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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윈리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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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윈리터나
작품등록일 :
2024.09.08 12:03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5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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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62,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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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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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 정영수의 한심한 하루

DUMMY

2020년 11월 25일 축구의 신 마라도나가 죽었다. 마라도나의 숨이 멎는 순간 그의 몸에서 축구의 신이 빠져나왔다.


마라도나의 능력을 모두 흡수한 채로...


축구의 신은 마라도나를 내려다 보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머물 새로운 몸을 찾아 떠났다.


자신을 간절히 원하는 곳으로...


***


2022년 6월...


“안녕하세요. 정영수입니다.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 선수로 활동 했구요... 어 ... 그리고 지금은 수원에서 작은 유소년 축구 클럽을 운영 중입니다."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 앞에서 혼자 떠드는 것도 힘들정도로 대인 기피증과 우울증이 심각했다.


"제가 이렇게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이유는... 저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아직 많이 계신것 같아서 제 근황이라든지... 어... 에이씨!"


앞에 세워둔 휴대폰을 꺼버렸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먹고 살기 위해 서다. 알바하던 유소년 축구클럽을 빚을 내서 인수했지만 1년만에 회원 수는 급감하여 이젠 단 1명 남았다. 내게 유튜브는 취미가 아닌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다시 휴대폰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고 삼각대에 고정 시켰다. 그리고 다시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정말 내성적인 나에겐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절박했다. 내 클럽이 망한다면 다시 쿠팡물류센터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안녕하세요. 정영수입니다. 여러분! 제가 드디어 채널을 오픈 했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많이 떨리는데요, 저를 아시는 분도 계시겠죠?”


몇 마디 하니 할 말이 떨어졌다.


“저는... 이승재선수 아시죠? 네! 그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이승재! 이승재 선수와 저는 초중고 시절을 함께 보내며 축구를 했습니다"


결국 이승재의 이름을 팔아먹었다. 이승재를 정말 싫어 하지만 살기 위해선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차피 이승재가 내 유튜브를 볼 확률은 거의 없었다.


"앞으로 여러분이 댓글을 남기신다면, 축구선수에 대한 궁금한 점 , 혹은 시도했으면 하는 미션을 적어주시면 제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간신히 멘트를 마무리 하고, 앞에 놓인 축구공으로 트래핑을 몇 번 하다 동영상 촬영을 종료했다.


*


편집 같은건 할줄 몰랐다. 유튜브에 나의 첫 영상을 업로드 했지만 며칠동안 조회수가 10을 넘지 못했다.


내 축구클럽의 유일한 회원인 동혁이와 1대 1일 수업을 진행했다. 큰맘 먹고 처음 클럽을 인수 했을때는 20명 정도였지만 점점 사람들이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혁이 만큼은 나와 끝까지 함께 했다.


유일한 회원이자 나의 생계를 책임지는 동혁이를 친동생처럼 아끼며 축구를 가르쳤다. 축구는 무엇보다 즐겨야 한다. 당장 골을 넣는법 보다는 공과 친해지게 만들었다.


조만간 내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타고 떡상하여 애들이 몰려올 걸 생각하니 조금은 힘이 났다.


[선출 유소년 축구감독의 제자와의 햄버거 먹방?]

[선출 유소년 축구감독과 제자와의 1대1 대결?]

[EPL 최고 공격수 이승재 선수와의 학창시절 썰??]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머릿속엔 유튜브에 업로드할 콘텐츠가 떠다녔다.


"형! 형!?"


동혁이가 날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어! 왜?"

"형~ 엄마가 오늘 까지만 다니래요"

"엄마가? 왜?"

"다른데 다니래요"

“아니... 근데 왜 니가 직접 말하는거야? 어머님은 오늘 왜 안 오셨어?”

“엄마가 미안해서 말 못하겠다고 저보고 대신 말하래요”


그리고 동혁이는 홀연히 날 떠났다. 유일한 회원인 동혁이가 사라지자 작은 운동장 위에는 나 말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운동장 위에 대자로 누워 눈을 감았다. 눈만 감으면 지난날의 후회와 꿈이 영상으로 펼쳐졌다.


-여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프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상대는 맨시티! 나는 맨유의 공격수! 공을 몰고 골대를 향해 뛰어간다.


카일워커가 빠른 속도로 나에 접근하지만 공을 뻥 차고 달린다. EPL에서 가장 빠른 수비수 카일워커도 내 속도를 따라오지는 못한다. 케빈 데브라이너가 내 유니폼을 끌어당기며 저지하지만 난 밀리지 않았다. 덕배도 내 앞에서 순한 양. 끝까지 저지하는 칸셀루와 디아즈를 개인기로 농락하니 둘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에데르송 골키퍼와 1대1 상황이 되자 관중들이 모두 일어섰다. 그때 어디선가 튀어나온 이승재가 내 앞을 가로 막고 외쳤다.


"뚫어봐 이새꺄!"


내가 널 못 넘겠냐! 헛다리 한방에 이승재는 내 앞에서 나자빠진다. 혼자 남은 에데르송 골키퍼가 양팔을 길게 펼치며 막아보지만 알까기 시전! 골이다! 후반 44분에 터지는 나의 골로 3-2역전! 관중들의 환호성! 모든 선수들 나를 향해 달려와 축하해 준다.


띠링!


휴대폰 알림음이 나의 상상을 깨뜨렸다. 드디어 유튜브 브이로그에 댓글이 달렸다.


[ㅋㅋㅋ 요즘은 개나소나 선수 출신인가? 선출이라는 놈이 뱃대지 나온거 봐라 ㅋㅋㅋ 32살이면 일반인도 저정도는 아닌데... 그냥 때려치쇼... 재능 없어 보임 ㅋㅋㅋ]


닥쳐! 이 병신 새꺄! 누가 볼까봐 촌철살인 같은 댓글을 재빨리 삭제했다. 그리고 골대를 향해 공을 걷어찼다. 공은 볼품 없이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이 거리에서도 안들어가다니... 천재 소리 듣던 나는 어디가고 아저씨가 되어있지?"


이 상태면 운동장 사용료도 내기도 힘들다. 나는 크게 낙심하여 브이로그 영상을 지워버렸다.


"오늘은 그냥 집에가자 혼자서 뭐하는거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로또 한장을 샀는데 또 이게 뭐라고 즐거운 망상을 하다가 집에 도착했다.


나의 집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2만원짜리 작은 원룸. 다섯평에 살림살이라곤 내 몸 하나 누울 작은 매트리스와 컴퓨터 한대가 전부였다.


변기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려는데 거울 비춰진 비루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악플러의 뼈 때리는 댓글에 상처를 받고 불룩 튀어나온 배를 어루만졌다. 내 눈밑에 드리워진 깊은 다크서클은 영원한 패배를 상징하는것 처럼 보였다.


그때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하루에 한번 되뇌이는 말이다. 하지만 그때 그 선택을 후회하면 뭐하리... 다시 돌아갈수도 없는데...


깊은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배가 고파 냉장고를 열었다. 몸 관리 한다고 잔뜩 사놓은 닭가슴살이 빼곡했다. 오늘은 도저히 닭가슴살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라면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라면에 닭가슴살을 넣어 먹으면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이 적절히 혼합된 완전식품이 탄생한다. 스스로를 변명하며 라면 물을 올렸다.


컴퓨터를 켜고 그 앞에 라면 밥상을 차렸다. 라면에서 김이 모락 모락 올라왔지만 먹으면서 볼 영화를 고르기 위해 넷플릭스를 뒤적거렸다. 하지만 뭐 하나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고 클릭만 하다가 라면을 다 먹어버렸다.


씁쓸하게 빈 냄비를 씽크대에 놓고 물을 채워넣었다. 할게 없었다. 괜히 유튜브를 켜고 이것저것 클릭하다 [이승재 EPL골모음]을 또 클릭하도 말았다. 벌써 100번은 넘게 본것 같지만 해가 바뀔때마다 이승재의 골 갯수는 늘어났다.


이젠 정말 할게 없었다. 결국 내 컴퓨터 폴더를 더블클릭 하고 말았다. D드라이브 - 새폴더 - 직박구리 폴더를 차례대로 클릭하여 열었다. 나의 보물 1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부족해 추리고 추려 명작들만 남겨 놓은 직박구리 폴더였다.


오늘은 또 누구와 함께 할지를 또 선택해야 한다. 너무 봐서 이제는 외울 정도지만 절대 삭제할수 없는 명작들만 남았다. 명작은 그 결과를 알고 봐도 흥분된다. 두루마리 휴지를 앞에 두고 선택을 하기 위해 파일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무조건 하겠다는 의지! 하지만 내 소중이는 별 반응이 없다. 그닥 끌리는 작품도 없었다. 이런 날은 곰플레이어의 랜덤 재생이 큰 도움이 된다. 모든 작품을 재생 목록에 넣어놓고 곰플레이어에게 선택하도록 Page Down 버튼을 누르고 또 눌렀다.


한 마흔 다섯번쯤 버튼을 눌렀을때 느낌이 왔다.

드디어 찾았다. 곰플레이어의 탁월한 선택! 로또는 자동으로 찍어주는것이 1등이될 확률이 높듯이, 이런 작품 선택도 랜덤으로 골라주는것이 더 좋다. 다음 버튼을 눌렀을때 어떤 작품이 나올까 하는 설레임이 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고 마우스로 재빨리 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찾았다. 몇 분쯤이 이 작품의 핵심인지는 이제 다 외우고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를 두장 잘라 반으로 접고, 내 절정을 대비했다.


그때 휴대폰 알림이 딱!


[아빠 생일]


음력으로 생신을 보내기에 매년 날짜가 바뀐다.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 휴대폰 달력에에 기록해놨는데 하필 이럴때 울리는지 자괴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이때 만큼은 자괴감은 금방 잊어버리고 시작한 일은 끝을 맺어야 한다. 그리고 끝내 목표를 달성했다. 미래의 자식들을 휴지에 싸서 변기통에 버리면서 화장실 거울에 비치는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내리깔았다. 눈이 마주치면 정말로 자괴감이 극에 달한다.


이제 은행 어플을 켰다. 기업은행 농협은행 카카오뱅크에 짜잘이들을 끌어모아 30만원을 간신히 마련했다.


그리고 아빠 계좌로 30만원을 입금했다. [아빠 생신 축하 드립니다"] 라는 문자와 함께...


내년에는 돈 많이 벌어서 최소 50만원은 보내고 말겠어. 누나나 여동생이라도 있으면 이럴때 잘 할텐데... 여자들이 이런건 잘 챙기잖아. 괜히 나같은 놈 하나만 낳아서... 아버지도 내가 부끄럽겠지


한숨을 크게 내쉬고...


업비트를 켰다. 2017년 12월에 코인에 입문했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비트코인을 보며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힘들게 모은 전재산 3000만원을 업비트에 입금했다. 비트코인은 너무 올랐고 더 빨리 부자가 될수있는 알트코인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게 이더리움을 잡을 코인 이오스에 몰빵 했다. 그리고 매일 이오스가 그릴 엄청난 미래를 상상하며 존버 5년째, 현재 수익률은 -93퍼센트. 3000만원은 어느새 300만원이 됐다. 32살에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고, 모은돈은 300만원이 전부라니. 유소년 클럽의 마지막 회원까지 떠났고 이제 나에게 희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것 처럼 보였다.


낮잠을 자야겠다.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눈을 감았다.


새벽 4시 알람에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배가 고파 냉장고에서 닭가슴살을 전자렌지에 돌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아주 중요한 경기가 있다. 리그 1위 2위가 맞붙는 맨시티와 리버풀의 사실상 승점 6점짜리 경기!


축구 공부를 하려면 경기를 많이 보고 분석 해야 한다.


맨시티에는 우리나라의 축구 영웅 이승재가 뛰고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 클럽에서 주전으로 뛰며 세계 최고의 리그인 EPL에서 득점 1위! 대단한 선수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승재와 나는 오랜 친구다. 아니 친구였다. 연락 안 한지 12년이 넘었지만 휴대폰에는 아직 그놈 번호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늘 이승재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지만, 현실은 그의 발톱의 때 만큼도 미치지 못했다.


[이승재! 공 잡았습니다. 슛! 또 골! 시즌 20호 오늘 경기 벌써 멀티 골! 그는 월드클래스 입니다.]


화면 속 아나운서가 이승재의 골에 흥분했다. 3분 간격으로 이승재가 두 골을 몰아쳤다.


내가 고등학교때는 승재보다 더 잘했는데, 그 부상만 아니었다면 그때 포기 안 했다면 나도 유럽에서 뛰고 있었을까? 난 저놈을 늘 보고 있지만 저놈은 날 기억이나 할까? 같이 월드컵 나가서 16강 진출하고 유럽팀에서 같이 투톱으로 뛰자고 약속 했잖아 이새꺄! 너 혼자만 잘 나가기 있기 없기?


경기 내용 분석 보다는 잘나가는 옛 친구의 활약을 보며 혼잣말 하는 것이 전부였다.


경기는 맨시티의 2-0승리! 1위를 굳건히 지켰다. 경기가 끝난 후 이승재에게 카메라가 따라붙었다. 저놈이 팬들한테 손을 흔들고 좋아하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 화면을 꺼버렸다.


경기가 끝나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 회원이 나가버렸기 때문에 굳이 축구클럽 문을 열 필요도 없었다. 문을 열어봤자 혼자 노는 놀이터일 뿐이었다. 나도 모르게 [직박구리] 폴더를 열기전에 컴퓨터를 꺼버리고 매트리스에 누웠다.


오전 6시가 되어 서야 나의 한심한 하루가 끝이 났다.


잠이나 자야겠다. 그런데 꿈속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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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통역사 24.09.15 21 0 12쪽
6 6.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커 이승재 24.09.14 27 0 14쪽
5 5. 호수공원 메시 24.09.13 27 0 12쪽
4 4. 프랭크 램파드 24.09.12 35 0 15쪽
3 3. 국가대표 24.09.11 46 1 12쪽
2 2. 축구의 신 24.09.11 61 1 11쪽
» 1. 정영수의 한심한 하루 24.09.10 77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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