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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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님
작품등록일 :
2024.09.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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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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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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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재판(1).

DUMMY

쪼옥 쪼옥 쪼옥


빨간색 파르페 속 건더기가 빨대를 통해 올라간다.


“흐으으음~ 맛있다. 자 선배도 아~ 해보세요~”


손수 스푼을 들어 푸짐하게 뜬 파르페를 건네주는 후배의 말에 차마 반응할 수 없었다.


“······”

“왜 그러세요? 이쁘고 귀여운 후배란 사람이 주는데 좀 받아먹지 않고? 아!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 뒤로 흘러나오는 살기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 신경 안 쓰셔도 된다니까요? 먹어요.”

“······”


먹어. 한 번 먹어 봐. 진짜 먹기만 해 봐. 그때는 의뢰인이고 복수고 나발이고 다 죽는 거야.


방긋


머리끝까지 뻗쳐오는 화를 억지로 지어낸 미소로 간신히 억누르며, 이 빌어먹을 엑스 맞선 상대를 바라본다.


‘하여간 생긴 것들은 얼굴값 한다더니.’


나랑 맞선 본지 뭐 한 달이 지났어!? 1년이 지났어!!? 그렇게 헤어지고 벌써 여자를 만들어??? 뭔데 저 앙~은? 지금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후우···갑자기 약속 장소를 유명한 디저트 카페로 고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때 순간적으로 행복 회로를 돌렸던 자신을 저주한다.


‘죽일까? 죽여야 하는 거 아닐까? 이 정도면 죽여도 무죄 아닐까?’


지금 당장이라도 저 두 연놈들 머리 위에 얼음창을 소환해 떨어뜨리고 싶었지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참아낸다.


‘후우···그래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앙~ 하며 먹여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복수고 나발이고 그냥 진한 현타가 몰려온다.

이젠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밖에 안 남았을 때.


라똑 왔쇼!


[아니야. 잠시 기다려.]


이곳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언니에게서 문자가 날아온다.


[이 언니가 봤을 때, 저 두 사람. 절대 사귀는 사이 아니야.]


슬쩍 눈치를 보며 답장을 보낸다.


[근데 서로 앙~도 했는데?]

[서로는 안 했잖아. 내가 말했지? 넌 좋아하는 사람 앞이면 긴장하느라 상황 파악이 느리다고.]

[언니. 죽고 싶어?]

[호호호호··· 미안. 어쨌든 저거 딱 봐도 저 어린 것이 너 견제하려고 이 판 깐 거 같거든?]

[그래서?]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한 방 맞았으면, 되돌려 주러 가야지.”


옆 건물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클레오파트라가 선글라스를 벗어 가슴에 걸친다.


“솔직히 난 마음에 안 들지만, 동생이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다는데 어쩌겠어.”


고대로부터 미(美)라는 단어를 대표해 온 S급 대요괴 이 클레오파트라가 나서는 수밖에.

먼저 인사겸 꽈아아악~찬 스트레이트부터 날려 볼까?


“두 분 사귀는 사이인가요?”

“네? 아니 사귀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엄청 먼 사이도 아닌 뭐라 그래야지···”

“아니요. 제가 좋아하는 직장 후배입니다.”

“좋···좋아?”

“히히···히···”


희비가 엇갈리려는 찰나.


라똑 왓쇼!


“크···크흠! 그러니까 결국은 직장 후배란 말이네요? 좋아한다는 말도 후배로서 좋아한다는 뜻이고?”

“네.”

“크읔···알고는 있었지만···”


그 외에 대체 무슨 뜻이 있는지 의아해하는 남성.


‘진짜 둘이 사귀는 사이가 아니었잖아?’


물론 둘 사이가 평범해 보이진 않았지만, 적어도 연애란 감정으로 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째릿!


‘그런 주제에 일부로 날 부르고 내 앞에서 그런 꼴을 보였다는 거지?’


부글 부글


‘나이도 어린 게!?’


감히 자신에게 결투를 신청한 새파란 어린년을 째려보자, 그녀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눈꼬리를 올린다.


‘흥! 애초에 선배는 내가 먼저 좋아했거든요? 나이 많아서 좋겠어요. 아주!?’


찌릿 찌리리릿


은밀하게 이뤄지는 두 사람의 신경전 속 먼저 움직인 것은 이쪽이었다.


뽀잉!


깊게 찔러 넣은 숟가락이 푸딩의 내부에 침입한다.


“보니까. 이하민씨는 파르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럼 이거 먹···어 볼래요?”


스윽


가게 안이 너무나 더워 시원한 창밖을 바라보며 숟가락을 내민다.


“아니거든요!? 선배 파르페 좋아하는데요? 제가 선배랑 지낸 세월이 얼만데! 그쵸 선배?”

“······”


양쪽에 놓인 달콤한 디저트들을 고민하던 남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망설임 없이 고개를 움직인다.


‘내꺼 먹어! 내꺼 안 먹으면 죽일 거야!”

“선배! 우리가 함께 해온 세월이 있는데!!!”


두 여자의 간절함 외침에 답하듯이 두 손으로 숟가락을 모두 잡아 한 번에 먹어버리는 남성.


“생각보단 맛있네요.”

“저 인간이?”

“끄응···이걸 원한 게 아닌데.”


디저트를 다 먹고도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제 생각엔 이하민씨가 보내줬던 자료를 입증하기 위해선···”


슬쩍


“어젯밤 저랑 하민씨 둘!이서만 나누었던 긴.밀.한 문자처럼 제 의견은 회의적이에요.”

“역시 그런가요.”

“네. 아무래도 저쪽에서 철저하게 판을 깔았단 느낌이라, 자신에게 불리해질 것들은 전부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해 놨어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씨익


어때? 너는 저 사람이랑 이런 대화 못 하지?


‘저···저 여자가?’


으드득···!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아~ 맞다! 두 분 목마르시지 않으세요?”

“그렇네요. 마시고 싶으신 거 있으신가요?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네? 아, 그럼 저는 라떼로 부탁할게요.”

“네. 너는?”


그의 물음에 걸렸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어린년.


“히히 뭘 묻고 있어요 선배! 내가 항상 먹던 그거요!”

“라떼에 시럽 두 펌프 추가?”

“네! 역시 선배라니까? 나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어~”

“······”


반격을 날려온다.


‘후후···후후후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포기하시죠? 저랑 선배가 이렇게나 가까운 사이랍니다?’


파직 파지지지직


하민이 주문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작되는 기싸움.


“어차피. 여태껏 선배,후배 사이였으면 가망 없는 거 같은데 포기하는 게 어떤가요?”

“히히···언니야말로 한 번 차이셨다던데, 쿨하게 포기하시죠?”

“차이다니? 자기가 부족하다 해서 잠시 헤어졌던 건데요? 그리고 이제 부족한 점이 있으면 내가 채워줄 생각인데요?”

“언니 마인드가 너무 올드하다. 요즘 그런 틀딱 같은 사고 가지고 있으면 연애하기 힘들어요. 요즘 트렌드는 쿨하게 놔줄 건 놔주는 거라고요.”

“후···후후···너랑 나랑 나이 차이 얼마 안나.”

“에이~ 딱 봐도 5살은 차이 나는데, 그 정도면 세계 일주를 10번은 하고 오겠다.”


싱긋 싱긋 웃는 얼굴로 저런 소리를 하니까, 당장에라도 꼰대라는 게 뭔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참자. 참자. 참자.’


여기서 화내면 지는 거다. 그러니까, 너도 부디 화내지 마라?


“그래. 그럼 내가 나이 많으니까. 말 놓을게, 괜찮지?”

“네. 언니 편한 대로 하세요.”

“아, 너 그거 알고 있니?”

“네?”


터벅 터벅


이제 막 받아 온 음료들을 들고 오는 이하민을 가리키며 말한다.


“하민씨랑 나랑 동갑이다? 틀딱이 싫은 거면, 하민씨는 내가 가질게?”

“뭐···?”

“무슨 일이야.”


당장에라도 뭔가 말하고 싶어 죽겠다는 듯한 동생님의 모습이 참 고소하게도 생겼다.


“아니에요. 그것보다. 저희 이제 슬슬 자리를 옮기는 거 어떤가요?”

“그게 편하시면 옮기도록 하죠.”

“네. 아무래도 여기는 너무 애들이 노는 곳 같아서요.”

“······!!!”


후후후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 건데?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네가 어리다고 뭐 되는 줄 아니?


“마침 제가 아는 어.른.들이 조용히 이야기할 장소를 아는데 그쪽으로 가요.”

“네.”

“저···선배? 꼭 가야 해요? 어차피 이따가 회사도 가봐야 하는데, 그냥 여기서 일 보다가 돌아가는 게···”


마지막 발악을 해보지만.


“그것도 그렇네. 넌 먼저 돌아가 있어. 이따 돌아갈 때 연락할게.”

“네? 아니 그 뜻이 아닌데···”


응, 어림도 없어.


새파랗게 어린것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나온 것까진 좋았는데···


수근 수근 수근


“직장에서 인기가 많으시네요.”

“······”


그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생각했다.


‘아니 아무리 갈 곳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사무실로 데려오냐!?’


카페에서 그렇게 말하고 나오긴 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던지라 습관처럼 이곳에 오고 말았다.

사실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스윽


고개를 돌려 창밖에서 이곳을 구경하는 이들을 바라본다.


‘저것들이 지금 누굴 동물원 원숭이로 아나?’


최근 이상한 소문이 돌더니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잠···시만요. 곧 조용해질 거에요.”


또각 또각


“다들, 야근을 그렇게 하고 싶으신가 보네요? 이제부터 제 눈에 보이시는 분은 누구든 저와 함께 일주일간 야근 지옥을 맛보고 싶다는 걸로 알아듣겠습니다.”


잠시 밖으로 나가 상황을 정리하고.


“크흠! 이제 어느 정도 조용해졌죠?”

“네. 사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괜찮았는데,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것보단 빨리 일 얘기로 돌아갈까요?”

“네. 그럼, 이 부분에 대해서···”


서류를 펼쳐놓고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상한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당신···대체 노리는 게 뭐예요? 왜 이런 걸···”


자신의 질문에 그가 무심하게 답한다.


“후회하지 않게 하는 거요.”

“네?”

“그 애가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지 않게 하는 거요.”


그걸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이든 어떠한 방법이든.


“이용할 수 있는 건 뭐든 이용해야겠죠.”

“······제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당신도 참 제정신 박힌 인간은 아니네요.”

“자주 듣는 소리입니다.”

“칭찬 아니니까 좀 반성 하세요. 애초에 알고는 있죠? 당신이 생각하는 방법은 도박성이 강해요. 성공하면 확실히···감형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겠지만, 실패하면 오히려 감형조차 못 받을 수 있어요.”

“괜찮습니다. 도박에는 자신이 있거든요.”

“······당신이?”


생긴 것만 봐서는 도박장 가면 하루아침에 전부 털려서 나올 것만 같은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 신용이 가지 않았지만.


“그리고 확률이 낮으면 올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방법이 있나 봐요?”

“방법은 있지만···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자신 없어 보이는 말과는 다르게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는 듯한 저 눈빛 때문인지.


“재판일이 이렇게까지 기대되는 건 또 처음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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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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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 이야기를 팔겠습니다. 24.09.18 1 0 12쪽
» 12화 : 재판(1). 24.09.17 3 0 11쪽
11 11화 : 유죄를 받은 죄인은 나쁜 사람일까? 24.09.16 3 0 10쪽
10 10화 : 해야 할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24.09.13 7 0 11쪽
9 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24.09.12 5 0 10쪽
8 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24.09.11 5 0 10쪽
7 7화 : 데이트의 끝. 24.09.10 7 0 12쪽
6 6화 : 영화관 데이트. 24.09.10 6 0 11쪽
5 5화 : 모쏠. 24.09.10 5 0 11쪽
4 4화 : 3시간 늦은 사람에게 해야 할 말. 24.09.10 3 0 13쪽
3 3화 : 맞선. 24.09.10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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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 요괴. 24.09.10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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