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부활한 축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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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윈리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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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윈리터나
작품등록일 :
2024.09.08 12:03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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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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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 매니저 최민경

DUMMY

9.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 매니저 최민경


고작 반코트를 전력질주 했다고 이렇게 쓰러지다니, 내가 봐도 한심스럽다. 나를 내려다 보는 램파드와 코치들, 그리고 통역사까지...


이렇게 쓰러진 나를 내려다 보면서 램파드 감독과 코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해! 난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그 모습을 보고 램파드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통역사에게 뭐라 말했다.


"감독님이 오늘 수고했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냥 누워 계세요. 일어나지 마시고!”


통역사가 몸을 일으키려는 나의 가슴을 누르며 말했다. 난 그녀의 손길에 다시 바닥에 픽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누운 채로 통역사에게 말했다. 치욕스러웠다.


"네 감독님 코치님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램파드 감독은 코치들과 함께 쓰러진 나를 두고 운동장을 떠났다.


멀어져 가는 그들의 모습이 눈 앞에서 희미해져 갔다. 눈이 서서히 감기면서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 이대로 누워 있다간 다신 못 깨어날 것 같았다. 살기 위해 있는 힘껏 통역사를 불렀다.


"저기 통역사님~”


그녀를 부르며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넵"


그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기... 물 좀 주세요... 죽을꺼 같아요”

“물이요? 잠시만요.”


통역사는 물을 가져오기 위해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고맙습니다”


그녀의 뒤에 대고 힘없이 외쳤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난 땡볕에서 정신을 잃었다. 눈을 감고야 말았다. 이대로 죽는건가? 반코트 전력질주 했다고 이렇게 된 거면 그냥 죽자...


서서히 죽어가는 그때 통역사가 내 얼굴에 물을 뿌렸다.


“아 차가!”

“정신 차려요!”


어깨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난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떳다. 통역사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저 좀 일으켜 주세요"


난 그녀의 도움을 받아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테스트에 온 힘을 다 쏟아 부워서 스스로 물 마실 힘도 없었다. 그녀가 가져온 1.5리터짜리 포카리스웨트가 너무 무거워 손이 벌벌 떨렸다.


통역사는 내 상태를 파악하고 뚜껑을 따서 내 입에 가져다 대고 천천히 기울였다.


"자~ 천천히 마셔요"


타들어가는 입에 물이 들어오니 정신이 번쩍들었다. 두 손으로 패트병을 쥐고 있는 통역사의 손을 붙잡았다. 1.5리터 포카리스웨트 한병이 금방 줄어들었다.


“천천히 마셔요. 그렇게 마시면 더 안 좋아요."


음료를 다 비우고서야 입에서 떼어 냈다. 그제야 내가 통역사의 손을 잡고 놓고 있지 않다는것을 알았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아... 머리가 아프고 토할꺼 같아요.”

“뇌랑 소화기관으로 향하는 피가 허벅지 근육으로 순간적으로 몰려서, 그런거니까 잠깐 그늘로 가서 쉬세요"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일어나요! 저쪽 그늘로 가죠"


통역사는 나를 일으켜 세워서 나무 그늘 밑에 있는 벤치로 이동시켰다. 나를 벤치에 눕히고 부채질을 했다.


통역사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약간의 웃음기가 섞여 있었는데, 묘한 수치심이 들었다.


“평소에 운동 안해요? 이거 뛰었다고 이렇게 기절하는 선수는 처음봐요. 그런데 축구는 또 잘하고... 신기하네요"


나를 자극하거나 조롱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네, 평소에 운동 좀 할껄 그랬어요”

“이렇게 체력이 약한데 어떻게 감독님한테 테스트를 봤어요?”

“체력이 실력을 못 따라간거예요. 체력 길러야죠 이젠"


이제 정신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 신음을 토하며 상체를 일으켜 벤치에 앉았다. 눈앞에 축구화가 보였다.


"아! 이거 축구화! 어떻게 하죠? 덕분에 면접을 잘 봤습니다!

“면접이요? 히히히 말을 웃기게 하시네요”

“면접 맞죠~! 근데 저 통과 한거죠?

“전 모르죠. 그런데 분위기는 좋았던거 같았어요. 그리고 그거 그냥 신으세요. 사이즈 맞아요?”

“네! 고맙습니다. 근데 이거 통역사님이 물어내야하는거 아니예요?" 비싸보이는데...”

"제가 돈을 왜 내요~그리고 원래 좋은 회사는 면접 떨어져도 차비랑 면접비 주잖아요! 면접비라고 생각하세요.”

“네? 저 그럼 떨어진건예요?”

“다음 소집때 부른거 보니 일단은 지켜보시는것 같은데...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월드콥 최종명단에는 못 뛸것 같은데요. 전력질주 한번하고 교체당하는거 아니예요?"

“그건 걱정 하지 마세요”


일어서서 몸에 붙은 잔디 조각을 털어냈다.


“감사합니다. 통역관님!”


난 인사를 하며 그녀의 오른쪽 가슴에 달린 플라스틱 명찰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최민경”이라고 써있었다.


“이름이 ... 최민경 통역사님?

“이름은 맞는데 사실 통역사는 아니예요”

“그럼 뭐하시는 분이세요?”

“전 국가대표팀 팀매니저예요. 통역사님이 오늘 휴가라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끌려나온거예요”

“우와!”

“뭘 우와예요. 이제 정신 차렸으면 집에 가보세요! 저도 일 때문에 가봐야 돼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소집일때도 혹시 볼 수 있나요?"

"네 당연하죠! 제가 선수들한테 다 연락하고 소집 일정 잡는데요"

"그럼 저 한테도 연락 주시는거예요?"

"음... 그래야 되나? 일단은 다음 소집때 제대로 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민경은 두손을 모으고 나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행동에 장난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 건물로 뛰어갔다.


“와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무슨 팀 매니저를 하냐”


나는 달려가는 민경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자리에 서서 지켜봤다. 모태솔로의 착각인가... 나한테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이 32년간 잠들어 있던 연애세포를 깨웠다.


민경의 모습이 사라지자, 나는 그라운드에 혼자 남았다. 아쉬움에 축구공을 가지고 트래핑을 몇번하다가 그만뒀다. 성공적으로 테스트를 마쳤고, 다음 소집때 들어오라는 소식도 들었지만 뭔가 공허했다. 그때, 운동장으로 민경이 뛰어왔다.


“저기요! 정영수님!”

“네!?”

“제가 말 못한게 있는데 오늘 테스트는 극비 테스트라고 하십니다.”

“극비 테스트면 뭐 어떻게 해야돼요?”

“아무한테도 알리면 안 됩니다. 혹시 무슨 인터뷰나 친구분들한테도 알리면 안돼요”

“아~ 제가 무슨 인터뷰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저 친구도 없어요”


민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민경은 나에게 인사를 하고 그 자리에 그냥 서있었다. 나를 빤히 쳐다보며... 그래서 나도 민경을 쳐다봤다. 민경이는 자기 얼굴에 뭐가 묻었나 하고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왜요?”

“네? 매니저님이 가만히 서 있길래..."

“지금 가려구요. 영수님은 왜 안가세요?

“여기 들어온김에 좀 구경좀 하고 가려구요”

“음... 근데 보통 축구 잘하면 체력도 좋을텐데 신기하네요"


그녀는 내 체력과 축구 실력의 괴리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제가 비밀이 하나 있는데... 아니다, 말 하면 안되겠지?”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말끝을 흐렸다. 난 비밀이 많은 남자라구!


“말 하면 안 되는거면 말 하지 마세요”


하지만 이런게 전혀 안 통하는 여자였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실인데 이 여자에게는 털어놓고 싶었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요! 알겠죠?”

“넹?! 그럼 저한테만 말해 주려구요?”

"네! 제가 왜 축구를 잘하는지 알려드릴께요"


난 그녀 귀 가까이 가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 간지러워요! 들리지도 않고! 여기 아무도 없는데 그냥 크게 말해요! 듣는 사람도 없는데”


“네 알겠습니다. 사실 축구의 신이 제 몸에 들어왔어요”


난 비밀을 말해버렸다. 그런데 최민경 이 여자는 나의 엄청난 비밀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네~ 그렇구나”

“이거 진짜 말하면 안됩니다”

“알겠습니다”


민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 너무 달랐다.


“놀랍지 않나요? 제 몸에 축구의 신이 들어왔다는 것이?”

“음... 아무튼 오늘 테스트는 외부에 알리지 말아주세요.”


이 여자는 나를 불쌍한 사람 쳐다 보듯 입술을 꼭 깨물고 아래위로 조심스럽게 훑어 봤다. 그 순간 나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모태솔로의 사랑은 갑자기 찾아온다.


눈을 뜬채 상상을 했다. 난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고 관중에 있는 민경에게 달려가 프로포즈를 하고, 수많은 선수들이 하객으로 참석하여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가고, 애를 낳았으며, 그 아이는 초중고를 마치고,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며 어느새 자식의 결혼식장에 와 있었다. 중년이된 나와 민경이에게 자식 부부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나와 민경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두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자식의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나는 민경이를 바라보며...


“저기요!”


민경이의 목소리가 나의 상상을 깨버렸다. 불과 몇 초만에 그녀와의 미래를 그린것이다.


“네”

“전 가보겠습니다. 아무튼 소집일까지 언론에 나오면 안 돼요~”

“네 안녕히가세요.”


최민경은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그녀가 시야에서 채 사라지기도 전에 오늘 일어난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그래도 엄마 아빠한테는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일 때려치고 한동안 연락도 못 했는데 국가대표에 뽑힐수도 있다고 말하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나는 집으로 가는길에 고민하다 결국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어! 영수야

"네 저예요"

-영수야 너 잘지내니? 왜 이렇게 연락이 없어!

"난 잘지내지. 아빠 생일때 뭐했어요?”

-그냥 아침에 출근 하시기전에 미역국 끓여줬지. 아빠 생일때라도 좀 와서 얼굴 좀 비추지"

"일 때문에 바빠서 못갔어요"

"그래. 너 아빠한테 30만원 보냈다며"

"네... 그냥 용돈으로 쓰라고"

-그래 너도 뭐 그 축구 클럽 잘 하고... 잘 되지?

"네... 아 ... 엄마 나 축구 클럽 강사 그만뒀어"

-왜 힘들어서?

"아뇨, 저 다른일 알아보고 있어요"

-뭐 하려구? 이제 축구 안할꺼야?


그냥 말할까? 말하고 나서 엄마한테 비밀로 하라고 할까? 아니지, 엄마한테 말했다간 다음날이면 온 동네에 퍼질것이 분명했다.


"있어요! 나중에 말씀드릴께요. 아주~ 좋은 소식이 있을테니깐 기다려요”

-뭔데?

“지금은 말 못해요”


반드시 국가대표가 되어서 동네에 플랜카드가 걸리게 만들겠다.


***


램파드 감독은 샤워를 하며 오늘 정영수가 보여준 플레이를 머리속으로 생각했다. 그의 머리속에는 벌써 정영수를 어떤 포지션에 넣어서 어떻게 쓸지 고민중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복도로 걸어 나오는데, 최민경이 걸어왔다. 램파드 감독은 민경에게 오늘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민경 오늘 고마웠어! 통역을 해줘서! 덕분에 테스트를 잘 마쳤어!”

“네. 별거 아닌데요 뭘”


민경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최민경이 그를 불렀다.


“근데 감독님 아까 그 사람 어떻게 테스트를 본거예요?”


램파드는 씩 웃으며 오늘 아침부터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난데 없이 딸 들과 공원에서 공놀이를 즐기는데 나에게 다가와서 대결을 신청하고, 베컴같은 프리킥을 보여주더니, 일사천리로 여기 트레이닝 센터까지 와서 코치들을 데리고 국가대표 테스트까지 마치다니, 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이야기 하자면 길어~ 자기가 꼭 국가대표가 되어야 겠다고, 날 찾아왔어! 알고보니 날 몇번 마주쳤더라고! 이번에는 나도 알아봤고”


최민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아까 정영수가 햤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웃기 시작했다.


“민경! 갑자기 왜 웃어? 이런 상황이 웃겨서?”

“아뇨~ 아까 그 남자한테 물 주면서 조금 얘기를 했는데, 좀 이상하던데요?”

“뭐가 이상해?”

“아니,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온 선수가 반 코트 전력질주 했다고 그렇게 쓰러져있는것도 웃기고”


램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조금 우려스러워! 체력이 실력을 저렇게 못 따라가는 선수는 처음이야! 한달의 시간을 줬으니 본인이 어떻게 변해서 올 지는 자기 자신에게 달렸지”

“그것도 그렇고! 아까 뭐라는 줄 아세요?


램파드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글쎄 자기 몸에 축구의 신이 들어왔대요. 아 놔~ 진짜 웃겨서 근데, 또 진지하게 얘기해서 무안해 할까봐 표정 관리 하느라 죽는줄 알았어요”


축구의 신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램파드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축구의 신? 축구의 신이 자기 몸속에 들어왔다고? 자기가 그래? 진지하게?”

“네!”


최민경은 어이가 없는지 계속 웃었지만, 램파드 감독은 전혀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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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 호수공원 메시 24.09.13 27 0 12쪽
4 4. 프랭크 램파드 24.09.12 36 0 15쪽
3 3. 국가대표 24.09.11 47 1 12쪽
2 2. 축구의 신 24.09.11 63 1 11쪽
1 1. 정영수의 한심한 하루 24.09.10 78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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