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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2,530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7.08 13:00
조회
990
추천
13
글자
11쪽

62화-용(Dragon)(6)

DUMMY

“당장 마스터한테서 떨어지라고오!”


“싫. 다.”


“아아아악! 떨어져! 떨어지라고!”


“그렇게 소원이라면 네가 직접 떼 보아라.”


“아아아아악!”


하지만 한가롭게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바이올렛은 터지기 직전으로 보였으니까. 누군가가 중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으음.”


“마스터!”


“마스터?”


의식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약한 신음소리를 내고 몸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지금껏 느껴지지 않았던 감각이 신경을 자극했다.


“음?”


자세가 이상하다. 분명 자신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터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앉은 채로 어딘가에 기대어 있었다. 게다가 등에서 느껴지는 이 감촉. 인간, 그것도 여성의 것이다.

거기에 가슴에 둘러진 팔이 갑갑하게 눌러오고 있다. 틀림 없다.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고 있는 여성이 있다. 누굴까? 아, 그래. 생각났다. 분명 이 방에는 자신의 일행을 제외하고 단 한명,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가 있었다.


“이제 좀 놔 줬으면 하는데. 눈을 가리고 있는 것도 풀어주고.”


“응.”


“끄응.”


제법 오랫동안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는지 몸에서 비명이 울리는 것 같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분상이지만.

기지개를 한번 펴고 나니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뒤에서 하나, 앞에서 여섯.


“나 안 죽었다. 뭘 그렇게 다들 울 것 같은 표정들이야.”


“우아앙! 마스터!”


가장 먼저, 그리고 격하게 감정을 터뜨리는 바이올렛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다들 시선에 걱정이, 우려가 가득했지만 역시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아무래도 바이올렛일 수 밖에 없다.


“괜찮아. 뚝. 그만. 다 큰 숙녀가 우는 거 아니다.”


“흐윽, 끅, 흑! 훌쩍.”


“그래, 괜찮아. 너희를 두고 어디 멀리 떠나지는 않을 테니까 안심해.”


그렇게 바이올렛을 다독여 주며 게럴트와 시선을 나누었다. 다른 이들과 별 달리 다를 것은 없었지만 그 직분 탓일까. 이내 목소리를 전해온다.


-괜찮으십니까?


-뭐, 보이는 대로.


-다행입니다.


-후후, 다들 걱정이 많았나 봐?


-아무렴요.


금세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하는 그에게 가볍게 웃어 보였다. 확실히 보이는 대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지만 좋지도 않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몸을 돌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래, 뭔가 전해진 소식 같은 건?


-찾았답니다. 범인들요.


-그래?


아인즈의 입매가 서늘하게 올라갔다. 드디어, 드디어 찾아냈다. 이곳에 온 보람을 마침내!


-그런데 뒤의 곤란한 아가씨는 어찌하실 건지요?


-음?


게럴트의 말에 그제야 뒤에 있는 말썽꾸러기 헤츨링 아가씨에게 시선이 갔다. 그리고 곧장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


아무래도 아직 유희에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유희를 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 터다. 헤츨링에 대한 드래곤들의 태도는 과보호. 그 이상이니까.


“뭔가 문제라도 있어?”


‘있지. 아주 많이.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중대하다면 중대한 문제가.’


그녀의 외모는 드래곤답게 무척이나 화려했다. 엘프가 아쉬울 정도의 얼굴, 그리고 몸매. 그래. 몸매. 그것이 문제였다.

그녀가 잡혀와서 경매에서 거래 되었을 당시의 그녀는 헤츨링. 즉, 어린아이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성룡이다.

무슨 뜻이냐고? 그녀에게 주어졌던 직물은 어린아이가 몸을 가리는 정도의 원피스-사실은 푸댓자루같은-형의 옷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성장을 해버렸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 정말 시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론 이제와 그녀에게 성욕 따위를 느끼지는 않는다. 그 정도의 격을 이루어 놓고도 사소한 욕정 따위에 휘둘린다면 그것이 우스운 일이다.

다만 그는 아직 인간이고, 그 탓에 교육으로 인한 사회적인 통념의 관점에서 볼 때, 그녀의 옷차림은 시선처리를 곤란하게 하는 경향이 다분했다.


황도 3좌

아리하가스의 어릿광대

천변하는 형상.

드레스 리플레이스(Dress Replace)


결국 그녀의 옷차림을 재구성, 활동하기 편한 종류의 옷으로 바꾸어 놓았다.


“헤에?”


분명 자신도 할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일 텐데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는 그녀를 보고 아인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옷을 보며 즐거워하는 저 순진한 얼굴의 뒤편으로 보이는 짙은 영혼의 향기. 붉은색. 그것도 아주 붉은, 피보다는 장미의 그것에 가까운 그 색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나 좀 그만 괴롭혀라.’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평을 늘어 놓았다. 저 붉은색. 분명 사랑에 빠진 소녀의 그것과 같은 색이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고마워.”


슬프게도 아인즈. 자신이다. 하지만 얼굴을 붉히고 쑥스러워하며 감사를 표하는 미소녀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쓴웃음을 지을 밖에.


“그러고 보니, 이름이?”


“아!”


그제야 생각이 났다는 듯, 입을 벌리고 탄성을 뱉는 그녀의 모습에 어쩐지 호감이 솟아 나는 것이 느껴졌다. 단순한 호감 같은 감정의 형태가 아닌, 좀더 근본적이고 더 진한 것. 하지만 사랑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념은 그녀가 밝힌 이름에 싹 휘발되어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로시즈 파일리아스 폴레오 몰레스타 하에레시스(Rosis-Fillias-Polleo-Molesta-Haeresis)의 딸. 민 네이라일 몰레스터스 란구에오(Min-Nairail-Molestus-Langueo).”


“아, 그래.”


‘망했다.’


기억의 저편에서 떠오르는 한줄기 기억. 과거 3000여년 전, 한 드래곤이 심심풀이 삼아 쓰고 인간세계에 유출된 한권의 일기장에 쓰여있던 이름.


‘그 빌어먹을 것의 이름은 영원히 저주할 테다! 망할 것! 나한테 사기를 쳐?! 거지 같은 성격도 모자라 흑마법에 빠져들더니 이제는 사기까지! 아, 젠장! 내가 가만 두나 봐라! 으아아아아아!’


그래, 분명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생각보다 유명했다. 과거 드래곤이 인간과 비교적 교류가 많았을 시절 파일리아스라는 이름은 대다수의 드래곤의 입에서 악평을 자아낸 악명 높은 이름으로 기록에 남았다.


“헤헤.”


그런데 이 앞의 소녀가 그녀의 딸이라······ 거기에 본래의 이름 네이라일 뒤에 붙은 수식어의 향연을 봐라. 절대 일반적으로 논 헤츨링이 얻을 법한 이름이 아니다.


‘아, 골치야.’


왠지 엄청난 골치를 썩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흐음~? 설마 이런 곳에 있을 줄이야. 뜻 밖인데?”


파일리아스는 터져 나오는 감탄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외부에서의 무단 침입을 차단하는 역장이 펼쳐져 있기에 혹시나 했는데 설마 이런 곳에 있을 줄이야.


“시스템 아르고스(System Argos)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그 노친네가 알면 당장에라도 뛰어오겠는걸?”


고대, 기록에도 남지 않은 신화시대의 유물. 그녀 자신의 어린 시간을 보냈던 바로 그 시대의 유물이다. 단 하나의 목표를 지키는 모든 것을 보고 절대 잠드는 법이 없는 파수꾼.

천개의 눈. 시스템 아르고스. 그 황당한 물건이 이런 곳에 있다는 것도 놀랍고, 그게 아직도 작동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다. 대체 이곳에 뭐가 있길래?


“뭐, 알 바는 아니겠지.”


확실히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녀의 전공 관심분야는 아니다. 물론, 신화시대에 미친 노친네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거야 그녀가 입을 다물면 아무도 알지 못할 문제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중요한 일이 있다.


“어디보자······ 흐음······”


그녀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번에 나올 물건은······”


“얼마가 적정 금액인가?”


“여유 자금은?”


“본가에서 이번에······”


하나같이 가면을 쓰고 있는 이들. 드래곤의 감각은 주변의 모든 대화 소리를 수집하고 그 두뇌의 정보처리 능력이 소리를 모아 하나의 정보로 빚어낸다.


“장착.”


가벼운 한마디의 말과 함께 그녀의 얼굴에 가면이 나타났다. 마력의 유동도, 술식을 짜는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 권능에 맞닿은 능력. 용언(龍言). 그리고 그 힘은 다른 의지로 다시금 작용해 세계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럼 가볼까.”


대기가 가볍게 요동치고 순간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지성체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그들의 기억, 심리의 틈에 새로운 인물에 대한 암시가 자리 잡았다. 푸른 머리칼의 여성. 불청객이었던 그녀는 이제 이곳의 손님이다.

사뿐사뿐. 인간으로서는 아니, 마도를 걷는 자라면 누구라도 어이없는 탄성을 내뱉을 정도의 일을 저지르고도 내딛는 걸음걸이가 가볍다.

그녀는 이미 1만년에 육박하는 시간을 살아온 고룡 중의 고룡. 그런 그녀에게 유희로 인간들의 틈에 스며드는 것은 낯선 일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흐응~ 흐응, 흠~. 아, 맛있다. 이거 괜찮은데?”


지금껏 많은 유희를 했고, 인간들의 발전을 두 눈에 담아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감탄했다. 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무엇이 있길래 이토록 끊임 없이 발전하는 것일까?

그들이 살아가고 변화하는 것은 작은, 아주 작은. 예컨데 이런 꼬치 하나에서도 나타난다. 이 꼬치의 가격, 요리의 수준, 막대의 재질, 주인의 태도, 매점의 상태 등. 이 하찮은 꼬치구이에서 알 수 있는 것으로 그 장소의 대략적인 수준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그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곳이라면 그 국가의 수준을. 그 국가가 문명을 대표한다면 그 문명의 대략적인 수준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취합해 정보로 가공할 수 있는 수준의 지성을 갖추었을 때에만.

간만의 나들이에 한껏 기분을 내며 걸음을 옮기던 그녀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찾았다.”


* * *


불편하다. 너무 불편했다.

달그락.

평소라면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내려 놓았을 소리이지만 지금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나는 소리에도 주변의 눈치가 보였다.


“······”


“······”


“······”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는 팔짱을 끼고 있는 바이올렛, 언제나와 같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는 게럴트, 평소와 같이 아니마를 끌어 안고 있는 이니니스와 인형 같은 태도로 쿠키를 오독거리는 솔리투도, 언제나처럼 다과를 내어오고는 쟁반을 든 채 곁에 서 있는 시리아까지.

하지만 대놓고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바이올렛은 물론이고 미소를 띄고 있는 시리아의 눈빛이 따갑다.


“헤에? 흐응~! 맛있다!”


그 시선을 만들어낸 원인 제공자는 그런 것쯤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차와 쿠키의 맛을 감상하기에 바쁘다.


“······”


“······”


“······”


‘아, 하하하하하······하하.’


난처하다. 너무 난처하다.

저 시선에 담긴 물음이 읽히기에 더 난처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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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0 신용비버
    작성일
    16.07.08 14:12
    No. 1

    헤에... 반신까지 오른것은 느끼지 못한것인가요 아님 못하게 만든건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nifle
    작성일
    16.07.09 14:10
    No. 2

    원래는 탑의 정상에서 곧장 신위에 도달해야 했지만 세계의 어떠한 힘의 개입으로 깨달음을 그저 알기만하고 진명을 잊어버린채 반신에 그친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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