마나 농도는 정말 짙었다. 고작 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족이 이따금씩 쓰던 지팡이를 갈아서 희석하면 이 정도일 듯 했다.


그런데 정작 중앙에서보다 물이 잘 든다니.


'무슨 차이가 있는 건가.'


지금 당장 알긴 어려워보였다.


허나 멀린의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모르는 게 많다는 건 알아갈 게 많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건 마법사에게는 축복이었다.


그때였다.


뻐어억!


강한 타격음에 멀린이 몸을 일으켰다. 본능적으로 마나를 돌리며 몸에 두르고, 손으로 마력을 예열했다.


'습격?'


여기서?


곧장 바람을 불러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고.


'엥.'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에선 언데드들이 뒹굴고 있었다. 몇몇 언데드들이 삽과 곡괭이를 검과 도끼 삼아 휘둘렀다.


프레드가 뒤늦게 따라오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


하지만 말을 들을 리 없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제기랄. 동조입니다."

"동조?"

"가끔 폭주하는 언데드 하나가 나오면 스켈레톤들이 그에 감응해 같이 폭주하는 현상이죠."


곧장 검을 뽑는 프레드를 보다 말했다.


"익숙한가봐."

"가끔 있는 일입니다. 그럴 때마다 레나 님이 직접 나서 폭주한 놈을 잠재웠습니다."

"레나까지?"

"···예. 듣기로는 폭주한 언데드는 자신의 신체와 넋을 불태워 순간적으로는 리치의 출력을 낸다고 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드의 말대로였다. 동조라는 게 점점 퍼져나가는 전염병 같았다. 어느새 다섯 정도 폭주하던 언데드들이 스물이 되어 있었다.


곧장 멀린과 프레드를 포위하고 곡괭이를 드는 폼이 꽤나 위협적이었다.


차분히 시선을 옮기자, 저 끝에 있는 언데드의 마력이 폭주하는 게 보였다.


'리치라.'


그리운 이름이군.


잠시 예열한 마력을 탈탈 털던 멀린이 말했다.


프레드는 레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언데드들이 아닌 레나가 필요했다는 말이 가리키는 뜻은 하나였다.


"해결하려면 강한 마법사가 필요하다는 말이군. 그것도 아주 강한."


프레드가 자신에게 짓쳐들어오는 언데드를 밀치며 다급하게 말했다. 검으로 곡괭이를 막았다.


"당장 캐서린 님을 부르십쇼! 이러다간 다른 언데드들도 폭주에 휘말려 사라질 겁니다! 언데드들을 죽이지 않고 진정시킬 수 있는 건 레나 님 뿐···."


언데드를 죽이지 않는다라. 웃긴 말이었다. 다시 죽이고 살리면 더 간단할 것 아닌가.


하지만 프레드의 표정이 일그러진 걸 보니,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난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그렇다면 어울려줄 수밖에 없었다.


"음."


멀린은 웃으며 발을 굴렀다.


파앙!


짓쳐들던 언데드들이 강하게 뒤로 밀렸다. 튕겨져나간 언데드에 프레드가 눈을 크게 뜨고 멀린을 바라봤다.


멀린이 프레드의 어깨를 살짝 짚고는 앞으로 걸었다.


"잘 보도록."


바닥에서 흙이 위로 모여들었다. 구로 뭉치던 흙이 천천히 길게 뻗어지더니, 지팡이가 되었다. 지팡이에 끝에 있는 흙이 가열되더니 식으며 보석같이 빛나는 유리가 되었다.


아직 멀린 머리 속의 현대의 이론으로는 정리되지 않은 마법이었지만, 상관은 없었다.


프레드가 입을 떡 벌리며 그걸 바라봤다.


"200년 전의 마법사의 전투를."


쿵!


멀린의 지팡이가 땅에 내리꽂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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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퇴비통 24.09.05 13 0 13쪽
4 이슬비 24.09.04 15 0 16쪽
3 마법 24.09.03 24 0 14쪽
2 레나 24.09.03 31 0 14쪽
1 부활 24.09.03 3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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