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스포츠

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최근연재일 :
2024.09.16 07: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65
추천수 :
57
글자수 :
77,239

작성
24.09.15 23:20
조회
11
추천
3
글자
11쪽

예비 메이저리거(1)

DUMMY

*** 피칭장

헨리는 거칠 것 없이 너클볼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회전도 거의 걸리지 않고 속도도 괜찮은 너클볼이 계속해서 포수에게로 향했다.


"이번에 메이저 타자와의 승부에서 좋은 결과가 나면 프로로 바로 간다고 하네요."


도희는 눈을 떼지 못하고 그의 투구를 지켜봤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명성에 비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공이네요."


"혹시 질투하시나요?"


도희는 밝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요. 변화량이나 템포 등 너무 교과서적이에요. 타자가 아니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요."


10개 정도 공을 뿌린 헨리는 내려오면서 나에게 한마디 했다.


"그 별로인 폼을 버리면 한 수 가르쳐주겠다네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와인드업.

레오와 헨리, 그리고 도희까지 숨죽이고 나의 공을 기다렸다.

나의 선택은 원래 나의 폼.

그리고 직구였다.


"Hey, That is not Knuckle. It's fastball!'


레오와 헨리는 야유하듯 한 마디 던졌다.


"도희씨.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한마디도 빼놓지 말고 전달해 줘요."


나는 숨을 한번 길게 들이셨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야구가 너희에게 놀이일지 모르겠는데 나한테는 이기지 못하면 사라지는 간절함이야."


도희는 열심히 나의 말을 통역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야구에 정말 진심이구나.'


"어떤 너클볼이 살아남는지 지켜보자고."


헨리와 나는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말했다.


"두 사람 묘하게 닮은 거 알아요?"


"제가 저 멀대랑요? 물론 생긴 거야 좀 닮았죠. 저도 나쁘지 않아서."


"그건 아니고요."


도희는 냉정하게 말했다.

이때까지 도희가 말한 것 중에 가장 냉정했다.


근데 그 정돈가?

나 나름 얼빠들도 많았는데....


*** 너클볼 사관학교 야구장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어느덧 여기에 온 지 2주가 흘러간다.

그리고, 드디어 그가 이곳으로 왔다.


브렛 베이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강팀 애틀란타의 1라운더.

드래프트 이후로도 꾸준히 성장하여 이번 로스터 합류도 예상되고 있었다.

그런 중요한 시기에도 그는 밝은 표정으로 이 훈련장을 찾았다.


"좋은 승부가 되길 바라요."


도희가 웃으면서 유인물을 건네며 말했다.

도희는 미국 유명 대학의 경제학과를 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날 한 선배로 인해 야구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녀의 블로그는 세이버메트릭스 부분에서 꽤나 알아주는 사이트가 되었다.


"대학 시절 기록을 중심으로 최근 영상까지 분석한 거예요."


진짜 어메이징한 여자다.

그녀의 분석은 꽤나 날카로웠다.

이전에 본 스카우팅 리포트보다 훨씬 더 세밀했다.

그리고 넉넉하게 뽑아와서 다른 선수들과 로버트에게 전달한다.

처음에는 그녀를 탐탁치 않게 여겼던 로버트도 어느새 그녀의 웃음에 무장해제 되었다.


"변화구 대처에 능하다. 팔목을 잠가놓고 치는데도.'


괴물이라는 거네.

우리 쪽 마운드는 가장 노장인 리키가 올라갔다.

리키는 나와 닮은 구석이 많은 선수다.

꽤나 이름있는 불펜 요원이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반강제적인 은퇴.

그는 나이 38임에도 다시 한번 메이저를 꿈꾼다.


- 딱!


그러나 예비 괴물에겐 여지가 없었다.

초구, 어설프게 들어간 너클볼이 담장을 넘어갔다...


"파워가 부족하다는 인식과 다르게 최근 장타율은 증가 추세."


도희의 분석이 정확했다.

그는 컨택에 확실히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성장 방향성이 너무 좋았다.

그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파워도 일취월장하는 것이다.


"Ball three!"


리키는 완전히 무너졌다.

너클볼의 제구는 어림도 없었고, 계속해서 카운트는 불리했다.


"Base on ball!"


로버트 코치의 표정도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이제 이 학교 경영의 한계점이 임박했다.

너클볼러는 이미 명맥이 끊긴 지 오래.

더 이상 성공한 너클볼러가 없다면 이제 정말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 딱!


이번엔 밀어서 우측 펜스를 직격.

타이밍이 살짝 늦었음에도 특유의 컨택 능력으로 공을 맞혔다.

그리고,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파워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주자로 지원 나온 고등학교 선수가 이미 3루를 돌았다.

견제에도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리키는 고개를 떨궜다.


"꽤 오래 있었는데 이제 한계네요."


도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리키! 괜찮아! 고개 들어!!"


나는 한국어로 리키에게 막 소리쳤다.

도희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봤다.


"화이팅! 화이팅!"


콩글리쉬의 어색한 발음임에도 리키는 씩 웃음을 지었다.

그는 서서히 마운드에서 내려와 더그아웃 쪽으로 걸어들어왔다.

자신의 짐에서 야구공을 하나 꺼내더니 나에게 그 공을 넘겨줬다.


"Hey, Kang !@#$"


그는 나에게로 오더니 한두 마디를 뱉었다.


"뭐라는 거지. 하필이면 도희씨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난처한 나의 표정을 본 그가 행동 시범을 보였다.

손가락을 세 개로 공을 단단히 지탱한 그립이었다.

리키는 공을 주고 나서 바로 짐을 챙겨 숙소로 향했다.


"For my family."


리키가 준 공에는 이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있었다.

나는 떠나는 리키를 잡으러 뛰쳐나갔다.


"헤이! 돈 기브 업! 유 캔 두잇!"


"하하하."


리키는 급하게 뛰쳐나온 나를 보며 웃었다.

뒤늦게 나를 쫓아온 도희가 숨을 헐떡였다.


"그···. 헉헉... 자신은 할 만큼 했다고···. 이제 가족들을 위해 야구를 놓고... 싶다네요···."


"힘들겠지만 이거 하나 전달해 주세요."


"네... 헥헥..."


"내가 던지는 거 한 번만 지켜봐 줘요. 당신의 가슴이 뛸 만큼 열심히 던질 테니."


리키는 나에게 처음으로 따뜻한 조언을 해준 형제다.

원래 모든 너클볼러는 서로의 전화번호를 다 안다고 할 정도로 가깝다.

서로 외에는 그 아픔과 던지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할테니까.

물론, 여기서는 잘못 걸리는 바람에 누구에게도 조언받지 못했지만.

리키는 잠시 망설이더니 앞장서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코치님 표정 보여요?"


도희는 리키와 함께 들어온 나를 향해 웃고 있는 코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로버트는 리키를 데려온 내가 대견한 듯 엄지를 치켜올리며 웃었다.


"근데 자신 있어요? 어제 막 감 잡기 시작한 거 아니에요?"


"저런 천재가 상대라면 100%는 없죠."


"그럼 지금은 몇 % 정도인데요?"


"10%로도 안 되죠."


도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의미한 희망은 절망보다 더 나을 게 없어요."


"아니요. 야구는 긴 승부입니다. 오늘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희망. 그걸로 충분해요."


나의 말에 도희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어쨌든 멋진 승부 보여줘요."


"근데 아직 내 차례 아니에요."


도희는 무안한 듯 황급히 마운드로 고개를 돌렸다.

잭슨과 레오는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9번의 타석에서 그의 성적은 홈런 2개, 2루타 2개, 안타 1개, 볼넷 4개.


"선구안은 좋은 편이어도 저 정도는 아닌데."


"타자가 잘했다기보다는 투수가 못했다고 맞죠."


내 대답에 도희는 흥미롭다는 듯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껏 상기된 얼굴의 레오가 내려오고 마운드에는 헨리가 섰다.


"간판 투수 등장! 헨리는 좀 다르겠죠?"


도희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 딱!


그러나 그 기대가 무너지는 데는 단 1구로 충분했다.

2루타 코스.

헨리도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연습 투구 때부터 이미 타이밍이 맞았어."


투수에게 완벽하다는 말은 무엇일까.

헨리의 너클볼은 완벽하게 일정한 템포를 보인다.

제 아무리 변화무쌍이라는 너클볼이라 할지라도.

초구는 회전이 조금 더 걸려서 치기에 안성맞춤인 공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헨리의 너클볼은 제대로 들어가면 변화량이 상당해요!"


도희는 헨리의 변호사라도 된 듯이 나에게 강하게 말했다.


- 부웅!


2구, 도희의 말처럼 베이커는 크게 헛스윙했다.


"봐요. 제대로 들어간 헨리의 너클볼은 치기 어렵다고요!"


"맞아요. 홈런을 치키는 어려운 공이죠."


- 딱!


빗맞은 공.

베이커는 바로 배트를 짧게 잡았고 손목을 잠그지 않고 변화에 대처했다.


"메이저리그 갈 선수의 센스란 엄청나구나."


단 한 개의 공을 보고 바로 자신의 전략을 수정한다.

애틀란타가 아니었다면 하위권 팀에서는 이미 로스터 확정이 아니라 주전 확정일 정도.

빗맞았으나 공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헨리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서렸다.


"대학리그 성적도 좋고, 마이너 레벨은 이미 넘었다는 평가."


나는 헨리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창립자가 7년을 마이너리그에 있었던 이유는 마이너 성적이 나빠서가 아니다.

메이저는 그만큼 높은 장벽을 가지고 있다.

마이너에서 메이저는 단순히 한 단계 승격이 아니다.

수많은 진화가 쌓여야 하는 과정.


"어쨌거나, 이 일로 조금 더 고민에 빠지겠네."


나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도희는 헨리가 안타까워 죽으려는 표정이었다.

마지막 승부에서 헨리는 나름대로 압박했지만

3볼 1스트라크에서 다시 안타를 허용했다.


"아까 리키한테 한 말 수정할까요?"


"네?"


"헨리가 저 정도면 아직 한 달도 안 된 대회 선수는 더 힘들 거예요."


이 말을 한 사람이 도희가 아니었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도희는 누구보다 내 편에서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이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너클볼러 이전에 투수니까요."


너클볼 하나만 있는 투수와는 다르다.

상대가 높은 벽이긴 하지만 못 넘을 상대는 또 아니다.

마지막으로 붙는 덕분에 꽤 많은 습관을 확인했으니까.

천천히 마운드를 향한다.


"자신 있게 얘기했지만···. 지금 너클볼로는 확실히 힘들다."


손에 로진을 바른다.

에이스 헨리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상황이다.

너클볼을 꽤 많이 본 베이커는 이제 꽤나 익숙해져 있는 상황.

무엇보다 레오, 헨리로 이어지는 상급 너클볼을 본 그다.

지금 베이커에게 내 너클볼은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


와인드업을 한다.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왜 없을까.

솔직히 승부처에서 이런 타자 만나면 무조건 거른다.


"리키가 보여준 게 도움이 될까나."


일단 투핑거 너클볼 그립을 쥐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쓰리핑거 그립을 잡는다.

세 손가락으로 바치는 손에 힘이 조금 덜 들어갔다.


어쩌면 돌파구가 될지도 모르겠다.


와인드업.


- 퍽!


이전의 폼보다는 확실히 회전이 덜 걸린다.

그리고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연습 투구 3개 중 너클볼이라고 할만한 공은 초구 정도.


"너클볼러는 나비를 던지는 사람이래요."


도희는 로버트 코치의 코멘트를 전달했다.


"나비?"


"당신의 손에서 나비가 날아가려면 조금 더 안정적인 환경이 필요하겠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변화의 방향은 좋습니다. 행운을 빌어요! 그리고"


도희는 밝은 미소를 짓더니 내 손에 나비를 그렸다.


"이건 제 행운이에요."


나는 투수다.

이 자리에 한 사람의 너클볼러로 섰다.

그렇다면 애벌레일지라도 당당하게 보여야 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도 천재 너클볼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재연재 안내 NEW 2시간 전 1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4.09.11 21 0 -
16 괴물들과의 대결(4) 24.09.16 10 3 11쪽
15 괴물들과의 대결(3) 24.09.16 9 3 11쪽
14 괴물들과의 대결(2) 24.09.16 9 3 11쪽
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9 3 11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9 3 11쪽
11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0 3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1 3 11쪽
»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2 3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1 3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20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27 4 11쪽
5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26 4 11쪽
4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36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38 4 12쪽
2 애벌레 24.09.09 61 5 11쪽
1 Prologue) 나비 24.09.09 68 5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