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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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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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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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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5화-Rosis-Fillias-Polleo-Moles ta-Haeresis(3)

DUMMY

물론, 지금의 정교한 마력 싸움도 흥취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정도로 자신을 상대하고 손발을 꽁꽁 묶어 놓은 것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더욱이 지금껏 그가 사용한 마법은 단 하나도 겹치는 것이 없다.

거기에 점점 그는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랄까, 마치 이론만 빠삭했던 모범생이 이제는 실전경험을 갖추고 있는 느낌이랄까.


-음?!


그 순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을 상대로 스스로의 역량을 시험하고, 그 자신의 마법적 능력을 몸에 맞게 고치고 있다는 것을.


-하, 하하하!


갑작스럽게 웃는 그녀를 보며 아인즈는 작게 미소 지었다.


-이런, 들켰나 봅니다?


그의 한마디. 그 한마디가 모든 것을 대변했다. 결국 그녀는 그에게 놀아난 것이다. 그것이 전투의 즐거움을 분노로 바꾸고, 분노는 광기와 더불어 이성에 역류했다.


-네놈이 감히이!


-하하, 너무 그렇게 열 내지는 말아주세요.


-가만히 두지 않겠다!


이성이 침식당한 탓일까. 은연중에 묶여 있던 잔존 마력들이 통제권 아래에 들어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광기와 분노는 이성을 잃게 만들지만 강한 힘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성을 잃지 않았다.


파일리아스식 마력 조합 발현

필멸(必滅)의 숙명(宿命)

종말(終末)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끝끝내 봉인한 채 꺼내지 않았던 반칙패. 판의 밖에서 개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술식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


조용한, 하지만 그래서 강렬한 울림. 그 안에 내재된 파괴의 힘은 추산하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하지만 그것을 보는 아인즈는 진하게, 환하게 웃음 짓는다.


-하하하!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이런 기분! 피가 끓는다고 하던가요? 생전 처음인데 엄청납니다!


그가 살아오며 마법을 익히며 추구했던 바는 단 하나. 평온. 그렇기에 힘을 사용할 일이 있다면 사전에 회피하고, 싸움이 있다면 거의 무조건 적으로 무마했다.

그렇기에 마주하는 최초의 전력을 다한 전투. 그 안에서 그는 승부사(勝負師)의 환희를 느끼고 있다.

가슴 저 깊이에서 터져 나오는 강렬한 쾌감과 한계의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마력 감각과 타버릴 것만 같은 사고의 끝에는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었다.


-좋습니다! 하하하하!


생전 처음 맛보는 전혀 색다른 종류의 쾌락에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승부는 끝을 장식할 수가 없게 된다.


‘그건 안 되지.’


분명 지금껏 해온 일련의 공방들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로 인해 그 스스로도 상당부분 진척을 본 것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 역시 존재하는 법. 이제 그 끝을 볼 때가 왔다.


-깔끔하게 이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노옴!


아인즈의 영언이 그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이름 그대로 종말을 내포하고 있던 마력의 의지가 더욱 선명해 지며 반 영체 상태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이제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역산, 해석, 분해, 동조, 지배, 반격.’


이미 익숙해진 그녀의 마력의 근본 패턴을 따라 역산을 통해 해석하고 그 근본까지 분해해 동조, 지배해 마침내는 반격을 가한다.


-뭣?!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에 파일리아스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세상에 이미 구축된 술식을 단순히 방해해 해산시키는 것이 아닌 마법사 고유의 마력코드를 해석해 그 지배권을 빼앗았다. 이런 것, 그녀는 들어본 적도, 상상해 본 적도 없다.


-설마, 네 놈!


-하하하.


그제야 알았다. 그가 왜 여태껏 방어만을 해냈는지. 그에게는 그녀의 마력코드를 근본까지 분해해 해석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아인즈는 종말의 마력을 지배, 그 구조 그대로 파일리아스의 주변을 봉쇄하며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


-큿!


발을 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와 그의 간격은 2.7m. 그의 영역이다. 그 안에서 그를 제외한 그 누구라도 그의 허락 없이는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이 안에서라면 그는 신(神)이다.

아인즈가 그녀의 코앞에서 눈을 맞추고는 짓궂게 웃었다. 장난기가 가득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웃음이다.


“어떻습니까. 제가 이겨드린다고 했지요?”


“너!”


그녀의 분노 서린 외침에도 그는 미소를 그리며 장난스레 그녀의 이마를 두드렸다.


“체크 메이트(Checkmate).”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남은 의지를 끌어 모아 한마디를 씹어 뱉었다.


“즐이다. 망할 놈아.”


* * *


언제쯤이었을까. 그래, 5600년쯤 된 일이다. 당시의 그녀는 혈기가 넘치는, 나쁘게 말하면 개념이 없는 성룡이었다.

4000세. 제법 유희도 즐기고, 이런 저런 일들도 겪으면서 연륜이 생기는 나이. 다시 한번 수면기에 들기 전 그녀는 유희를 나섰다.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발걸음 닿는 대로, 바람이 부는 곳으로. 말 그대로 방랑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났다.

1백년 가량을 방랑하고 나니 무엇 때문에 유희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희미해져 갔다. 유희의 즐거움도, 새로운 것을 보는 흥미도. 모든 것이 귀찮았다.


“그냥 돌아갈까.”


가장 풍요로운 대지인 중앙 대평원의 들판에 누워 나지막이 흩어지는 중얼거림은 이내 바람에 흩어져 갔다.


“그래, 가지 뭐. 할 것도 없고.”


“어디를요?”


“어?”


들려온 대답은 무척이나 의외의 일이었다. 아무리 능력에 제한을 걸어놓고 나선 유희였지만 지근 거리에까지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할 만큼 둔한 상태도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짙은 갈색 머리칼과 별을 닮은 은빛 눈동자.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입술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무의식 중에 감탄이 새어 나왔다. 아름답다? 처음이다. 애초에 드래곤은 마법의 정점에 서 있는 초월종.

자신들의 마법이라면 미(美)의 기준은 한 없이 높다. 그런데 인간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 것은 정말, 처음이다.


“왜요? 물어볼 거라도 있나요?”


“어, 아, 아니.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응? 후후.”


“아, 이런.”


말을 하고 보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부끄러움에 허둥거리는 그를 보며 소년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가실래요? 근처에 제 집이 있거든요.”


“어? 어. 그래.”


덥석.

자신의 손을 스스럼 없이 잡아오는 소년의 행동에 다시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어째서일까? 이 소년을 만나고부터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졌다. 무의식중에 아름답다고 말을 꺼내지를 않나, 허둥거리지를 않나, 손을 잡혔다고 얼굴을 붉히지를 않나.

어린 인간 소녀나 보일 법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왜일까.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색다른 경험이 생소하고, 또 즐거웠다.


“저는 여기서 양들을 돌보고 있어요.”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하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어요?”


“아! 맞다! 저, 점도 칠 줄 아는데 점 한번 봐드릴까요?”


소년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도착하고 나서도 쉴새 없이 이야기를 했다. 아무런 관련도 없고, 연관성도 없는 이야기들 이었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에게서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묘한 매력이 배어 나왔다. 마치, 다른 이들을 보살피고 이끄는 보호자와 같은 매력이.


‘훗.’


문득 드는 어이없는 생각에 코웃음을 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보호자라니.


‘하지만 편안하군.’


편안했다. 더 없이. 전에도 없었던 만큼. 이 안락함이라면 지루함조차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작은 오두막의 앞, 무성한 가지를 드리우는 나무에 기대어 뺨을 간질이는 바람을 즐기는 지금의 순간이 너무나 안락했다.

그 근원이 저 소년이라는 것 정도는 순순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고고한 자존심을 꺾을 만큼. 그는 존재만으로도 편안함을 주고 있었으니까.


‘아, 맞아. 그러고보니’


“너, 이름이 뭐지?”


편안함에 젖어 있느라 여태 이름도 묻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다. 확실히 실수다. 하지만 소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웃으며 손을 마주쳤다.


“아! 맞다. 제 소개를 해야 했는데 깜박 잊고 있었네요.”


실수했다며 뒷머리를 긁적이던 그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자신을 직시하는 그의 눈동자가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제 이름은 아시오르. 아시오르 포이멘(Asior Poymen) 이라고 해요.”


그것이 그녀와 그의 첫 만남이자 길고 긴 인연의 시작점이다.


* * *


“으윽.”


온몸에 힘이 없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는 느껴본 적이 없는 생소한 감각에 그녀는 작게 신음을 흘렸다.


“으으윽, 대체 뭐가······”


배에서부터 다리를 누르고 있는 중량감에 시선을 내리자 누구인지도 모를 하얀 머리칼의 여자가 그녀의 위에 엎어져서는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다.

빠직.

혈압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이 여자를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다지 현명한 판단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으으윽. 제길 더럽게 무겁네.”


도대체 뭐로 이루어진 걸까.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무게가 짜증이 났다. 인간인 주제에 외모와 무게가 따로 놀고 있었다.


“후우. 제길. 여긴 어디인 거야.”


주변을 둘러 봤지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단지 이곳의 주인이 제법 방에 신경을 썼다는 것 정도. 하지만 자신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걸까?

약간의 주의를 기울이자 이내 기억이 떠올랐다.


“아, 맞다. 제기랄. 나 졌지.”


재수 없는 마법사 놈과 마법전을 벌였고, 졌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뒤 깨어나니 이런 곳이다.


“패배, 패배라······”


생소한 단어의 울림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고룡이 된 이후로 지금껏 패배라는 단어의 대상이 자신이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세월이 강력한 힘을 쥐어주는 태생적 특성상 패배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낯선 단어였다.

언제나 위에서.

언제나 우위에서.

언제나 높은 곳에서.

상대를 내려다보고 입맛에 맞게, 의지에 따라 처결을 해 왔었다.


“우습네.”


하지만 정작 자신이 패배를 하고 나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단지, 약간 멍하다는 것 정도.


“얼레?”


이상했다. 멍하다니? 그녀의 신체의 막대한 마력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기관인 드래곤 하트는 결코 신체를 피곤하게 두지 않았다.

주섬주섬 자신의 몸을 살펴보던 그녀의 이마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갑자기 뒷골이 당기는 듯 했다.


“아, 진짜! 이 빌어먹을 자식이!”


얼마나 철저한 성격인지 하트에 봉인이 걸려 있었다. 어지간하면 직접 풀어보기라도 할 텐데 어떻게 생겨먹은 봉인인지 함부로 풀었다가는 목숨이 위험한 수준이었다.


“아아아! 짜증나!”


대충 센 것만 해도 120여개. 하트를 여러 차원에 분산해서 배치하고는 극히 일부의 통로만 열어 그 존재를 간신히 유지할 정도의 마력만이 도도하게 하트를 중심으로 유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흐름만 도도하면 무엇 할까. 정작 대부분이 신체의 복구와 유지에 쓰이느라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은 요만큼도 되지 않았다. 평소의 가용 마력량이 바다라면 지금은 웅덩이 수준.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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