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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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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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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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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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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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영화관 데이트.

DUMMY

영화관 데이트.


옛날 조선 시대에서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데이트 코스.

조용하고, 어두컴컴하면서도 공공의 장소라는 특이한 성향을 가진 장소다.


옛날에는 공공장소에서 몰래 서로의 손을 잡으며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영화관에 가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면.

지금 새내기 커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한 특별한 상황 때문일 것이다.


‘소설이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중매체에서도 자주 나오는 그 장면.’


바로 ‘어멋 팝콘을 먹다 손이 닿아 버렸네? 심쿵’ 시츄에이션.


당연히 소설과 드라마로 연애를 배운 그녀도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영화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뒀다.


“저···그런데 혹시 팝콘 같은 건 드실 건가요?”

“네. 좋아하거든요.”

“아···저도요! 그럼 혹시 무슨 맛으로?”

“저는 치즈 팝콘이요.”

“와! 저도 치즈 팝콘 좋아해요. 그럼, 저희 큰 거 하나만 살까요?”


일부로 팝콘이란 주제를 꺼냄으로써 자연스럽게 팝콘을 구매하도록 함과 동시에 같은 맛을 좋아한단 떡밥을 깔아 1개만 사도록 유도했다.

이 남자가 자신의 의중을 눈곱만큼도 이해해 주지 못한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그냥 두 개 사는 게 편하지 않을까요? 돈은 제가 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 줄 아나??


“아니에요! 제가 좀 적게 먹어서 두 개 시키면 남을 거예요!”

“남기면 제가 대신 먹···ㅇ.”


꽈악···!


“괜찮아요.”

“······네.”


현명한(물리적 힘) 대처로 무사히 팝콘을 사 들고 영화관에 들어설 수 있었다.


내가 봤던 자료에서 영화는 공포물이나 연애물을 보는 것이 정석이라 되어 있었지만, 이번에 보는 것은 히어로물이었다.


‘분명 그런 거에 영향받을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었지?’


연애물이나 공포물이 확실히 사람을 심리적으로 사랑이란 감정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효과가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는 단점도 있어, 평범하게 인기 있는 영화를 고르라는 클레오파트라의 조언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번 영화관 데이트의 메인은 그게 아니니까.”


영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줄어드는 팝콘 그리고 양 끝에서부터 먹기 시작하던 두 사람의 손가락이 점점 그 거리를 좁혀 간다.


두근 두근


조금씩 좁혀가는 거리에 손 위로 돋아난 솜털이 파들파들 떨려온다.


‘후우···자연스럽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치 이 모든 것이 우연인 것처럼···


슬쩍···휙!


“······?”


휙! 휘리릭!

휙 휙! 휘릭 휘리리릭!


??( ☉_☉)??


피한다.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나중엔 오기로라도 손을 맞닿으려고 해봤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마치 손에 눈이라도 달린 사람처럼 뻗는 족족 전부 피해버린다.


“다 먹었네요. 그나저나 팝콘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네.”


결국 통 안에 든 부스러기조차 남지 않게 될 때까지 단 한 번을 성공하지 못했다.


‘침···침착하는 거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지만, 괜찮아. 이럴 때를 대비한 두 번째 계획이 있는 거니까.

이름하여 ‘꼴깍···눈이 맞아 버렸네? 심쿵.’ 작전.

보통 이 위험한 기술은 귀여운 미소와 그 미소가 잘 보이는 밝은 장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클레오파트라가 그랬었지.’


오히려 어두운 곳이기에 느껴지는 심쿵 포인트가 있다고.


꼴···깍


긴장으로 생겨난 메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상대의 눈치를 살핀다.


‘이번엔 절대 피할 수 없을 거야.’


팝콘 때와는 달리 이번 시츄에이션은 상대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움직이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자! 어서! 팝콘을 먹느라 목이 메일 거 아니야?’


내가 왜! 치즈 팝콘을 골랐는데! 느끼한 치즈 가루가 입안에 묻어서 지금 목이 마를 거잖아!?


스윽···!


그녀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드디어 상대방 쪽에서 콜라 쪽으로 얼굴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지금!


역시나 대마법사란 칭호를 가진 존재답게 완벽한 타이밍을 노려 상대방의 빈틈을 파고든다.


“어···!”

“···”


쭈으읍···


서로의 머리카락이 맞닿고 숨결이 느껴질 것만 같은 거리에서 그를 바라본다. 계획은 완벽했고 드디어 그녀가 원하던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꿀···꺽


평소엔 느껴지지도 않던 머리카락이 예민하게 상대를 느낀다. 머리카락뿐만이 아니었다. 전신 감각 강화 마법을 쓴 것처럼 쭈뻣 쭈뻣 솜털이 돋아나 상대를 관찰하듯 줄기를 곤두세운다.

숨결, 동그란 동공과 시선 그리고 마치 미치도록 날뛰기 시작하는 심장처럼 톡톡 튀는 콜라의 상쾌함까지.


톡 톡?


“컼···콜록콜록 콜록···!”

“괜찮으세요?”


마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듯 미친 듯이 날뛰는 콜라가 목 안에서 춤을 춘다.

기침 때문인지 아니면 방금 전 있었던 광경을 떠올린 탓인지 붉어지기 시작한 얼굴을 숙이며 얼굴을 감싼다.


‘끄아아아 망했어!!!’


원래는 이런 상황을 원했던 게 아니었다. 서로가 수줍게 미소 지으면서 긴장과 어색함으로 서로를 의식하는 그런 장면을 원했는데!!!


‘갑자기 콜라가 목에 걸리는 게 말이 되냐고!!’


쓸데없이 시원하고 톡톡 튀는 콜라를 준 직원을 저주하며 다시금 표정을 관리한다.


“크흠···괜···괜찮아요.”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만, 아직 실망하긴 일렀다.


‘그래, 혹시나 해서 3차 4차 아니 11차 플랜까지 계획해 놨으니까!’


3차 플랜 ‘아···자리가 좁아서 손이 닿아 버렸네?’


“죄송하지만, 잠시 화장실 좀.”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가 화장실을 가버려서 실패.


4차 플랜 ‘어멋? 발이···닿아버렸네요?’


“잠시 통화 좀···”


꼼지락 꼼지락 거리다 실패.


5차,6차···10차 막살 하려니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긴장돼서 자체 취소.


후우···후우···


결국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까지 준비해 왔던 모든 계획이 실패.


“그만 일어날까요?”

“······”


사실 이 계획들을 준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내몰릴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랬기에 마지막 11차 계획은 정말 최후의 보루였고 그녀로서도 시도하고 싶지 않았던 계획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어쩔 수 없어.’


천천히 일어나 자리를 떠나려는 그의 손가락 마디 하나를 붙잡는다.


꽈아악···!


“저···엔딩 크레딧까지만 보고 갈까요?”

“······?”


움켜쥔 손가락이 쭈뻣쭈뻣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긴장한 채 상대를 올려다보자 마주치는 시선.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과 시선이었지만, 움켜쥔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맥박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사람도···긴장하고 있구나?’


그렇다면, 내가 그의 긴장을 느끼는 것처럼, 그도 지금 내 이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좋아하시면 보고 가도록 하죠.”


짧게 답하며 살짝 미소 짓는 그를 본 순간 그런 생각 따위 전부 백지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


엔딩 크레딧이 내려가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꼬옥 움켜쥔 손가락의 온기를 느꼈다. 손가락 사이를 뛰는 맥박에 덩달아 긴장하며, 머리는 새하얗게 타올랐다.

빨라지는 심장박동수에 맞춰 활발히 움직이는 산소가 자연스럽게 체온을 높이고 올라간 체온에 붉어지기 시작한 얼굴.

지금 만약 근처에 거울이 있었다면, 차마 마주 보기 힘들 정도로 꼴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을 게 분명했다.


‘드라마에서 본 적 있어···’


분명 그 장면을 볼 때만 하더라도, 여주를 멍청하다 생각했었던 것 같다.

냉정함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긴장으로 맥박이 빠르게 뛰며 얼굴까지 붉어지는 데다 그 순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다니, 치욕스러운 일이라고까지 생각했었다.


‘난 지금 그 드라마의 여자처럼 멍청한 얼굴일까?’


거울이 없어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영화관이 어두워서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다른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지 않아 다행이었다.


“는 개뿔. 누가 모쏠 아니랄까 봐 어후우우 닭살 돋아.”


멀찍이 떨어진 사실 그렇게 멀찍이도 아닌 딱 두 칸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두 요괴.


“먹으실?”

“노. 살찜.”

“와 근데 어떻게 이렇게 딱 만나냐? 그럼, 그때 문자 한 것도 너?”

“응. 그건 그렇고 저 인간놈들은 언제 가냐?”

“몰라. 지금 한창 좋을 때인데 좀 즐기게는 해 줘야지.”


팝콘을 씹으며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몰래 지켜보는 S급 요괴 ‘금태양’과 ‘클레오파트라’.


“그건 그렇고 설마 상대방도 요괴 사냥꾼일 줄은 몰랐는데.”

“그건 우리 쪽도 거든? 애초에 저 인간이 인간 남자를 마음에 들어 했던 부분도 평범한 회사원이라 마음에 들어 했던 거라던데?”

“그럼 어쩌냐?”

“에휴···뭘 어쩌긴 어째. 비밀로 해야지. 내가 봤을 때 저 것들은 저 둘 아니면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 이제.”

“그건 인정.”


아마 둘 다 상상에선 이미 애도 낳고 집도 짓고 손주 이름까지 정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는 두 요괴.


“뭐, 그것도 딱 저 때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면 매력이니까.”

“그치? 모쏠일 때만 느낄 수 있는 풋풋함이란 게 있으니까.”


더는 저런 풋풋함 따위 느낄 리 없는 두 요괴였기에, 조용히 두 사람의 망상을 지켜본다.


이후의 데이트는 평범했다.

영화관이 끝나고 인간 여자가 미리 알아두었던 가게로 가서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밤 도시를 걸으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할 말이 있습니다.”

“어? 저도 마침 있었는데.”


해맑게 웃으며 남자를 바라보는 여성. 그 모습에 남성은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저 말씀하셔도 괜찮아요.”

“아, 그럼 제가 먼저 말하도록 할까요?”

“네.”


크흠 흠!


긴장하는 건지 헛기침을 하며 표정 관리를 하던 그녀가 흘리듯 작게 말한다.


“저···저희 집에서 라면 먹고 갈래요?”

“······”

“아니 그러니까! 원래 이 시간에 라면 먹으면 몸에 안 좋기도 하지만, 가끔은 먹는 것도 괜찮지 않나?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사실 원래 인간의 몸은···”


횡설수설 자신이 뱉은 말을 수습하는 모습에 남성은 결심한 듯, 무겁게만 느껴지던 입을 벌려 그녀의 말에 답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역시···안 만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대답을 말이다.


“도대체 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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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24.09.12 5 0 10쪽
8 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24.09.11 4 0 10쪽
7 7화 : 데이트의 끝. 24.09.10 7 0 12쪽
» 6화 : 영화관 데이트. 24.09.10 6 0 11쪽
5 5화 : 모쏠. 24.09.10 5 0 11쪽
4 4화 : 3시간 늦은 사람에게 해야 할 말. 24.09.10 3 0 13쪽
3 3화 : 맞선. 24.09.10 3 0 11쪽
2 2화 : 내기. 24.09.10 4 0 12쪽
1 1화 : 요괴. 24.09.10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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