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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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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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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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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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과의 대결(4)

DUMMY

*** 10월 초, 조지아 애틀란타 트리플A팀 구장

붉은색의 스포츠카가 들어온다.

그리고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가 찰랑인다.


“오랜만이에요!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정말 오랜만에 들린 도희의 밝은 목소리.


“피칭장으로 같이 가요.”


여러모로 도희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에 훈련하는 모습 등 사진과 자료를 주기로 했다.

그녀는 이 너클볼 신드롬의 시작점이니까.


“아, 잠시만요. 한 분 더 올 거라?”


“엥? 저 말고 다른 여자 있었어요?”


도희의 실없는 농담에 피식 웃는 와중 검정 세단이 들어온다.

정장을 입은 긴 머리의 여자가 내린다.

검정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여자.


“오랜만입니다. 단장님.”


오랜만에 만나도 별 단장의 차가운 표정은 적응되지 않는다.


“제가 오는 건 확실히 비밀로 지켜지겠죠?”


“당연하죠. 메이저 보안 아시잖아요. 더그아웃에 따로 자리 있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이루어졌다.


“Stellar?”


도희의 말에 별 단장이 깜짝 놀랐다.


“너 도희 아니야?”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두 분 선후배 사이라면서요?”


도희에게 야구를 가르쳐줬다는 낭만파 선배.

그것이 차갑게 생긴 별 단장이었다니 놀랐다.


외강내유 스타일인가?

임 단장이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처음 봤다.

확실히 두 사람 사이는 아주 좋은 거 같았다.


“안 그래도 너한테도 이런저런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잘됐구나.”


“제가 만든 기회입니다.”


눈치 없이 대화에 끼어든다.

어쨌든 내 고용주가 될 사람인데 하나라도 더 어필해야지.


“하여튼 용케 여기까지 왔네요. 오늘 기대하겠습니다.”


“저도요! 멋진 투구 부탁드려요.”


두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힘차게 경기장으로 들어간다.


*** 더그아웃.

연습 타격 때 봤던 베이커는 괴물, 그 자체였다.

우리와 경기할 때보다 더 다부져진 몸.

배트를 이쑤시개처럼 가볍게 휘두른다.

그는 인사차 우리 더그아웃으로 왔다.


“시즌 말에 그래도 조금 쉬어서 컨디션이 더 좋네요.”


컨디션이 어떠냐는 로버트의 물음에 베이커가 대답했다.

그는 우리 한명 한명을 다시 바라봤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그의 첫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너클볼의 변화량. 그것 때문에, 야구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연습 경기 때까지 베이커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의 컨택, 배트 컨트롤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그럴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연습 시합 그는 분명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원래 타격이 아니다.

어떻게든 맞추겠다는 타격.

그는 거기서 부족함을 느꼈고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이제는 아닙니다. 이번엔 더 쉽지 않을 거예요.”


베이커는 거만한 선수가 아니다.

그의 자신감에는 늘 근거가 있다.

그러나, 그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다.


“우리라고 놀았겠냐고.”


나는 한국어로 대꾸했다.

베이커는 눈썹을 슬쩍 올리더니 웃었다.


“좋은 승부하자는 거였어.”


나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알아들은 도희와 별은 피식 웃었다.


어느새 시합이 다가온다.

기자들, 스카우터들.

그리고 시즌이 끝나 심심했던 관객들까지.

모두 이 어이없는 쇼를 위해 모여들었다.


“요즘 너클볼 완전 핫하잖아.”


“지난번 로돈과의 승부 봤어?”


“베이커는 신인왕 1순위야. 포스트 괴물이라고.”


누군가는 너클볼에, 누군가는 타자에.

저마다 승부를 예측하느라 바쁘다.


첫 번째 투수가 올라간다.

우리 측 첫 번째 투수는 레오.


애틀란타 트리플A의 간판타자, 제이콥이 등장한다.

당장 메이저 로스터에도 올라갈 만한 타자들이 즐비하다.

그들은 혹시나 포스트시즌 명단에 오를 수도 있기에

이 쇼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후··· 후···”


레오는 이제 더 이상 흥분하지 않는다.

그는 투수에게 뜨거움만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와인드업.

초구는 110km 후반의 너클볼.

좌타자에게 먼 곳 상단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간다.


“스트라이크!”


관객들의 감탄이 쏟아진다.

제이콥도 고개를 갸웃한다.


2구.

자신감이 붙었을까.

레오는 갈고 닦은 빠른 직구를 꽂아 넣는다.

스리쿼터에서 나오는 상급의 직구.

어느새 직구도 더블A에는 근접했다.


“스트라이크 투!”


그러나 110km의 무회전 너클볼을 보다

140km의 직구가 들어온다.

체감 속도와 위력은 웬만한 에이스급.


관객, 기자, 스카우터 모두가 깜짝 놀란다.

차분한 레오는 꽤 무서운 투수다.

레오는 더욱더 숨을 고른다.


3구.

승부구가 들어간다.

아슬아슬한 코스로 던지는 너클볼.

회전수도 적고 깔끔하다.


- 부웅


제이콥의 배트가 여지없이 돌아간다.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


심판 콜과 함께 함성이 터져 나온다.

엄청난 함성.

레오의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차분함을 완전히 흩을 이름.


“베이커! 베이커!”


삼진의 함성은 어느새 베이커의 등장 함성으로 바뀐다.

레오는 애꿎은 로진백만 연신 만진다.


‘직구도 괜찮고 엄청 발전했네. 다른 애들도 기대된다.’


베이커는 여유만만.

그는 이 승부를 즐기고 있다.

너클볼 사관학교의 투수들과 다른 타자들과 달리.


초구.

레오의 투구는 다소 흔들렸다.

좋은 너클볼이었지만 제구가 어설펐다.


“원 볼!”


더그아웃도 술렁인다.


“레오가 잡아먹히지 말아야 할 텐데.”


로버트와 리키는 심각하게 레오를 바라본다.


2구, 3구 모두 어설픈 너클볼.

볼카운트는 순식간에 불리하게 바뀌었다.


“여기서는 한번 끊어줘야지.”


레오의 불안한 표정을 보자 옛날이 생각났다.

포수 마이크는 지금 올라갈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도 마이너 은퇴하고 이런 큰 경기는 처음일 테니.


“정신 차려!”


나는 레오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관중들의 함성에 목소리가 묻힌다.


4구.

레오는 직구를 선택했다.

최악의 선택.

그의 너클볼이 카운트를 잡지 못한 상태.

즉, 앞선 제이콥과의 승부와 달리 지금 직구는 평범하다.


- 딱!


초등학생과의 승부에서 실수할 일은 없을 것이다.

베이커에게 그런 직구는 그야말로 쳐달라고 부탁하는 수준.


레오가 고개를 숙인다.


‘이름값에 흔들렸다.’


그의 눈은 베이커가 아닌 더그아웃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는 아주 웃긴 장면을 봤다.


가운뎃손가락.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바로 중지를 치켜들었다.

순식간에 지나갔으니, 사진은 안 찍혔을 것이다.

마운드의 레오는 피식 웃는다.


“인마, 긴장 풀어. 홈런 맞는다고 안 죽는다.”


내 말이 레오가 닿을 리 없지만,

나는 간절함을 담아 레오에게 소리친다.

레오의 표정이 바뀐다.


“후··· 후···”


다시 심호흡한다.

그는 다시 멋진 직구와 너클볼을 뿌린다.

이후, 그의 1회 승부는 사구 하나, 안타 하나를 맞았다.

그러나 베이커에게 맞은 홈런 이후 실점은 없었다.

주자를 3루에 두고도 멋지게 삼진으로 돌려세우기까지 했다.

레오가 서서히 더그아웃으로 들어온다.


“레오. 잘 던졌어. 베이커는 2회에도 나온다. 맞을 때 맞더라도 네 공을 던져.”


로버트 코치는 담담하게 레오에게 이야기한다.

베이커는 각 회의 2번 타자로 무조건 출전한다.

앞선 승부에서 꽤 많은 공을 던졌기에

레오는 2회까지가 한계일 것이다.


그는 2회 선두타자를 6구의 승부 끝에 땅볼로 잡았다.

그리고 타석에 다시 베이커가 등장했다.

함성은 아직 레오의 귓가를 때린다.


“사실 레오는 침착한 척할 필요가 없지.”


레오의 입꼬리가 씩 올라간다.


초구.

140km의 직구가 베이커의 몸쪽으로 날아간다.

거의 맞을 뻔한 공.

베이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는다.


“빈볼 아니야?”


“저 투수 뭐야!”


야유 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레오는 처음 봤을 때 미친놈의 표정.


그래, 아예 차갑지 못하다면 차가운 척하지 마라.


2구.

한가운데만 보고 던지는 너클볼이다.

이를 악문 베이커가 스윙한다.


- 딱!


“파울!”


맞출 테면 맞춰보라는 레오의 공.

터프한 스터프로 공을 던진다.


자, 이제 예리하게 직구를 던질 타이밍.

그러나, 레오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3구.

다시 한번 너클볼.

예전에 레오는 흥분하면 너클볼의 제구가 엉망이었다.

무엇보다 회전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회전수가 늘어난 너클볼.

그것은 110km 정도의 아주 치기 좋은 배팅볼이다.


그러나, 지금 저 눈빛.

그의 집중도는 현재 최고조다.

그리고 가끔 저런 상태에선 미친 공이 날아간다.


베이커에게 가장 먼 쪽으로 예리하게 너클볼이 들어간다.

앞선 공의 궤적보다 훨씬 까다롭다.


- 딱!


제아무리 천재라고 할지라도, 저 공은 못 친다.

그래도 베이커가 대단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파울”


손목도 완전히 잠갔다.

동체시력과 손의 움직임.

로돈의 협응력과 비슷한 수준.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저걸 커트해 낸다고?”


우리 더그아웃이 일순간 잠잠해진다.

레오의 집중력이 흔들린다.

야구는 타이밍의 스포츠.

이제 흐름은 베이커의 것이다.


불리한 볼카운트.

좋은 빌드업으로 모든 것이 좋았던 레오다.

그러나, 방금 그 커트.

그 커트 하나가 판도를 바꾼 것이다.


4구.

직구가 높게 들어간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


레오는 가볍게 발을 푼다.

그리고 그의 눈이 다시 더그아웃을 향한다.

그의 눈은 헨리와 나에게 향한다.


‘저 두 사람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도 지금 당황스럽다.

베이커 저거 약물 아니야?

악착스럽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긴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잘한다고?

그러나 나와 헨리의 동요는 오래가지 않는다.


“나의 공을 믿는다.”


레오는 다시 심호흡한다.

뜨거움과 차가움.

그는 이번 피칭에서 그 해답을 봤다.

가장 뜨거운 용암 같다가도 가장 차가운 빙하가 된다.


‘다시 차분하게.’


상대가 괴물이라면 맞붙기만 할 수 없다.

어쩌면 그는 스스로가 두렵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쳤는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겁쟁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레오는 너클볼러에서 투수가 되었다.


5구.

낮은 너클볼이 들어간다.

카운트는 여전히 레오에게 유리하다.

까다로운 코스로 공이 들어간다.

스트라이크 존 살짝 밑으로 들어간 좋은 공.


베이커가 간신히 배트를 참아낸다.


“그래, 타자도 쫄릴거야.”


레오를 보며 혼잣말했다.


6구.

같은 코스로 강력한 직구.

그러나 조금 지쳤을까.

제구가 살짝 어긋났다.

조금만 높았다면 여지없이 삼진이었을 것이다.

스리쿼터에서 나오는 변칙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후··· 좋은 승부였다.”


베이커가 씩 웃는다.

방금 그 공이 삼진을 잡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베이커의 카운트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


하나 빼야 할까.

아니며 가운데로 찔러 넣어야 할까.


“후··· 후···”


레오가 심호흡한다.

지금은 뜨거워야 할까 차가워야 할까.

레오는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7구.

한가운데로 몰린 너클볼.


- 딱!


2루타 코스.

그러나 베이커의 발은 멈추지 않는다.

거의 넘어갈 뻔한 좋은 공.


아무 생각 없이 뜨겁게 던졌던 공.

그 공을 다시 던졌다면.

승부가 되었을 것이다.


레오는 아쉬움이 가득 남는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립자인 필도 7년을 마이너에서 굴렀다.


‘얼마나 감사한가. 이 승부로 나는 메이저에 갈 키를 얻었다.’


스리쿼터의 색다른 너클볼러.

그의 전설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점에 있을지 모르겠다.


레오의 최종 성적은

2이닝 4피안타 2사사구 2실점 3K.

트리플A 수준에는 미달이지만,

많은 스카우터들의 뇌리에 그의 이름을 새겼다.


그리고,

이제 헨리가 마운드로 향한다.

관객들과 스카우터들의 눈이 반짝인다.

그리고, 베이커의 표정도 달라졌다.


작가의말

이번에 일반연재로 승격했습니다.

다시 한번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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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들과의 대결(4) NEW 8시간 전 8 0 12쪽
15 괴물들과의 대결(3) 24.09.16 14 4 11쪽
14 괴물들과의 대결(2) 24.09.16 14 4 11쪽
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12 4 12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13 4 11쪽
11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5 4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6 4 11쪽
9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6 4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6 4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25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33 4 11쪽
5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34 4 11쪽
4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44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49 4 12쪽
2 애벌레 24.09.09 76 5 11쪽
1 Prologue) 나비 24.09.09 84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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