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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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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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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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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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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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DUMMY

끼잉 끼이잉


한 아기 여우 한 마리가 도심 공원에서 상처 입은 채 숨어 있다.


“어?”


우연히 지나가던 소년은 그 광경을 바라봤고, 조심히 다가가 여우를 안아 든다.


“괜찮아?”


소년의 물음에 답한 건 아기 여우가 아닌 소년의 주위를 감싸는 커다란 그림자였다.


“꼬마야. 그 여우 새끼 놓고 집에 가라. 그거 위험한 거야.”


한 무리가 소년의 주위를 둘러싼다.


“싫어요.”

“뭐? 하여간 요즘 애새끼들은 말을 안 들어 말을. 꼬맹아 좋은 말로 할 때 좀···”


짜증을 내며 커다란 손으로 소년의 목덜미를 잡으려는 순간.


“끄아아아앙아아앙!!!! 아빠!!!!엄마!!!! 도와줘!!!!!”


소년의 외침에, 근처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거짓말처럼 소년에게로 모여든다.


“어이! 거기 뭡니까? 그쪽에 애가 소리 지른 거 같은데.”

“어머 저기 봐 대낮에 애를 납치하려나 봐?”


쯧!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자, 인상을 찌푸린 이들이 저들끼리 무언가를 속삭이더니.


“하아···꼬마야. 네가 지금 뭔 착한 짓을 하나 착각하나 본데. 언젠간 후회하게 될 거다. 요괴랑 엮였다는 사실에.”


자리를 떠나는 이들.


“엄마 아빠가 그랬어. 원래 나쁜 어른들이 혓바닥이 길다고. 역시 아저씨 아줌마들 나쁜 사람들이구나?”

“후우···진짜 요즘 애새끼들이랑은 뭔 말을 못 하겠네.”


눈이 감겨가는 상황 속에서도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여우는 소년의 품에 안겨 천천히 정신을 잃어갔다.

그날 소년이 보여주었던 작은 용기에 여우는 다친 몸을 회복하여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인간 사회에 나가고 싶어 했어요.”


그날 받았던 도움을 돌려주고 싶었다. 구미호는 한 번 받은 은혜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니까.

그렇게 가까스로 수장님과 부모님을 설득한 후에 요괴 사냥꾼들의 도움을 받아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다시 만난 그 소년은 자신의 기억 속 소년과는 너무나 달랐다.


퍽 퍽 퍽 퍽!


“하~ 이 띨빵한 새끼가. 야 선생한테 꼰지른다고 뭐가 바뀔 거 같아?”


그날의 용기 있고 자상했던 소년은 마치 그날의 자신처럼 상처 입어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뭔 개소리야. 네들이 지금 빡쳐서 달려 온 것만 봐도 바뀐 거 안 보이냐?”

“이 병신은 진짜 끝까지 지랄을 해요 지랄을. 그래서 네가 지금 처맞는 거라고 알겠냐?”

“응, 개소리. 네들은 나 아니었어도 엄한 애 골라서 똑같이 했을 그냥 인간 말종 쓰레기들이야. 그렇게 자존감 채우니까 좋냐? 아 하긴 네들이 자존감 채울 만한 게 이런 거밖에 없겠지. 아빠 백밖에 없는 병신들.”

“야 안 되겠다. 오늘 저 새끼 걸어서 집에 못 가게 해야겠으니까 꽉 잡아.”


인간들에게 맞으면서도 제 할 말을 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훕···


그래 바뀌지 않았구나, 그날의 소년은 바뀌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고 처한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소년은 용기 있고 상냥한 인간이었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웃음소리에 모두가 뒤를 돌아 쳐다보자 보이는 한 소녀.

그들의 시선이 모이자, 소녀는 힘껏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외쳤다.


“꺄아아아아아아앜!!!! 살려주세요!!!!”


그날 소년이 그러했던 것처럼, 있는 힘껏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뭐···뭐야 저 미친년은!”

“야! 큰일 났어! 꼰대들 총출동했다!”


학교 전체에 퍼진 커다란 외침에 모두가 당황해하고 있는 사이,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쳐 쓰러진 소년에게 다가가 손을 뻗는다.


“안녕?”

“···넌 뭔데 참견이야. 못생긴 게.”

“······아쉽네. 그 입은 좀 바뀌었으면 좋았을 텐데.”

“···뭐?”


물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느낌의 재회였지만, 이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중혁이랑 만나고부터는 진짜 즐거웠거든요.”


마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인간 세상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맨날 즐거웠던 건 아니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시험이라던가, 애들의 자잘한 괴롭힘.


“아! 또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한테 엄청 혼나곤 했어요! 헤헤···”


그래도 즐거웠었다.


“야···애들이 날 왜 괴롭히는 거 같냐?”

“그야 네가 해골처럼 마른 주제에 입에는 걸레를 물어서?”

“······사돈 남 말하네.”

“헤헤 그야 난 입에 걸레를 물어도 이쁘니까 상관없지?”

“하여간 자뻑은.”


마른 몸을 해결하기 위해 같이 헬스장도 다니고 복싱이란 격투기도 배웠다.


퍽! 퍽! 퍽!


“근데 너 공부 안 해도 돼? 사람들이 그러던데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던데?”

“공부도 할 거야. 단지···지금도 나한테는 소중하니까.”

“뭐?”


공부를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준비라면, 지금 운동을 하는 것은 현재를 위한 노력이었다.


“난 당연히 미래에도 잘 살 거지만, 그런 놈들 때문에 지금을 놓치고 싶지도 않아.”


물론 운동을 하는 만큼 공부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고, 공부에 집중했을 때보다 더 좋은 대학은 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뭐, 결국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인데.”


소년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흐음~ 그거 혹시 나 때문이야? 어머나 부끄러워라.”

“뭐···뭐라는 거야!!!”


후웅 후웅 후웅!!!


“헤헤헤 부끄러워하기는!”


퍽!


내가 기억하는 삶 중에서 가장 소중하다 여겨질 만큼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자신을 구한 것은 분명 인간 소년이었지만, 자신과 가족을 위험에 빠뜨린 것 또한 인간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장님과 부모님이 항상 인간을 조심하라 말씀하셨을 때, 그 말을 따라야 했었어요···”


옛 추억에 생기로 살아나던 그녀의 눈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듯 공포와 분노로 검게 물든다.


스르륵···


정신을 잃었던 그녀의 눈이 뜨여지자 보이는 모습은 호텔의 방과 언제나 자신들을 괴롭히던 인간들의 모습이었다.


“오! 일어났어?”

“끄응···대체 이게 무슨···”

“하하하 아직 이벤트 준비가 덜 됐으니까. 거기서 좀만 기다리고 있어. 이벤트의 주역이 아직 도착을 안 했거든.”

“뭐···?”


분노에 주먹을 뻗으려 했지만, 이상하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손과 발이 전부 묶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정해 진정. 근육 이완제도 맞춰 놨으니까. 한동안은 움직이기도 힘들 거야.”

“너···제정신이 아니구나?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응. 아마 무사할걸? 나라고 설마 바보라서 이런 짓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저질렀겠어?”

“하!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겠지···”

“처맞기 전까지라고? 글쎄? 그거야 제대로 된 준비를 안 한 놈들한테나 해당하는 거 아닐까?”


그는 마치 자랑을 하듯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너한테 학교에서 이곳으로 혼자 오지 않으면, 그 녀석이 네가 없을 때 학교에서 당했던 내용의 영상을 인터넷에 뿌리겠다고 협박했지.”


사실 이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는 참 고맙게도 네 발로 이곳까지 스스로 와줬더라고?”


그걸로 계획의 반 이상이 성공했다고도 말할 수 있었다. 그녀 스스로 이곳에 왔기에 이제 그녀는 스스로를 입증할 알리바이를 잃어버린 셈이다.

스스로를 입증할 방법을 잃어버린 애들에게 남은 건···


“그러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널 구하러 와줄 주인공이 도착하기 전까지 말이야.”


아마 참혹한 현실 뿐일 것이다.

현실엔 진짜 주인공 따위 존재하지 않으니까.


허억 허억 허억 허억···


숨이 막혀 괴로운 것보다, 심장이 터져 미칠 것같은 지금 이 상황이 죽도록 힘들었다.


‘괜찮을 거야.’


무사할 거야.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 그 녀석들 목표는 애초에 나고.


‘그래 아직은 괜찮을 거야.’


내가···내가 도착할 때까지는 분명 괜찮을 거야.

그런데 도착하면 어떻게 해야지? 일단은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아니야 그럼 하율이가 다칠 수도 있어.


머릿속이 미치도록 뜨거웠다. 답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을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숨이 턱 막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달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아무런 결론도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못했지만, 그놈들이 있는 호텔 방 문 앞에 도착한다.


‘······’


아마 이때부터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이 문을 여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럼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만 번 중 구천구백구십구번 모두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더라도 단 한번 이라도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그녀가 무사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문을 여는 법 이외에는 없었으니까.




허억···허억···허억···


“오! 왔어? 이야 진짜 열심히 달려왔나 보네? 누가 보면 마라톤이라도 하다 온 줄 알겠어?”


마치 이 순간이 재미난 놀이라도 되는 것마냥 웃고 있었다. 시선을 옮기자, 그의 뒤에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는 하율이가 보였다.


으득···


“진짜 힘들었다니까? 아니 이런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데, 네가 올 때까지 애들한테 건드리지 말라고 말리느라 엄청 고생했다?”

“원하는 게 대체 뭐야.”


흐음···


“원하는 거라···그렇네. 나 사실 너네 둘이 잘 지내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거든?”


싱글 싱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던 그가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앞에서 둘이 교미 해볼레?”


마치 어떻게 하면 내가 가장 괴로워할지 알고 있는 것과도 같은 말을.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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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 이야기를 팔겠습니다. 24.09.18 1 0 12쪽
12 12화 : 재판(1). 24.09.17 2 0 11쪽
11 11화 : 유죄를 받은 죄인은 나쁜 사람일까? 24.09.16 3 0 10쪽
10 10화 : 해야 할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24.09.13 7 0 11쪽
9 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24.09.12 5 0 10쪽
» 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24.09.11 5 0 10쪽
7 7화 : 데이트의 끝. 24.09.10 7 0 12쪽
6 6화 : 영화관 데이트. 24.09.10 6 0 11쪽
5 5화 : 모쏠. 24.09.10 5 0 11쪽
4 4화 : 3시간 늦은 사람에게 해야 할 말. 24.09.10 3 0 13쪽
3 3화 : 맞선. 24.09.10 3 0 11쪽
2 2화 : 내기. 24.09.10 4 0 12쪽
1 1화 : 요괴. 24.09.1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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