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 Maker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515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8.12 13:00
조회
901
추천
13
글자
12쪽

78화-COMA(1)

DUMMY

아인즈의 발걸음이 자신을 바라보는 딜러를 향했다. 그 강렬한 눈빛에 웃음이 나왔지만 평소에도 짓고 있는 미소가 무마할 수 있는 범위일 것이다.


“자, 그럼 승자의 권리를 행사하도록 하지.”


그 말에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마른 침을 삼켰다. 비록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지만 인간인 이상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 그럼 권리를 집행하도록 하지요.”


“원하는 대로······?”


급격하게 흐려지는 시계에 의문을 표했지만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아 갈 때 아인즈의 목소리가 정신의 깊은 곳에 울려 왔다.


-그대의 행사에 경의를 보내며 선물을 주도록 하지요.


자신의 몸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만큼 강하고 또 치밀한 힘이었으니까.


-그대는 도박사. 누구보다도 냉엄한 승부의 세계의 몸을 던진 자이지요. 그대에게 아주 특별한 카드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어렴풋이 손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 처음 만져 보는 것이지만 손에 익은 크기이기도 했다. 일생 동안 만져온 카드의 크기. 하지만 그는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것을 주는 것일까.


-그것으로 높이에 도달하세요. 격을 높여 마침내 단에 오르면 저를 찾아올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작게 웃는 소리를 끝으로 완전히 어둠에 잠기는 의식의 끝에서 그는 스스로 다짐했다. 반드시 다시금 도전하리라고.


‘승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야.’


* * *


“뭔가 할말이라도 있는가 봐?”


조금 전. 이름조차 듣지 못한 도박사를 떠나온 뒤부터 파일리아스는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몇번이고 손을 오므렸다 펴기를 반복했다.


“어째서 그런 것이지?”


“뭐가?”


영 모르겠다는 듯 대답하는 그의 반응에 그녀의 아미가 상큼하게 찡그려졌다.


“어째서 그에게 그런 것을 쥐어 주었냐고 묻는 거다.”


“아아, 그거.”


제법 짜증이 섞인 그녀의 물음에 아인즈의 입가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Postrema Decerto(최후의 승부)가 뭐 어떻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태도에 그녀는 양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바로 그게 문제이지 않나!”


어째서 신은 아니, 세계는 이런 인간에게 그토록 강대한 힘을 허락한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온갖 나쁜 칭호는 다 달고 있는 자신조차 그런 막무가내의 행동은 하지 않는데 이 인간은 그런 것이 없었다. 언제나 기분 내키는 대로. 언제나 자기 좋을 대로 행동한다.

이번만 해도 그랬다.


“그런 신기 레벨의 아티팩트를 기껏해야 길에 들어설 준비는커녕 집에서 나서지조차 목한 이에게 던져주다니. 제정신인가?”


“물론.”


“아아아.”


꼬치를 우물거리며 곁에 매달리는 딸아이의 머리를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얼굴로 쓰다듬는 그의 모습에 만년 가까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오던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자그마치 신기야! 신기! 그게 무엇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인가? 제대로 활용만 하면 아니, 잘못 활용해도 대륙의 10분지 1이 날아가버리는 물건이라고!”


“그게 뭐 어때서.”


“뭐, 뭐?”


이제는 평생 겪을 일조차 없었던 혈압이 오는 것을 느끼며 뒷목에 손을 가져갔다.

Postrema Decerto(최후의 승부)

그가 도박사에게 건네어 준 카드 뭉치의 이름이다. 순수한 아인즈의 자작. 스피카에게 준 마법 대 총람과 동급의 반물질(半物質) 아티팩트.

준 신기급의 아티팩트를 세상에 던져놓고도 나몰라라 하는 그의 태도가 너무나 어이 없었다. 아니, 적어도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애초에 그건 어디까지나 소유주의 격의 성장과 공정한 승부를 위해 만들어진 녀석이니까. 잘못 다룬다고 해 봐야 기꺼해야 도시 규모의 붕괴 정도가 일어날 뿐이지.”


“우와.”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녀조차 생명의 가치와 그에 얽힌 카르마의 무게를 알기에 저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분명히 난 말했어. 단위에 올라 나를 찾아 오라고.”


“그게 뭐 어쨌다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큭큭,하고 잠시 크득 거린 그는 이내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그의 눈에서 분명한 감정을 보았어. 인간으로서는 드물게 가지는 순수하고 그만큼이나 뜨거운 열망. 진짜 도박사. 아니, 승부사의 눈동자를.”


얼굴 가득 미소를 지은 그가 오른 손을 들어 보이자 그 안에서 한장의 카드가 빛을 뿌리며 회전했다.

카드 뭉치에 반드시 들어 있지만 그 어디에서도 정식으로 인정받지는 못한 0번 카드 승부사.


“재미있지 않아? 한명의 순수한 승부사가 마침내 그 존재의 모든 것을 걸어 볼만한 판을 찾았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


“변태자식.”


“쿠쿠쿡. 그냥 변덕 정도로 생각해 두라고. 나도 인간이니까, 시시각각 변하고, 스스로조차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신의 사랑을 받은 하늘 아래 가장 나약한 족속.”


* * *


25. COMA


언제나와 같은 평화로운 생활. 자신이 꿈꿔왔던 원더풀 아카데미 라이프. 악마와도 같던 객원 교수가 갑작스레 휴가를 낸 뒤 지드의 얼굴에서는 화색이 사라질 날이 없었다.

그 자신이 천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평범한 영재의 수준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정확한 판단이기도 했고.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제법 뛰어난 재능에 성실한 노력까지 더해진 그의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을 유지했다.

성격도 딱히 모난 편이 아닌지라 과대표의 위치로 인해 교수님의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 쾌적하고 유유자적한 아카데미의 아름다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래. 누리고 있었다. 그럼 지금은?


“오랜만입니다.”


“아, 아아······!”


“이런, 그렇게까지 반가워 해줄 필요는 없는데요.”


“아아아아!”


지드는 제발 눈 앞에 있는 저 남자가 자신이 기억하는 그가 아니라고 누군가 말해주기를 소원했다.

제발, 부디, 진정으로 그가 아니라고.

하지만 잔혹한 현실은 종종 알량한 소망을 짓밟기도 하는 법이다.


“그럼, 조금 있다가 뵙도록 하죠.”


“아, 아아. 아아아.”


멍한 신음만을 흘리는 그를 뒤로 한 채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초점 없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그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조심스레 어깨를 두드렸다.


“저기? 저기 지드? 살아 있어?”


“니아······”


“지드?”


한달 정도 전부터 사귀기 시작한 자신의 연인. 기사학과의 다섯 꽃 중 하나라 불리는 그녀를 보며 지드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난 피눈물을 흘렸다.


“니아······ 다, 망했어. 이제 다 끝장이야.”


“지드? 왜 그래! 왜 울고 그래!”


“니아······”


그의 눈물에 놀란 상태에서도 자신을 품에 안고 보듬어 주는 그녀를 더욱 끌어안고 지드는 가슴 속 깊숙이에 쌓았던 말을 토해냈다.


“망했어! 망했다구! 이제,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아카데미 생활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지드?”


“이제 다 끝났어. 마왕이 돌아왔어. 악마가 돌아왔다고! 지옥의 과제를 다스리는 그가 돌아왔단 말이야!”


“지드!”


그녀가 다급하게 그를 불렀지만 이미 반쯤 넋을 놓은 지드는 계속해서 자기 할 말만을 떠들 뿐이다.


“이제 정말 다 끝이야. 이젠 너랑 데이트도 할 수 없고, 식사 후의 여유도, 아니, 식사 전의 메뉴를 고르는 사치 따위도 부릴 수 없게 됐어! 이제 다시 그 지옥 같은 과제의 노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


“싫어, 싫다고. 내가 들었던 아카데미는 이런 곳이 아니란 말이야. 다른 선배들은 다 저렇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여유로운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는데 나는 이게 뭐야!”


“······”


“다른 교수님들은! 아니, 이 아카데미의 방침이 학생의 가능성을 최대한 성장시키는 자율 학습인데 왜 자꾸 과제를 내주는 거냐고!”


“지드······”


그녀는 무어라 말을 건네려 했지만 이어지는 한탄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왜! 왜! 내주려면 간단한 조사나 내주지! 왜 자꾸 어려운 토론이 기본인 거냐고! 그것도 다 마이너 장르만 골라서! 애초에 지금껏 해온 과제를 다 모으면 논문을 써도 열개도 넘게 쓴다고!”


“지드!”


‘제발 그만 좀 닥쳐! 멍청아!’


그녀의 다급한 내심은 그에게 닿지 못한 듯 그의 절규는 여전히 이어져만 갔다.


“실력향상이 되는 건 나도 느껴. 지금 당장 내가 선배랑 붙으면 내가 이길 거라는 것도 알아. 근데! 근데 다 좋다 이거야! 하지만 나한테는 자유 시간이 필요하다고! 도대체 왜 자꾸 짬짬이 시간을 다 써야 하게 만드는 거냐고!”


“지드! 제발!”


‘좀 닥쳐 멍청아! 거기서 더 나가면 위험하다고!’


“어? 어! 변태냐고! 왜 자꾸 그 따위 과제나 내주면서 실실 쪼개는 거냐고! 젠장! 게다가 그 나이 먹고 그 따위 면상은 뭐냐고! 나보다 어려 보이잖아! 나이를 어디로 처먹은 거야! 나보다 어려 보이는 자식이! 기껏 재주나 좋다고! 어!”


‘망했다.’


니아는 허탈함에 헛웃음을 토했다. 요상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시선을 향한 곳에는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는 예의 그 어려 보이는 객원 교수가 서 있었다.

몇번 스쳐가며 본 적 있는 그 미소가 왜일까. 마치 먹이감을 앞에 둔 맹수의 그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그녀의 연인은 아무런 위험조차 감지하지 못한 채 스스로 더욱더 깊은 무덤을 파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 능력이 좋다는 건 인정해. 그러니까 객원 교수씩이나 된 거겠지! 그런데 왜 우리를 괴롭히냐고! 그냥 괜찮은 대로 두면 좋잖아! 다른 교수님들처럼! 그럼 다 알아서 큰다고! 왜 굳이 성과 좋다고 과제를 그 따위로 내주는 거냐고!”


“그게 그렇게 불만이었던 건가요?”


“그래!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나 해! 차라리 단순 조사 과제나 내주라고! 왜 굳이 토론 과제를 내주는 거냐고! 그런 식으로 사고력을 향상 시켜 주지 않아도 우리도 알아서 충분히 잘 큰다고!”


“흐음, 그런가요?”


“그래! 우리가 괜히 이 아카데미에 들어온 줄 알아! 애초에 여기 들어오는 것 자체가 재능이 증명된 거란 말이야!”


“그렇군요!”


“그러니까 당신도 적당히······ 어? 어라?”


“왜요? 무언가 불편한 거라도?”


‘하, 하하 아니겠지. 설마. 그는 분명 방금 반대쪽으로 지나갔는데.’


지드의 목이 마찰음이라도 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 모습으로 삐걱거리며 돌아갔다.


‘제발, 제발, 제바알!’


하지만 그는 오늘,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두번이나 세계에게 배신당했다.


“왜요? 더 하시지 않고.”


언제나처럼 은은한 미소를 띄고 있는 그의 얼굴에 지드의 입에서 영혼을 쥐어짜는 것 같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허허허허허허.”


“음? 왜 그러시나요?”


분명히 아무런 사심 없이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지드에게는 사신이 면전에서 웃고 있는 거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니아는 미소 짓고 있는 젊은 교수와 영혼이 남아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모습을 한 연인의 모습에 눈을 감고 말았다.


‘끝났다.’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여전히 친절한 목소리로 묻는 상냥한 그의 말투에 지드의 눈에서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 난 도대체 무슨 짓을······!’


분명 자신이 한 말을 모두 들었을 그의 미소를 보며 지드의 눈동자가 쉴새 없이 흔들렸다.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생명의 위협-물론, 아인즈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을 느낀 지드의 뇌는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내려진 결론은 회피 불가능. 단지 기대 볼 곳이 있다면 자비롭다면 자비로운 그의 성격 정도. 애초에 평민인지라 귀족의 쓸데 없이 드높은 프라이드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던 지드가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작가의말

 ......쩝, 여기서는 제곱이 표현이 안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mage Mak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88화-일상(1) +2 16.09.02 707 11 12쪽
88 87화-Recall(3) 16.08.28 730 11 12쪽
87 86화-Recall(2) +2 16.08.27 768 8 12쪽
86 85화-Recall(1) +1 16.08.26 888 10 12쪽
85 84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4) +2 16.08.25 821 9 12쪽
84 83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3) +2 16.08.21 892 11 12쪽
83 82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2) 16.08.20 846 11 13쪽
82 81화-꿈과 현실. 가상과 실재(1) 16.08.19 781 10 14쪽
81 80화-COMA(3) +4 16.08.14 854 11 12쪽
80 79화-COMA(2) 16.08.13 796 11 12쪽
» 78화-COMA(1) 16.08.12 902 13 12쪽
78 77화-에르 가(El 家)(6) +2 16.08.07 869 12 12쪽
77 76화-에르 가(El 家)(5) 16.08.06 764 10 13쪽
76 75화-에르 가(El 家)(4) +3 16.08.06 989 12 11쪽
75 74화-에르 가(El 家)(3) +4 16.08.05 848 12 12쪽
74 73화-에르 가(El 家)(2) 16.07.31 814 12 12쪽
73 72화-에르 가(El 家)(1) 16.07.30 834 12 12쪽
72 71화-포착(捕捉)(5) 16.07.29 786 13 12쪽
71 70화-포착(捕捉)(4) +3 16.07.24 1,001 16 12쪽
70 69화-포착(捕捉)(3) 16.07.23 780 17 12쪽
69 68화-포착(捕捉)(2) 16.07.22 854 13 12쪽
68 67화-포착(捕捉)(1) +2 16.07.17 915 13 12쪽
67 66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4) +3 16.07.16 992 13 12쪽
66 65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3) +2 16.07.15 913 11 12쪽
65 64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2) 16.07.10 1,076 14 13쪽
64 63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1) 16.07.09 947 13 12쪽
63 62화-용(Dragon)(6) +2 16.07.08 990 13 11쪽
62 61화-용(Dragon)(5) +2 16.07.03 866 16 11쪽
61 60화-용(Dragon)(4) 16.07.02 890 13 11쪽
60 59화-용(Dragon)(3) 16.07.01 1,001 1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