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판타지

새글

사람님
작품등록일 :
2024.09.10 20:18
최근연재일 :
2024.09.20 18:4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60
추천수 :
0
글자수 :
71,979

작성
24.09.10 20:19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1화 : 요괴.

DUMMY

「요괴」

인간의 힘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생겼을 때, 이를 설명하고자 상상해 낸 존재들을 일컫는 말이다.


꾸득


금발에 구릿빛의 피부를 가진 존재가 땅바닥에 꼴사납게 처박혀 있는 인간들을 짓밟으며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까 애초에 너희랑 우리랑은 종이 다르단 거지. 우리는 너희들이 상상으로나 바랐던 힘을 가진 위대한 존재라고. 그런데···”


꾸득 꾸드득


다시 한번 발에 힘을 주며 벌레 같은 인간에게 어울리는 자리로 처박는다.


“이따금 너희같이 주제를 모르고 우리를 사냥하겠단 녀석들이 존재한단 말이지.”


꽈악!


이미 추욱 늘어져 시체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머리를 잡아 끌어 올린다.


“요즘 시대는 말이야 주제 파악 못 하면···모가지야.”


꾸욱···!!!


인간의 육체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근육이 한 쪽 팔에 꿈틀거리며 팽창한다. 한계까지 젖혀진 근육이 움직인 순간.


퍼엉!


벌레 같았던 인간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쯧, 괜히 시간만 버렸네.”


탁 탁 탁


이제 자유로워진 손을 가볍게 털며 돌아가려는데, 뭔가 이상한 위화감을 느낀다.


“······?”


분명 양손이 비게 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내가 인간 놈의 머리를 날려 버렸으니까.


‘그런데···시체는 어디갔지?’


머리만 날렸으니까 당연히 시체가 있어야 하는데, 자신의 발 아래로 떨어졌어야 할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


“대체 이게 무슨···”


위대한 요괴인 그조차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당황해하는 것도 잠시, 그의 귓가를 때리는 목소리.


“한 번만 물을게.”

“······?”


꿈벅꿈벅 눈을 깜빡이던 요괴의 눈에 들어온 한 명의 남성.


‘도깨비 가면?’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듯한 그 모습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기도 전.


“너 연애 잘하냐?”

“······네?”


뜬금없이 들어 온 질문. 대체 저 정신 나간 인간이 뭐라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존재했다.


분위기에 넘어가 순간 헛소리가 튀어나왔지만, 잊어선 안 된다.


‘나는 위대한 요괴다.’


벌레 같은 인간에게 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호기롭게 외친다.


“뭐라는 거냐 이 정신 나간 인ㄱ······”


후웅 퍼어어어어어엉!!!!!!!! 데구르르르 콰앙 콰아아앙!!!


“커어엌!!!”


갑작스럽게 찾아온 엄청난 고통과 함께 근처 건물에 처박힌 요괴.

요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 어깨를 누르는 강한 통증에 비명을 내지른다.


꾸우욱


“커어어어억···!”


팔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고통에도 요괴는 자신을 짓누르는 인간으로부터 눈을 땔 수가 없었다.


“한 번만 묻는 다고 했다. 잘 생각하고 대답해. 너 연.애 잘해?”


광기에 물든 것만 같은 도깨비 가면을 마주한 요괴는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놈이다.’


혼란의 시대라 불렸던 대 요괴의 시대를 종식 시킨 4명의 존재. 그중 한 명의 유지를 이어받은 인간이 있다고 들었다.

현시대 가장 강한 요괴 사냥꾼이라 불리며, 차기 도깨비왕이라는 소문까지 있는 자.

그를 만나 살아남은 요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그는 정말···


‘미친놈이라고.’


그것도 그냥 미친놈이 아닌 힘센 미친놈. 천 년 이상의 삶을 살아온 그의 경험이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론을 도출한다.


“제가 바로 그 ‘의자왕’의···”

“뭐? 의자왕? 그거 그냥 왕이었던 거지 연애 잘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아?”

“에헤이 형님 뭘 모르시네. 그 의자왕이 어떻게 3천 궁녀를 가지게 됐는데요? 그거 다 제가···!”

“결론만. 쓸모없으면 이대로···”

“카사노바보다! 연애를 잘합니다!!! 제가 한 때 의자왕도 교육시켜서 3천 궁녀를 만들었을 정도로 연애의 고수입니다. 형님!”


요괴의 자존심이고 뭐고 바짝 엎드린다. 잘 못 했다간 천 년의 삶이고 자시고 이 자리에서 그대로 뒤질지도 몰랐다. 땅에 얼굴을 처박았음에도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을 의심하는 인간.


“······확실해?”


꿀꺽


여기서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간 그대로 모가지라는 것을 깨닫자. 있는 힘 없는 힘 전부 짜내어 우렁찬 목소리로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


“네! 맡겨만 주십쇼! 저의 천 년의 연애 경력을 걸고 맹세합니다! 제가 카사노바 고놈보다 연애는 잘합니다!!!!”


천 년을 넘는 삶을 살아온 S급 요괴 ‘금태양’ 그의 인생에서 두 번째로 우렁찬 목소리였다.


“좋아. 합격.”


***


보글 보글 보글


스튜가 타지 않도록 국자를 젓는 주름진 손.


“그래 가영아. 이 할비가 성직자들은 뭐라고 했었지?”


잔잔한 미소와 어울리는 온화한 얼굴을 한 노인의 물음에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나이의 소녀가 답한다.


“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마법에 쓸데없이 빛을 내는 마법을 쓰는 사기꾼들이요.”


허허허허


만족스러운 대답에 스튜 위로 고기가 한 움큼 들어간다.


“그럼, 음양사들은?”

“쓸데없이 종이 쪼가리에 부유 마법을 걸고, 아무 쓰잘데기 없는 영창이나 하는 멍청이들이요.”

“허허허허!! 그래 그래, 역시 이 할비 손녀구나. 그럼, 이제 마법사란 어떤 존재인지 답할 수 있겠구나?”


할아버지의 말에 한 쪽에 쌓인 당근을 치운다.


“마법사는 이해되지 않는 현상에 법칙을 세우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치워진 당근 자리 위로 아직 스튜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고기들을 가져와 나누기 시작하는 소녀.


“이 세상에는 아직 해석하지 못한 무수한 이상 현상들이 존재하지만, 마법사들은···”


조각조각 나누어진 고기를 하나 하나 스튜 위로 떨어뜨린다.


퐁 퐁 퐁


“이러한 현상 하나하나를 해명하고 그 안에 숨겨진 진리를 찾아 법칙을 세우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맞아요?”


소녀의 앙증맞은 물음에 노인은 웃음을 참지 않았다.


“허허허허 그래 맞단다. 이젠 이 할비가 더는 가리킬 것도 없어 보이는구나! 허허허···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윽


그의 팔이 움직이자, 한쪽으로 치워진 당근 더미들이 하늘 위로 떠오른다.


“자신의 욕망은 숨길 줄 알아야 한단다.”


다시 한번 손을 휘적이자 물리 법칙을 무시하고 공중에 떠 있던 단근이 천천히 스튜 안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칭 마법사라 칭하는 사기꾼들이나 멍청이들이 우리들의 욕망을 절대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지.”

“아···당근 싫은데···”


볼을 잔뜩 부풀린 귀여운 손녀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허허허 싫은 것도 참을 수가 있어야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단다. 하지만, 정말 참을 수가 없을 때는···”


스윽


그가 스튜 위로 떨어지는 당근 조각 몇 개를 향해 손을 뻗자, 쪼그라들며 사라지기 시작하는 단근.


“네가 바라는 것을 방해하는 것들을 전부 없애 버리거라. 방금처럼 애매하게 치워 놓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일 테니.”

“네 할아버지. 근데요 마법사들은···”


그날 소녀가 했던 질문에 노인은 답하지 않았었다. 아직 어렸던 소녀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말이다.


후웅 후웅 후웅


폐허 더미 위에서 팔을 휘적이는 한 여성. 그런데 단순히 휘적일 뿐이던 그녀의 손 위로 푸르스름한 냉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마법사란 섭리를 비틀어 그 속에 숨겨진 진리를 찾아 자신의 법칙을 세우는 존재들.


어릴 적 소녀가 할아버지에게 답했던 그 말과 같이 성인 된 소녀는 할아버지가 바라던 ‘진짜’ 마법사가 되었다.


“도망갈 생각인가요? 미안하지만, 당신에게 남은 길은 단 하나야.”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얼음벽이 세워지며 도망가던 요괴를 가둔다.


“위인형 S급 요괴 ‘클레오파트라’ 한 번만 물을게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등 뒤로 무수한 얼음 창이 소환되어 요괴를 겨누기 시작한다.


“당신··· 얼마나 연애를 잘하죠?”

“······네?”


팡!!! 주르륵···


원하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그대로 요괴의 뺨을 스치며 날아간 얼음 창.


꿀꺽···!


“호호호···제가 보다시피 이 엄청난 외모로···”


파앙!


“본론만.”

“저···저 연애 잘해요! 제가 수천 년을 살아오면서 못 꼬셔본 남자가 없을 정도로!!!”


울먹이는 표정으로 바짝 엎드려 애원하는 요괴.

그런 요괴의 모습에 못마땅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던 그녀가 작게 한숨을 내쉰다.


“하아···좋아요. 그 빌어먹을 인간을 이기려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테니까. 자 여기 와서 이 계약서에 싸인하도록 하세요.”

“어···계약서요?”


파칭!


“히잌!!! 네 할게요 할게요!!!”


계약서에는 요괴에 대한 각종 제약 사항과 함께 맨 밑에 가장 큰 글씨로 쓰여 있는 하나의 조항이 존재했다.


【을인 ‘클레오파트라’는 갑인 ‘백가영’의 맞선을 성공하게 만든다. 만약 이에 실패할 시 그 즉시 위 모든 항목은 무효로 됨과 동시에 을은 갑의 앞에 ‘강제’ 소환된다.】


「요괴 사냥꾼」


인간의 힘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과 감당할 수 없는 존재들을 사냥하는 존재들을 일컫는 말이다.

단군이 이 땅에 내려와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서 그 명맥은 단군 이래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었다.


문제는 기나긴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그 의지가 점점 풍화된 결과. 수십 년 전 있었던 커다란 내전으로 인하여, 지금은 단군의 유지를 이어받고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단체 ‘홍익’.

그리고 새로운 존재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힘과 지혜를 빌려 자신들의 힘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 단체 ‘헌터즈’

이렇게 두 단체로 나누어진 상황이다. 지금 이 두 세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홍익의 도깨비 가면 ‘라온’

대한민국에 단 넷뿐인 특급 요괴 사냥꾼이자, 도깨비 왕의 유지를 이어받은 존재이며 도깨비들의 차기 왕.


헌터즈의 여우 가면 ‘백미호’

마찬가지로 특급 요괴 사냥꾼이며, 전 대법사의 칭호를 지녔던 남자의 손녀로서 그의 뒤를 이어 대마법사의 칭호를 받은 역대 최고의 마법사.


이 두 사람의 존재로 인해, 두 단체는 서로를 존중하며 그 균형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문제는 이 두 사람의 사이가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나쁘다는 사실이다.


“하아···내가 어쩌다 그런 말을 해선···”

“하아···제가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서로에겐 절대! 죽어도! 지고 싶어 하지 않을 정도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요괴 사냥꾼에게도 결혼은 어렵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14화 : 재판의 결과. NEW 3시간 전 1 0 14쪽
13 13화 : 이야기를 팔겠습니다. 24.09.18 1 0 12쪽
12 12화 : 재판(1). 24.09.17 2 0 11쪽
11 11화 : 유죄를 받은 죄인은 나쁜 사람일까? 24.09.16 3 0 10쪽
10 10화 : 해야 할 일을 하고 후회하지 않을 방법. 24.09.13 7 0 11쪽
9 9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2) 24.09.12 5 0 10쪽
8 8화 : 여우의 보은 방식은 사랑에 가깝다. 24.09.11 5 0 10쪽
7 7화 : 데이트의 끝. 24.09.10 7 0 12쪽
6 6화 : 영화관 데이트. 24.09.10 6 0 11쪽
5 5화 : 모쏠. 24.09.10 5 0 11쪽
4 4화 : 3시간 늦은 사람에게 해야 할 말. 24.09.10 3 0 13쪽
3 3화 : 맞선. 24.09.10 3 0 11쪽
2 2화 : 내기. 24.09.10 5 0 12쪽
» 1화 : 요괴. 24.09.10 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