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스타와 첫키스 후 천재 괴물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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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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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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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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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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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전진해보자고!

DUMMY

박준익 감독의 메가픽쳐스 사무실.

각종 서류와 각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책상 위에는 커피 잔과 빈 물병, 그리고 이미 식어버린 배달 음식이 널브러졌다.


한눈에 봐도 깔끔하지 않은 스타일.


“참 별난 친구네.”


김성준과의 통화를 끝낸 박준익 감독이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표정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놀라움, 당혹감, 그리고 약간의 흥미까지.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은진 작가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별로에요? 우상호 감독이 추천해줬다면서요.”


박준익 감독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묘한 분위기를 되짚었다.


“좀 이상해. 대본 있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고.”


“예?”


김은진 작가의 눈이 커졌다.

대본이 있다고 좋아한다니?

마치 사막에서 물을 찾은 사람처럼?

세상에 그런 배우가 있을까.


“우상호 감독이랑 촬영하는데 대본이 없어서 힘들었나 봐.”


박준익 감독의 말에 그제야 김은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상호 감독이라면 이해할 만했다.

그의 영화에서는 대본이 있더라도 A4용지 한 장이면 충분하지 않던가.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냐.”


한데,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다.


“대본 연기를 처음 해본다나 뭐라나.”


그 말에 김은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눈썹을 찌푸렸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에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불신이 담긴다.


“그러게 말이야. 우 감독 말로는 재능은 차고 넘친다던데.”


“하!”


김은진은 숨을 내뱉으며 어이없다는 듯 입 꼬리를 올렸다.


재능이 중요하다고 해도, 어떻게 대본 연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을 캐스팅할 수 있을까.


“그냥 넘기죠. 우 감독이 보는 안목이 있더라도, 드라마는 엄연히 정극이고, 우 감독이 지향하는 연기랑은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녀의 말에 박준익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다.


우상호 감독은 배우의 내면을 끌어내어 '있는 그대로'를 스크린에 담는 감독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달랐다.


정극은 각본에 충실해야 한다. 감정, 대사, 몸짓, 모든 것이 정교하게 계산되어야 한다.


박준익이 잠시 고민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우상호 감독에게 온 메일이었다.


“우 감독님에게 메일 왔는데?”


김은진 작가가 의자를 당겨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영상이었다.


“무슨 영상이지?”


파일을 확인해보니, 10분 분량의 촬영 영상이었다.


박준익 감독이 눈을 가늘게 뜨며 영상을 재생했다.


설하윤과 처음 보는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아마 저 사내가 김성준이겠지.


박준익은 심장이 살짝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우상호 감독이 추천한 김성준.


‘대체 어떤 연기를 펼쳤기에?’


영상은 모텔 방 안에서 촬영된 장면이었다.


설하윤이 창밖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


표정과 분위기만으로도 감정이 잔뜩 묻어나는 연기였다.


박준익은 설하윤의 연기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이어 화면에 등장한 김성준의 연기에 자연스럽게 집중이 쏠렸다.


‘어떤 느낌일까?’


박준익은 숨죽여 영상을 지켜봤다.


설하윤이 대사를 던진다.


“너, 한 번도 안 해봤지?”


짓궂은 질문에 김성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그의 표정은 당황이나 어색함이 전혀 없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어. 안 해봤어. 어떻게 알았어?”


순간 박준익 감독의 손가락이 멈췄다.


'저건, 뭐지?'


성준의 대답에서 느껴지는 차분함과 리얼함.


대본을 가지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와는 뭔가 달랐다.


그는 시선을 고정한 채 영상을 계속 재생했다.


김은진 작가도 감탄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 대본 없는 즉흥 연기라고 했죠?”


박준익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성준이 상황에 반응하며 던지는 대사는 꾸밈없는 일상적 대화였다.


김성준은 설하윤의 질문에 꼬리 물듯 계속 대답을 이어갔다.


단순한 대답이 아닌, 순간순간 감정을 살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던진다고 할까.


박준익은 영상을 지켜보며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있잖아.’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고, 대사 하나하나에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영상이 끝나자 박준익은 무거운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생각을 정리하려 눈을 감았다가 김은진 작가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말을 잃었다.


“...이 친구, 진짜 특이하네요.”


김은진이 조용히 말했다.


“특이하다고?”

“상황에 완전히 몰입해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이거 쉽지 않은데..”


박준익이 다시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그렇듯 김성준이 주는 몰입감은 상당했다.


찰나의 순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할까.


“은진 작가, 일단 기회라도 줘보는 게 어떨까.”


김은진도 동의하는 바다.


“직접 보면서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디션 기회 줘보죠.”


박준익은 다시 영상을 돌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 밖의 매력을 보여준 김성준,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었다.



***



박준익 감독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오디션 일정이 잡혔다는 내용이었다.


‘오디션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연기를 펼쳐야 할지는 아직 전해들은 바 없었다.


현장에 가면 대본을 준다니까, 그에 맞춰 연기하면 되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긴장도 되지만, 이왕 시작한 거 부딪혀볼 생각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오디션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잠깐이라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일요일 저녁, 집 근방의 작은 호프집으로 향했다.


발걸음이 생각보다 가볍다.

최근 바쁘게 지내던 와중에 이런 시간이 간절했던 걸까.


술집에 가까워지자, 유리창 너머로 먼저 와 있는 친구들이 보인다.


‘다들 모였구나.’


“성준아, 여기!”


친구 현수가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나는 씩 웃으며 들어가 인사를 나눴다.


“야, 오랜만이다!”


친구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반겨준다.


탁자 위에는 이미 술병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성준아, 요새 뭐 하고 지내냐? 취업 준비는 어때?”


승민이 내게 술 한 잔을 따라주며 묻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취업 준비에 목매던 내 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들이다.


갑자기 연락이 뜸해졌으니 궁금한 것도 당연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취업 준비? 접었어.”


친구들의 표정이 놀라움과 의문으로 일그러진다.


“미쳤어?”

“왜? 갑자기 왜!?”

“굶어 죽을 거냐?”


예상된 반응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왔다.


그럴 만도 하다. 다들 취업 준비에 모든 걸 거는 이 시대에, 취업을 포기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하게 들릴지 나도 잘 안다.


“그냥 취업보다 더 하고 싶은 일이 생겼거든.”


친구들의 눈빛이 호기심으로 바뀐다.

현수가 진지하게 묻는다.


“뭐? 뭐가 하고 싶어졌는데?”


그 질문에 잠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배우.”


그 순간, 주변의 모든 소음이 멈춘 것 같다.


친구들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승민은 그 와중에 마시던 맥주를 뿜을 뻔해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소주병을 따르던 손이 하늘에 멈춰 있고, 모두가 무슨 농담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야, 진심이야?”


현수가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응.”


내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인다.


승민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성준아...”


“응?”


“정신이 나간 거야?”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막상 들으니 속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다.


“진심이야. 하고 싶어, 배우.”


현수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쉰다.


“이유가 뭐야? 엑스트라 알바 갔더니 갑자기 하고 싶어 진거야?”

“사실 연기를 한 번 해봤거든.”

“....엑스트라 연기는 연기가 아니야 성준아.”

“아니, 그런 연기 말고. 진짜 연기. 설하윤이랑 했어.”


‘진짜 연기’란 말에 또 다시 충격을 먹는 친구들.


오늘 유난히 놀라는 일이 많다.

청심환이라도 먼저 먹일 걸 그랬나.


“뭔 개소리야, 네가 설하윤이랑 연기를 했다고? 어떻게?”

“우상호 감독님이 시켜줘서 했어. 다음에 영화 개봉하면 봐.”

“진짜야?”

“응.”


내 목소리에 힘이 실리자, 친구들도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각자 술잔을 들고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설하윤이랑 연기를......?”

“대체 무슨 연기를 했길래...”

“존나 궁금한데, 제목이 뭐냐?”

“덜떨어진 연애.”


나의 말에 친구들이 스마트폰으로 다급히 검색을 해본다.

설하윤에 관한 기사, 우상호 감독의 10번 째 깐느 출품작, 등등의 기사가 나오다가.


“어?”


한 친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시선을 던진다.


“기사올라 온 거 너 아니냐?”


“어떤 기사?”


나도 의문을 표하며 물었다.


“촬영 관련한 기사인데, 덜떨어진 연애 촬영하다가 일반인을 캐스팅했다는 우상호 감독 인터뷰가 있거든...”


오호라, 그런 인터뷰를 했구나.

말이라도 해주지.


“응, 그게 아마 날 거야.”


기사를 확인한 후 친구들의 인상은 서서히 바뀌었다.

의심에서 확신으로, 확신에서 부러움으로.

부러움에서 경탄까지.


“미친 새끼 아냐 이거!!”


“이거 실화냐? 네가 설하윤이랑 연기를 했다고?”


“야 설하윤 예쁘냐? 봤을 때 어땠어?”


“예쁘긴 하지.”


친구들의 가벼운 농담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싸인을 미리 해달라던가,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다던가.

걱정과 응원이 동시에 느껴지지만, 마음은 한결 편안하다.


그리고 그동안 못해봤던 일을 한 번 해볼 참이다.


친구들에게 술을 사주는 것.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친구들이 매번 사줬지만, 이젠 나도 사주는 입장이 되고 싶다.


“여긴 내가 계산할게. 배우로서의 출사표를 낸 기념비적인 날이잖아.”



***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 몇 가지 인생 업적 창이 떠오른다.


『인생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친구들과 진솔한 대화!」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죠. 오늘, 한 걸음 더 가까워졌습니다.


「꿈을 향해 출사표!」

-망설임을 이겨내고 꿈을 향한 첫걸음을 떼셨군요! 앞으로도 쭉 가보세요!


「한 턱 쏘기!」

-술자리에서 계산을 하셨습니다! 불필요한 음주는 금물인 거, 아시죠?


「보상: 업적 포인트 +30P」

「누적 포인트: 150P」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달성된 업적 창이 떠오르며,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보상들이 내게 주어진다.


‘참 달콤하네.’


업적 창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의 학창 시절은 불우함으로 가득했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꿈을 꾸기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현실에 얽매어 살아야만 했다.


포기하는 게 더 쉬웠다.

아득바득 이 갈고 해봐야 결국 도돌이표 제자리걸음이었으니까.


하지만 인생 업적은 소소한 작은 성취를 내게 안겨 준다.


한 걸음씩 성장하는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이랄까.


‘인정’과 ‘응원’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 싶다.


어쩌다 내게 이런 능력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런 징조 없이 여배우와 키스 한 내게 개연성을 찾는 건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방향이니까.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는 것.


인생 업적 게임의 본질이겠지.


‘계속 전진해보자고.’



***



다음 날 아침 월요일.

일찍 기상하여 할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 샤워를 한 뒤 외출 준비를 끝냈다.


11시까지 메가 픽쳐스 본사 2층 오디션 장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전철을 타고 몇 번을 갈아탄 뒤, 1번 출구로 나가 메가 픽쳐스 건물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꽤 크네..’


메가픽쳐스.

한국에서 유명한 드라마 제작사였다.

최근에도 드라마 제작을 활발히 하고 있었고, 요즘은 범죄 드라마를 준비한다고 했다.


건물 내부로 진입한 뒤 경비원 아저씨에게 방문 목적을 밝히고 2층으로 향했다.


오디션 장 앞 복도에 몇몇 배우들의 모습이 보였다. TV에서 봤던 배우 분도 있었다.


그렇듯 이번 오디션에서 뽑을 배역은 드라마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이야기의 서막을 알리는 빌런이라고 했나?’


매력 있는 캐릭터라 배우들이 탐을 내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범죄 스릴러 전문 작가인 김은미 작가의 작품이니까.


‘경쟁이 치열하겠어.’


일반인 신분에다가 연영과를 나오지 않아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집에서 챙겨온 청심환을 까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매우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김성준 씨 되시죠?”


나와 통화를 한 박준익 감독이었다.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당차게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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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별안간 네 번째 키스. 24.09.11 172 4 11쪽
1 첫 키스를 해버렸다. 24.09.10 18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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