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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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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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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2쪽

74화-에르 가(El 家)(3)

DUMMY

“다······ 알아버렸구나.”


“······”


“언제부터였니?”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지닌 것은 모든 것의 이면과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 확실히 그런 그녀에게 들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떨기만 하는 그녀의 등을 쓸어주며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곤란하구나.”


작은 한마디. 하지만 그의 감정을 완전히 대변하는 말이기도 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기를 바랬는데 눈이 좋은 그의 아이마저 속이는 것은 무리였던 것 같다.


“왜······ 숨기고 계시는 겁니까.”


“글쎄······ 너는 알고 있지 않니?”


“마스터······”


그의 말대로다. 이미 알고 있다. 그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의 마음이 향하는 욕구가 어떠한 것인 것. 하지만, 하지만.


“마스터께서 완전하지 않으시면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후후.”


자조적인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이 그녀를 아프게 찔러왔다.


“미안하구나. 이런 마스터라서.”


고개를 들고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자신이 모자란 탓일진대 괜한 이가 눈물을 보이는 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시리아.”


“마스터······”


“이런 평온을 고작해야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놓치게 할 수는 없잖니?”


에아도, 스피카도. 그리고 자신을 따르던 아이들도 모두가 마음을 졸이며 보낸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 다시 자신으로 인해 마음을 졸이게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평온을 원했던 만큼 그들도 바라마지 않았던 것이 바로 평온일 터이니까.


“괜찮아. 빚도 다 갚아 놨고 이제는 몸만 치료하면 되니까. 크게 무리가 있는 건 아니야.”


“거짓말.”


“하하.”


그녀의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에 어색한 웃음만이 흘러나왔다. 역시 그녀의 눈은 피할 수가 없다. 지금 그의 상태는 멀쩡하게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장기간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통제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미래를 담보로 건 신과의 계약을 하고 그 막대한 마나의 격류를 그대로 몸으로 감수했다.

거기에 네이라일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신체를 구성하던 근본마나마저 강제로 추출 당하다 다시 돌려놓는 바람에 신체의 내구 역시 극한에 가깝게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이어진 파일리아스와의 격전에 소형 블랙홀을 구현하는 대 마법까지. 능력이 그대로 살아있었다면 금세 회복하고도 남았을 부상이지만 네이라일에게 능력의 파편을 넘겨줄 때의 무리 탓인지 겨우 마나에 대한 통제만을 하고 신체의 현상유지만 간신히 하고 있을 따름이다.


“마스터······”


밖으로 보이는 것만 멀쩡하지 안은 잔뜩 상해있는 상태로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그를 보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갑자기 쓰러지면 어떻게 할까.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까. 이대로 자신들을 떠나버리지는 않을까.

그가 부상의 끝에 갑작스레 떠나고 말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가 없는 세상 따위 이제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마스터. 제발 몸을 보중하십시오. 저희는 마스터께서 계시지 않는 세상 따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부디 저희를 생각해서라도 신체를 강건히 하십시오.”


물기가 가득한 그녀답지 않은 목소리에 아인즈는 쓴웃음 밖에 지을 수 없었다. 나름대로 걱정시키지 않으려 한 것인데 그것이 또 불안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 네 말대로 하마. 그래도 내 상태에 대한 건 비밀로 해주렴.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회복에만 전념할 테니까. 알았지?”


“······예.”


“후후.”


아무래도 이 아가씨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를 하고 상담을 할 요량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못을 박아 두었으니 그러지는 않을 터. 결국 빨리 회복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자, 너도 어서 준비를 해야지? 응?”


“예.”


언제 눈물을 머금었냐는 듯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 다시 앉으려 했지만 그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왜?”


자신의 팔을 붙들고 있는 그녀에게 의문을 표하자 딱딱하게 굳은 그녀의 입에서 얼굴만큼이나 굳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마스터께서는 준비를 하지 않으십니까?”


“응? 나야 마법으로······”


그 말을 하는 순간 얼음장만큼이나 차가워지는 그녀의 표정에 그는 이내 실수를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수습하기에는 늦은 것 같다.


“마스터. 설마 스스로 하신 말씀을 어기실 생각은 아니시겠지요?”


“하, 하하······”


“저는 마스터께서 그렇게 대충대충 적당한 선에서 일을 마무리 하시는 분이 아니라 믿고 있습니다.”


“하하······”


“저는 마스터만 믿고 있겠습니다.”


어색한 웃음만을 흘리는 그에게 말을 쏟아 붇고는 자기 방으로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아인즈는 머리를 긁적였다.


“별수 없나······”


아무래도 앞으로 조금 귀찮아질 것 같았다.


* * *


“맛있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는 노점에서 산 꼬치를 물고 있는 있는 에아를 보며 아인즈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좋아요?”


그런 그의 모습에 약간 샐쭉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팔에서 뭉클한 감촉이 느껴졌다.


“응. 무척이나.”


“치. 그럼 뭐, 나도 좋을래요.”


“후후.”


“웃지 말아요.”


팔짱을 끼고 함께 걷는 스피카의 체온이 따듯하게 느껴져 왔다. 어둠이 내려 앉은 수도의 밤. 하지만 그 아래 도시의 거리는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축제 때랑은 조금 다르지만 야시장도 상당히 크네요.”


어느새 곁에 다가온 이리안이 감탄성을 내뱉었다. 왕녀인 그녀가 거리에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었고, 게다가 밤에 나온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처음으로 거리에 나선 것도 그와 함께한 축제날이었을 정도로. 이제야 두번째인 야간의 거리였지만 그 생동감은 그녀에게 즐거운 흥분으로 다가왔다.


“그렇죠. 아무래도 대륙 북부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니까요.”


대륙 북부에 존재하는 여러 도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와 시설을 가진 아드리아의 밤답게 야시장의 규모 역시 일반적인 수준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거의 일주일간 열리는 아드리아의 명물 야시장. 그조차도 처음 와보는 이곳은 너무나 즐겁고, 다른 종류의 평안으로 다가왔다.


“그건 그렇고 아이들은 무척이나 즐거운가 봐요.”


“음, 뭐. 그 동안 저택에서만 지내면서 책이랑만 친구하다가 밖에 나오면 당연히 재미있겠지.”


에아가 이끌고 솔리투도와 아니마가 따라가는 구도를 보면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지금도 에아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아니마는 휘둘리고, 솔리투도는 그런 둘을 구경하는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만


“애들 사이에 어른애가 끼어있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겠지.”


아이들 사이에 어느새 네이라일과 이나니스가 끼어들어 에아의 주도권을 뺏어서 휘두르고 있었다.


“아니야! 저쪽 먼저라고!”


“헹, 나이도 어린데다가 쬐끄만게. 이 언니의 고견에 따라 이쪽 먼저다!”


“이, 이나니스······”


“아니야! 그리고 내가 아는 건 훨씬 많다고! 세계수랑 지식으로 싸울 거야?”


“베에. 알게 뭐야. 이제 겨우 스물도 안된 게. 이 언니는 이미 수천살을 먹었단다? 오호호호!”


“우와, 늙은이.”


“야! 너는 그러면 안 되지! 너도 만만치 않거든?”


“그래 봐야 자릿수가 다르잖아? 난 이제 겨우 500살 먹은 파릇파릇한 영. 계. 라고 노. 인. 장?”


“갸악! 뭐래! 이게!”


“우와, 노익장 둘이서 싸운다.”


“뭐래! 꼬마가!”


“꼬마가 아니라 젊은 거라고! 이 늙은이야!”


“갸아아악!”


머릿수가 늘어난 만큼 전과는 조금 다른 이나니스, 네이라일, 에아의 삼파전. 하지만 여전히 아니마는 이나니스의 곁에서 곤란해하고 솔리투도는 무심하게 그런 모습들을 지켜봤다.

그 사이사이에 들려오는 대화나 보여지는 표정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서로간의 악의가 없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 역시 한몫하고 있었고.


“후훗. 재미있게들 노네요.”


“뭐, 그렇지.”


“아아, 하나밖에 없는 딸이 저런 꼴을 하냐. 내가 부끄러워서 진짜.”


아인즈와 스피카는 그 모습에 웃었고, 파일리아스는 네이라일의 행동에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렸다. 게다가 어느새 이리안마저 삼파전에 끼어들고 있었다.


“시끄러워요! 다들 실례잖아요!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되는 매너도 몰라요?”


“그런 네 목소리가 제일 크거든!”


“애초에 나는 인간이 아닌걸?”


“뭐래요! 우리나라는 속지주의거든요! 얌전하게 본국의 매너를 따르세요!”


“헹! 흥이다!”


“이익!”


“저기······ 조금 진정하는 게······”


“아, 몰라! 놔! 내가 진짜 본때를 보여주겠어!”


“해보라지!”


“아아아악!”


아까전 보다 오히려 더 난장판이 되어버린 상황에 아인즈는 난처한 웃음을 흘렸고, 스피카는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인 채 끅끅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하하하하······”


“큭, 크큭. 후후. 아인즈. 저대로 둘 거에요?”


“하하······ 글쎄. 지금 내가 말린다고 들을 것 같지도 않은데?”


“그건 그렇지만요.”


확실히, 지금 말린다고 해서 들을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느새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서 개와 고양이 마냥 으르렁거리고 있는 모양새가 쉽게 끝날 법한 모습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뭐, 굳이 말리 필요도 없잖아?”


명백한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로서도 굳이 말릴 생각은 없었다. 세상의 하고많은 인간관계 중에는 앙숙이나 웬수, 악우 같은 관계도 있는 법이니까.

저런 것 하나하나도 다 감정이 실린 진실한 몸짓이고, 그렇게 교류된 감정은 쌓이고 쌓여 질긴 끈을 만들어 내는 법이다.

사랑이 담긴 언어, 몸짓. 호의가 담긴 친밀의 표시만이 인연을 이루어 친애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충분히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사람간의 관계는 좋다 혹은 싫다 같은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도.

인간관계에 서로의 감정을 나누는 것은 그것이 절대에 가까운 적대가 아니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것이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저런 행동 하나하나가 모여서 추억이 되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되는 거니까.”


화려하지만 은은한, 색색의 불빛 아래에서 열을 내고,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그의 미소가 진해져 갔다.


“나는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혼자서 긴 일생을 보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걸 아는 사람도 있을 거고,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혼자 외톨이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외롭고 힘든 일이니까요.”


“모든 짐을 홀로 짊어지고 의지할 곳 하나 없이 혼자 아파하고, 함께 해줄 이 하나 없이 홀로 메아리 치는 웃음 짓고, 아무도 닦아 줄이 없는 눈물을 흘리는 그런 삶이지.”


이어진 스피카와 파일리아스의 감상 섞인 말에 그래, 하고 작게 숨을 들이쉰 아인즈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는 저 아이들에게 되도록 많은 인연이 생겼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저 멤버만이 이어져 가더라도 적어도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어.”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으신 거군요.”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착오가 있어서 이전편이 그대로 올라왔더군요. 수정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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