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네크로맨서의 수석 언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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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4:54
최근연재일 :
20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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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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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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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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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DUMMY

개간을 위해 필요한 마법은 단순했다.


땅에 퍼뜨린 마나에 감지되는 이물질을 확인해 하나하나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빼내는 것도 따로 염동 마법을 활용하면 가능했다.


멀린은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비슷한 마법을 알아.'


마족들이 쓰던 부유 마법이나 염동 마법과 형태는 비슷했다. 마법진의 형상도 비슷했다.


다른 점은, 그 마법진이 의미하는 바였다. 복잡한 계산 없이 추상적으로 구현된 마법이 마족의 것이라면, 인간의 마법은 철저한 계산을 통해 구체적으로 구현되어야했다.


멀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이 공간은 밝기만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좌우로 손을 펼쳤다.


왼손에서 퍼지는 마력은 순수하게 멀린의 것이었다. 감과 추상적인 마법진에 의지한 마법이었다.

오른손에서 퍼지는 마력은 처음부터 마나를 계산하여 움직였다. 자세한 수식과 그 마법진에 그려진 획들의 의미를 이해하며 익혀낸 인간의 마법이었다.


동시에 쓰는 다른 방식의 같은 마법이다. 그 차이를 알고 싶었다.


마침내 마법진이 빛난다. 달궈뒀던 마력이 흘러들어가 마법이 시전된다.


왼쪽에서 뻗어져나간 마법이 거칠게 땅을 훑어낸다. 동시에 발견해낸 이물질을 위로 뽑아냈다.


오른쪽에서 뻗어나간 마법도 마찬가지였다. 비교적 정밀하게 움직인 마법은 땅 위로 이물질들을 꺼내는 데에 성공했다.


숨을 가볍게 피식 웃었다.


'마력의 소모는 왼쪽이 두 배.'


쉽게 말해서 단순하게 효율만 따지고 들었을 때도 두 배 차이가 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이쪽이 더 확실해.'


현대의 마법으로 행한 땅은 필요한만큼 정확하게 땅을 골랐다. 반면, 멀린의 마법은 철저하다 못해 과하게 땅을 조사놨다.


둘 다 의미가 없진 않았다. 전투에서는 과할 정도로 확실한 마법이 더 효율적이기도 한 법이다. 다만, 필요한 만큼 마력을 분배해 정확한 마법을 쓰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었다.


'으음.'


어떻게 보면 양극단의 차이였다. 인간과 마족이 다르니 어쩔 수는 없다만.


잠시 고민하던 멀린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막 마법 몇 개를 익힌 주제에 그 효용성을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기사 지망생이 검을 들자마자 오러를 뿜기를 바라는 오만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일단은 뒤지게 써봐야겠군."


마나 호흡을 지속하며 천천히 회로를 달궜다. 꽤 긴 마법이 될 터다. 이 땅 전체를 고르려면.


'일주일인가.'


쉬지 않고 마법을 써야한다. 그나마 언데드라 지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잡념을 털어냈다. 곧장 마력을 일으켰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


***


"너어···."


캐서린이 입을 떡 벌린 채로 멀린을 바라봤다. 중앙 한 쪽에 쌓인 돌무더기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감히 종을 울리기에 벌써부터 포기하는 거냐고 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이건.


"정말 다 해냈어···?"

"어렵진 않았다. 귀찮은 게 문제였지."


어렵지 않아? 아무리 중앙 구역만이라고 해도 이곳의 땅의 면적은 어지간한 마을의 부지 이상이다.

기사나, 농사꾼도 아니고, 이제 막 깨어나 마력도 제대로 쌓지 않은 마법사가 할 일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그저 그런 마법사였다며?"

"흐흠. 과거를 미개하다 치부하는 녀석들이 있지만, 원래 그런 시대에 낭만이 있는 법이다. 그 시대의 그저 그런 마법사가 현대의 천재 마법사일수도 있는 법이지."


'개소리라고 하지도 못하겠어."


눈에 보이는 게 있으니 저 우쭐거리는 얼굴을 비웃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뭐야?"

"개간의 의미가 정확히 뭔지 묻고 싶어서다."

"땅을 고르고, 작물을 심을 수 있게 준비하는 것까지야."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따라와봐라."

"어?"


멍을 때리다가 뒤늦게 따라오는 캐서린을 바라봤다. 몸을 숙여 흙을 들었다.

그냥 흙이었다. 딱히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캐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왜?"

"음. 너는 메이드라서 농사 안 짓냐?"

"당연하지. 내 역할은 따로 있으니까."

"어휴."


기분 나쁜 한숨에 캐서린이 입을 열려 하자.


"잘 봐."


멀린이 검지 손가락을 들었다. 부드럽게 휘감기는 묘한 바람과 함께 작은 물방울이 나타났다.


"허접하네. 이거 보라고 날 부른거야?"

"아니, 자세히 봐."


멀린이 물방울을 흙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흙이 물을 흡수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냥 아래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멀린이 다시 들어올린 흙은 물을 머금긴 커녕 삭막하게 말라있었다.


오래된 땅이 분명하다. 조금만 더 놔뒀으면 사막과도 다를 바가 없어질 거다. 흙을 살리기 위해선 일단 지금의 것으로는 부족했다.

지금까지 땅을 뒤엎었는데도 젖은 흙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다른 마법을 쓰기에, 멀린은 농사를 위한 마법 같은 건 배운 적이 없었다. 이런 흙으로 창을 만들어 쏘아내는 거면 몰라도.


'그렇게 보면 완벽한 흙이긴 한데.'


고개를 저은 멀린이 이제 캐서린을 바라봤다. 생각을 이어가던 캐서린이 뒤늦게 깨달은 듯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정말 근육 메이드가 맞군.'


속으로 혀를 찼다.


"아?"


그런데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길래 말을 덧붙였다.


"이래선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음."

"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지."


멀린은 몸을 일으켰다.


"그래서 날 부른 이유가 뭐야?"

"물을 흙에 붙일 마법이 필요하다."

"뭐?"

"흙을 살리려면 수분을 머금게 해야한다. 최소한 작물을 재배하려면 그렇게 해야하지. 그런데 이 꼴로는 이도 저도 안 될 게 분명하다. 흙에 점성을 부여해 물을 부여잡을 마법을 원한다."


자세한 설명에 캐서린이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그래. 뭐. 일단 레나 님께 전해둘게."


그렇게 말한 캐서린이 멀린을 바라봤다. 멀린이 미간을 찌푸리자 캐서린이 괜히 신경질을 내며 멀린에게 다가왔다.


본능적으로 머리를 막았지만, 캐서린은 멀린의 품을 뒤졌다.


"윽. 우리 본 지 아직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래도 되는 거냐. 사내 연애는 일러."

"닥쳐. 그거 아니거든!"


입술을 잔뜩 밀어낸 캐서린이 빽 외치고는 손을 흔들었다. 이제 보니, 레나가 건넸던 종이었다.


퍼억.


거칠게 다시 종을 건넨 캐서린이 멀린에게 말했다.


"내가 올 때까지 종 울리지 마."

"고민해보지."

"너 정말···."


짧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캐서린이 흙으로 돌아갔다.


그 사이 차분히 캐서린이 사라진 곳의 마력을 훑었다.


'이제 두 번.'


언데드의 역소환 마법을 본 게 두 번째였다. 처음에는 마력의 움직임을 훑었다면, 이번에는 마법진의 형상이 느껴졌다.


'따라하기까지 한 번 남았군.'


그의 특기는 흉내였다. 어떤 마법이든 웬만하면 세 번의 관찰 안에 따라할 수 있었다. 유일하게 열 번을 보고서야 따라했던 게 마족의 왕이 썼던 고유 마법이었던가.


하지만 이번에는 따라하지 않아야 겠다.


푸른 책에서 봤던 마법진의 구조에 따른 발현 방식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를 먼저 해보는 것도 재밌을 테니까.'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캐서린을 기다렸다.


잠시 뒤.


'늦네···.'


한 시가 급한데 이렇게 늦다니. 이건 어쩔 수 없었다. 멀린은 곧장 종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화악.


눈 앞에서 워프가 열리며, 레나와 캐서린이 도착했다.


어정쩡하게 들고 있던 종을 품에 넣으며 헛기침을 했다.


"빨리 왔군."

"야, 너···."


화를 내려다 레나의 눈치를 본 캐서린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보자."

"캐서린."

"하하. 농담이에요."


레나가 피식 웃고는 멀린에게 다가왔다.


"필요한 건 들었어요. 하지만 이 마법은 4위계 마법일텐데. 괜찮겠어요?"

"4위계라."


'이해하고 쓰기에는 무리가 있겠군.'


레나가 준 마법은 고작해야 2위계들이 고작이다. 그나마 3위계 마법 몇 가지가 섞여있을 뿐이었다. 4위계 마법을 이해하기엔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

술식이 제곱으로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필요하려나. 고대의 마법사들은 감으로 마법을 썼다고 하던데."

"고대까진 아니야. 고작 200년 지났을 뿐이다."

"흐음···."

"돌이 아니라 강철 정도는 들고 있었어."


레나가 잠시 눈가를 좁히길래 멀린이 혀를 찼다.


"그래, 강철까진 아니고 적당한 돌창 정도였지."

"하하. 그게 뭐야."


레나는 입을 가리며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관련된 마법서는 여기 둘게요. 아니면, 한 번 보여드릴까요?"


멀린은 반색하며 레나의 두 손을 잡았다.


"이왕이면 둘 다 가능하겠나?"

"···멀린?"

"아."


머리 위로 바람이 분다. 볼 필요도 없었다. 캐서린의 빗자루였다. 다만, 이번에는 오러는 일으키지 않은 모양.


멀린은 입매를 비틀었다.


'이 근육 메이드가 아직도.'


멀린이 마력을 전개했다. 전과 달랐다. 이제 그는 마법사니까.


순식간에 마력이 펼쳐진다. 공기를 찢어내듯 뭉친 마력은 그렇게 강한 보호막이 생성됐고.


카앙!


빌어먹을 근육 메이드의 빗자루가 튕겨나간다.


한 줌의 마력으로 완벽한 수비.


멀린이 캐서린을 보며 씨익 웃자 캐서린이 금방 빗자루에 오러를 둘렀다.


숨을 골랐다. 이번엔 좀 더 마력을 끌어모았다.


물론, 오러가 마법에 막힌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평범한 마법사들한테는 말이지.'


몸 속에서 가열된 마나 회로가 거칠게 흐른다. 달궈진 마력이 멀린의 손에 뻗어진 순간.


짝.


레나가 손뼉을 쳤다. 동시에 멀린의 마력이 해제되고, 캐서린의 오러도 푸쉬쉬 꺼졌다.


'이게 계약이군.'


멀린이 시선을 낮추며 지금의 감각을 복기했다.


"마법을 보여드릴게요. 마법서도 남겨줄 테고."


동시에 레나가 손을 튕겼다. 꽤 적당한 크기의 물방울이 나타났다. 그에 멀린의 눈이 커졌다. 약간 몽롱해지는 듯도 했다.


천천히 땅에 닿는 물방울은, 그 형태를 유지하며 땅에 묻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묻기만 했다.


"허어."

"어때요?"

"두 번만 더 보여줄 수 있나?"

"뭐, 그 정도야."


그렇게 레나의 시연이 끝나고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리는 간단했다. 마나의 농도를 올려, 마법 자체의 밀도를 상승시켰다. 흙보다도 밀도가 높게 만들어진 물방울은 당연하게 흙 밑으로 흘러가지 않고 위에 묻을 수 있는 거였다.


'정말.'


헛웃음을 내뱉었다. 순수하게 감탄하며 레나를 바라봤다.


마법을 응용하는 방법에 있어선 말도 안 되는 재능이었다. 단순하게 더 강하고 세밀한 마법을 쓴다고 얻을 수 없는 상상력이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네크로맨서가 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떠올릴 정도다.


저도 모르게 나가는 손을 겨우 참아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천재가 맞아."

"윽. 저번에도 그러더니."


레나가 괜히 구렛나루를 긁적이며 뒤로 물러났다.


"어쨌든. 이제 된 거죠?"

"그래."

"그럼 다음 번엔 맛있는 감자를 준비해줘요. 기대할게요."

"최고의 감자로 대접하지."

"하하."


레나가 손을 가볍게 흔들고는 만들어낸 워프 게이트로 들어갔다.


캐서린이 뚱한 표정으로 멀린을 바라봤다.


"정말 세 번 본 것만으로 할 수 있어?"

"그렇···지는 못하겠지."


하마터면 순순히 답할 뻔 했다. 고작 세 번 보고 마법을 따라하는 걸 보여주면, 정체를 시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정체를 밝히는 건 득은 없이 혹시 모를 실만 늘리는 일이다. 굳이 밝힐 필요도 없어 보이고.


그러니 마법을 쓰기 전, 하루 정도는 레나가 건넨 마법서를 읽어야겠다.


캐서린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묘하게 아니꼽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마법서를 읽는 게 의미가 없진 않았다. 오히려 이 마법 하나만을 위해 레나가 준비해준 만큼, 4위계 마법을 쓰는 방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완전히는 이해 못해도.'


쓰다 보면 감을 잡을지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 캐서린이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할 때, 멀린이 대뜸 손을 뻗었다. 이 정도면 뜸은 충분히 들였다.


'마나의 농도.'


그건 마력의 집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상급 마족들의 마법을 따라하는 것과도 같았다.

녀석들은 같은 마법이라도 중급 이하의 마족들과는 결이 달랐었다. 그때 봤던 게 딱 이런 느낌이었다.


'이걸 흙에 띄우는 걸로 할 수 있을지는 몰랐지만.'


다시 생각해도 레나의 응용력은 말이 안 됐다.


잠시 상념하던 멀린은 가볍게 호흡하며 마력을 조정했다. 수식의 숫자들은 감으로 때려넣었다. 어느 정도 비효율성이 작용해도 어쩔 수 없었다.


언젠가 이 오차들이 줄어들 때가 오히려 더 기대되기도 했다.


'엉망일수록, 나아질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래도 마법서를 읽어서 그런지 완전히 엉망은 아닐 터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술식을 전개했다. 단순하게 모여든 물방울이 모이고 모여, 크게 완성된다. 그때, 멀린이 혀를 차며 주먹을 쥐었다.


촤륵.


잠깐 물방울에 물결이 생기는 듯 하더니 아주 작은 소용돌이와 함께 뭉쳤다.


뚜욱.


물방울이 떨어졌다. 흙에 스며들었다. 흘러내려가지 않는다. 샛노랗던 흙이 묘하게 젖어들었다.


몇 번의 재시도에 어느새 흙은 천천히 갈색을 띄기 시작했다.


"어어?"


캐서린이 눈을 크게 떴다가 애매한 표정으로 멀린을 바라봤다. 멀린은 잔뜩 웃고 있었다. 하지만 캐서린이 보기에 이 마법은.


'뭔가 좀 그런데.'


물론, 확실히 멀린은 대단했다. 고작 세 번 마법을 보고 하루 마법사를 읽은 것만으로 그 마법을 따라하다니.

마법에 대해 잘 몰랐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하루만에 새 마법을 익히는 게 쉬워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는 한 세월이야."


캐서린의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렇게 한다면 한 세월이겠지."


씨익 웃어보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캐서린이 미간을 찌푸리자, 멀린이 잠시 숨을 골랐다.


뜸을 들이는 동안 모았던 마나를 전부 마력으로 치환했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


동시에 마력을 조정했다. 거대한 마법을 시전할 생각이었다. 이럴 때는 복잡한 수식보다는 감과 어림이 꽤나 유용했다.

틀릴 생각은 안 해도 좋았다. 이건 전생에서도 정말 많이 썼던 마법이니까.


"마음만 같아선 시원하게 내리게 하고 싶지만."


아직 마력이 부족했다. 하늘에서 가득 뭉치기 시작한 마나들을 마력으로 이끌었다. 휘젓고 또 휘젓자 어느새 옅은 구름이 모인다.


캐서린이 그를 보다 입을 떡 벌렸다.


"너 설마."

"음."


멀린이 뻗은 손을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비를 내릴 생각이다."


토옥.


캐서린의 콧잔등에 작은 물방울이 떨어진다.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거였다. 마력의 조정으로 밀도 높게 조정된 비였다.


멀린은 손을 뻗으며 가볍게 웃었다.


"뭐, 아직은 이슬비 정도지만."


쏴아-. 부드럽게 떨어지는 이슬비가 고요하게 멀린의 어깨를 적셨다.


작은 입자의 이슬에 빛이 반사되며 멀린의 어깨에 무지개가 어렸다. 무지개는 멀린으로부터 하늘로 뻗어나가는 듯 했다. 마치 이제 시작이라는 듯, 멀린은 그 무지개를 바라보고 있었다.


캐서린은 저도 모르게.


'아름다운 마법이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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