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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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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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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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DUMMY

* 2023년 2월,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하나! 둘! 셋! 넷!”


열심히 러닝을 뛰는 아이들.

후배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아져야 하는데.


얘들아, 좀 살살 뛰어.


할 수 있다면 뛰는 애들한테 막 소리치고 싶었다.

지난 4개월간 이들과 훈련하면서 느낀 점은 역시 하나다.


X 됐다. 진짜로.


감독님께서는 기초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분 밑에서 아이들이 아주 잘 배웠다.

너무 잘 배워서 고딩 주제에 거의 프로 2군에 근접한 놈들도 보였다.

그리고, 저놈, 이도윤.


[2학년 이도윤, 황금사자기 MVP 수상]


[제2의 이범종? 이도윤은 고교 무대가 좁다]


올해 1차 지명은 확정인 저 친구.

아직까지 파워나 배트 스피드나 보완할 부분은 많지만.

고등학교 레벨에서는 검증이 완전히 끝난 천재였다.


“어떻게 1점까지는 허락해 줄까?”


선주원 코치가 사람 좋은 미소로 물어보았다.


“아닙니다. 뭐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요.”


지난 4개월 동안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운동했다.

아이들 등교 전까지 마쳐야 하니 보통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눈 뜨면 스트레칭으로 시작해서 러닝 10km를 뛰었다.

방학 전 2개월은 주로 체력 단련실에서 근력 운동을 했다.

오후에는 다시 아이들 기초체력 일정에 맞춰 뛰었다.

이후로는 주로 수비 연습을 돕고, 투수조 훈련을 도왔다.


“나름 몸은 탄탄해진 거 같네.”


선주원 코치가 공을 건네며 말했다.

하루에 6끼씩 먹으며 만든 몸이니 자신감이 있었다.

밸런스 잡아보겠다고 달밤에 필라테스까지 했으니, 균형도 좋았다.


“선배님 직접 받아주십니까?”


“롱토스 한번 보자.”


본격적인 피칭 전 몸풀기.

아무래도 집 나간 구속은 다시 돌아올 계획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회전수를 높이는 것이었다.

손끝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니 얼핏 느껴지던 통증도 조금은 덜했다.

물론,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여전히 몸이 굳었다.


“공은 괜찮네. 변화구는 좀 던져봤니?”


“아니요. 오늘은 직구 하나만 쓸 생각입니다.”


나의 말에 선 코치는 고개를 갸웃했다.


“흠, 구위가 괜찮긴 한데 이것만으론 부족할 거 같은데.”


“어쨌거나 약속 잊으시면 안 됩니다.”


괜히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얼추 경기 준비 다 됐고··· 오! 드디어 오셨네.”


선주원 코치는 한 여자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오늘 진짜 잘 던져라. 나에게도 중요한 날이니.”


그리고, 단호하고도 확실하게 한 마디를 건넸다.

나는 서서히 마운드로 올랐다.


“오랜만이네. 이곳도.”


졸업하고 오랜만에 오른 이 마운드는 익숙한 듯 낯설었다.

더그아웃에서는 감독님께서 아이들을 모아두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그리고 이제 2학년생들을 중심으로 야수들이 올라왔다.


- 췻 췻


나는 포수를 불렀다.


“감독님이 뭐라 하시드나?”


“아··· 그게···”


포수를 보는 친구는 감독님 눈치를 쓱 살피더니 글러브로 입을 가렸다.


“130km 똥볼러인 새끼한테 점수 못 내면 야간 특타라고 하셨습니다.”


인마. 그런 말은 좀 돌려서 해도 돼.


“그러냐? 저 양반 진짜 여전하네.”


“어쨌거나 선배님. 수비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들 다 수비 잘합니다.”


“그러냐? 근데 있잖아.”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오늘 실책하면 뒤진다!!!”


야수들을 보며 한 포효.

포수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쟤 원래 저런 캐릭터였냐?”


“아닐걸요. 스트레스가 많았나 보네요.”


김 감독과 선주원 코치는 재밌다는 듯 크게 웃었다.

그 사이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잘 부탁드립니다.”


2학년생. 박원.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들어왔지만, 배트를 쥐는 자세부터 느껴진다.


깔보는구만. 아주.


아이들은 내가 피칭하는 모습을 얼핏얼핏 봤을 것이다.

구속이 130km 중반 정도에 한 구종이니 얼마나 쉬워 보이겠는가.


“근데 말이야. 내가 불펜 왕국 엘리펀츠에서 1군 레귤러였거든.”


와인드업.

무릎을 강하게 치켜들고 최대한 길게 뻗는다.

발을 최대한 멀리 두고 체중을 싣는다.

스트라이드 폭을 최대로 높인다.


- 부웅!


초구부터 전력을 다한다.

비록 138km 직구일지라도.

그렇지만 타자가 느낀 구속은 그 이상일 것이다.

일단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던지는 것이니 말이다.


‘보기보다 공이 까다롭다. 회전도 많아 보이고.’


타석엔 선 원이 생각했다.

타격이 좋은 이 팀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리드오프로 나왔다.

그만큼 그에게 감독이 가진 기대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차피 직구 하나. 까다로워 보여도 눈에 보인다.’


원은 여전히 배트를 길게 잡고 있었다.


다시 와인드업.

스트라이드 폭은 여전히 넓다.

공은 힘이 제대로 실려 날아간다.


“스트라이크 투!”


구속에 대한 미련을 버려서일까.

밸런스가 잡히면서 제구도 약간은 좋아졌다.

S급의 제구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정도면 A-는 될 거다.


포수가 살짝 빠져 앉는다.

누가 봐도 변화구 타이밍이니.

나는 고개를 힘차게 가로 저었다.


이번엔 하이패스트볼.

즉, 높은 직구로 타자를 현혹하자는 것이다.


“아직 고등학교 레벨이구만.”


와인드업한다.

타자도, 포수도 지금은 하나 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직구 하나밖에 없다고 할지라도.


‘별거 없는 투수라고 생각했다. 무거워 보여도 결국 직구니까.’


타석에 선 원은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고교리그에서 150km도 쳐본 그다.

그는 방금 놓친 2구를 돌아보았다.


‘방금 공 아슬아슬하게 라인에 걸쳐서 못 쳤을까?’


아니다. 그는 분명 어떤 공이든 치려고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생각이 들었을 때는 또 한 번 늦은 때였다.


-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한가운데로 정직하게 들어온 직구.

전광판에 찍힌 숫자는 136km.


“그렇게 길게 잡고는 못 따라오지.”


투구는 결국 타자의 흐름을 뺏는 것이다.

넓어진 스트라이드 폭.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허리의 회전.

그리고, 어깨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넘어온다.

즉, 내 공은 130km 똥볼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못 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결국···”


노력.


밸런스를 잡기 위해 지난 4개월간 뛰고 운동할 결과였다.


“공이 생각보다 훨씬 위력 있어요.”


원이 대기타자 2번 최현도에게 말했다.

현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타석에 들어온 그는 말없이 헬멧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까다로운 녀석이네.”


현도는 컨택에 일가견이 있는 아이다.

발도 빠르고 센스도 있다.


초구는 살짝 빠진 볼이었다.

정말 미묘하게 빠진 볼.

자신의 존이 벌써 확실히 자리 잡았다.


- 딱!


2구는 파울.

날카롭게 공을 커트해 냈다.


‘아저씨. 생각보다 공이 많이 무겁네요.’


현도는 배트를 바로 잡았다.

3구는 볼, 4구는 다시 커트.

어느덧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투 볼.

포수는 한 가운데 직구를 요구했다.

아까 한 번 봤다고 바로 써먹어 보려는구나.


“근데 이번엔 아니야. 지금 타자는 아까랑 다르다구.”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한번 도망갈 때.

발을 한 번 풀며, 타이밍을 한번 흩트린다.


와인드업.

5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높은 직구.


- 따악!


2루수 정면으로 공이 굴러갔다.

2루수는 여유롭게 공을 잡고 1루로 토스.


“이게 프로인가.”


현도는 1루에서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기 전 한 번 더 꾸벅 인사했다.

지금의 공은 배트를 내지 않을 수 없는 공.


사실 현도는 전략이 있었다.


‘1번 타자가 공 3개로 아웃. 공을 늘리며 출루에 집중한다.’


까다로운 직구임을 확인한 그는 시종일관 커트하며 버텼다.


그리고 마지막 공.

아슬아슬한 코스였다면 커트하거나 공을 띄웠을 것이다.

그러나, 칠 수밖에 없는 코스로 공이 딱 들어왔다.

현도는 분명히 느꼈다.

자신의 전략을 간파하고 던진 공이라는 것을.


“확실히 타자랑 싸우는 법은 잘 알고 있네요.”


“그래봤자 상대는 고등학생이야.”


선주원 코치의 말에 김 감독이 툭 한 마디를 뱉었다.

그러나 선 코치는 김 감독의 미묘한 웃음을 보았다.


3번 타자는 꽤나 힘 좋은 타자, 유호준이었다.


“호준이부터는 쉽지 않을 건데.”


현도가 공을 꽤 던지게 하면서 호준은 충분히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저놈 꽤나 촐싹거리잖아.

나는 씨익 웃었다.


“오랜만에 길들여봐야겠네.”


초구는 몸쪽 깊게.

배트를 빙빙 돌리며 의지를 다지던 호준은 깜짝 놀라 뒷걸음쳤다.

나는 가만히 손을 들어 올리며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했다.


“저거 저거 지 후배들인데.”


김 감독은 계속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타자와 싸우는 법.

그것도 직구 하나로.

그것은 결국 타이밍 싸움이다.


급한 놈 속 터지게 해야지.


공을 오래 잡는다.

앞선 투 타자에게는 거의 곧바로 던지던 공이 오지 않는다.

호준의 표정이 일그러져 갔다.


- 퍽!


2구는 한 가운데 직구.

타이밍을 놓친 그는 그저 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공을 받고 슬쩍 로진을 다시 바른다.

머리도 한 번 털어주고.


“이럴 때는 타임도 좀 부르고 여유도 좀 가져야지.”


짜인 판에 완전히 들어온 상대는 전혀 무섭지 않다.

오히려, 뒷 놈.


이도윤.

대기 타석에서부터 여유를 가지고 지켜본다.

타이밍이 어떻든 그저 자기 스윙을 가져간다.


“지금 타자에 집중.”


나지막한 혼잣말을 하며 다시 집중한다.

잘난 척하다가 저놈이 짠 판에 내가 들어가면 안 되니까.


- 부웅!


3구는 다소 낮은 코스였는데 배트가 크게 돌았다.

힘으로 붙으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

그리고,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만큼 좋은 스윙.

기본이 잘 갖춰져 있기에 저런 상태에서도 괜찮은 스윙이 나오는구나.

포수는 다음 공으로 하이패스트볼을 요구했다.


꽤 괜찮은 포수네.

와인드업을 하고 그가 원하는 바로 그곳으로 공을 보낸다.


- 부웅!


여지없이 큰 스윙.

호준은 씩씩거리면서 타석에서 물러났다.

그도 안다.

몸쪽으로 들어온 그 일구.

그 순간부터 타이밍이 계속 어긋났다는 것을.


“자 이제 쇼타임이네.”


1회가 끝났으니 어쨌든 잠시 마운드에서 내려와 목을 축였다.

대기 타석에 이도윤은 끊임없이 스윙하며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어쨌거나 너도 천재라는 거지.


도윤이를 보자 알 수 없는 전투력이 샘 솟았다.

더그아웃을 천천히 나서며 선 코치를 바라보았다.


“약속은 기억하시죠?”


그래 지금 이 천재 고등학생과의 승부는 내기 안에 또 다른 내기.

내 계획을 보다 쉽고 싸게 이뤄줄 기회.


도윤은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링을 빼기 전 두어 번 더 스윙했다.

배트 스피드, 마인드 셋, 타격자세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나는 손가락을 들고 도윤이를 가리켰다.

그리고 들고 있던 손으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저놈은 글렀어. 고등학생한테 도발이나 하고 말이야. 챙피해서 나 참···”


김 감독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 지었다.

나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갖은 수를 서서라도 타이밍을 뺏고 흔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건 도윤이보단 선 코치님께 보내는 메시지.


“삼진 잡으면 하여튼 보자고요.”


공을 다시 꽉 움켜쥔다.


와인드업.

초구!


- 딱!


어라? 이게 아닌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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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10 4 12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12 4 11쪽
11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4 4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4 4 11쪽
9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4 4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5 4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23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30 4 11쪽
5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31 4 11쪽
»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42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45 4 12쪽
2 애벌레 24.09.09 71 5 11쪽
1 Prologue) 나비 24.09.09 80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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