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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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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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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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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26화-왕녀와 마법사. 그리고 망나니(2)

DUMMY

“이, 이리······”


“아, 됐어. 됐어. 에휴, 애초에 이런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내가 그걸 잊은 탓이지 뭐.”


결국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한숨을 내쉰 이리안은 여전히 뜻 모를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아인즈를 바라보았다.

거리에서 만난 신비한 사람.

서른셋이라는 젊은 나이에 대륙최고를 다투는 아드리아 아카데미에 객원교수로 초청될 정도의 높은 격을 이룩한 사람.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빼앗아간 사람. 물론 그를 이성적으로 좋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를 진심으로, 오라비로서 좋아하는 것이었으니까.

자신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그것은 그 역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에게 말해주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기야······’


처음부터 그는 범상치 않았으니까.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 관심사가 엇나가도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오늘부터 무도회가 시작이라구요. 일주일 전에 저랑 밖에 나갔다 왔었잖아요.”


“아, 그게 오늘부터였나요?”


그렇군, 하고 작게 손뼉을 치는 그를 보며 이리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빨리 준비하세요. 신사는 레이디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되요.”


“흐음, 그냥 이대로 가도 별 상관은 없지 안을까요?”


“절대 안돼요! 교수님이나 되시면서 그런 옷차림으로 무도회라니, 그게 말이나 돼요?”


“확실히 그건 좀......”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카락과 그에 어울리는 수수한 옷차림. 하지만 확실히 무도회에 가기에는 크게 부족함이 있었다.


“그런가요. 뭐, 어쩔 수 없겠죠. 나름의 체면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역시 사회라는 건 귀찮은 거네요, 라고 말하며 아인즈는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의 손 끝에서 세상을 이루는 규칙이 흔들렸다.

그는 이미 리를 알고 또한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반신의 몸. 그가 사역하는 마법은 강대한 위력을 가지며 또한 세상을 이루는 규칙을 그 의지로서 간단히 흔들어 놓는다.

황도 3좌

아리하가스의 어릿광대

천변하는 형상.

드레스 리플레이스(Dress Replace)


순간의 마력파동이 지나가고 아인즈의 옷이 바뀌었다.

옅은 군청색. 거기에 은실로 수를 놓아 아름다운 무늬가 돋보이는 정장. 그의 검은 머리와 잘 어울리는 은색의 모노클.

그의 모습은 일주일 전 이리안이 그에게 맞춰준 정장의 바로 그의 모습이다.


“어때요? 괜찮은가요?”


역시 조금 어색한가, 라며 소매를 잡고 매무새를 손보는 그의 모습에 이리안은 아주 마음에 든 듯 환하게 미소를 그렸다.


“네, 엄청 잘 어울려요.”


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녀의 모습에 아인즈는 피식, 웃으며 이리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가실까요? 레이디.”


“기꺼이.”


* * *


“매년 3월. 아드리아 아카데미의 입학식이 끝나고 새 학기가 열린 한달 후. 왕도 아드리아에서는 거대한 축제가 이루어진다.

본래 아드리아 아카데미의 신입생 환영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 학생들로 인해 그 영향이 왕도 전체에 번지며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축제는 크게 세가지 분류가 있는데 첫째가 왕궁에서 열리는 귀족연회, 둘째가 아카데미의 모든 학생과 교수가 참석하는 아카데미 무도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반 주민들이 즐기는 봄축제가 있다.

세 축제는 각기 일주일씩의 시간을 두고 진행되며 특히 일반 주민들의 봄축제는 규모가 규모인 만큼, 그 볼거리와 즐길거리 면에서 단연 풍성함을 자랑한다.”


“네? 뭐라고 하셨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본 ‘대륙의 문화’라는 책에서 본 내용을 상기하며 아인즈는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갖가지 색과 모양을 뽐내며 왕도의 하늘을 밝히는 풍등(風燈). 들뜬 얼굴로 거리를 채운 사람들. 즐거운 웃음소리, 호객을 하는 장사꾼들의 목소리.

루멘 왕국의 왕도 아드리아는 평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들떠 생기로 넘치고 있었다. 자신도 몇 번 현실에서 축제에 참여해보기는 했지만 그것이 지금 아드리아를 점령한 거대한 축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며 아인즈는 활기로 가득한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하아, 그런데 얼마나 더 이렇게 가야 되는 거야? 다리 아픈데.”


“이리, 참아. 금방 도착 할거야.”


“그치만.”


아인즈와 이리안, 일리아나는 지금 아드리아의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서서있을 뿐. 움직이는 것은 그들의 발 아래에 있는 마나의 집합체였다.

제법 빠른 속도로 하늘을 가로지르며 거리를 내려다보던 아인즈의 입에서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역시, 왕도의 축제는 봄축제가 가장 볼거리가 많고 화려하다더니 확실히 그렇네요.”


“그건 그래요. 아무래도 일반 주민들이 모두 즐기고 왕도의 주민들은 대부분 중산층이니까요. 거기에 각 귀족가와 단체들에서 협찬하는 것들도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그렇군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은 자신들의 주변에서 같은 방식으로 날아가는 이들을 발견했다. 그들이 향하는 방향 역시 아카데미였다.

그들을 보며 아인즈는 발로 바닥을 쓸며 중얼거렸다.


“이건 분명히 ‘하늘을 걷는 다리’일 텐데······ 하하, 이거야. 겨우 아카데미에서 이런 걸 발견할 줄은.”


아인즈의 얼굴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 *


아카데미의 중앙홀. 따로이 상아홀이라 불리는 곳. 아카데미의 설립자이자 루멘 왕국 최고의 현자라 일컬어지는 웰시언 다르 로멘(Wellsian-dar-Romen)이 가장 공을 들였다는 명성에 걸 맞이게 그 고풍스러움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평소에는 논문의 발표나 강의 등으로만 이용되어 늘 엄숙한 분위기였다면 무도회가 있는 일주일간은 전혀 다른, 화려함과 고풍스러움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장소로 변해있었다.

초일류의 솜씨임이 분명한 내부 장식들과 테이블의 배치. 그리고 화려한 샹들리에와 그 아래의 춤추는 커플들로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그곳에 발을 들이며 아인즈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놈의 귀족주의란.”


파티장, 홀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었다. 중앙의 귀족무리의 주류와 외곽의 평민출신의 비주류. 그 모습을 보며 아인즈는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애초에 봉건 사회에서 평민도 입학할 수 있는 아카데미만 해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지.”


이곳의 배경은 중세 봉건주의. 아무리 마법과 검 같은 이능으로 인해 능력만 있으면 우대될 수 있는 능력주의가 있다고는 해도 대다수의 힘을 가진 이들은 결국 귀족. 평민은 그 능력이 작위를 얻을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결국 평민일 따름이다.


“하긴, 그다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겠지.”


지금껏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금 이곳이 게임 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은 게임. 모든 것은 현실이 아니다. 모든 것은 서비스가 종료되면 사라지고야 말 허상과도 같은 것.


“꿈······이라는 거겠지.”


“네?”


“아, 아닙니다.”


그가 중얼거린 혼잣말을 들은 듯. 이리안이 반문하자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은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어쩐지 조금 씁쓸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평소의 의뭉스런 웃음을 지은 아인즈가 손을 마주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짝.


“여러분도 파티를 즐기셔야죠? 상당히 오랜만의 파티인 것 같은데, 아닌가요?”


“뭐, 그거야 그렇지만······ 오라버니는요?”


“글쎄요······ 저야 뭐, 이런 쪽을 즐기는 건 아니니 어디 조용한 곳에서 와인이나 마시고 있을 겁니다.”


그의 대답에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이리안의 입술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더니 왕실의 예법 그대로 아인즈에게 허리를 숙였다.


“Lucete Stellae(별이 빛나기를).”


이리안의 정통예법에 아인즈의 손이 가슴으로 올라가며 깊은 울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ad Versus Astrum(별을 향하여).”


아인즈가 예법을 완전히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이리안은 살짝 놀란 표정을 하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파티장으로 향했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변을 둘러보았다. 화려한 파티장,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 분명 존재하고 자신 역시 그 존재를 감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 각성한 것은 그리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뭐, 별 상관 없나.”


피식, 하고 가볍게 웃으며 테라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어쩐지 조금 쓸쓸해 보였다.


* * *


RPG(Role Playing Game). 역할 놀이. 하나의 정해진 틀 안에서 역할을 나누어 각자의 배역을 담당해 연기를 하는 놀이.


“결국, 나도 이 거대한 판 위의 한 명의 배우일 뿐.”


자신이 무엇인가를 해 보았자 아무런 의미도, 보람도 없었다. 연기는 연기일 뿐. 그 배역이 아무리 크고 중요하다 한들 놀이가 끝나면 사라져버리는 신기루나 마찬가지다. 결국 이 아인즈라는 하나의 인물도 Parallel이라는 거대한 연극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순간 사라져 버리리라.


“덧없군.”


씁쓸하게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던 그가 눈을 감았다.

어째서였을까. 어릴 때부터 그는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별을 빛나게 하고 자신을 감싸 안는 밤이 좋았다. 그 품에 안겨 있노라면 세상에 자신만이 오롯이 존재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슬픔도, 아픔도 없이 홀로 남겨진 세상에는 별이 그 빛을 발하며 길을 밝혔다.

길을 인도하는 별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끝에는 항상 무언가 답이 있었다. 그것은 때로는 분명하고, 때로는 불분명했다. 때로는 문제의 답이었고, 때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별은 답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가령 쓸모 없는 것이라 해도.

하지만 언제부터 였을까. 그는 별에 답을 구하지 않았다. 이능을 각성하고 스스로의 능력으로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는 없었으니까. 굳이 답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십수년만에 다시금 별의 길을 따라갔다.

그 포근한 밤의 품에 안겨 별의 길을 걸었다. 아무도 방문하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별의 길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 그의 눈이 떠지고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아아, 그런가. 결국 그런건가.”


그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 차 올랐다.

그는 지금껏 헤매고 있었다. 하나뿐인 누이를 잃고 도망쳐온 이 세상. 하지만 이 세상은 그에게 꿈이었다.

해가 뜨면 사라져버릴 한 밤의 꿈이었다.

그래서 거리를 두었다. 그것은 무의식 중에 생겨난 아주 미세한 틈. 하지만 그것은 그를 갉아 먹었고 그의 마음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에아를 딸이라 했지만 사랑이 아니었다.

스피카를 살리고자 했으나 감정이 아니었다.

이리안을 누이라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다.

꿈이기에, 환상이기에, 한편의 역할극이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 마음을 닫고 훌륭히 연기를 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별이 그를 인도해준 그 끝. 그곳에 답이 있었다. 그가 그토록 원하고, 소망했던 단 하나의 답이.


“결국 세상이라는 것도 하나의 연극. 내가 죽어 없어진다면 그 순간 세계는 사라진다. 내가 있고, 그 후에야 세상을 알고, 그 순간에 세계가 존재하니 결국 세상의 근본은 나다.”


그의 잔이 하늘을 향해 들어올려졌다.


“애초에 세상을 인지하는 것은 나요, 세상은 나의 인지하는 바로 성립된다. 내가 없는데야 어찌 세상을 규정할까. 애초에 너무나 어리석다.”


그의 입가의 미소가 진해졌다


“결국 세상은 한판의 연극, 애초에 누가 짰는지도 모르고 수억, 수십억, 수백억의 사람들이 제각기 그 역할을 다하는 하나의 연극.”


그의 미소가 뚜렷하게 형체를 이루며 밤을 걸치고 마력을 사역했다.


“그럼 나 역시 최선을 다해 판에 어울려 드리지요.”


잔이 들어올려지며 그가 밤을 향해 속삭였다.


“Cheers. Lucete Stellae(별이여 빛나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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