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도감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용감한황소
작품등록일 :
2024.09.04 06:41
최근연재일 :
2024.09.17 18:1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89
추천수 :
0
글자수 :
60,226

작성
24.09.11 18:05
조회
5
추천
0
글자
6쪽

눈먼 자들의 괴담 I

DUMMY

괴담 도감의 역사적인 첫 기록이었다.


해냈다는 기쁨에 취하기도 잠시. 상태창이 번쩍거렸다.


[축하합니다. 도감에 괴담이 기록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추첨권 1회를 드립니다]


아낄 때가 아니므로 즉시 돌려 돌려 가챠판을 돌리기로 했다.


내가 명령을 내리자 상태창이 무형의 빛으로 변하더니 추첨권 모형으로 변했다.


[축하합니다. 히든 임무 '눈먼 자들의 괴담'을 뽑으셨습니다]


내 추측대로라면 말 그대로 일반적인 루트로는 얻을 수 없는 숨겨진 임무 같았다.


[해당 임무는 도중 포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임무를 수락하시겠습니까?]


[5]


[4]


상태창이 내게 준 시간적 여유는 겨우 5초.


고민할 새도 없이 '예' 버튼을 눌렀다.


[임무 '눈먼 자들의 괴담'을 수락하셨습니다.]


[스테이지로 넘어갑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


상태창이 블랙홀처럼 소용돌이치더니 나를 빨아들였다.


까맣기만 하던 배경이 조금씩 형태를 만들어갔고, 색이 입혀졌다.


"신참. 정신 똑바로 차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이곳은 숲도, 버려진 절도 아니었다.


정체 모를 밀폐된 실내였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총 3명의 남자가 있었다.


"야! 선배가 말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까닥 잘못했다가는 너 하나 때문에 여기 있는 사람들 싹 다 뒤진다니까?!"


아까부터 웬 남자가 신참 신참 거리면서 내게 언성을 높인다. 설마 그 신참이 나를 가리키는 건가?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스피커에서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 SCP-173 격리실 정비 작전을 실행하겠습니다.』


『 작전에 투입될 D 계급 인원들은 주의 사항에 유의하시기를 바랍니다.』


고막을 자극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붉은 색 조명이 반짝거린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사태 파악에 나섰지만, 별반 소득은 없었다.


대체 이곳은 어디고, 나는 무엇 하러 여기 있는 거지.


어? 벽면에 반사된 내 모습이 보인다.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오른쪽 가슴에 'D'라고,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다.


안내 방송에 말했던 D 급 인원이 나를 가리키는 것 같다.


[] 임무 []


<눈먼 자들의 괴담>


SCP-173으로부터 살아남으십쇼.


부활은 총 3회차만 주어집니다.

회차를 모두 소진 시 임무 실패로 간주합니다.


실패할 경우 패널티로 SCP-173이 현실에 구현됩니다.


[] 닫기 []


SCP 173.. SCP 173...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다.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는 괴담들을 복기하며 이름의 정체를 생각해 봤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신참. 유의 사항은 전부 확인했지?"

"예?"

"유의 사항 안 읽어?"

"아.. 그게.. 저.."

"하여튼 요즘 애새끼들 꼬라지 하고는."


50대 중반의 아버지뻘 남자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잘 들어. SCP 173을 시야에서 놓치면 안 돼. 적어도 우리 셋 중 한 명은 저놈을 계속 보고 있어야 한다고. 알아들었어?"


시야. 눈. SCP 173.


이제야 기억났다.


SCP 173은 생물의 시야에 들어왔을 때 움직임이 제한되는 괴물로.


만일 관측자(생물)이 눈을 감으면 매우 빠른 움직임으로 관측자에게 접근해 신체를 훼손한다.

말이 좋아 신체 훼손이지 사실상 즉사에 가까운 피해를 준다.


"너무 걱정하지 마. 육안으로 관측만 하면 되니까. 저기 CCTV 보이지? 관리자들도 두 눈 시퍼렇게 뜨고 173을 보고 있을 거야. 우리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한 별 탈 없어."


이윽고 사이렌 소리가 멎었고 격리실 문이 열렸다.


우리는 숨을 죽이며 내부로 들어갔다.


"윽- 이게 무슨 냄새."


찌린내? 쇠 냄새? 혈향?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구태여 일상의 언어로 풀이하자면, 장마철 습기를 타고 퍼진 여자 생리냄새 같았다.


"야 너희 둘, 내 말 잘 들어. 내가 173 씨다바리짓만 열 손가락이 넘어. 아마 D급 인원 중 최장 생존자일 거야."


우리는 토씨 하나라도 놓칠까 그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메뉴얼 좆 까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우선 둘이 손잡고 깍지를 껴. 그리고 173한테 멀찍이 떨어져."

"해.. 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교대로 5초간 눈을 뜨는 거야. 교대 신호는 깍지로 대처하고."

"깍지요?"

"눈 뜨고 있는 쪽이 깍지를 풀고 있어. 그러다가 눈이 피곤해지면 깍지를 쪼이면서 상대한테 교대 신호를 보내는 거야."


우리는 그의 지시대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눈을 감았다 떴다.


"이렇게요?"

"그래. 단 방금처럼 신호를 주자마자 눈을 감으면 안 돼. 잘못했다가는 교대하는 과정에서 둘 다 눈을 감는 불상사가 벌어져."

"그럼 어떻게···?" "신호를 보내는 쪽에선 1초 뒤늦게 눈을 감아. 어때 간단하지?"


꽤나 근사한 계획이었다.

하물며 저번 작전 때도 같은 방법으로 살아남았다고 하니 나름 검증받은 계획이다.


"어?! 시발 이게 뭐야? 신참 절대 눈 감지---"


하지만 인생은 실전이었고, 계획에는 매번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저씨? 아저씨?!!!"


치--치-이잉 두꺼비집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정적이 일렀고 실내가 암흑으로 물들었다.


빛이 차단되면 인간의 동공은 순간 마비가 되는 법. 이는 아주 지극히 당연한 신체 반응이다.


그러나 SCP 173이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1초가 안 되는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사람 목숨을 뺏어가기에 부족한 시간은 아니었나 보다.


"아저씨...." SCP 173이 정전을 틈타 아저씨의 상반신을 뒤로 꺾어버렸다.


아니, 90도 꺾어 버리는 중이었다.


우리가 관측했을 땐 딱 그 모양새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괴담 도감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 24.09.04 5 0 -
15 에필로그 24.09.17 3 0 2쪽
14 도깨비 터(完) 24.09.17 3 0 14쪽
13 귀접(鬼接) 24.09.16 3 0 14쪽
12 홍청전(紅靑戰) 24.09.15 6 0 12쪽
11 소꿉놀이 II 24.09.14 7 0 7쪽
10 소꿉 놀이 I 24.09.13 6 0 5쪽
9 눈먼 자들의 괴담 II 24.09.12 6 0 9쪽
» 눈먼 자들의 괴담 I 24.09.11 6 0 6쪽
7 자살 좋아하세요 IV 24.09.10 5 0 12쪽
6 자살 좋아하세요? III 24.09.09 5 0 11쪽
5 자살 좋아하세요? II 24.09.08 6 0 9쪽
4 자살 좋아하세요? I 24.09.07 6 0 15쪽
3 흉가 체험 Ⅲ 24.09.06 6 0 8쪽
2 흉가 체험 Ⅱ 24.09.05 7 0 7쪽
1 흉가 체험 Ⅰ 24.09.04 14 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