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새글

사람님
작품등록일 :
2024.09.10 20:18
최근연재일 :
2024.09.20 18:4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2
추천수 :
0
글자수 :
71,979

작성
24.09.13 17:10
조회
6
추천
0
글자
11쪽

10화 : 해야 할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DUMMY

스륵 스륵 스륵


서류철을 빠르게 넘겨보는 여성이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한다.


“상해죄,특수폭행,무단침입,공무집행방해,살인미수 등등등 참 많이도 쓰여 있네요?”


여성의 말에 맞은편에 앉은 남성이 조용히 입을 다문다.




“그건 그렇고. 이거 참 우연이네요. 이런 곳에서 다시 보고. 안 그런가요? 이.하.민씨?”

“죄송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면서 살아야 한다 말했던 남자는 지금 열심히 그 업보를 청산 중이었다.


“저···혹시 두 분이서 아는 사이인가요?”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에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후배가 물어오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성 백가영씨 즉 자신의 맞선 상대였던 여성이 차갑게 웃으며 답한다.


“네. 첫 데이트에서 절 까신 분이거든요.”

“아···설마 그 첫 맞선 상대분?”

“네. 아마 그쪽이 상상하는 그 사람이 제가 맞을 거예요.”


꿀꺽···


살벌하기 짝이 없는 말투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자신은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 유능한 변호사를 필요로 했었다.


‘그래서 하령이한테 부탁했었지.’


이번 일은 요괴 사냥꾼으로서가 아닌 지극히 개인의 입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홍익의 변호사는 쓸 수 없으니, 일반인 변호사를 고용해 달라고.


“그럼···제가 잘 아는 로펌이 있는데, 소개해 드릴 테니까. 대신! 이번 주말에 저랑 같이 놀아 주세요!”

“그래 알겠으니까. 부탁 좀 할게.”


언제나 하는 후배의 장난을 받아주고. 나는 그 변호사와 만났을 뿐인데···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걸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우연이었다.


‘흥! 우연은 개뿔.’


딱 봐도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보이는 의뢰인이자 자신을 찬 남자 이하민의 얼굴을 쏘아 보며 생각했다.


‘처음엔 나도 다시는 안 만나려고 했지.’


그런데 집에 들어가서 한바탕 날리를 피고 차분해진 머리로 생각해 보니, 열이 받았다.


‘아니 내가 찬 것도 아니고 내가 차인 걸로 끝내는 게 맞아?’


그것도 뭔 자기가 부족하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말이다.


‘네가 부족하면 내가 차야 맞는 그림이지!!!’


그래서 생각을 바꿔 먹었다. 이렇게 차인 상태로 내 첫 맞선을 끝낼 수는 없었기에.


‘차도 내가 차.’


다시 저 인간을 꼬셔서 내가 차버리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에 쓰여진 ‘1차임’이라는 글자를 ‘1차버림’이라는 글자로 바꿔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다시 이 인간을 만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상담 신청서에 쓰인 의뢰인의 이름 ‘이하민’.


그 이름을 보자마자 생각했다. 이건 그 인간일 것이라고, 동명이인쯤이야 수백 명은 넘게 있겠지만, 어째선지 이 이름에서 느껴지는 재수 없는 느낌이 딱 그 인간이라고.

그렇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 사건을 맡았고 지금의 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래서, 목적이 뭐죠? 무죄인가요? 아니면 감형인가요?”

“변호사님 의견은···”


변호사라 딱딱히 부르는 저 인간의 말을 끊어 먹는다.


“참고로. 감형은 모를까 무죄는 절대 불가능해요. 피고 측 주장도 읽어 봤지만, 솔직히 말해서 증거도 없어서 감성팔이로 밖에는 쓸 수 없어요.”

“···네. 그건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 감형이 목적이란 말이겠네요?”

“네. 변호사님에게 바라는 건 그게 다입니다.”

“······재수 없어.”

“네?”

“아니에요. 좋아요. 그럼 저는 이.하.민 의뢰인이 원하는 데로 딱 감형만을 위해 일을 하면 되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쾅!!!


서류를 거칠게 내려치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정리되는 데로 다음에 제가 다시 연락드릴 테니 번호나 주세요.”

“아···네. 여기 있습니다.”


번호를 받아 들고는 자리를 빠져나가는 변호사의 모습에 후배가 어이없어한다.


“아니 저 인간 왜 저래요? 설마 차였다고 감정 남아있고 그런 거 아니에요?”

“후우···그런 거 아닐 거야. 그리고 애초에 내가 잘못한 일이기도 하고.”

“아니! 선배가 뭔 잘못을 해! 마음에 안 들었으면 찰 수도 있는 거죠!”

“······”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피곤해질 거 같아 가볍게 무시하며 생각했다.


‘일단은 만나러 가보긴 해야겠지.’


사고 정황을 들었을 때,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었고 역시 만나보긴 해야 할 거 같았다.


“후우···일단 가자.”

“네? 어딜요?”


*****


척!


거대한 덩치의 검은 슈트를 입은 남성들이 앞길을 막아선다.


“이곳부터는 개인 병실이 위치한 곳입니다. 일반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다른 길을 이용해 주십쇼.”


사무적인 말투의 상대에게 한 발짝 물러서자, 뒤에 있던 여성이 빠르게 다가와 서류를 건넨다.


“저희는 해당 병실에 입원 중인 ‘한아람’님과 관련된 법적 업무를 맡고 있는 ‘오성’의 법무팀입니다. 여기 서류를 확인해 보시면 사전에 미리 허락을 맡아둔 상황이에요.”


사냥꾼들의 여러 업무를 보조하는 사무 팀원답게 이곳에 오기 전에 필요한 서류들을 전부 구비해 둔 사무 팀의 막내 ‘구하린’.


휙 휙 휙


빠르게 서류철을 넘기던 남성이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건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네. 네. 네 맞습니다. 확인했습니다. 네.


뚜욱


“들어가셔도 괜찮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스윽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자리를 비키는 이들을 지나쳐 vip병실에 들어선다.


“오! 오셨어요? 그쪽 분들이 그애들 변호사분들이라고요?”


싱글싱글 웃는 듯한 얼굴이었다.


‘저걸 웃고 있다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구출되기 직전까지 얼굴에 심각한 구타를 당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원래는 어떤 인상의 얼굴이었는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얼굴이었다.


‘저런 상황에서도 웃고 있다는 건···’


정말 정신이 살짝 맛이 갔거나, 아니면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미친 거거나. 둘 중 하나였다.

뭐가 됐든 정상은 아니란 소리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생각해 보니까 오성 쪽에서 오셨다고 했으니까···아 하린이 쪽에서 온 거구나?”

“···명목상으론 구하린양의 법적 문제를 논하기 위해 왔습니다.”

“명목상으론?”


막내의 말에 잠시 머리를 굴리는 거 같던 놈이 갑자기 웃기 시작한다.


“아? 그거구나? 그러면···아하하하하하 진짜 재밌네?”

“뭐가 재밌지?”

“응? 그쪽은?”


자신의 물음에 흥미롭다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는 놈.


“저희 오성의 임원이세요. 해당 사건의 관계자랑 아시는 분이다 보니 함께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아···관계자? 흐음···뭐가 재밌냐라···그도 그럴 게 그쪽···합의할 생각 없잖아요?”

“······”


부어오른 눈두덩이 사이에 비친 검은색 눈동자는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전해왔다.


“그러니까 재밌죠. 솔직히 중혁이 입장에선 억울해 죽을 텐데, 개를 변호하러 온 사람은 저랑 합의 할 생각이 없다? 이것보다 웃긴 상황이 어딨겠어요?”

“······”


알 수 없는 강한 기시감이 들었지만, 무시했다. 애초에 저런 식으로 자신의 몸보단 눈앞의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쾌락 쪽에 더 반응하는 이들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도 몇 몇 존재해 왔었으니까.


‘기분 나쁘다는 건 변하지 않지만.’


신경 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스윽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날 준비를 하자, 들려오는 목소리.


“엥? 이렇게 가시게요?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이곳에 오신 목적이 있을 탠데?”


그의 말에 갈 길을 가려던 발걸음이 잠시 멈춘다.


‘목적···이라.’


맞다. 이곳에 오기 전 확인해 두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처음 사건 파일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또 다른 요괴가 관여한 게 아닌가 의심했다.

소위 귀신에 씌였다 말하는 형태의 빙의 현상 혹은 섭혼술 세뇌 등과 같은 계열의 능력에 당한 것도 상정했었다.


‘고등학생 치곤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너무 깔끔했고 또···’


이전 그의 행적들과는 그 결이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싱글벙글 웃는 놈에게 묻는다.


“왜 그 애들이었지?”

“응? 아하하하하 뭐 그런 당연한 걸 물어요? 그야···”


그의 기억 속에서 한 소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야. 진짜 개 찌질해 보이니까 그 친구 놀이 좀 그만해라. 넌 어떻게 고딩이나 되고서도 그따위로밖에 자존감을 못 채우냐?”


흐릿한 기억 속에서 어떠한 감정이 떠오를 것만 같았지만, 떠올리려 손을 뻗자 이내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진다.


허전한 손을 바라보며 지금과는 다른 자조 섞인 미소를 짓는다.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아요.”

“······”

“왜요? 뭐 거창한 이유라도 있었을 거 같아요? 푸훕···그런 거 없어요.”


그냥 눈앞에 있으면 거슬리고, 보고 있으면 짜증 나고.


“불행해졌으면 하니까. 그래서 그랬는데···안 되나요?”


소년의 답변을 듣고는 미련 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아니, 나쁜 인간의 표본 같은 대답이었다.”

“아하하하 나쁜 인간의 표본이라니···진짜 너무하시네. 전 법적으로 죄가 없는데요?”


소년의 말에 더는 할 말 따위 없다는 듯이 방문을 나선다.


“선배? 그래서 확인하고 싶은 건 다 확인했어요?”

“응.”

“네? 여기에 뭔가를 확인하러 오셨던 거예요?”

“그럼, 우리 막내는 뭐 하러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건데?”

“그야···”


당연히 깽판 치러 온 줄 알았다. 평소의 라온님···이 아니라 하민···씨의 분위기상으론 주먹으로 왠지 이번 일을 해결할 거 같았으니까.


“히히히히히!!! 선배 들었어요? 선배가 주먹으로 일을 처리할 거 같았데요! 히히힣히!!!”


배꼽까지 잡으며 웃음을 터트리는 후배.


“막내야 잘 알아 둬. 선배가 말이야 겉보기에는 사람이 막 무식해 보여도. 알고 보면 지능캐란다?”

“지능캐?”

“아무리 그래도 무식까진 좀···”


내가 궁시렁거리건 말건 너무 웃느라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 후배.


“그래, 내 선배의 일 처리는 새삼 엘레강트하거든.”

“···누가 네 선배냐.”

“당연히 제 선배죠! 그럼, 선배가 누구 껀데?”

“······”


할 말은 많았지만, 조용히 차에 타 자신이 던졌던 물음에 대한 답을 들으러 다시 소년 교도소로 향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4화 : 재판의 결과. NEW 3시간 전 0 0 14쪽
13 13화 : 이야기를 팔겠습니다. 24.09.18 1 0 12쪽
12 12화 : 재판(1). 24.09.17 2 0 11쪽
11 11화 : 유죄를 받은 죄인은 나쁜 사람일까? 24.09.16 3 0 10쪽
» 10화 : 해야 할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24.09.13 7 0 11쪽
9 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24.09.12 4 0 10쪽
8 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24.09.11 4 0 10쪽
7 7화 : 데이트의 끝. 24.09.10 6 0 12쪽
6 6화 : 영화관 데이트. 24.09.10 5 0 11쪽
5 5화 : 모쏠. 24.09.10 4 0 11쪽
4 4화 : 3시간 늦은 사람에게 해야 할 말. 24.09.10 3 0 13쪽
3 3화 : 맞선. 24.09.10 3 0 11쪽
2 2화 : 내기. 24.09.10 4 0 12쪽
1 1화 : 요괴. 24.09.10 7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