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네크로맨서의 수석 언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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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4:54
최근연재일 :
20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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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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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DUMMY

사실 전투를 할 때 쓰는 마법은 그렇게 특이하지 않다. 적당히 쓸만한 마법을 화력을 빵빵하게 지원해 터뜨리는 게 편하다.


복잡한 술식 계산이니 뭐니 하는 건 현대에서야 필요한 거고, 멀린 시대의 전투 마법은 효용성이 가장 중요했다.


마족이랑 생사를 다투고 있는데 자네 마법이 아름답군 하면서 감탄하고 있을 시간은 없잖아?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멀린의 전투 마법은 아주. 그것도 아주 많이 효용성있는 것들로만 이뤄졌다.


쿵.


지팡이가 땅을 찍는 순간 땅이 울렁인다.


프레드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자세히 보니, 울먹이는 땅은 물을 머금고 있었다.


일단 환경.


상대에 맞춰 비를 내리거나, 혹은 바람을 일으키는 건 기본이다. 멀린이 비를 내리는 마법을 잘 쓰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때에 맞는 환경을 만드는 마법은 그 자체로 거대한 버프가 될 수 있었다.


"쿠에엑!"


앞에 있던 언데드들이 힘없이 바닥에 발이 미끄러진다. 뒤엉키는 녀석들이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녀석들을 구속하는 건 무리였다.


'여기서 더 가서 늪까지 만들고야 싶지만.'


그렇게 되면 이 땅에 난리가 난다. 아무리 그래도 농사를 지을 땅인데 적당히 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도 딱 한계선이었다. 질척이는 땅을 보다 멀린이 혀를 쯧 찼다.


다시 일어난 언데드 몇몇이 불안정한 자세로 멀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때마다.


따악!


강한 몽둥이질로 팼다. 마력을 담아서 아주 따가울 게 분명했다.


'속 한 번 후련하네.'


전쟁 당시 마법사의 기본 소양은 근접전이었다.


자세가 무너진 데다가 삐걱거리는 놈들의 느린 공격을 맞아줄 리가 없었다.


몇 차례 교육을 해주자, 이제 언데드들이 막 달려들지 않았다.


수읽기는 이제 끝났다. 아무리 리치니 뭐니 들먹여도 저 녀석들은 하급 언데드니까.


이젠 멀린의 차례였다.


'후우.'


환경을 조성했다면 해야 할 건 상대에 맞는 공격.


허나 상대를 완전히 뭉갤 수는 없다. 나름 이 밭을 일궈줄 일꾼인데다가, 프레드가 그러길 원치 않아보여서였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야했다.


'공략인가.'


상대의 마법을 파훼하는 것. 애초부터 폭주라는 트리거와 동조는 한묶음이다. 폭주를 파훼한다면 사실상 전투는 끝이나 다름없다는 말.


'내가 저딴 것들이랑 이런 전투를 하게 될 줄은 몰랐군.'


원래였다면 전투는 개뿔, 그냥 여기다가 뜨끈한 불꽃덩어리들을 날려 재로 만들었을 거다.


'소중한 일꾼이니까.'


질끈 눈을 감았다. 근질거리는 손을 겨우 틀어 하늘로 폭발하는 불을 쏘았다.


"후우."


돌발 상황에 모두가 멈칫한다.


프레드는 경악했다.


'지금 저거... 마지막에 참은 거지?'


분명 지팡이에서 불이 일렁이는 걸 봤다. 말 그대로 하마터면 언데드 전부를 잃을 뻔한 거였다. 프레드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마법을 배설한 멀린이 이젠 조금 개운한 표정으로 마력을 흩뿌렸다. 바람을 일으켰다. 폭발과 동시에 순식간에 불어온 돌풍에 언데드들이 뒤로 밀려난다.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하며 멀린은 눈 앞의 것을 주시했다. 멀린이 읽어야 하는 것은 바람의 흐름, 정확히는 이 폭주에 관여했을 마력의 흐름이었다.


마침.


'하하.'


바람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는 곳. 정확히 말하자면, 언데드들을 폭주시킨 마력의 근원이 보였다.


이제 보니 우두머리 놈이 그 근처를 지키고 있는 거였다.


잠시 숨을 골랐다.


공략법은 찾았다. 이제는 돌파 뿐. 그 과정이 조금 거칠어도 괜찮을 거다. 어차피 이 놈들 언데드잖아.


'다리 좀 부러지고, 목 좀 부러진다고 안 죽지.'


아예 마법으로 태우거나 하진 않을 거다. 그건 최대한의 자비였다.


멀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랜만에 쓰는 제대로 된 전투 마법이다보니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 했다.


그 순간.


멀린은 눈을 가라앉혔다.


'조금은 다르게 해볼까.'


이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마법을 쓰는 건 예전과 다를 바가 없다. 나름 3위계까지 초고속으로 오른 멀린이 쓸 마법 치고는 조잡했다.


그래서 계산했다.


감으로 때려맞출 생각을 버리고, 지팡이에 술식을 새겨넣었다. 마법진을 눈으로 그리며 마력을 배열했다.


시전된 마법은 3위계···에서 조금 더 서비스를 넣은 폭풍.


마력이 모인다. 오랜만에 느끼는 저릿거리는 통증이 손에서부터 빠져나가 지팡이에 담긴다.


그렇게 완성된 마법이 멀린의 눈 앞에서 불던 바람에 실렸다. 3위계 바람 마법과 폭풍 사이니까, 이름은 대충.


"칼바람."


서걱.


멀린이 앞으로 향한다. 멀린을 휘감은 바람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멀린에게 곡괭이를 휘두르던 언데드의 팔이 깔끔하게 잘린다.

멀린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던 녀석은 다리가 잘려 바닥에 미끄러졌다.


하나 둘 씩. 멀린의 경로에 있는 녀석들이 무력화된다. 멀린의 눈이 바쁘게 움직이며 적절한 곳에 적절한 마력을 부여해 마법을 시전했다.


그렇게 녀석들의 우두머리에 거의 도달했을 때쯤, 멀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너무 준 모양이야."


뒤에서 휘둘러오는 검을 지팡이로 막는다. 지팡이가 튕겨져나갔다. 확실히 다른 놈들과는 달랐다.


'그래봤자 중급 언데드지만.'


이성을 잃은 프레드가 멀린의 어깨에 검을 쑤셔넣는다. 확실히 태가 달랐다. 정확하게 들어오는 검에 등골이 서늘할 정도다.


멀린은 침착하게 마력을 거뒀다. 지팡이를 잃었어도 할 일은 단순했다.


'칼바람.'


프레드의 손이 잘린다. 검이 힘없이 떨어지고, 멀린의 눈 앞에서 바람 한 점이 또 불었다.


"음."


철푸덕.


두 다리가 잘린 프레드가 모양 빠지게 자빠졌다.


'조금 깊었군.'


멀린은 몸을 숙여 발악하는 프레드를 거꾸로 들어 잘린 다리를 바라봤다. 남은 팔을 휘두르길래 팔도 일단 잘랐다.


다리를 자세히 보니 단면이 살짝 거칠었다. 멀린의 계산이 불안정하다는 의미였다.


'빠르게 하면 계산보단 감에 의지하게 되는 모양이야.'


습관이었다. 효과는 확실했지만, 이래서야 효율적이진 않았다.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멀린이 눈을 번뜩였다. 바람을 불렀다. 오차를 계산했다. 3위계 마법 중 바람을 부르는 술식을 다시 떠올리며 계산을 마쳤다.


"이 정도면 어떨까."


손을 뻗었다.


삭.


이번엔 잘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 깔끔한 절단이 이어졌다. 시전 속도도 전과 달랐다.

폭주하던 언데드가 쓰러지고, 그 자리에 남아있던 응축된 마력도 절삭한다.


파아앗.


그렇게.


"괜찮네, 이거."


만족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윽. 이게 무슨."


프레드가 흙을 씹으며 말했다.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손과 다리가 빠져 있어 다시 한 번 크게 굴렀다. 진흙탕이었다.


"이런. 조심해서 일어나야지."


멀린이 다시 지팡이로 바닥을 찍었다. 복잡한 마법진이 이어지더니, 언데드들의 잘린 팔과 다리가 다시 봉합됐다.


프레드는 다시 봉합되는 손을 보다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되는 거였습니까?"

"이번엔 조금 대충이지만."


멀린은 머리를 긁적이며 프레드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해결은 했다."

"음. 면목 없습니다. 저까지 말려든 모양이군요. 원래는 이런 일이 없는데···."


멀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프레드가 물었다.


"혹시 왜 그런지 아시는 겁니까?"

"흔한 마력 폭풍 현상이다. 마나가 고이는 곳에 흐름이 생기고 비틀림이 생기면 바람이 불고, 폭풍이 생겨 마력이 생성되지. 너흰 거기에 휘말린 거고."

"아, 그럼 1층에서도 다들 그런 거였군요."

"아니. 1층에서는 그럴 만한 마력 폭풍이 일어날 수 없어."

"예?"

"여기가 과했고, 그래서 너까지 당한 거다."


의문 가득한 프레드의 눈에 멀린은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은 나도 몰라. 아무튼. 이제 너희들이 들어온 이 공간의 마력을 안정시켰으니 이제 괜찮을 거다."

"아, 다시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프레드가 작업을 시작하자, 멀린이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과거에 바람 정도 일으키는 마법은 흔했지."


그러자, 의자 뒤에서 간지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사해보니 전쟁 후의 마법과 닮아있긴 하더라고요."


레나가 의자 등에 등을 기댔다.


'조사라니.'


멀린은 잠깐 눈을 좁혔다가 말했다.


"이 공간이 완전한 건 아닌 모양이야. 마력 폭풍이라니. 10층이라면 일어날 만 하지만, 1층에서도 일어날 줄은 몰랐어."

"으음. 아무래도 제 마법은 미완성이니까요."

"그걸 줄이기 위한 마법 연구인가?"

"그런 셈이죠."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가라앉아있었다. 하지만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다.


뭐, 됐다. 이제 남쪽 구역의 개간도 조금 있으면 끝이 날 터였다.


'4위계라.'


그 동안 열심히 레나의 4위계 물 마법서를 읽었는데도 애매모호한 게 많았다.

형상을 의미하는 도형과 성질을 의미하는 획이 4위계 마법에서는 대뜸 하나가 되어있었으니까.


'그걸 한꺼번에 잇게 해주는 게 뭘까.'


잠깐 고민했다. 문득 손을 들어 물을 만들었다. 이번엔 완벽한 술식을 통한 마법. 감을 배제하며 완성한 마법을 바라봤다.


'이걸 밀도 있게.'


그러니까, 형상과 성질을 동시에 건드리는 행위가.


'이렇게였지.'


레나가 보여준 마법을 떠올리며 흉내낸다.


허나, 고작 흉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감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마법진, 마력 운용, 술식 계산을 이해한다.


동시에.


"하!"


멀린이 웃음을 터뜨렸다. 잇몸이 보일 정도로 가득 웃은 멀린이 말을 쏟아냈다.


"신체의 마나 회로를 마법진에 삽입하는 거였군. 인간은 이걸 어떻게 분석한거지?"


현대의 마법사들이 이걸 분석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지가 눈에 훤했다. 이건 고작 흉내로는 알 수 없는 대단한 응용이다.


"와아. 진짜 스스로 알아채셨네요."

"당연하지. 나는 고대엔 그저 그런 마법사였지만,"

"어쩌고저쩌고."


캐서린이었다.


쯧. 빌어먹을 근육 메이드가.


"흥. 주인님을 의자 뒤 바닥에 앉히고 혼자 의자에 앉는 하인이 어딨냐?"

"내가 먼저 앉아있었던 거다."


멀린은 기지개를 켰다. 오랜만에 전투 마법을 썼더니 마력이 탈진에 가깝게 줄었다. 나름 신경써준다고 세밀한 마법을 쓴 탓이었다. 마지막 4위계 마법을 이해하며 마나 회로가 조금 고생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내 마법 실력은 완벽하다는 거지."


그리고 그때, 프레드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 너 왜 다리로 삽을 파고 있어!"


멀린이 고개를 들었다.


"음... 왜 스켈레톤이 팔에만 살이 붙어있지?"


캐서린이 비웃는 게 보지 않아도 느껴졌다. 캐서린이 입을 열기도 전에 몸을 일으켰다.


주욱 의자가 밀리며 레나가 꽈당 엎어졌다.


"야, 너!"

"내 실수가 아니다."

"그럼 누구···."

"몰라."


멀린은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걸어가 언데드들의 팔다리 수리를 시작했다.


레나가 헛웃음을 뱉으며 멀린을 바라봤다.


"웃긴 마법사야, 진짜."

"무례한 놈이죠."


캐서린이 레나의 몸을 정리하며 언데드들을 돕는 멀린을 바라봤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녀석 같기도 하고.'


레나가 캐서린의 볼을 쿡 찔렀다.


"캐서린이 그런 표정 고위 언데드한테 보이는 건 처음이네."

"카악! 아니에요!"


캐서린이 기겁하듯 몸을 일으키길래 레나가 웃었다.


'4위계 마법 이해서는 필요없겠어.'


멀린을 보다 선물할 마법서를 떠올리고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쳤다.


"아, 그거면 되겠다."


고개를 들자, 멀린이 저 멀리서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아니, 이럴 리가 없을 텐데. 감으로 해서 그런가. 프레드 잠깐 손 좀 줘보게."

"또 자르시려고요?"

"한 번만. 정 그렇다면 팔이라도."

"이건 그냥 인체 실험이잖습니까!"

"닳는 것도 아니잖아. 언데드니까."


캐서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고작 사흘이 지났다.

멀린은 감탄까지 하며 남쪽 구역 한 쪽에 쌓인 돌들을 바라봤다.

확실히 언데드들의 노동력은 대단했다.


"이건 놀랍네."

"하하. 저희가 괜히 농부겠습니까."


당당하게 어깨를 올리는 프레드와 딱딱거리는 언데드들을 보다 피식 웃었다.


"너희 말고. 이거."


멀린은 전에 만들었던 지팡이로 언데드들이 부수고 캐낸 돌을 두드렸다.


청아한 소리가 공명하듯 울렸다.


'마석이군.'


이건 놀라울 일이었다. 마석은 멀린이 살던 시대에서 그렇게 구하기 쉬운 물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법을 쓸 때 이게 있으면 마력을 덜 수 있었다. 고급 지팡이의 재료로도 제격이고.


잠깐 두드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레나한테서 더 뜯어내야겠어."


아무래도 고작 농작물 값만 받을 순 없을 것 같았다.


'내가 그냥 꿀꺽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저번 캐서린과의 기싸움에서 레나의 손뼉을 떠올리고는 혀를 찼다.


"존나 아깝네. 내가 좀만 더 힘을 찾았어도..."


묘하게 불경한 말에 프레드가 모른 체하며 언데드들과 움직였다. 스켈레톤들마저 고개를 저으며 딱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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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석 24.09.09 7 0 13쪽
» 전투 24.09.08 6 0 13쪽
7 200년 전의 마법사 24.09.07 7 0 12쪽
6 프레드 24.09.06 8 0 13쪽
5 퇴비통 24.09.05 12 0 13쪽
4 이슬비 24.09.04 15 0 16쪽
3 마법 24.09.03 23 0 14쪽
2 레나 24.09.03 30 0 14쪽
1 부활 24.09.03 3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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