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천재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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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랑
작품등록일 :
2024.09.0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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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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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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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들과의 대결(2)

DUMMY

*** 너클볼 사관학교 연습경기장

“너클볼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변화량도 좋고 괜찮아 보였는데.”


“에이, 메이저리그 탑 선수들한테는 힘 못 쓴다니까.”


잠시 기대에 찼던 기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너클볼의 완성도가 훌륭해졌더구나.”


“홈런을 맞은걸요. 할아버지께서도 제 공을 보면 부끄러워하실 거예요.”


헨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할아버지와 같은 너클볼러가 되는 것.

어쩌면 아버지 로버트조차 못 이뤄낸 그 꿈.

자신감도 있었다.

분명 이번 너클볼은 통할 것이라는.


“나는 다시 태어나면 너클볼러 안 할 거다.”


“네?”


“너클볼 아니어도 야구는 재밌더구나.”


“···”


헨리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근데 이번 생에 너클볼을 선택한 건 절대 후회 없다. 내 너클볼은 아버지의 것보다 날카로웠고, 너의 너클볼보다 변화무쌍했으니까.”


헨리는 물끄러미 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제2의 필은 필요 없다. 강이 그러더구나 저마다 다른 너클볼을 던지더라도 결국 그 너클볼은 최강이라고.”


헨리는 더그아웃으로 눈을 돌렸다.

레오와 잭슨, 그리고 이상한 동양인.

그들은 목이 터져라 화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에이스! 힘내라.”


“네 공은 최고야!”


헨리는 씩 웃으며 로버트에게 공을 받는다.


“할아버지의 너클볼은 최고예요.”


헨리의 말에 로버트도 씩 웃는다.


“그런데, 로버트의 너클볼은 별로더라고요. 제 너클볼이 더 나아요.”


“그럼 됐다. 재밌게 던져봐.”


헨리는 공을 잡는다.

사실, 헨리는 대휘가 신경 쓰였다.


이기려는 마음.


너클볼을 잘 던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를 제압하고 이긴다는 마음.

헨리가 대학으로 돌아간 이유도 사실 그것이었다.

자신은 그동안 할아버지의 너클볼의 ‘재현’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의 꿈은 ‘투수’이지 ‘너클볼러’만은 아니다.


“클래식한 너클볼러. 그것만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헨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메이저의 근육쟁이들의 배트 스피드가 할아버지 때와는 다르다는 것.

공을 맞히고 인필드플레이를 만들어내는 비율이 늘어난 것.

야구는 살아있다.

그것은 쉬지 않고 변화한다.

특히, 괴물 같은 운동신경의 선수들에게 한계는 없다.


‘인정하기 싫었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그는 할아버지의 너클볼로 성공하려 했다.

그러나 그 부담감을 내려놓은 지금.

오히려 타자와의 승부가 재미있어졌다.


초구.

다시 너클볼.

헨리는 고집스럽게 너클볼만을 고집한다.

그러나 이번엔 조금 달랐다.


‘어라, 타이밍이 조금 이상한데.’


- 딱!


타격장인 로돈.

그는 헨리의 변화를 눈치챘다.

전성기였다면 배트를 뺐을 테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다행인 점은 그 와중에도 환상적으로 배트를 컨트롤했다.

결국 공은 배트를 살짝 빗맞아 파울을 만들었다.


‘템포가 조금 빨라졌다.’


헨리는 디딤발을 딛고 일정한 템포로 어깨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 박자 빠르게 끌어와 던졌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고 가장 당황한 건 나였다.


“내 템포데. 거 남에 거는 좀 침해하지 맙시다.”


내 빠른 템포를 가져다가 사용했다.

물론 엄청 어설펐다.

너클볼러로서의 손 감각이 좋아서 투구는 되었다.

아니었다면 또 하나의 아치가 넘어갔을 것이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내 템포를 조금이라도 덜 노출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그래도 헨리에게 박수를 보낸다.


급조한 템포지만 변화를 시작했으니까.


2구는 다시 원 템포의 너클볼.


- 부웅!


다시 한번 헛스윙이 나왔다.

로돈의 타격에 작은 균열이 일어났다.


‘이거 이거 베테랑인데 너무 당황했군.’


급조된 템포임을 알았다.

그렇다면 원래 템포에 맞춰야 했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다 머리에 그렸다.

그러다 보니 배트가 조금 늦어졌다.

어느새 나이가 30대 후반을 향하는 그이다.


‘어설픈 빠른 템포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그럼에도 로돈은 자신의 타격에 자신감이 있다.

저 기자들의 의문부호.

자신의 재기에 대한 의심을 모조리 지워낼 것이다.


‘두 번은 없다. 애송이.’


로돈은 배트를 강하게 움켜쥔다.


3구는 레오의 그것과 비슷하게 팔이 조금 내려왔다.

그러나 어림없는 볼이었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


4구, 헨리는 나의 빠른 템포를 한 번 더 빌린다.

하지만, 다시 한번 파울.


“대응이 된다고. 이 정도는”


로돈은 메이저리그 탑급의 컨택율을 보여준다.

많은 것이 걸려서 그럴까.

둘의 집중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5구.


“맞아도 돼!”


와인드업하고 있는 헨리를 향해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헨리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강, 미련 없이 던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헨리의 너클볼.

필의 모습과 완전히 겹쳐 보인다.

헨리는 이 공에 모든 미련을 실었다.


- 딱!


공은 빠르게 1루수를 뚫고 지나갔다.

호수비가 있었다면 잡힐 수도 있었지만, 결과는 2루타.


맞은 헨리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이건 로돈에게 행운이 겹친 승리.

그의 너클볼, 아니 필의 너클볼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이제 더 이상 이 볼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지막 공을 통해 결단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은 나의 주 무기이다.’


마지막 공이 넘어갔다면 아예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통한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통할 공이다.

이제 이 너클을 도울 무언인가를 찾아야 한다.

헨리의 여정은 이제 다시 시작이었다.


“아직 멀었구먼.”


“그래도 드래프트에 나오면 지명할 만해.”


그 사실을 모르는 기자들과 스카우터들은 웅성거렸다.


“헤이! 좋은 피칭이었어.”


로돈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헨리를 칭찬했다.

메이저에서 충분히 통할 공.

로돈의 엄지에는 인정의 표시가 담겨있었다.


훈훈한 분위기.

그리고 모두의 이목이 낯선 이방 사내에게 집중되었다.


“진짜 쇼타임은 지금부터라구.”


나는 힘차게 마운드로 올랐다.

연습 투구가 힘차게 들어간다.


나의 초구는 너클볼.

변화는 헨리의 그것에 비하면 적다.


- 부웅!


로돈의 배트가 완전히 늦었다.


“속도가 굉장한데?”


로돈은 황급히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구속은 딱 75마일, 약 120km였다.

그러나 놓는 위치가 워낙에 앞이다 보니

체감하는 구속은 그 이상이었다.


현장에 있는 모두가 느꼈다.

지금 저 동양인이 이 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고.


“하체가 많이 안정적으로 변했군.”


더그아웃에서 인자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설의 너클볼러 '팀'이었다.


“헨리, 너무나 반갑구나. 필을 보는 듯했어.”


“감사합니다.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팀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이 내가 가르쳐준 대로 아주 잘하고 있군.”


헨리는 팀의 가르침이 뭔지 궁금했다.


“뭔지 궁금한 눈치인데. 방금 등판을 보니 자네도 알고 있는 거 같구만.”


팀은 기침을 콜록콜록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너클볼은 최강이라는 것 말이야.”


팀은 말을 마치고 껄껄 웃었다.


나의 2구는 역시 너클볼이었다.

이번에도 75마일 근처.


- 딱!


힘없이 맞은 공이 내 앞으로 굴러왔다.

나는 빠른 속도로 1루로 공을 뿌렸다.


“이번엔 공이 느렸어.”


던지는 위치에 따른 변화.

아직 완벽하게 컨트롤되지는 않지만,

완전히 앞에서 놓는 방식,

그리고 방금처럼 뒤에서 놓는 방식.

이 두 가지는 사용할 수 있다.


“통한다.”


너클볼 하나만으로 쉽게 원아웃을 만들었다.

메이저 베테랑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더 무서워질 것이다.

던지는 타이밍은 무한하니.


다만···

이번엔 내가 헨리를 바라보았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


너클볼은 던질수록 부족한 느낌.

방금 승부는 요행이었다.

로돈은 지금 수많은 너클볼을 봤고.

헨리와의 승부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


물론 그걸 캐치하고 던진 내가 좀 잘한 거긴 하지만.


두 번째 승부.

로돈은 타임을 걸었다.

그는 목도 축이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조금은 얕봤다. 가장 짧은 기간을 던졌고 체구도 작고.’


로돈은 앞선 두 개의 너클볼을 머릿속에 그렸다.

분명 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것은 사실.

그러나 아예 못 칠 정도는 아니었다.


어깨가 식지 않게 몇 개 더 공을 던져본다.

로돈은 쉬면서도 계속해서 공을 지켜본다.


초구.

날카롭게 너클볼이 상단을 향한다.


“스트라이크 원!”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너클볼 자체를 못 던졌는데.

이제는 너클볼의 제구력이 상당해졌다.


그리고 이번 승부를 하면서 한가지 마음먹었다.

너클볼만으로 최대한 승부하겠다.


협응력이 좋은 로돈이기에.

내 너클볼의 변화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승부.


2구도 최대한 끌어가 너클볼을 뿌린다.

로돈은 여전히 지켜본다.


“볼!”


탄착군은 잘 형성되어있다.

이건 제구가 흔들린 것이 아니다.

진짜로.


어쨌든 로돈은 차분하게 기다린다.

확실히 경험이 많은 타자.

투수를 어떻게 흔들 수 있는지 잘 안다.


나는 빠른 승부를 선택한다.


3구.

로돈은 지금 어떤 타이밍을 재고 있는가.

엘리펀츠 2군에서 한참 깨지던 때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석에 선 타자들의 생각을 읽어야 했다.

150km로 대충 때려 넣으면서 승부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2개의 공을 흘려보냈다.

그는 앞선 타석 마지막 투구에 타이밍을 재고 있는 것일까.


아니.

빠른 템포의 공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는 자신의 타격에 자신감이 있다.

앞선 타석 마지막 공도 이제는 대응해 낼 것이다.


사실 직구 타이밍이긴 하다.

한 번 실험한다면 지금이지 않을까?

그러나 흔들림 없다.

직구를 안 던진 지도 꽤 되었다.

새로운 스트라이드 폭에 기존 직구의 장점을 결합해야 한다.

던질수록 과제는 쏟아진다.


“잡념을 버리라고, 너클볼을 믿고.”


더그아웃의 팀이 보인다.

그의 가르침들이 떠오른다.


그래, 지금은 믿어야 할 때.


다시 뒤에서 공을 던진다.

회전이 줄고, 변화무쌍한 움직임은 늘어난다.

헨리의 그것을 보며 나도 훔친다.

로돈의 배트는 거칠 것 없다.


‘타이밍은 맞았다!’


그러나


- 부웅


배트가 헛돌았다.

공의 변화량이 배트의 속도를 이겨냈다.


“와우!”


“엄청난 공이야.”


기자들의 셔터에 다시 불이 붙었다.


“스스로를 믿는다. 압박감을 이겨낸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은 진 코치 같은 사람이다.

자신은 하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조언을 건네는.

그렇기에 잭슨과 레오에게 조언할 때면 늘 마음을 다잡았다.


“전성기에서 내려왔다 해도 로돈인데. 어떻게···”


헨리의 말에 팀이 웃는다.


“자신의 공을 믿으니까. 너도 그렇지 않았더냐?”


헨리는 비로소 팀의 말을 이해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공, 혼신을 다하는 공.

표현만 보면 이 두 가지는 대척점에 있는 듯하다.

하나는 이성적이고, 하나는 감성적이니까.


야구는 데이터의 스포츠다.

그러나 나는 가슴 뜨거워지는 야구가 좋다.


“그렇기에 나는 내 공에 혼을 담는다.”


입으로 뱉고 나니 오글거린다.

SNS에 올리면 티셔츠로 팔리려나?

유명해지면 한 번 시도해 보고.


로돈의 표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까지는 뭐 놀이였을 수 있다.

자신의 클래스야 이미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헨리도 아니고 던진 지 얼마 안 된 동양인에게 당한다?

그럴 수야 없다.


둘 다 다음 공이 무엇인지 안다.

정면승부.


투수가 잘 던지는가, 타자가 잘 치는가.

아니. 어쩌면 누가 더 괴물인가.


다음 공은 그 정답을 알고 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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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괴물들과의 대결(4) NEW 4시간 전 3 0 12쪽
15 괴물들과의 대결(3) 24.09.16 12 4 11쪽
» 괴물들과의 대결(2) 24.09.16 13 4 11쪽
13 괴물들과의 대결(1) 24.09.16 12 4 12쪽
12 해변에서 생긴 일(2) 24.09.16 13 4 11쪽
11 해변에서 생긴 일(1) 24.09.16 15 4 11쪽
10 예비 메이저리거(2) 24.09.16 15 4 11쪽
9 예비 메이저리거(1) 24.09.15 16 4 11쪽
8 너클볼 사관학교로(2) 24.09.15 16 4 11쪽
7 너클볼 사관학교로(1) 24.09.14 25 4 11쪽
6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3) 24.09.13 32 4 11쪽
5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2) 24.09.12 33 4 11쪽
4 직구 하나로 고교 최강 타선 잡는 법(1) 24.09.11 43 4 11쪽
3 움츠려들지 않아 24.09.10 47 4 12쪽
2 애벌레 24.09.09 72 5 11쪽
1 Prologue) 나비 24.09.09 80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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