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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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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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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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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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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1쪽

75화-에르 가(El 家)(4)

DUMMY

“응. 어쩌면 에아를 처음 떠나 보낼 때에도 그런 그런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아무리 에아의 보호가 필요하고 에아를 받드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최소한 한명쯤, 저 아이의 마음을 나눠줄 수 있는 이가 있기를 바랬을지도.”


하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헛된 희망이었을 뿐이지만.”


“아인즈······”


“아니, 이제 크게 상관 없어.”


한걸음.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바닥을 디디는 그의 몸짓이 무척이나 경쾌하다고 그를 보고 있는 이들은 생각했다.


“이제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 인연은 모두 만들어 줬고, 게다가 이렇게 훌륭한 가족이 이미 곁에 있으니까.”


빙글, 돌아선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별을 닮고, 목동을 닮은 그런 미소가. 그 미소에 홀린 듯 바라보자 그가 씨익,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가자. 애들만 저렇게 두면 우리끼리 재미 없잖아? 기왕 나온 거 즐기자고.”


자신들의 손을 잡아 끄는 그의 손은 무척이나 따스한 느낌이라고 그녀들은 생각했다.


* * *


즐기자. 라고 말은 했지만 정작 그는 야시장을 즐길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여자들의 쇼핑을 따라가지 못하는 종족특성이 있는 데다가 그의 딸이 그를 필요로 했으니까.


“으앙! 아빠! 쟤 좀 혼내 줘요!”


“야! 치사하잖아! 갑자기 이르는 게 어디 있어!”


“부러우면 너도 엄마한테 이르든지!”


“이게!”


“하, 하하.”


자기들끼리 그룹을 이루고 있던 아이들을 데리러 온 차였는데 어쩌다 보니 오히려 붙들리고 말았다.


“아빠! 뭐라도 해줘!”


“야! 정정당당하게 하자고!”


에아를 편들기도, 그렇다고 네이라일을 편들기도 애매한 상황. 거기에 그런 자신을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스피카나 파일리아스의 시선이 따갑다.


“어, 음······ 그러니까······”


“아빠!”


난처한 입장에, 생소한 상황에 확실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자 에아가 빽 소리를 질렀다. 결국 아인즈의 얼굴이 엉망으로 구겨졌다.


‘아니, 나보고 어쩌라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 뒤편의 여성분들에게 시선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건 자안 가득한 미소뿐. 게다가 그 잠시의 행동 탓에 에아의 목소리가 한 톤 더 높아 졌다.


“아→아↘빠→아↗?”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생전 처음 대하는 에아의 성조가 들어간 끄는 목소리에 아인즈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웃는 표정에 힘들어하는 표정을 더하고 울고 싶은 표정을 더한 다음 곱하기 2를 한 것 같은 표정.

언제나 따뜻하게 웃어만 주던 그의 색다른 모습이 재미있어 에아는 조금만, 조금만 더. 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그에게 매달렸다.


“아빠아! 그렇게 있지만 말고 쟤 좀 혼내 줘어!”


“그러니까, 에아. 그게 말이지······?”


언제나 최선의 판단을 하고 최고의 수를 두던 그였지만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전혀 경험치가 없었다. 게다가 그 딸이 간신히 사선에서 건져낸 딸임에야.

결국 남은 건 세월의 힘에 기대보는 것 정도였다.


-스피카, 제발. 이거 좀 어떻게 해줘.


-뭘요?


-제발, 스피카. 다 알잖아. 나 지금 엄청 난처하다고. 어?


-글. 쎄. 요?


-제발, 스피카.


돌아오는 그녀의 웃음 가득한 영언에 결국에는 애원을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사려 깊고 활달한 여동생을 대해본 경험 밖에 없는 그로서는 그녀의 도움이 절실했다.


-도대체 왜 그래. 내가 섭섭하게 한 것도 없잖아.


-없는 줄 어떻게 알아요?


-어, 그건······


사실 그녀에게 섭섭하게 한 것이 없다. 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입은 아니었다. 그녀를 치료실에 홀로 둔 것도 그렇고, 자기 혼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즐거운 생활을 즐긴 것은 맞는 것이니까.

그런 그의 감정이 느껴진 깃일까, 작게 웃음을 터뜨린 그녀가 영언을 조건을 제시했다.


-좋아요. 그럼 나중에 소원 하나 들어주기. 어때요?


-소, 소원?


위험했다. 그의 감각이 격렬하게 경고를 보내오고 있었다. 이 약속 함부로 했다가는 틀림없이 크게 데인다고, 분명히 엄청난 일을 겪을 것이라고 예지에 가까워진 예감이 경고를 보내왔다.

하지만 지금 분명한 갑은 그녀였다.


-싫어요?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한 목소리에 결국 매달리는 것은 그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결코 해를 끼치지는 않을 테니까.


-아, 아니. 할게.


바라던 그의 대답에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계획대로다.


-후훗, 잊지 말아요? 저한테 ‘빚’을 졌다는 걸.


-아, 예.


-후후후.


작게 웃은 그녀의 걸음이 아이들에게 향하고 이내 에아와 네이라일의 사이에서 둘의 손목을 잡아 챘다.


“에?”


“어?”


손목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손길에 다투던 것을 멈추고 시선을 올리자 빙긋 웃고 있는 스피카의 얼굴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얼핏 아인즈의 그것과 같은 별을 닮은 미소에 지금까지의 감정 소모로 흥분해 있던 에아와 네이라일은 건방진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놔아! 저거 가만 안 둘 거야!”


“뭐야! 갑자기 왜 잡는 거야! 너까지 상대할 마음 없으니까 놓으라고! 이 아줌마야”


빠득.

그게 실수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부(夫婦)는 남편(夫)과 부인(婦人)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대부분의 경우 부부는 서로의 역할을 나누어 서로의 반대편에서 협조를 통해 가정의 중심을 이루기 마련이다.

무슨 뜻이냐고? 남편과 부인의 역할이 다른 만큼 남편과 부인의 성향 역시 다를 수 밖에 없고, 대처 역시 다르다.

‘아빠’가 딸을 대하는 자세와 ‘엄마’가 딸을 대하는 자세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결정적으로 네이라일은 그녀의 역린을 건드리고 말았다.


“놓으라고? 어. 른. 한테 그런 건방진 말을 하는 건 요 입인가?”


천좌 18성

영역 고정형 술식

홀딩(Holding)

스피카식 변형

불변(不變)


그녀를 중심으로 한 영역의 마나와 마력이 동결되고


북좌 5성

대인 타격형 술식

스틱(Stick)

스피카식 변형

회초리


주변에 마력이 응집된 막대기가 하나하나 생겨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존재감은 오히려 과시하는 그런 회초리가.


“자아 다시 말해보련?”


연계발현

말 안 듣는 아이를 위한 특별 면담

매타작


“하······ 하, 하, 하, 하.”


“아, 하하, 하, 하······”


웃고 있지만 웃고 있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에아와 네이라일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소리가 흩어져갔다.

그녀의 주변으로 검은 무언가가 물결치는 것이 보이는 듯 했다.


‘아, 잘못 건드렸다.’


‘어떻게 해!’


안 그래도 내심 자신과 아인즈의 나이가 말도 안되게 차이나는 것이 신경 쓰이던 차였다. 그래서 일부러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다고 네이라일이 친히 그 부분을 자극하고 나섰다.


“자아, 다시 한번 말해 보련? 나보고 뭐라고?”


휘익! 휘이익!

주변에서 현란하게 움직이는 회초리의 궤적이 너무나 위협적이다. 그 바람이 살짝살짝 몸을 스칠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자아, 어서. 다시 한번 말해 보렴. 아가들아.”


무척이나 자상하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전혀 자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명부의 사자가 속삭이는 듯한 서늘함만이 다가왔다.

세계수도, 드래곤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단지 딸과 엄마와 딸의 친구일 뿐. 결국 이기는 것은 언제나 엄마다.


“자, 잘못했어요······”


“저두······”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사과가 나왔지만 스피카는 만족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미소가 진해진다.


“그래? 그럼 뭘 잘못 했을까? 한번 말해 볼 사람?”


“아빠한테 떼쓰고, 난처하게 하고······”


“괜히 싸우고, 소리 지르고······”


“그리고?”


“그, 그리고······”


-야, 그 다음에 뭐지?


-꼭 해야 하나?


-왠지 예감이 안 좋은데.


-여기서 끝을 내야 해. 안 그러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그렇지만!


“그. 리. 고?”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려 바쁘게 영언이 오고 갔지만 지금은 완전한 수세. 거기에 반쯤 패닉에 빠진 상태에서 스피카의 재촉이 더해지자 결국 네이라일이 지뢰를 밟고 에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나, 나이가 많다고 한 거요!”


‘망했다.’


“응?”


순간 그녀의 기세가 변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 오히려 전보다 더한 기세가 그녀를 압박해 왔다.

방금 전이 살벌한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악마를 대면한 정도.


“지. 금. 뭐. 라. 고?”


경험도 부족하고, 나이도 어린데다가 지식도 부족한. 거기에 최악으로 드래곤으로 태어나는 바람에 위기대처 능력과 결정적으로 눈치마저 없었다.


“아, 아줌마라고 한 거요?”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방금 전까지 휘몰아치던 기세가 다 거짓말이었다는 듯 고요함이 공간에 내려 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스피카의 표정에 폭풍전야의 불길한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네이라일은 무덤을 파기 시작했다.


“나, 나이가 많다고 한 거?”


“······”


‘아, 아닌가?’


“늙었다고 한 거?”


“······”


‘이, 이것도 아닌가 봐!’


‘막아야 하는데! 점점 더 위험해 지고 있다고!’


점점 더 깊게 무덤을 파 내려가는 그녀를 보며 에아는 지금 당장이라도 저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괜히 모진 놈 곁에 있다가 벼락을 맞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네이라일은 점점 더 깊게, 더 깊이. 착실하게 심연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노, 노인 이라고 한 거?”


“······”


‘어, 어떻게 하지? 뭐가 정답인 거야?’


사실 이미 정답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감점이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회 경험이 적은 어린 용은 마침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뇌관에 손을 대고 말았다.


“노, 노처녀 라고 한 거?”


“······”


‘아, 아닌 건가?’


이도 저도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네이라일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하자 여태 침묵을 지키던 스피카에게서 반응이 나타났다.


“하, 하하하하하.”


“아, 하하하하.”


‘되, 된 건가?’


“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야, 봤냐? 봤어? 내가 성공했다고.


‘되기는 뭐가 돼!’


에아는 진심으로 저 눈치 없는 도마뱀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 지금 저 멍청한 눈에는 저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걸까?

지상 최고의 감수성을 가진 종족 주제에, 얼마 전에 그 감수성 때문에 그 고생을 하고도 저 어두 컴컴한 감정의 격류가 느껴지지 않는 걸까?

에아는 모든 진심을 담아 영언을 날렸다.


-심연을 들여다 본 적이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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