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 네크로맨서의 수석 언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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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3 14:54
최근연재일 :
2024.09.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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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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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

DUMMY

"진짜 어이없네, 너."


멀린은 열심히 마법을 연습 중이었다. 4위계로 넘어갈 때 필요한 마법서는 지금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혼자서 4위계의 벽을 뚫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어이."


3위계 마법의 형식은 이해했다.


원으로 가둔 마법진에, 형상을 뜻하는 도형을 그려넣고, 성질을 의미하는 획을 긋는다. 그걸 절묘하게 이어 완성하면, 3위계 마법이 만들어진다.


몸에 완성한 마나 회로를 이용해 마법진에 마력을 적절히 분배하면 완벽한 마법이 하나 완성된다.


마족의 것과도 느낌이 비슷했지만, 이것저것 공정이 추가된 느낌. 편하긴 했지만 복잡하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어쩔 수 없나.'


"내 말 듣고 있어?"


멀린이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3위계 마법으로 칠 만한 기본 마법들을 익히고, 자신이 알고 있던 마법도 3위계로 다시 정리해보고 있었다.


"음. 이제 들리는군."


캐서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돌리며 멀린의 밭을 바라봤다.


"이렇게 쉽게 대규모 밭을 관리할 줄은 몰랐는데."

"이래서 마법이 좋은 거다. 딸깍만 하면 되니까."

"미친 놈."


캐서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딸깍을 못해서 고생하는 언데드들이 몇인 줄이나 알까?

멀린의 밭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의 밭을 일구느라 고생중인 언데드 마법사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쪽 구역은 언제 개간할 건데?"

"아, 남쪽 구역."


멀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못하겠던데."


담담히 포기를 선언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남쪽 땅은 중앙 구역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죽어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과하게 살아있었다.


"흠. 해보지도 않고?"

"그래. 굳이 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는 법이지. 너 같은 근육 메이드는 모르겠지만."

"야."


휘둘러지는 빗자루를 가볍게 피했다. 캐서린이 미간을 찌푸리자 멀린은 말했다.


"설명해도 알지 모르겠지만, 저 곳의 마나 농도는 과하더군. 중앙과 비할 바가 아니야. 오죽하면 저 땅에 박혀있는 돌을 꺼내는 마법이 안 들 정도다. 그렇다고 출력을 올리자니, 시간이 너무 들어. 중앙 밭을 관리할 것도 생각하면 더 힘들지."

"힘들어도 할 순 있는 거 아냐?"


멀린은 저번에 레나가 키워낸 감자를 하나 씹어먹으며 말했다.


"그럼 마법을 연구할 시간이 줄어들잖아. 이제 막 재밌어지기 시작했는데."

"중앙 밭은 부지런히 했었잖아."

"그땐 아는 게 없었으니까. 원래 아는 게 늘어날수록 더 배우고 싶어지는 법이지."


캐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럴지도."

"모르잖아."

"너 자꾸 나 무시하는데. 나도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한 적이 있어."


빗자루를 빛내는 캐서린. 멀린은 어깨를 으쓱였다. 흥 하고 돌아서는 캐서린을 보다가 멀린이 물었다.


"그러고보니 넌 대체 뭐지?"


캐서린이 무슨 말이냐는 듯 귀를 쫑긋거린다. 멀린은 신기하게 귀를 쳐다보다 헛기침을 했다.


"여기가 레나의 언데드들이 모인 공간이고, 너도 언데드라는 걸 안다."


캐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오러를 일으킬 정도로 강한 네가 고작 메이드를 하고 있냐 그거야. 저번에 보니 취미로 하는 것도 아니고 꽤나 진심이던데."


멀린의 말에 캐서린이 눈을 크게 뜨고는 귀를 쫑긋거렸다. 당황한 기색이 대놓고 티가 났다.


'맹수의 울음을 들은 토끼 같군.'


잠시 침묵하던 캐서린이 빗자루를 뒤로 잡으며 몸을 돌렸다.


"난 레나 님의 경호 기사였어."


'의외로 순순히 밝히네.'


그런 생각을 어떻게 알아챈 건지, 캐서린이 빗자루 끝으로 멀린을 쿡 찌르며 말했다.


"어차피 알게 될 거니까 말하는 거야."

"그렇다 치자."

"아무튼. 알다시피 네크로맨서의 마법은 조금 괴팍하니까. 레나 님한테는 시종도 하나 안 붙어서 열심히 내가 한 거지."

"그러다 죽었군."


캐서린이 시선을 내렸다.


"응. 뭐, 그런 셈이지."


멀린은 차분히 캐서린을 바라봤다. 침묵을 유지하자 캐서린이 고개를 털었다.


"됐어. 여기까지야."


멀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캐서린이 능청스러운 멀린을 보다 말했다.


"그럼 너는? 너는 어떤 사람이었는데?"

"말했잖아. 마법이 인간에게 막 퍼질 시점의 그저 그런 마법사였다고."

"그건 저번에도.... 에휴, 됐다. 치사한 놈."


캐서린이 멀린의 종을 가져가려 손을 뻗었다.


그에 멀린이 말했다.


"아, 잠시 기다려봐."

"왜?"

"남쪽 구역을 일굴 일꾼들이 있나 묻고 싶은데."

"일꾼이라."


캐서린이 잠시 멀린을 바라봤다.


"있긴 해."

"있긴 하다는 건?"

"으음. 그 녀석들을 쓰려면 찾아가야 하는 언데드가 하나 있어. 그 녀석 허락이 없으면 불가능할 걸."


허락?


'레나한테 그냥 해달라고 하면 안 되는건가.'


언데드 주제에 무슨 허락을 요구한단 말인가. 시키면 빠딱빠딱 할 것이지.


"너 지금 표정 되게 기분 나쁜 거 알아?"

"내가?"


캐서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언데드라는 걸 잊지 마. 누가 보면 네가 내 주인인 줄 알겠어."


호오. 멀린이 기분 나쁘게 미소 짓더니 종을 꺼냈다. 캐서린이 마주 웃으며 빗자루를 빛낸다.


'한 번 서열정리를 할까.'


고민하다가 한 수 굽혔다. 어차피 당분간은 도움을 받아야하는 처지였다.


멀린은 종을 조심히 거뒀다.


"뭐, 아무튼. 가볼래?"

"1층인가."

"응."

"1층은 또 오랜만이군."


멀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캐서린이 멀린이 건넨 종을 울렸다.


'다른 언데드라.'


사라지는 캐서린을 보다 멀린은 생각했다.


멀린이 1층에 있을 때 본 언데드들은 대부분 멍청하게 일만 하는 시체들이었다.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평범한 언데드들은 대부분이 정신이 빠져있는 놈들 투성이였다.


그런데 허락이라.


'레나의 마법은 독특하군.'


멀린은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그 동안은 대충 그러려니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묘했다.


그야, 원래 네크로맨서라면 언데드를 인형으로서 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레나의 마법은 아니었다. 오히려 인격을 완전히 살리는 데에 중점된 마법이었다. 멀린도 그렇고, 캐서린도 그렇다.


레나가 걷고자 하는 마도는 무얼까.


멀린은 잠시 고민했다.


'완전한 부활.'


하나 답이 나오긴 한다. 멀린으로서 대충 증명된다. 하지만 완전이라는 말은 조금 위험하다.


주변을 둘러봤다. 여긴 레나가 만든 공간이다. 이 안에서 의식을 유지하고 몸체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완전한 부활일까?


'내가 바깥에 나가도 몸이 유지될지는 모르지.'


어쩌면 나가자마자 시체로 쓰러질 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신체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내 의무인가.'


몸에 마나를 쌓고, 마력을 비축해 스스로 신체를 완전하게 만든다면 또 달라질 지 모른다.


사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지.'


멀린은 혀를 차며 감자를 입에 물었다.


눈 앞에 생기는 마법진을 보다가 피식 웃고는 발을 들였다.


***


"프레드입니다."


멀쩡하게 자기 소개를 하는 남성을 바라봤다. 여러 군데를 기운 갑옷을 입고, 손을 내미는 언데드.


'음.'


팔 한 쪽이 이상하고, 가슴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다행인 것은 그 안 쪽이 마감처리가 되어있어 내장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과, 멀린은 비위가 좋다는 점이었다.


'이게 언데드지.'


그 동안은 외형이 완벽한 캐서린을 보다 보니 인식이 흐려질 뻔 했다.


원래는 이런 언데드가 어디서나 볼 법한 흔한 거다. 인격이 있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멀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프레드의 손을 맞잡았다.


"멀린이다."


악수를 하려 손을 흔드니, 갑자기 손이 톡하고 빠졌다. 너무 깔끔해서 뭔가 장난을 친 게 아닌가 싶었다.

허나 프레드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었다. 당연했다. 멀린이라도 자기 손이 뽑히면 기분이 안 좋을 것 같았다.


짧게 말해서.


음. 첫인상이 조졌군.


멀린은 빠진 손과 프레드의 시선을 번갈아 보다가 슬쩍 멀린의 손을 대충 끼워줬다. 어떻게 나름대로 잘 맞는 것이 원래 그런 모양이었다.


'내 잘못은 아닌 듯 하군.'


"하하. 미안하네."


어깨를 툭툭 치자, 손이 다시 빠졌다. 얼떨결에 조롱을 갈긴 모양새가 됐다. 멀린은 헛기침을 했다.


"······."

"······."

"실례하지."


다시 몸을 돌려 돌아가려는 멀린을 캐서린이 다시 잡아 세웠다.


"이 미친놈아. 어디 가려고."

"남쪽 구역은 포기하는 게 어떨까."

"농담이지?"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농담이지."


몸을 돌려 자기 손을 주섬주섬 끼우는 프레드를 바라봤다. 이렇게 된 거 만회할 수밖에 없었다.


캐서린의 말대로라면 1층의 최외곽 땅을 일구는 최하급에서 하급 언데드들의 통솔자가 이 녀석이었으니까.


이 녀석이 없으면 다른 놈들한테 부탁해야하는데.


'그건 힘들다고 했던가.'


언데드들 중 그나마 고르고 고른 정상인이 프레드라고 했다.


쯧. 짧게 혀를 찬 멀린은 프레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팔 좀 내밀어줄 수 있겠나?"


프레드가 눈을 좁히자 멀린이 말했다.


"내가 고칠 수 있을 거 같아 그런 거다."

"...그러죠."


멀린이 프레드의 손을 프레드의 손목에 잘 맞추고는 손을 댔다. 마력을 잠깐 일으켜 움직인다. 복잡한 마법은 아니었다.


마력을 일으켜 손가락을 튕겼다. 마력이 형상을 띄며 작은 바늘이 완성됐다. 길게 마력을 뽑자, 바늘에 실이 달린 듯한 모양새가 됐다.


'후우.'


집중하듯 움직였다. 손목의 사이를 유영하듯 움직인 바늘이 프레드의 손과 손목을 꿰었다.


"음. 됐군."


이제는 힘껏 잡아 악수를 해도 괜찮을 거다.


'이것도 오랜만에 쓰는 마법이야.'


전쟁에서는 허구한 날 쓰던 치료 마법 중에 하나였다. 그때는 투박해서 거칠었지만, 지금은 비교적 정밀했다.

중간 과정을 한 번 현대의 마법 식으로 조정해봤기 때문이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재밌었다.


"오."


프레드의 표정이 묘하게 밝아졌다. 자기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크게 놀랐다.


"움직이는군요."

"이래 뵈도 전문 봉합사거든. 내가."


붕붕 돌리는 팔을 보다가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괜찮을 거다."


'팔까지 떨어지진 않는군.'


봉합 마법을 한 번 더 써보고 싶었는데. 이번엔 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뜯을까. 생각하던 중에 프레드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일손이 필요하다 들었습니다."

"아, 그랬었지. 참."

"따라오시죠."


뒤도는 프레드에 멀린이 슬쩍 캐서린을 바라봤다. 없었다. 대화가 성사된 걸 보고 할 일을 하러 간 모양이다.


'땅으로 들어갔나, 하늘로 솟았나.'


어디에도 안 보이길래 그냥 프레드를 따라갔다.


1층은 확실히 독특했다. 안에서 바깥으로 갈수록 언데드들의 상태가 구려졌다.


솔직히 자신을 이끌고 가고 있는 프레드도 그랬다.


'신체가 불완전하군.'


이제 보니 손만 문제가 아니다. 걷는 폼이 매우 불안정 한 게, 여기저기가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인격은 적당히 자리잡은 것 같고.'


프레드는 등급으로 따지면 중급 언데드라던가.


보면 볼수록 기이한 마법이었다. 흥미로운 마법이기도 했다.


그 사이, 어느새 1층의 최외곽에 도달했다. 이 곳의 땅은 10층의 외곽과는 달리, 그렇게 마나 농도가 높지 않았다.


'쯧. 캐서린이 10층을 줄 때 비웃던 이유가 있었어.'


진짜 버려진 땅이었던 모양이다.


"이 구역을 일구는 언데드 일꾼들을 지휘하는 게 접니다."


프레드의 말에 고개를 들자, 이번에는 아예 인격도 신체도 애매한 썩은 살점만 붙은 해골들이 땅을 일구는 게 보였다.

솔직히 되게 허약해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렇지 않았다. 정말 능숙한 농부처럼 농사를 짓고 있었다.


뼈만 남은 것들이 땅을 두드리는 모습이 참으로.


"옹골차군."

"하하. 다들 이골이 났으니까요."

"자네처럼 말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뭐, 그렇지만 대충 자아는 있는 모양입니다."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애초에 마나 농도가 높은 건 마법 저항에 문제가 생기는 거지, 물리적인 충격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저 해골들이 열심히 땅을 부수면 바위도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터.


"빌려줄 수 있겠나?"

"으음... 지금은 바쁩니다. 저희도 이제 막 땅에 거름 작업 중이라 조금 걸릴 겁니다."

"하하. 그거라면 됐네."


멀린의 말에 프레드가 고개를 갸웃한다.


"말했던가? 내가 마법사라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의 프레드에 멀린이 웃었다.


"내가 도와주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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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슬비 24.09.04 15 0 16쪽
3 마법 24.09.03 23 0 14쪽
2 레나 24.09.03 30 0 14쪽
1 부활 24.09.03 3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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