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가랑비가 내리던 어느 여름날.
학생 넷이 무리 지어 교문을 나섰다.
그들의 명찰에 각각 김시호, 이하린, 최재원, 장도훈이라고 적혀 있었다.
"야 다 어디 갈 거냐."
"글쎄. 피시방 고?"
그들은 하하 호호 나란히 걸어갔다.
뒤이어 어느 왜소한 아이가 그림자를 쫓듯 그들의 뒤를 따랐다.
"얘들아."
"아- 놀래라. 뒤에서 갑자기 말하지 마."
"놀랬으면 미안. 히히히."
왜소한 아이는 생긴 것과 다르게 웃음이 많았다.
덩달아 호기심도 많고, 아는 것도 많았다.
"얘들아~"
"왜. 할 말 있으면 뜸 들이지 말고 빨랑 말해."
"그 얘기 들었어? 비 오는 날 밤, 버려진 절에 가면 신묘한 힘을 가진 부적을 얻을 수 있데~"
"그런 시답잖은 소문을 누가 믿냐."
"소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그래서 뭐 어떻게 하자고."
"우리가 가서 확인해 보자."
아는 것이 많던 아이가 신이 난 듯 억양을 높였다.
"다 같이 가자 얘들아! 같이 있으면 무섭지 않을 거야."
"알았어, 생각해 볼게."
"정말?! 정말이지."
".. 근데 너 아까부터 왜 계속 우리를 쫓아오는 거야?
"그야 친구니까!"
"친..구? 우리가 원래 친했나?"
앞서 줄지어 가던 학생 중 하나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너 이름이 뭐였었지?"
"나? 재인이잖아. 너희들이랑 1학기 내내 단짝처럼 지낸 고등학교 친구."
재인이가 친구들의 뒤통수를 빤히 바라봤다.
"근데 그거 알아? 버려진 절은 도깨비가 사람을 꾀 내기 위한 미끼래."
이윽고 입꼬리가 찢어지도록 미소 지었다.
"재밌지 않아? 담력 시험 삼아 확인해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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