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스포츠

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최근연재일 :
2024.09.16 07: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62
추천수 :
57
글자수 :
77,239

작성
24.09.16 06:00
조회
8
추천
3
글자
11쪽

괴물들과의 대결(3)

DUMMY

*** 2023년 6월 말,너클볼 사관학교 연습경기장

공을 다시 잡는다.

앞선 타석에서의 땅볼 아웃.

그것은 어쩌면 운의 영역.

어쩌면 포석의 영역.


너클볼러.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싶었는가.

그것은 투수가 타자를 이기는 법은 ‘타이밍’에 있는 것이니까.

앞에 타자가 괴물이든 전설이든 상관없다.


자 이제 다시 셋 포지션.

이제 정말 내 너클볼을 던진다.


타석의 로돈도 알 것이다.

지금 투수가 뿜어내는 저 기운.

누가봐도 정면승부 외에는 없다.


‘근데 왜 내가 섬뜩한 것일까.’


로돈.

그는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섭렵한 전설.

그런 그가 저 작은 체구의 사내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괜시리 배트를 더욱 움켜쥔다.


나의 발이 살짝 올라간다.

몇 번을 연습한 스트라이드폭.

디딤발은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다.

안정적인 하체 위로.

허리가 빠르게 회전한다.

어깨도 자연스럽게 넘어온다.


팔꿈치를 지나는 이 바람.

아픔이 아닌 이 바람의 느낌이 좋다.

최대한 끌고와 던진다.


“이긴다!”


다른 사람의 귀에는 그저 괴성이었겠지만.

나는 분명 이렇게 외치며 공을 던졌다.


‘빠르다. 이럼 늦어···!’


로돈의 눈이 손에게 이야기한다.

전성기의 그였다면 어땠을까.

아니, 전성기의 그였어도 이 공은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 퍽!


포수가 공을 잡지 못한다.

뒤로 튄 공을 잡으러 포수가 뛰어간다.

로돈은 전력으로 1루로 향한다.

마치 월드시리즈 7차전 끝내기 주자인 것처럼.


“세이프!”


기자들과 스카우터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그리고, 더그아웃의 헨리가 가장 크게 박수를 치며 외친다.


“You are the best, my buddy!”


“후··· 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전광판에는 126km.

포수가 미안하다는 싸인을 보낸다.

로돈도 타석으로 다시 걸어온다.


“명승부였어. 로돈의 마지막 주루까지.”


“저 동양인 누구지?”


“저 정도면 메이저에서 통하지 않을까?”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포수가 공을 다시 던져준다.


‘잡는데는 나름 자신 있었다.’


지금 도와주는 이 젊은 포수.

그는 애틀란타 마이너까지 진출했던 마이크다.

블로킹과 동체 시력에 있어서는 최고인 그다.

로버트와 배터리도 형성했었기에 은퇴하고 바로 부름을 받았다.


‘레오나 헨리. 그들의 공도 변화무쌍하지만 타이밍은 일정했어.’


타자의 타이밍을 뺐는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포수도 잡지 못하는 공.

그것이 너클볼이다.


‘로버트 이후로 이런 공을 다시 받아보다니.’


마이크는 포수 마스크를 다시 고쳐쓴다.

오랜만에 그의 마음에도 불길이 일었다.

더 이상 승부를 망쳐서는 안될 것이다.


1루로는 대주자 한 명이 들어간다.

로돈도 타석에서 마지막 승부를 준비한다.


나는 여전히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방금의 그 공.

그 공을 빨리 다시 던져보고 싶었다.


1루 주자를 한 번 살핀다.

무리해서 주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그를 철저히 살핀다.


첫 번째 견제.

주자는 서서 들어온다.

뛰려는 의도는 없다.


“저 친구 야구를 꽤 험하게 배운 거 같군.”


“한국에서 나름 치열했다더라고요.”


팀과 로버트가 잠시 대화를 나눴다.

내가 주자를 묶는 모습은 아마추어의 그것과는 다르니까.

주자를 응시한다.

발의 위치, 호흡을 보면 그의 의도가 읽힌다.


와인드업.

어설프지만 지금 나는 어느정도 너클볼의 타이밍을 조절 가능하다.

다만, 아까 같은 포일 상황은 절대 안된다.

오늘은 계속해서 너클볼만으로 승부한다.

쉬운 길로 가는 버릇을 드리면 안된다.


초구는 앞에서 던지는 너클볼.

마이크는 혼신을 다해 볼을 끌어올린다.

살짝 낮은 공을 끌어올린다.

그것도 변화무쌍한 너클볼을.

환상적인 프레이밍.


“스트라이크 원!”


로돈은 살짝 표정을 찡그린다.

주자도 가볍게 1루로 복귀했다.

잡 생각이 드는 순간 무너진다.


“하체가 탄탄하면 손의 감각이 무딘 날에도 제구가 되지.”


“그것이 던지는 감과 디딤발을 끊임없이 연습해야하는 이유죠.”


어느새 더그아웃은 나의 피칭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누가 너클볼러들 아니랄까봐.

누군가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던가.

나의 너클볼에 도움이 된다면 세살짜리에게도 배울 것이다.


어쨌거나, 이제 2구.

주자도 슬쩍 리드폭을 넓힌다.


와인드업 후 던진 느린템포의 너클볼.


“볼!”


폼을 조금 크게 던진다.

로돈은 차분하게 기다린다.

앞선 공과 지금 공을 통해 알아낸 것은

로돈의 선구안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는 것.

컨택이 좋은 타자에서 눈이 좋은 타자로 변했다.

이것은 메이저의 괴물이기에 가능한 일.


“주자도 하필 피곤한 놈이네.”


계속해서 신경을 건들인다.

야금야금 리드폭을 넓히다가도 금방 들어온다.

왔다갔다 하면서 흔든다.


근데, 아직은 어리다.

세션을 수행하면서 주자가 되어봤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하나.

2루가 진짜 훔치고 싶을 때.

그 때 자신의 욕심을 숨기지 못하면 잡힌다.


“도둑놈이 저렇게 뻔히 보여서야.”


내가 다리를 조금만 뻗는 이유.

나같이 주자를 잘 묶는 투수 앞에서 까불면 안 돼지.


- 퍽!


“아웃!”


내가 발을 들고 크게 어깨를 열려하자 바로 뛰려한다.

그러나 발을 바로 앞에 둔채 견제구가 들어간다.


“Hey!!!”


로돈이 신경질적으로 1루로 소리친다.

앞선 나의 투구는 확실히 주자로 인해 편하지 못했다.

로돈은 이를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타자.

그의 분노가 느껴졌다.


3구.

확실히 주자가 없으니 편하네.


와인드업.

다리를 뻗고 던진다.


어라? 이 느낌이 아닌데.

너무 긴장을 풀었을까.


- 딱!


“실수는 여지없이 아이야.”


로돈은 내 공 마저도 펜스를 넘긴다.


“너클볼은 정말···”


긴장을 한번 풀면 여지없이 배팅볼이 된다.

마무리 투수로 올라왔다면 쌍욕을 쳐먹을 장면.


투 아웃까지 잘 잡고 볼질하는 투수.

투 아웃까지 잘 잡고 홈런 처맞는 투수.


하여튼, 내 욕은 내 SNS에 맘껏 하시고.

이게 아닌가?


“뭐야 역시 로돈인가?”


“그래도 너클볼러들 꽤 잘하던데.”


“앞으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어.”


기자들과 스카우터들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돌아갔다.

로버트의 표정이 가장 밝았다.

어쨌거나 지금 너클볼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으니까.


더그아웃으로 터덜터덜 들어간다.

그런데···


“인마, 너 엄청 잘던지잖아!”


“멋졌어요.”


레오와 잭슨이 격하게 환영해준다.

이번 등판에 나오지 못한 잭슨까지 웃으며 반겨주니 조금 어색했다.


“다음 번에는 나도 다를거야.”


아까 소리치는 거 다 봤는데, 뭘 부끄러워하냐 넌.

헨리도 넌지시 걸어와 이야기를 건넨다.


“방향은 잘 잡은 거 같네. 이제 흔들리는 궤도를 따라 미트로 들어가게.”


팀은 무리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의 건강은 심각한 상황.


“감사합니다. 너클볼러는 최고입니다. 그러니 병마도 이겨내세요.”


나의 말에 팀이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이제 충분하네. 너클볼러들이 이렇게 나왔으니.”


그는 나지막이 한 마디를 하고 더그아웃을 떠났다.

다음 달 승부가 기대된다.

이 녀석들이랑 변화할 내일이 너무나 기대된다.


한 시대가 져물고 새로운 시대가 떠오른다.

누군가는 의지를 남기고, 그 의지는 다른 전설의 초석이 된다.


어쩌면 오늘.

너클볼의 새 시대가 열렸을지도 모르겠다.


*** 9월 말, 너클볼 사관학교 피칭장

한 가지 확실한 건 너클볼 사관학교의 새 시대가 열렸다.

피칭 영상과 이야기들이 더욱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없었던 배우겠다는 이들도 꽤 모였다.

로버트와 리키는 철저한 기준 하에 몇 명을 선발했다.


시즌이 한창이다보니 7,8월에 붙었던 승부는 손쉽게 끝이 났다.

더블A 수준도 안되는 타자들이 왔다.

그들은 한층 성장한 레오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잭슨도 8월에는 꽤 좋은 모습을 보이며 대학으로 돌아갔다.

나의 투구에서 여러 좋은 부분을 본 모양.


레오의 너클볼과 직구는 아직 많이 다듬어야한다.

그럼에도 드래프트 지명을 받을 수준이라는 평가.


헨리는 그 날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원래도 엄청난 노력파였던 그는 자신의 너클볼을 연구하는데 온 힘을 들인다.

물론 한 종류의 너클볼만으로도 그는 이미 드래프트 상위 지명 대상이었다.


유례없이 변한 너클볼 사관학교를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도 나의 영상이 슬슬 퍼지기 시작했다.


[엘리펀츠 강대휘, 너클볼러 변신?]


[강대휘, 메이저 강타자 제압]


다수의 구단에서 움직였다.

심지어 엘리펀츠까지 나에게 다시 제안이 왔다.

방출했던 그 직원의 목소리.

한 없이 차가웠던 그 목소리가 잠시 떠올랐다.


나는 인터뷰 요청을 비롯한 모든 것을 거절했다.

지금은 그런 것에 흔들릴 때가 아니다.


이제 그가 온다.

메이저리그 신인왕 1순위.

3할에 30홈런을 때린 천재타자.


윌리엄 베이커.


그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애틀란타 구단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도 이를 승낙했다.

알게 모르게 사관학교를 후원해왔던 구단이다.

그런 감성적인 이유 뿐 아니다.


돈.

지금 베이커와 우리 투수들이 붙는 것은 엄청난 쇼.

모두의 관심이 주목되는 루키들의 맞대결이다.

심지어 애틀란타는 트리플A 선수단까지 붙여주기로 했다.

제대로 된 쇼로 키워보겠다는 심산.


이번 등판의 룰은 그래서 조금은 다르다.

베이커와 애틀란타의 재능 2명, 총 3명과 3이닝 승부.


엄청난 승부와 관심.

그래서일까. 밤 늦은 시간에도 피칭장의 불이 환하다.


“하나 더! 하나 더!”


모두가 곧 있을 베이커와의 승부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운동한다.

심지어 다른 타자들의 분석 자료까지 나왔다.

로버트 코치가 준 자료지만, 뭐 도희가 줬을 가능성이 높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피칭을 지켜봤다.


“레오의 공은 더 날카로워졌다. 빠르고 정확해.”


“잭슨은 점차 타이밍이 다양해지네.”


“헨리는··· 이제 메이저리거다.”


그들의 피칭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내 형제들.

피칭을 마무리한 레오가 나에가 다가온다.


“강, 이번 베이커와의 승부가 마지막이라며.”


“뭐야 메이저 가는거야?”


잭슨도 한 마디를 거든다.


“아니, 나는 해야할 일이 있어서.”


잭슨과 레오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일단 베이커를 꺾어야 해.”


나는 베이커와의 승부 때 많은 이들을 불렀다.

여기서 부족한 공을 던진다면 아마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복수도, 은혜도.


“로돈보다 베이커가 훨씬 잘하겠지?”


“에이 아니지 로돈은 경험이 있잖아.”


레오와 잭슨은 긴장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 베이커는 로돈보다 위다.”


헨리가 차분하게 한 마디했다.


“5툴 플레이어. 로돈의 협응력에 약점이던 파워도 개선되었어.”


힘이 좋아지면 배트스피드가 빨라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오히려 컨택율이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베이커의 노력을 알 수 있다.


우리와 붙었던 때도 몸이 좋았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면서도 그는 계속 발전한 것.

얼마나 치열한 시간이 있었을지 예상이 된다.


그리고 이제 운명의 날이 밝는다.

수 많은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이 쇼에 온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전설이 될 괴물들이 맞붙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도 천재 너클볼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재연재 안내 NEW 2시간 전 1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4.09.11 21 0 -
16 괴물들과의 대결(4) 24.09.16 10 3 11쪽
» 괴물들과의 대결(3) 24.09.16 8 3 11쪽
14 괴물들과의 대결(2) 24.09.16 9 3 11쪽
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9 3 11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9 3 11쪽
11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0 3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0 3 11쪽
9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1 3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1 3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19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27 4 11쪽
5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26 4 11쪽
4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36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38 4 12쪽
2 애벌레 24.09.09 61 5 11쪽
1 Prologue) 나비 24.09.09 68 5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