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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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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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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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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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생긴 일(1)

DUMMY

*** 6월, 너클볼 사관학교 피칭장.

이곳에 온 지 벌써 3달이 지났다.

리키는 정식 코치가 되었다.

리키의 가족들도 어느새 이곳에 와 함께 지내게 되었다.


그는 훌륭한 코치다.

가장 큰 변화의 주인공은 레오였다.

레오는 대학에서 주전 선수로 도약해 발전하기 시작했다.

타자와 싸우는 노하우.

던지는 폼에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나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잭슨과 레오는 때때로 나에게도 이것저것을 묻는다.

우리는 이제 완전한 형제가 되어 서로의 너클볼을 돕는 지원군이 되었다.

다행히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소통도 편해졌다.

물론 바디랭귀지가 반이지만.


- 퍽!


나는 베이커와의 승부로 깨달은 방향대로 열심히 공을 던졌다.

그러나 창립자가 했던 말처럼 이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완벽해졌다고 생각할 때, 그때 또다시 연습하라.”


생각대로 되지 않는 공에 마음에 불안함이 점차 커졌다.

내년 울브스로 돌아가기 위해서 최소한 10월에는 결과를 보여야 한다.

이미 그 결과로 보여줄 베이커와의 승부도 약속되었다.


“남은 건 대충 4, 5개월. 아직 생각한 구속도 변화도 없다.”


그나마 10개 던지면 한두 개 들어가던 공이 7개 정도는 들어간다.

물론 실전에서 통할만한 너클볼은 1개도 힘들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너클볼은 거의 매일 던져도 무리가 덜했다.


“오랜만이네요!”


1달간 열심히 나를 도왔던 도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그의 너클볼에 대한 칼럼은 스포츠 블로그 랭킹 상위권에 들었다.

다만, 도희의 특별한 배려로 내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


“놀러 가요. 우리!”


나의 당황한 표정에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로버트하고도 이야기 다 했어요. 미국 와서 하루도 안 쉬었다면서요.”


“그야 마음이 급하다 보니···”


“그리고! 제가 블로그에 대휘 선수 사진 빼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너클볼러 도전. 그것도 이 사관학교에서 배운다는 사실.

물론, 나 같은 선수에 대해 누가 대비하겠느냐마는 확실한 것이 좋다.

알게 모르게 울브스의 배려도 받고 있는 지금 임별 단장도 조심하라고 했고.


“그 부분은 감사합니다. 그래도 지금은 시간이 없어요.”


나는 헨리를 바라봤다.

베이커와의 승부 이후, 헨리는 오히려 답보 상태.

그러나, 나는 안다.

그는 또 하나의 예비 메이저리거, 아니 괴물 메이저리거.

밤마다 나와서 고민하고 던져보는 사람은 이곳에 나와 그 단 두 명이니까.

하지만 그에게 내 생각을 전할 수는 없다.

그는 어느새 나를 라이벌로 여기고 있으니까.


“그리고 애틀란타에서 해변이면 왕복 8시간 될 텐데요.”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고.


“그럼 자고 오면 되죠?”


“네?”


“농담 아닌데요?”


도희는 까르르 웃었다.


“우리, 정확하게 말하면 제가 유명 너클볼러의 초대를 받아서 가는 거예요.”


도희는 항공권을 꺼내 들었다.


“플로리다에 있는 너클볼러에게 초청받았어요. 로버트가 힘 써줘서 대휘 선수도 가는 거고요.”


“인터뷰 가는 거군요?”


도희의 블로그로 팬들 사이에 너클볼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졌다.

그녀는 이 기획의 연장으로 유명 너클볼러들을 만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플로리다에 있는 너클볼러라.

그는 너클볼러임에도 제구력으로 유명하다.

너클볼은 기본적으로 무회전!

그 무회전은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 변화무쌍한 공을 제구한다는 것은 탄착군을 잘 형성한다는 뜻

즉, 스트라이크 존 안, 그 네모 안에 공을 집어넣는 능력이다.

그는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20년간 뛰면서 200승을 3,000이닝을 달성한 전설.


“손가락 감각이 좋은 대휘 씨가 가면 제구력에 큰 힌트를 얻을 거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불펜 경험도 많은 분이니 한번 뵙고 싶네요.”


“저랑 바닷가에 가는 게 가장 좋은 거 아니에요?”


도희가 눈웃음과 함께 이런 장난을 치면 가끔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장난치지 말고요.”


나는 급히 숙소로 들어가 트렁크를 챙겼다.

이번에도 역시 글러브 2개, 유니폼과 운동복을 챙긴다.

그리고 리키가 준 야구공과 회화책을 챙긴다.

소중한 것들이, 성공해야 할 이유들이 하나씩 생기는 느낌.

그 무게감이 새로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 플로리다 해안도로

남자의 로망은 뚜껑 달린 스포츠카다.

그것도 옆자리의 멋진 여자가 탑승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아직 학생인데 너무 무리한 거 아니에요?”


“렌트인데요. 뭐. 나름 대기업에서 인턴도 하고 블로그 수입도 꽤 된다고요.”


조수석의 도희는 까만 선글라스에 완전한 여름 복장으로 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여름의 여신 같은 느낌.

왜인지 차가운 별 단장이 떠올랐다.

마치 겨울의 왕비와 여름의 여신 같은 대조적인 느낌.


“인터뷰는 내일이니까. 오늘은 저랑 놀아요.”


“그러시죠. 저도 며칠 생각 정리하려고 왔으니.”


우리는 에메랄드 빛깔 물이 반짝이는 바닷가로 달렸다.

태닝을 하며 여유로운 사람들.

비치 발리볼을 하는 사람들.

서핑을 하는 사람들.

그들을 가만히 보자니 미국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가볍게 물놀이도 하고 여유롭게 누워 시간도 보냈다.


“이렇게 해변을 걸어본 지가 언제인지.”


한국에서도 시즌 중이다 보니 바다에 갈 일이 없었다.

물론, '바다'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미녀랑 걸어본 적은 한 번도 없죠?”


“있습니다.”


나의 단호한 대답에 도희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웃음 지었다.


“오 첫사랑?”


“아니요. 뭐.”


나는 그냥 말 뒤를 흐렸다.


“뭐야 재미없어.”


그녀는 살짝 툴툴거리면서 내 앞으로 지나갔다.


“어쨌거나 고마워요.”


살짝 앞으로 간 도희가 확 뒤를 돌아보았다.

찰랑이는 밝은 빛의 머리칼.

그리고 무엇보다 밝은 웃음.


“뭐가요?”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와 몸에 살짝 손을 올린다.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요.”


“대휘 선수는 왜 이렇게 절박하게 야구하는 거죠?”


도희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 생각 없는 부잣집 아가씨 갔다가 이렇게 폐부를 찌른다.

기자 하면 정말 대성할 스타일.


“어디 앉아서 얘기 나눌까요?”


우리는 해안가에 있는 펍에 앉았다.

우리는 무알콜 칵테일을 한 잔씩 시켰다.


“술은 아예 안 드시는 거예요?”


“네. 프로에 와서 스스로 약속한 게 술, 담배, 도박은 절대 안하겠다 여서요.”


그것 외에 하나 더 있는데 그것 때문에 꽤 힘들었지요.

오원주의 미움을 산 사건.


“그래도 우리 꽤 친해졌네요. 이렇게 앉아서 같이 얘기도 나누고?”


도희의 저 웃음을 보고 있자니 이제는 장난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도희씨는 왜 야구를 좋아하는 거예요? 명문대 경제학과인데.”


도희는 아무 말 없이 칵테일 잔만 바라볼 뿐이었다.


“괜한 걸 물었나 보군요.”


“아니에요. 그런 건.”


도희는 한참 망설이더니 빙긋 웃어 보였다.


“꽤 큰 증권사에 인턴을 했었어요. 눈앞에 큰돈이 오갔죠.”


“그랬군요. 좋은 기회였을 거 같아요.”


“그 기회 뒤에 그림자도 짙었죠.”


도희는 한 마디 한 마디 조심스럽게 말했다.


“처음엔 동생이랑 캐치볼 하는 게 좋았어요.”


분위기 때문일까 왠지 속마음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에게 비밀을 말할 수 있다는 말처럼.


“동생이 많이 아팠고 약속했죠. 인천 살다 보니 형이 꼭 울브스 최고 투수가 되겠다고.”


“꼭 그렇게 될 거예요.”


도희는 내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야구를 하면서도 짙은 그림자가 많았어요.”


“어디를 가나 그런 것들이 있군요.”


“그래도 야구가 많이 위로되었나 봐요. 도희 씨한테.”


도희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정말요. 멍하게 앉아서 있는 시간 야구 덕분에 살았죠.”


“저도요. 공을 던지면 꼭 동생이랑 함께 던지는 거 같아요.”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무알콜 칵테일이 아닌가?


“Hey, it’s on the house!”


히스패닉 남자가 씩 웃으며 튀김 요리를 내왔다.

적절한 타이밍의 서비스였다.


“맛있겠다.”


“그러니까요!”


우리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근데 울브스 좋아하셨어요?”


“네. 지명은 엘리펀츠였지만요.”


“울브스에 새롭게 단장되시는 분 알려줄까요?”


도희의 말에 정말 깜짝 놀랐다.

임별 단장은 아직 조직 분위기를 익힌다는 이유로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았다.


“울브스가 암흑기이긴 해도 주현택 단장님이 건재하신데요.”


“아. 진짜 모르시는구나? 저한테 야구 알려준 선배가 단장으로 가실 거예요!”


도희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닫는 시늉을 했다.


“완전 오프더레코드 해주셔야 해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겁니다.

나는 크게 웃으며 생각했다.


“좋은 정보 고마워요. 그리고···”


내가 머뭇거리자, 도희는 턱을 손에 괴고 지긋이 바라보며 기다렸다.


“야구 관련 일하실 거면 저도 많이 도와주세요.”


“에이 뭐야. 싱겁게.”


도희는 다른 말을 기대했다는 듯 웃었다.

우리는 바닷가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MLB 팀들에서도 욕심 많이 내죠?”


“뭐 블로그 보고 몇 개 구단에서 연락해 왔어요.”


도희는 일단 세이버메트릭스로 위시한 통계에 능하다.

미국 최상위권 명문대의 수재이니 당연하다.

그런데도 직접 발로 뛰면서 선수들을 분석한다.

블로그가 유명해진 이후로는 꽤 여러 구단을 출입하기도 했다.


“근데 제가 꽤 낭만파라서요.”


도희는 알 수 없는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숙소 앞에 섰다.


“어쨌든 강대휘 선수, 아니 오빠. 오늘 재밌었어요!”


"또 농담!"


내가 괸시리 목소리를 높이자 도희는 귀엽다는 웃었다.

우리는 예약한 숙소에서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눕자, 오후에 걸었던 아름다운 바닷가가 떠올랐다.


“얼마 만에 쉬는 건지.”


마음의 빈 곳이 없었다.

눈을 뜨면 찾아오는 압박감이 늘 나를 가뒀다.


- 탁!


침대에 누워 공을 허공으로 살짝 던졌다가 잡는다.

부상이 있기 전 나에게 야구는 전쟁터였다.

그리고 요즈음을 떠올린다.

모교에서 펼쳤던 승부의 순간, 베이커와 붙었던 순간이 떠오른다.

행복하다. 치열하게 붙는 그 순간이 참 행복했다.


누군가 나의 플레이를 보고 감동하고 야구를 통해 쉼을 얻는다.

어차피 한 번 끝났던 선수 생명.

이제 남은 기회는 덤이다.


노력하는 자는 천재를 넘을 수 없다.

천재도 즐기는 자를 넘을 수 없다.


그래. 천재를 이기는 방법은 천재가 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형제 같은 나의 너클볼러 동기들.

나를 따라오는 후배들.

나를 보고 위로를 얻는 팬들.

하늘에서 지켜볼 내 동생.


그 모든 이들을 위해 나는 즐길 것이다.

너클볼 투수로서 나의 재능은 절대 부족하지 않으니까.

이제 천재 너클볼러로서 경기를 즐겨주마.


- 띠링!


‘낯선 곳에서의 하루는 삶을 재정비할 기회다.’


도희의 문자였다.

심리학이라도 했나?

하여간 대단한 여자.


- 띠링!


‘심심한데 놀러 가도 돼요?’


어라?

이 야심한 밤에 놀러 온다고?

나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대충 방을 급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 띠링!


‘대휘 선수 선물도 준비했어요. ㅎㅎ 이따 봐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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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괴물들과의 대결(4) 24.09.16 10 3 11쪽
15 괴물들과의 대결(3) 24.09.16 9 3 11쪽
14 괴물들과의 대결(2) 24.09.16 9 3 11쪽
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9 3 11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9 3 11쪽
»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1 3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1 3 11쪽
9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2 3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1 3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20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28 4 11쪽
5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26 4 11쪽
4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36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38 4 12쪽
2 애벌레 24.09.09 62 5 11쪽
1 Prologue) 나비 24.09.09 69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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