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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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최근연재일 :
2024.09.16 07: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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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추천수 :
57
글자수 :
77,239

작성
24.09.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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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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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4쪽

Prologue) 나비

DUMMY

*** 2023년 9월, 미국 애틀랜타

"Ok, one more try!"


다시 와인드업 포지션을 잡는다.

다리를 가볍게 든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앞으로 쭉 뻗는다.

강력한 허리 회전.


그러나,

무엇보다 던지는 감각.

그 감각이 핵심이다.


어깨를 최대한 앞으로 끌어온다.

손끝에 힘을 서서히 뺀다.


거의 다 왔다. 지금!


세 손가락으로 공을 쭉 밀었다.


- 퍽!


너클볼 사관학교라 불리는 이곳에 온 지 딱 6개월.

드디어 '너클볼'을,

힘들었던 지난날을 다 지워버릴

강렬한 일 구를 미트에 박아 넣었다.


"Wow, amazing!"


지켜보던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모자를 벗어 그들에게 인사한다.


우리들은 모두 같은 처지다.

누군가에게 괴짜, 삼류 선수, 혹은 패배자라 불리는 이들.

너클볼러가 되고 싶다는 열망 하나 아래 모인 이들.

그렇기에 모든 너클볼러는 형제다.


저들이 없었다면 오늘 이 공도 없었으리라.


“대휘 선수! 당연히 메이저리그로 가실 거죠?”


스포츠 전문 블로거로 유명한 도희.

그녀와 나는 모종의 거래로 이어진 사이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마지막 피칭 응원까지 와준 걸 보면

역시 나는 인복이 참 많다.


“메이저는 안 갑니다.”


“네? 제가 잘 못 들은 거죠? 브레이브스 계약 건 못 보셨어요?”


“미리 번호표 뽑아 놓은 팀이 있어서요. 그리고 꼭 해야 할 일도.”


도희는 난감한 표정으로 코치에게 내 말을 전했다.

로버트 코치는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메이저리거 배출은 무엇보다 중요한 목표였으니까.

그러나 그는 나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듯 밝게 웃어 보였다.


“Lee, your ball looks like a ······”


이놈은 내가 처음 왔을 때부터 이거저거 알려주던 잭슨이다.

같이 월드시리즈에서 만나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녀석.

나처럼 팔꿈치에 인대가 박살 나서 매일 끙끙거리며 잠드는 녀석.


“Butterfly.”


“아, 나비 같다고 내 공이?”


자기가 던진 공도 아닌데 저런 표정이 나올 수 있나.

잭슨의 그 황홀한 표정에 가슴이 시큰했다.


“나비. 나비라고.”


“느아아븨”


그래, 인마.

너도 던질 수 있어.

내가 한국 야구 씹어먹으면 너부터 꼭 도와준다.


“코치! 원 모어, 원 모어.”


나는 황급히 캐처를 다시 앉혔다.

이놈의 영어는 발음이 참 늘지를 않아.


“잭슨, 그니까··· 룩 룩 오케이?”


다시 한번 와인드업을 한다.

온몸에 다시 한번 힘을 모은다.


그리고 공이,

아니 손끝에서 한 마리의 나비가 날아간다.


투수는 공을 통제할 수 없고,

포수는 잡을 수 없고,

타자는 칠 수 없다.


시속 130km로 날아가는 나비를 무슨 수로 칠 것인가.


그리고 이 공은

서글프고 치열했던 애벌레 시절을 지나,

누구보다 외로웠던 번데기를 거쳐

포수의 미트 속으로 날개 치며 들어간 것이다.

절대 가볍지 않다고.


"이 X새끼들아! 이제 내가 돌아간다!!!"


피칭장이 떠나가도록 기합 찬 함성을 내질렀다.


더는 참지 않아. 모든 것을 갚아 줄 것이다.


내 말을 알아들은 도희는 고개를 떨궜고,

외국인 선수들은 뭔 뜻인지도 모른 채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지나 보면 참 더럽게도 얻어맞았다.

잘 나신 천재 나리들.

이제 애매한 재능이 아니다.

너클볼을 던지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나도 천재 너클볼러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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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괴물들과의 대결(3) 24.09.16 8 3 11쪽
14 괴물들과의 대결(2) 24.09.16 9 3 11쪽
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8 3 11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9 3 11쪽
11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0 3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0 3 11쪽
9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1 3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1 3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19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27 4 11쪽
5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26 4 11쪽
4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36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38 4 12쪽
2 애벌레 24.09.09 61 5 11쪽
» Prologue) 나비 24.09.09 68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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