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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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님
작품등록일 :
2024.09.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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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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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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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DUMMY

흐음···


“원하는 거라···그렇네. 나 사실 너네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거든?”


싱글 싱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가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앞에서 둘이 교미 해볼레?”

“······미친놈.”

“응? 미친놈이라니 너무 섭섭하네. 싫음 말고, 네가 싫으면 딴 애들한테 부탁하면 되니까.”


마치 이제 어쩔 거야? 라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녀석의 눈을 보자 알 수 있었다. 저건 진심이라는 것을 그리고 만약 이 자리에서 거절하면 그녀가 어떤 일을 겪을지도 말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다른 생각 따윈 할 수조차 없었다.


스르르륵···쿵!


무릎을 꿇었다. 최대한 비굴하게 보일 수 있도록, 불쌍하게라도 보일 수 있도록 최대한 머리를 숙이고 또 숙였다.


“미안해. 내가 다 잘 못했어. 앞으로 너한테 이 걸레 같은 주둥이도 안 놀릴게. 네 앞에서 죽은 듯이 지낼게. 원한다면 마음껏 때려도 좋아.”


그러니까···그러니까···


“제발···제발 부탁이니까. 하율이만은 보내줘. 하율이가 뭘 잘못했는데? 전부 내가 잘못한 거잖아?”


억울함,분노,슬픔 다양한 감정이 섞여 눈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떤 꼴을 당하든 얼마나 꼴사납든 그녀만 무사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으니까.


“흐음···어쩔까?”


자신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던 그 녀석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러자.”


그러겠다고, 그녀를 놓아주겠다고. 믿기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 따위 할 수 없었다. 그저 너무나 기뻐하며 고개를 들어 녀석의 얼굴을 바라봤다.


“정···말···?”


그리곤 깨달았다.


“응. 대신 네가 나중에 딴말할 수도 있으니까. 둘이 교미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을게. 괜찮지?”

“······”


우리 둘을 놔줄 생각 따위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을. 그저···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너네 둘이 즐기고 나면 우리도 다 같이 즐기려던 거. 너희끼리만 즐기라고 하는 건데?? 이 정도면 완전 럭키비키 아니야?”


이 순간을 즐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희망이라는 먹이를 흔들며 내가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즐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어쩌지?’


이대로 하율이를 데리고 도망갈까? 아니 갈 수나 있을까?

오기 전에 경찰에 연락이라도 하고 왔어야 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안 보이는 현실에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나 운동을 하고 노력을 했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왜 난 이토록 무능력한 거지?

왜 난 좋아하는 사람 한 명조차 지킬 수 없는 걸까?


미칠 것만 같은 현실에 그가 재미없다는 듯이 억지로 자신에게 잔혹한 현실의 결말을 보여준다.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애들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질렸어.”

“크하하하 그 말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년이 학교에서 깝칠 때부터 진짜 참교육 마려웠는데.”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가는 놈들을 보며 마지막 발악을 한다.


끄아아아악!!!


주먹을 휘둘렀다. 체육관에서 배웠던 자세 같은 건 잡혀있지도 않았다.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물건을 집어던진다.


쨍그랑! 쾅! 쾅!


미친 듯이 몸을 던지며 그녀를 향해 나아갔지만.


“뒤져!!!”


퍼억!!!


“컥!!!”


야구 방망이가 그대로 후두부를 가격하자 거침없이 나아가던 몸에 제동이 걸린다.


“안···돼.”


그럼에도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두르고 다시 한번 걸음을 옮겼지만.


“야! 다 같이 덮쳐 한 명씩 뭐 하는 개짓거리야!?”


얼마 가지 못하고 다시금 멈춰 선 다리. 그리고 하나둘씩 몰려들어 자신을 덮쳐 오는 녀석들에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


‘안···돼···’


움직여. 할 수 있잖아. 움직일 수 있잖아. 빨리! 빨리!!! 일어나라고!!! 지금 당장 일어나서!!! 이 개 같은 자식들을 쓸어 버리고! 하율이를 구하러 가란 말이야!!!!


아무리 소리치고 발악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고작해야 1~2년 운동한 걸로 모두가 상상하는 그런 히어로가 될 수는 없었다.


퍽 퍽 퍽 퍽!


흘러내리는 핏물이 시야를 어둡게 만든다. 어두워지는 시야에 비례해서 천천히···천천히···정신 또한 잃어간다.


‘제발···제발···’


누가 아무라도 도와줘. 세상이 이렇게 빌어먹은 건 말이 안 되잖아. 아무리 현실이라도! 저 애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저 애가 왜! 상처 입어야 하냐고! 그러니까···제발···! 제발!!! 아무라도 좋으니까!!! 도와···줘!!!


‘바보야. 내 걱정 말고, 너부터 걱정해. 피투성이가 돼서는···진짜···옛날이랑 달라지질 않았네···”


어째선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그와 동시에.


‘그래도 걱정마. 이번엔···내가 널 도와줄게.’


커다란 고양감이 몸 안에 스며들었다.


허억···허억···


반쯤 정신이 나간 상황에서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느끼는 이 고양감이 누구로부터 오고 있는지.


우드득 우득


자신을 덮치고 있던 놈들을 밀어내며 천천히 일어선다.


“으아아앜!!! 뭐···뭐야 이 녀석 힘이 무슨···!”


시끄럽게 떠드는 놈 한 명.


퍼엉!!!


“미···미친! 얼굴이···!”


또 시끄럽게 떠드는 놈 한 명.


퍼엉!!!


어째선지 겁에 질려 도망가려는 놈들도.


“이 미친 괴물 자식 뒤져!!!”


의자를 들고 달려오는 놈도.


퍼엉!


전부 하나 하나 쓰러뜨렸다. 마치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감각 속에서 자신을 가로막는 녀석들을 한 명 한 명 쓰러뜨리며 그녀가 있는 곳까지 당도한다.


“괜···찮아?”


“···! ···.!!!!...!!!!”


뭐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어째선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픈 걸까? 두려워서 말이 나오지 않는 걸까?

일단은 이곳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가야 했다.


“다른···곳으로···”


그녀를 데려가자. 다시 일어나 주위를 돌아본다.

너저분하게 쓰러진 애들 위로 그 녀석이 보였다.


“아하핳하. 이거 생각보다 걸작인데?”


뭐가 저렇게 웃길까? 지금, 이 상황이 웃긴 걸까? 저 녀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알았다.


후웅!!! 퍽!!


퍽 퍽 퍽 퍽!!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 이 녀석을 족쳐놔야 한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다시는 우리들에게 이딴 짓거리를 하지 못하도록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공포를 새겨 넣어야 한다는 걸.


퍽 퍽 퍽 퍽!!!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기계적으로 주먹을 내려치는데, 다 죽어가는 녀석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흘러나왔다.


“크흐흐흨 커억···즐거웠어. 인간.”

“뭐···?”


그와 동시에 수많은 어른들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 “!!!!”


뭐라 뭐라 소리치는 것 같았지만, 정신이 혼미한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알 수 있던 것은 저들이 구하려 하는 것이 자신과 하율이가 아닌···


“아핰핰핰 역시 인간의 선악은 참 재밌어 안 그래?”


이 쓰레기 같은 자식이었단 사실이다.


자신에게 달라붙는 어른들을 팔을 휘둘러 날려 보낸다. 자신을 막아서는 어른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지금 내 감정이 시키는 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막아서는 이들을 짓뭉개고 날려버렸다.

정신이 끊기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제 요기에 먹힌 중혁이는 뒤늦게 찾아온 요괴 사냥꾼분들이 제압하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어요.”


그런데···


“중혁이가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그냥···그냥···절 지키고 싶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그럴 수밖에 없던 건데···”


그런 인간이 아무런 죄도 없는 인간이···


“벌을 받아야 하는 건 이상한 거잖아요?”


여태껏 침착하게 말을 이어가던 여우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러니까···제발 부탁이에요. 저는···저는 벌을 받아도 괜찮아요. 이대로 존재가 사라져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제발···제발···”


중혁이를··· 중혁이만큼은···


“아무런 벌도 받지 않을 수 있도록···도와주세요···”


그 애가···슬퍼하지 않을 수 있게···도와주세요.


목 놓아 울기 시작하는 소녀의 모습에 이야기를 듣던 남성은 답했다.


“그럴 수 없어.”


그럴 수 없다고.


“네가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고, 그 녀석이 벌을 받는 것도 당연한 거니까.”


너의 울음은 너의 간절함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그러니까···저지른 죗값만큼만 받아야겠지.”


어떠한 상황에서든 법을 어겼다면, 그 죄에 대한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변명 따위 필요 없다.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아 반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 주곤 손에 쥐여준다.


“그러니까. 너도 꼴사납게 울지마. 네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만 반성하고 있어. 나머지는···”


걸쳐 두었던 외투를 걸쳐 입은 남자가 방문을 나선다.


어쩔 수 없던 것들, 억울해 죽을 것만 같은 그런 것들은···


“제대로 된 어른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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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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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 재판의 결과. NEW 5시간 전 2 0 14쪽
13 13화 : 이야기를 팔겠습니다. 24.09.18 2 0 12쪽
12 12화 : 재판(1). 24.09.17 5 0 11쪽
11 11화 : 유죄를 받은 죄인은 나쁜 사람일까? 24.09.16 4 0 10쪽
10 10화 : 해야 할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24.09.13 7 0 11쪽
» 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24.09.12 6 0 10쪽
8 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24.09.11 5 0 10쪽
7 7화 : 데이트의 끝. 24.09.10 7 0 12쪽
6 6화 : 영화관 데이트. 24.09.10 6 0 11쪽
5 5화 : 모쏠. 24.09.10 5 0 11쪽
4 4화 : 3시간 늦은 사람에게 해야 할 말. 24.09.10 3 0 13쪽
3 3화 : 맞선. 24.09.10 3 0 11쪽
2 2화 : 내기. 24.09.10 5 0 12쪽
1 1화 : 요괴. 24.09.10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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