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도감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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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9.04 06:41
최근연재일 :
2024.09.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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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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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괴담 II

DUMMY

집안의 대들보가 무너지면 지붕은 삽시간에 내려앉는다.


지금 우리 꼴이 딱 그 모양새였다.


구심점이었던 아저씨가 가쁜 숨을 몰아쉴수록, 우리도 덩달아 패닉에 빠져들었다..


"ㄴ.. 눈... 가..ㅁ지.."


아저씨의 허리가 뒤로 꺾인 채 직각을 이루고 있었다.

기도가 꺾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고, 허리 통증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173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탓에 발버둥조차 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저씨 버티실 수 있겠어요?"

"ㄱ..감...자.."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관리자 측에서 도와주러 올 거에요."


관리자가 도와주러 올지 말지 나도 모른다. 단지 상황을 진정시키려 무작정 뱉은 말이다.


때마침 스피커에서 '치-치직' 스크래치 소음이 들려온다.


『작전에 참여 중인 D급 인원들에게 알립니다.』


『시스템 오류로 인해 잠시 정전 소동이 있었습니다.』


『동요하지 마시고 계속 작전을 진행하면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치-- 치직.』


시발 설마 했는데 역시나. 관리자들은 우릴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아저씨 조금만 버텨 보내세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쓸 테니까."


나는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봤다.


"저는 제갈재인입니다. 그쪽은 이름이 어떻게 돼요?!"

"저.. 저요? 저는 그.. 그냥.." "말꼬리 늘어뜨리지 말고 묻는 대로 대답해요. 꾸물거릴 시간 없으니까."

"저는 김백남이라고 해요."


아저씨, 나, 김백남.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


"아저씨 173 손에서 벗어날 수 있으시겠어요?"

"ㅇ.ㅇ..ㅏ.. ㄴ. 되.ㅣ."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면 제가 가까이 다가가서 도와드릴게요."

"오..즈..ㅢ...마."


격리실 입구가 닫혀 있는 탓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


선택사항이 없다.

여기서 가장 경험 많고 노련한 아저씨가 없다면 생존 확률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어떻게 해서든 구해야 한다.


"백남 씨 173 잘 보고 있어요. 그동안에 제가 173에게 접근할 테니까."

"눈 감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요?"

"뒤지고 싶지 않으면 적어도 10초는 버티세요. 정 못 버티겠다 싶으면 말해요. 제가 교대로 관측할 테니까."


아저씨를 구하려 앞으로 한 발짝 떼는 순간.. 격리실 밖에서부터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급 상황. 긴급 상황.』


『전 인원은 다음 지시가 올 때까지 현장에서 대기합니다.』


『다시 말한다. 다음 명령 전까지 전 인원들은 현장을 통제하고 대기해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리는 걸로 봐선 사단이 나도 제대로 난 듯싶다.


"재인 씨 어떻게 할까요? 우리끼리 괜찮을까요? 문이라도 두드려서 도움을 구하는 게?"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그치만 혹시 모르잖아요."

"도와줄 생각이었으면 벌써 와있고도 남았어야죠. 괜한 소리해서 집중력 떨어뜨리지 말고 관측이나 똑바로.. 어?"


하얀 가스를 내뿜으며 격리실 문이 열렸다.


"재인 씨 미안해요. 미안해요."

"왜 사과해? 야! 딴생각하지 말고 똑바로 보고 있어."

"제가 밖에 가서 도와줄 사람을 찾고 올게요."

"시발새끼야!! 너 혼자 도망가겠다고?!"


백남 저 개새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격리실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이제 173, 아저씨, 마지막으로 나. 우리들의 불편한 동거만 남았다.


"ㄴ.. 눈... 가..ㅁ지.." "아저씨 제가 어떻게든 눈 뜨고 있을 테니까 버텨 보내세요!!"

"누..눈.." 버텨보겠다고 시원하게 질러봤지만, 나도 알고 있다.


벌써 메마른 눈가가 따가워진다. 나는 오래 지나지 않아 눈을 깜박일 것이다.


"눈..감아 줘.." 이런 젖먹던 힘까지 내서 말한다는 게 저 말이었나.


아무래도 그간 많이 아프셨나 보다.


***


[도감 소유자 제갈재인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사인: 교살]


[남은 부활 차수 2/3]


[...]


[...]


[...]


[부활합니다.]*** 『 SCP-173 격리실 정비 작전을 실행•••••』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가타부타 부연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어이 신참."

"아저씨 제 말 잘 들어요. 우리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173을 관측해야 합니다.""

"어.. 어?."

"손깍지로 신호를 주고받아야 하고요, 맞죠?"

"어떻게 알았어? 신참이 아니었던 거야?"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머릿속이 혼란스럽지만 하나씩 헤쳐 가려 한다.


"아저씨 만약 우리가 격리실 내부로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죠?"

"그야 명령 불복종으로 즉결 처분당하겠지?"

"처분?"

"관리자들이 언제 우리 같은 범죄자를 사람 취급이나 해줬어? 반항한다 싶으면 관자놀이에 총알부터 쑤시고 보는 거지."


OK. 일단 좋든 싫든 간에 격리실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지.


"강조드립니다. 살고 싶으면 질문 없이 제 명령(?)에만 따라주십쇼."

"젊은 친구. 내가 줄곧 이 구역을 도맡아 왔는데 누가 누굴 말을 따르라는 거야."


난생처음 보는 신입한테 자기 목숨을 맡길 사람은 없다.


생사가 오가는 이곳에선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저 치기 어린 투정을 받아줄 마음은 없다.


나는 대꾸 대신 역으로 질문했다.


"여기서 라이터나 손전등 같은 물건을 가지고 계신 분 있을까요?"

"격리실 내부로 들어갈 때는 필수물품 외에는 가지고 갈 수 없어."

"없다는 말씀이죠?"


백남 씨가 손목시계를 내보였다.


"시간 확인용으로 허가받은 물건이에요. 세기가 약하지만, 밤에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백라이트 기능이 있어서요."


격리실 내부로 들어가면 얼마 안 있어 정전 사태가 일어날 거다.


그때를 대비해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고작 손목시계 불빛으로 가능할까?


"일단 알겠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잠시 그 손목시계를 가지고 있어도 될까요?"


손목시계를 건네받은 후 우린 격리실 내부로 들어갔다.


***


"청소는 제가 할게요. 아저씨하고 백남 씨가 손깍지 끼고 관측해 주세요."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 모든 조명이 꺼진다.


그 찰나의 순간 173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손목시계의 불빛이 필요하다.


백라이트 기능이라고 해봤자, 코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세기다.


고로 녀석의 윤곽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접근해야 한다.


"신참 정말 혼자서 청소할 수 있겠어? 저 녀석 배설물은 점성이 강해서 초짜가 다루면 오래 걸린다고."

"상관없어요."


어차피 우린 작전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죽거나 혹은 탈출한다. 청소 따윈 중요치 않다.


"어?! 부..불..?!" 치--치-이잉 두꺼비집이 내려가자마자 어둠이 번졌다.


나는 즉시 백라이트 기능을 활성화하고 녀석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제발. 제발. 통해라. 굳이 모습 전체가 다 보일 필욘 없잖아.


"다들 괜찮니?"


1회차 때와 같이 오래 지나지 않아 조명이 회복됐다.


"저는 무사합니다."

"저도 무사해요."


3명 모두 멀쩡했고 173은 제자리에 서 있었다. 계획이 성공한 듯싶다.


"긴장 풀지 말아요. 비상 방송이 울리면서 격리실 문이 열릴 겁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아까부터 말했잖아요. 질문은 안 받습니다."


이쯤 되니 다들 내 말을 신뢰하는 듯하다.


"작전, 관리자, 일상, 등등 다 잊어버리세요. 우리는 이제 돌발변수마다 임기응변으로 맞서야 합니다."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있을 턱이 없다. 왜냐하면 난 격리실 밖 세상이 어떤지 모르니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팀원을 다독일 명분이 필요하다.


비록 거짓으로 꾸민 명분일지라도.


"내통하고 있던 관리자가 있습니다. 그분과 함께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했으니까 잠자코 따라주세요."


가스 연기와 함께 격리실 문이 열렸다.


우리 셋은 녀석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뒷걸음질 쳤다.


"어이 신참."

"네."

"제갈재인이라고 했던가?"


아저씨가 내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내 이름은 장도한일세. 고마웠네."


[격리실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오셨습니다.]


***


[] 임무 []


축하합니다.


히든 임무 '눈먼 자들의 괴담'을 완료하셨습니다.


생존: 2/2


완성도: ☆☆☆☆☆


[] 닫기 []


[보상으로 추첨권 1회를 얻으셨습니다.]


[히든 보상으로 '요령 전수'가 강화되었습니다.]


***


난 소용돌이 치는 상태창에 빨려 들어갔고 눈을 떴을 땐 침대 위였다.


"아들 일어나! 또 지각하겠다."


반가운 목소리가 거실쪽에서부터 들려왔다.


"너 또?! 깨워도 안 일어나지!"


우리 엄마 목소리다.


"엄마가 깨우러 간다??!"


시발. 우리 엄마는 일본에 가 있는데.


"아들~~"


저 년은 누구인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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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24.09.04 4 0 -
15 에필로그 24.09.17 3 0 2쪽
14 도깨비 터(完) 24.09.17 3 0 14쪽
13 귀접(鬼接) 24.09.16 3 0 14쪽
12 홍청전(紅靑戰) 24.09.15 6 0 12쪽
11 소꿉놀이 II 24.09.14 7 0 7쪽
10 소꿉 놀이 I 24.09.13 5 0 5쪽
» 눈먼 자들의 괴담 II 24.09.12 6 0 9쪽
8 눈먼 자들의 괴담 I 24.09.11 5 0 6쪽
7 자살 좋아하세요 IV 24.09.10 5 0 12쪽
6 자살 좋아하세요? III 24.09.09 5 0 11쪽
5 자살 좋아하세요? II 24.09.08 5 0 9쪽
4 자살 좋아하세요? I 24.09.07 5 0 15쪽
3 흉가 체험 Ⅲ 24.09.06 6 0 8쪽
2 흉가 체험 Ⅱ 24.09.05 7 0 7쪽
1 흉가 체험 Ⅰ 24.09.04 14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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