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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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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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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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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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DUMMY

“도윤아. 오늘 홈런 하나치면 민욱이 글러브 주마.”


1번 타자와 승부하고 있던 시점.

더그아웃에 있던 선 코치가 도윤에게 한마디 했다.


“약속하신 겁니다.”


도윤의 눈이 반짝거린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도윤에게 박민욱 글러브는 의미가 있다.

왕조의 시기가 지나고 암흑기가 드리운 인천의 자존심.

도윤이 유격수를 고집하는 이유도 그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리고 타석에 선 도윤은 말 그대로 초집중 상태였다.


“도발한 거 후회하실 겁니다.”


나의 도발에 그는 배트를 꽉 움켜쥐었다.

그러나 호흡도 자세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초구.

살짝 높은 쪽.

우타자에게 먼 코스로 날카롭게 공이 들어갔다.


- 따악!


그러나 공은 훨훨 펜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X 됐네. 이거 넘어갈 수도 있겠다.

진짜 쪽팔려서, 이거 어떡하냐.


순간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분 바람 덕에 간신히 피울.


“인생이 걸린 기회인데 조금 더 신중해야지.”


김 감독의 입가에 웃음이 사라졌다.

선 코치도 심각하게 상황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 타이밍은 완전히 잡았다.’


방금 공.

도윤은 살짝 타이밍이 늦었다.

그러다 보니 배트에, 가운데에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


뒤집어 말하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빗맞혔지만 넘길 뻔한 것이다.

도윤이 씩 웃었다.

그러더니 나를 향해 배트를 쭉 뻗었다.


“도발이라.”


타이밍을 완전히 알아냈다는 의미.

슈퍼스타의 자질이 흘러넘친다.

1회 삼자범퇴로 아이들은 당황했고 겁을 먹었다.

그러나, 스윙 한번.

그리고 저 도발 한 번으로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근데 형도 나름 절박해서 말이야.”


다시 공을 꽉 쥔다.

직구 하나. 그것도 잘해야 140km.

볼넷으로 거른다?

그러기에는 삼진을 잡았을 때의 효용가치가 너무 크다.

무엇보다 도윤인 주자로서 훨씬 무섭다.

내보내는 순간 3루까지도 달려갈 아이다.


와인드업.

그리고 투구!


- 부웅!


‘어라.’


도윤은 당황스러웠다.

이전보다 훨씬 묵직한 직구.

아래쪽으로 깔아져 날아오는 위력적인 직구였다.

무엇보다 ‘스피드’.


‘거의 10km 차이.’


전광판에 속도는 딱 130km였다.


내 생각보다 훨씬 좋은 타자들이 많았다.

초고교급 타선.

무엇보다 이도윤은 프로 무대에서도 당장 경쟁할 만한 수준.

1회 어떻게든 빠른 템포의 직구로 승부한 것은 도윤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아무런 변화구 없이 타이밍을 흩트려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거대한 플랜을 위해서도 2가지 템포의 직구가 필요했다.


“야구는 결국 타이밍 싸움이지.”


“맞습니다. 저 두 친구 다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네요.”


“그래도 프로 밥 먹었다고 다르긴 하구만.”


김 감독의 말에 선 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변화구가 필요한 이유는 타자의 타이밍을 흩트리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방금 나의 직구는 변화구다.

같은 폼처럼 보이지만, 스트라이드 폭을 꽤 줄였다.

덕분에 밸런스를 잡기 쉬웠다.

그만큼 공을 더 강하게 채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릴리즈 포인트도 이제까지와 달리 살짝 뒤였다.


‘그럼에도 눈속임.’


도윤은 눈이 좋은 타자다.

대처는 조금 늦었지만 분명 대응해 냈다.

그는 방금 공을 던지는 나의 자세를 완벽하게 읽었다.

즉, 다음에도 똑같은 130km라면 이번엔 여지없을 것이다.


요행에 요행이 겹쳐 투 스트라이크가 완성됐다.

이제 이 승부의 행방을 가를 일구를 남겨뒀다.

어쩌면 내 인생의 방향을 가를 일구일지도 모른다.


와인드업.

넓은 스트라이드 폭.

강한 허리 회전과 빠르게 넘어오는 팔.

마지막 순간,

강하게! 더 강하게 공을 챈다.


‘승부’


도윤도 망설이지 않는다.

배트는 허공을 갈라 공을 향한다.

우타자 기준 하단 가장 먼 곳.


‘빠르다.’


대기 타석에서 계속 봤던 공.

거의 홈런을 만들어낼 뻔했던 공.

타이밍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앞선 130km 직구를 봐서일까.

지금 공은 초구보다 훨씬 빠른 느낌.


- 부웅!


마지막까지 맞춰내려고 노력했다.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한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우오오오!!!”


내가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그리고 이내 쪽팔림이 찾아왔다.


아이씨. 나름 선배인데 삼진 잡았다고 넘 좋아했나.


- 짝! 짝! 짝!


더그아웃의 김 감독이 박수를 보낸다.

타석에서 물러나는 도윤도 헬멧을 살짝 들어 올리며 인사한다.

전광판에 초구와 같은 139km가 찍혔다.

앞선 2구와는 딱 9km 차이.

하지만, 초구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진다.


릴리즈 포인트.


속도보다 더 도윤을 헷갈리게 한 것은 릴리즈 포인트였다.

2구의 릴리즈 포인트는 조금 더 뒤쪽.

타자에게 훨씬 느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지금 끝까지 몰아붙였기에

마지막 공은 타이밍 잡기 까다로웠다.


“그렇게 대단한 건가?”


5번 타자, 김석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타석에 들어섰다.

손이 조금 흔들리네.

아무래도 앞선 타자에게 조금 무리했나 보다.


아직 20개를 던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지친다.

특히, 130대 후반의 공은 던질수록 체력을 확 갉아먹는다.


무엇보다 투구폼.


엄청난 스트라이드 폭, 그 모든 하중을 다리로 받아낸다.

밸런스를 잡는 데도 힘이 꽤 소모되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석민은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 상황에서 어쩌면 최악의 타자다.

석민이는 팀이나 상황의 분위기를 타지 않는다.

마치 머릿속에 꽃밭이···


- 딱!


정타였다.

너무도 깔끔한 정타.


“무겁긴 하네.”


1루로 나간 석민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장타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멀리 뻗지 못했다.


“후··· 후···”


심호흡을 한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

나에게는 여유가 없다.


“작전 능력도 한 번 보여줘야지.”


김 감독이 선 코치를 보며 말했다.


“오늘은 제가 작전을 내기로 했으니까요.”


메이저리그 타석에서도 꽤 일가견이 있었던 그다.

이 경기에서 타격에 있어서 간단한 조언도 해주고, 작전도 내고 있다.

나도 급히 내야수들을 불러 모았다.


“6번 발도 꽤 빨라요. 작전 수행 능력도 있고요.”


“7번도 단타 하나는 뽑아낼 수 있어요. 저희 1점 짜내는데 꽤 좋은 팀이라고요.”


아이들이 제법 진지한 태도로 이야기한다.

짜식들 너희도 야구하는 놈들이구나.


“그래도, 번트는 없을 거야. 그리고···”


나는 번트 수비에 자신이 있다.

번트하고 7번에게 부담을 주는 건 내가 아는 선 코치님이 아니니까.

그리고 6번. 저 친구도 승부하고 싶은 표정.


“선배님. 믿습니다. 저도 번트 수비 잘해요.”


공을 받아본 포수는 어느새 확실한 내 편이 됐다.


“그래, 아까 농담처럼 말했지만, 실수하지 마라. 형 힘들다.”


잠깐 농담을 마치고 다시 승부에 나선다.


6번 타자. 노문오.

아주 거만한 스타일.

1번 타자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조건 장타를 생각하는 듯 보였다.


“인사도 없네.”


나지막하게 한 마디를 마치고 공을 꽉 쥐었다.

그럴만하다.

힘에는 자신감이 넘치는 스타일.

스치기만 해도 넘어가는 장사.


“근데 여기서 번트면 정말 내야가 혼란에 빠지겠구나.”


타자의 저 태도가 연기라면 정말 남우주연상감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작전과 공을 믿는 수밖에.


빠른 템포의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높은 코스로 들어간다.

타자는 슬쩍 번트 모션을 보이다가 뺐다.


“무조건 번트 대라니까.”


“저 정도도 많이 사람 된 거다.”


선 코치의 말에 김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문오는 그야말로 문제아야. 누가 시키는 거 병적으로 싫어한다고.”


“이건 볼 필요도 없어요.”


선 코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1루 주자의 단독 도루 싸인을 냈지만, 초구에 뛰지 못했다.

타자는 번트를 대지도 못했다.


“주자 묶는 건 고등학교 때부터 잘하더라고.”


김 감독의 말에 선 코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승부는 아주 간단했다.

2구는 날카롭게 아래쪽을 파고들어 스트라이크.

그리고 느린 템포의 직구에 배트가 나왔다.


3루수 정면!

공은 꽤 빠르고 불규칙하게 튄다.


‘살짝 까다롭기 한데.’


3루수는 대시해서 공을 건졌다.

그리고 2루, 1루로, 차례로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살짝 불안했지만 어쨌거나 힘겨웠던 2회가 끝나고 내려갔다.

선 코치의 눈에도 불이 붙었다.

차분해 보이는 저 눈빛 뒤로 타오르는 승부욕이 느껴진다.


“무조건 공을 많이 던지게 해. 흔들릴 게다.”


선 코치의 말에 7번 김윤후가 고개를 끄덕인다.

7번은 가져다 맞추는데 재능이 있다.

감독님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자.

잘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살린다.


- 따악!


초구부터 커트해 낸다.

가져다 맞추다 보니 커트하는데 도가 튼 느낌.

몇 번 타이밍 맞추지도 않은 거 같은데.


- 따악! 따악!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거침없이 커트해 낸다.

어느새 볼 카운트는 투 볼 투 스트라이크.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쉽지 않은 타자.


“진짜 웬만한 팀 2군 이상이다.”


1회의 2번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공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그냥 커트해 낸다.


- 따악!


느린 템포 직구도 간신히지만 커트해 낸다.


‘이 정도면 이제 무너질 줄 알았다.’


윤후가 생각했다.

벌써 7구째 승부.

계속된 커트, 집중력을 끌어올려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제 누가 먼저 지치느냐의 승부.


하지만 말이야.

형이 너희 누르지 못하면 안 되거든.


- 따악!


타이밍이 늦었다.

커트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인플레이.

3루수가 뛰어온다.


‘까다롭다고 이 투수!’


간신히 공을 잡아내서 1루로 공을 던진다.


“어··· 어··· 어!”


“아··· X 됐네.”


공이 빠졌다.

주자는 2루로 빠르게 뛰어 들어갔다.

3루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친구야. 형 힘들다.”


나는 땀을 닦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3루수를 바라본다.


“인마. 괜찮아. 형이 생각한 대로 된 거야.”


“죄송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3루수를 탓해봐야 아무 쓸모 없다.

공이 회전이 많다 보니 치면 땅볼이 나온다.

그것도 코스가 어렵고 바운드가 복잡하다.

하물며 경기장도··· 여긴 프로구단의 구장이 아니다.


“자, 이번엔 제대로 보여주마.”


선 코치는 우선 대주자를 불렀다.


“도윤이 대주자로 쓴다. 이 정도는 괜찮지?”


룰대로라면 불가능한 선수 교체.

근데 을이 무슨 힘이 있겠나.


“당연하죠.”


나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무사 2루. 주자 이도윤.

단타 하나면 홈까지 내달릴 것이다.

그리고, 저 8번.

작전도 꽤 잘하고 단타도 뽑아낼 능력이 있다.

무엇보다 똑똑한 타자.


“타선이 끈적하더라고요.”


“1점의 소중함을 잘 아는 아이들이야. 그걸로 우승해 봤으니까.”


선 코치와 감독님은 흥미롭다는 듯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잘 만들어진 상황이네.

상대가 고등학생이란 점만 빼면 꽤 멋진 상황이야.


아웃카운트는 올라가지 않았고, 발 빠른 주자가 2루에 위치했다.

내야는 한 번 흔들렸으니 번트 작전을 하기에 수월한 상황.


"어디 심장을 한번 보자고."


선주원 코치가 씩 웃으며 한마디 했다.

커리어 말년에는 마무리로도 2시즌 뛰었던 그다.

지금 마운드의 투수를 괴롭히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저놈 심장은 내 작품인데."


김 감독도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도망갈 길은 없다.

진짜 내 야구를 보여주는 것 외에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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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괴물들과의 대결(4) NEW 4시간 전 3 0 12쪽
15 괴물들과의 대결(3) 24.09.16 12 4 11쪽
14 괴물들과의 대결(2) 24.09.16 12 4 11쪽
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12 4 12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13 4 11쪽
11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5 4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5 4 11쪽
9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5 4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6 4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25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32 4 11쪽
»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33 4 11쪽
4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43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47 4 12쪽
2 애벌레 24.09.09 72 5 11쪽
1 Prologue) 나비 24.09.09 80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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