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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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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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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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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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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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내기.

DUMMY

삐이 삐이 삐이 삐이


익숙한 모닝콜에 침대를 뒤적이며 핸드폰을 찾는다.


“끄응···벌써 아침이양···”


부수수한 머리와 졸린 눈꺼풀을 억지로 털어내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졸립지만···가야겠지?”


출근 준비를 하며 창문의 커튼을 걷히자,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참 흐른 날씨네.”


이제 도시 생활도 1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여전히 이 공기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끄응차!


기지개를 켜며 남아있던 찌뿌둥함을 전부 날려 버리고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간토스트도 이걸로 끝이구나, 조만간 마을에 한 번 다녀 와야겠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 밖으로 나가 지하철에 오른다.


조용하면서도 붐비적 붐비적 거리는 이 광경은 언제까지고 익숙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힘들었던 지하철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회사 앞.

핸드폰만 보고 걷던 그녀의 시야가 거대한 빌딩을 눈에 담는다.


‘후우···언제 봐도 정말 대단하다니까?’


이게 인간들의 힘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어? 하린씨 오늘은 일찍 출근하셨네요?”

“네! 오늘 아침에 회의가 있어서요! 제가 오늘 그 회의 기록 담당이거든요!”

“아~ 그럼 오늘도 고생하세요~”

“네! 소영씨도 파이팅!”


대한민국에서 재계 1,2위를 다투는 회사 ‘오성’

겉으로는 대한민국의 양대 기업 중 하나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그 지하에는 조금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존재들이 모인 단체 ‘홍익’이 있다.


“하린이 왔어?”

“네! 선배님! 저 오늘 회의 몇 시 시작인가요?”

“아마 곧 시작할 거 같아. 일단 회의 내용 숙지해 두고 준비하고 있어 줘.”

“네!”


선배님은 한 때 S급 요괴 사냥꾼으로 활동하셨었는데, 임무 수행 중 있었던 사고로 한 쪽 눈을 쓸 수 없게 되어서 사무직으로 오신 분이다.

자리에 앉아 회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며 대기하고 있으니 얼마 안 있어 선배님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린아! 지금 회의 시작했다니까 바로 참석해 줘! 아, 그리고 가는 김에 커피랑 물도 좀 같이 가져가고!”

“네! 물은 라온님에게 드리면 되는 거죠!?”

“응, 그리고 라온님이 뭐야 라온님이. 너도 벌써 1년 차인데, 호칭 좀 바꾸자.”


선배의 핀잔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커피와 물을 받아 든다.


“에헤헤···노력은 해볼게요!”

“에휴···그래 네가 그게 편하다면 뭐. 어쨌든 난 다른 일이 있으니까 오늘 회의 잘 부탁해?”

“네! 맡겨 주세요!”


살랑 살랑 꼬리를 흔들며 회의장에 들어서자 보이는 5명의 사람.


‘저 중 2명은 단순한 홀로그램이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이쪽 업계에선 전설과도 같은 인물들이었다.


“크흠! 그래서 이쪽에 있는 요괴는 당연히 우리가 처리하는 게 맞지만, 여기 딱 중앙에 걸친 녀석이 문젠데···아 고마워 하린씨.”

“네.”


여기 덩치가 크고 호탕한 이미지에 곰가면을 쓴 남성분이 바로 요괴를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단체 ‘홍익’의 리더이신 ‘단군’님이세요.

친절하고 또 털털하신 성격에 소싯적에는 특급 요괴 사냥꾼으로서도 활동하신 적이 있으신 만큼 실력도 뛰어난 분이시죠!


아! 참고로 ‘단군’은 코드네임이지 실제 이름은 다르세요.

수십 년 전 있었던 요괴 사냥꾼들의 전쟁 때문에 이후 서로의 신상을 파악할 수 없도록 코드네임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타 회사와 분쟁이 있거나 협력이 필요할 때는 서로 가면을 써서 진짜 신분을 알아볼 수 없게 했어요.


“오 하린씨가 타 준 커피! 맛있겠다!”

“제가 탄 거 아니에요.”


여기 토끼 가면을 쓴 이분은 최근 특급으로 올라오신 분으로 매사 장난기가 넘치시는 분이시지만, 실력은 확실한 분이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컵을 조심스럽게 가져다 놓으며 상대방의 눈치를 본다.


꿀꺽


‘라온’


홍익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냐 물었을 때, 가장 먼저 그 이름이 올라가는 사람이자 명실상부 현시대 최고의 요괴 사냥꾼.


‘하지만···’


슬쩍 눈을 올려 그를 바라본다.

험악한 인상은 아니지만, 주위에 풍기는 분위기가 워낙에 무섭다 보니 옆에 있으면 절로 긴장이 되는 사람이었다.


‘도깨비 가면을 써서 그런가? 더 무서워 보여···’


빠르게 물컵을 놓고 후다닥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는다.


스윽···


커피와 물을 나눠드리니, 잠시 멈춰 있던 회의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거야 당연히 우리 쪽에서 처리해야죠! 땅만 걸쳐있지, 해당 위치에 있는 건물이 저희 쪽 건물이잖아요?”

“허허허 그렇긴 한데, 또 땅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 쪽에 가까우니 우리가 처리하는 게 맞지 않나?”


지금 대표님과 신경전을 벌이는 표범 가면을 쓴 분이 바로 홍익과 쌍벽을 이루는 ‘헌터즈’의 대표님이신 ‘송장미’님이세요.


‘대표님들은 역시 호탕하고 기가 센 분들이 하는 걸까?’


저희 대표님과 뭔가 비슷한 점이 많은 분이세요.


탁!


“그만, 쓸데없이 언성을 높일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이쪽을 봐주시죠.”


책상을 치며 단번에 주위의 시선을 휘어잡은 여우가면을 쓴 분이 바로 ‘헌터즈’의 에이스 특급 요괴 사냥꾼 ‘백여우’님이세요.


그녀가 보여준 자료에는 최근 이와 같은 비슷한 사례가 있었을 때 어떻게 처리했는지와 해당 요괴의 활동 범위가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 요괴는 저희 쪽에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호호호호 들었죠? 저희 에이스가 이렇게나 확실한 자료를 근거로 말했는데, 아직도 불만인 분이 있나요?”


아무도 반박을 하지 못하자 이제 회의를 끝내려는 순간.


“애들 장난도 아니고, 팔자 한 번 좋아 보이네.”


여태 단 한마디도 안 하던 라온님이 입을 연다.


째릿


그에 반대편의 백여우님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라온님을 째려본다.


“하? 여태 조용히 있던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죠? 아니면 제 의견에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 문제라면 이 쓸데없는 회의가 문제겠지.”

“당신···지금 그 말 무슨 뜻이죠? 경우에 따라선 저희를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찌릿 찌릿


전류가 흐르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먼저 자리를 뜬 건 라온님 쪽이었다.


“너희가 사적 이익을 위해 어떤 주장을 하든 상관없지만, 내 눈앞에 규칙을 어긴 요괴가 있으면 난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다.”


그 말을 남긴 채 회의실을 나가는 라온님.


“참 나! 어이가 없어서! 당신만 정의로운 줄 알죠? 하여간 기본적인 산수조차 못하는 인간하고 제가 무슨 대화를 하겠어요!?”

“하하하 라온이야 원래 저런 성격 아니던가? 백여우씨가 좀 참고···”

“됐어요! 하여튼 저희 쪽에선 입장 표명했고 만!약!에! 저 인간이 우리 구역에서 또! 요괴를 사냥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셔야 할 거예요!”


틱!


그 말을 끝으로 사라진 백여우님.


“호호호···그럼, 저도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어차피 더 있어봤자 좋은 꼴은 못 볼 거 같고. 단군님이 관리 좀 잘 해주세요.”


연이어 헌터즈의 대표인 송장미님까지 사라지자 덩그러니 남은 세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내쉰다.


“하아···저 망나니 같은 녀석을 내가 어떻게 컨트롤하라는 거야?”

“오늘 라온이형 절대 마주치지 말아야겠다.”

“후우···역시 라온님은 무서워···”


사실 저 두 사람이 원래 저렇게까지 티격태격하는 사이었던 건 아니었다.

서로 못마땅해 하고는 있었지만, 저렇게 대놓고는 하지 않았던 사이랄까?


‘그게 아마 일주일 정도 전쯤이었지?’


홍익의 구역에서 날뛰던 A급 요괴가 당시 토벌 작전을 진행 중이던 팀 중 한 분의 실수로 도망치는 일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방향이 헌터즈의 구역이었고.


‘또 우연히 근처에서 요괴 사냥을 마친 이들이 뒤처리를 하던 중이었고···’


또 또 또 정말로 우연히 작전 진행 중이던 팀의 사람 중 한 분이 바로 ‘라온’님이며 뒤처리를 하던 사람 중 ‘백여우’님이 계셨던 게 일이 발단이었다.


거대한 얼음 창에 찔려 죽은 악마형 요괴와 그 시체 위에서 승자의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며 이제 막 도착한 남성이 인상을 찌푸린다.


“너희가 잡은 건가?”


남성의 물음에 여성은 즐겁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네. 규칙대로 처리했을 뿐인데 문제 있나요?”

“처리했으면 됐다.”


도깨비 가면을 쓴 남성은 상관없다는 듯이 뒤를 돌아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이어진 여성의 말이 그의 발을 멈추게 만들었다.


“지금 이대로 가시겠다고요? 요괴를 놓쳐서 죄.송.합니다를 잊어버리신 거 같은데요?”

“······지금 뭐라고 했지?”

“요괴를 놓쳐서 저희가 대신 처리하게 했으면, 당연히 사죄도 하고 감사 인사도 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사실 저들이 잡지 않았어도, 몇 분 아니 30초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자신들이 도착해 저 요괴를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빠득


물론 민간인 피해가 있을 가능성이 있었을 수도 있고, 또 실제로 저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도 사실이니까 사과를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하필 그 상대가 백미호였다는 게 문제였다.

주위로 퍼트리던 기세를 거두어들이고 일부로 이죽이는 듯한 목소리로 답한다.


“하여간 누가 일에 파묻혀 사는 마녀 아니랄까 봐. 고작 그거 했다고 사과까지 요구하기는.”

“뭐라고요? 지금 당신 그걸 말이라고···!”

“그렇게 딱딱하게 사니까 여태 연애를 못한 건가?”


빠직


가면 위로도 느껴질 정도로 긁힌 듯한 목소리.


“아하하하하···어..어이가 없네요 정말.”

“아닌가? 모태솔로?”


빠지지직


“오해 할 까봐 말씀 드리는 건데, 저는 연애를 못! 한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럼. 모태솔로는 맞다는 말인가?”

“아하하하하···그럼 당신은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연애를 아주 많이 해봤다는 말이겠죠?”

“······사냥꾼 간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걸 모르나 보지?”


태연하게 넘어간 듯 보였지만, 순간의 머뭇거림을 포착한 그녀.


“어머? 난 또 그렇게 당당히 말하길래 뭐 연애 박사인 줄 알았네요? 알고 보니 당신도 모태솔로에···아다?”

“······”


빠직


“난 연애에 관심이 없어서 안 했을 뿐이다.”

“그래요? 근데 그거 아세요? 그거 아까 ‘제가’ 했던 말인데.”

“······”


완전히 그녀의 페이스에 말려버린다.


‘차라리 시작을 하지 말 걸 그랬나?’


잠시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이제는 설사 내일 바로 연애를 시작해도 저 망할 여자에게 분명 평생 이 일로 놀림을 받을 게 뻔했으니까.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자신답지 않게 허세를 부려버린 것은.


“너와는 다르지. 난 다음 주에라도 당장 연애를 할 수 있으니까.”

“아하하하 당신이요? 정말 재밌는 농담을 하시네. 당신같이 대책 없이 사는 인간을 누가 좋아한다고.”

“넌 자신 없나 보지?”


빠직


“좋아요. 당신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저도 보여드리는 수밖에. 제가 여태 연애를 안! 한 거지 마음만 먹으면 당장에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어떤 남자가 너같이 짜증 나는 여자를 좋아할지 모르겠군.”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게 되겠죠? 누가 연애를 못!하고 있었던 건지 말이에요.”

“다음 주가 기대되는군.”


그렇게 서로 약속한 날짜가 바로 이번 주였다.


‘에휴···차라리 두 분이서 연애라도 했으면 좋겠네···’


그럼 저렇게까지 분위기 무섭게 싸우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설마 그런 일이 있겠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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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 해야 할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24.09.13 7 0 11쪽
9 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24.09.12 5 0 10쪽
8 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24.09.11 5 0 10쪽
7 7화 : 데이트의 끝. 24.09.10 7 0 12쪽
6 6화 : 영화관 데이트. 24.09.10 6 0 11쪽
5 5화 : 모쏠. 24.09.10 5 0 11쪽
4 4화 : 3시간 늦은 사람에게 해야 할 말. 24.09.10 3 0 13쪽
3 3화 : 맞선. 24.09.10 3 0 11쪽
» 2화 : 내기. 24.09.10 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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