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썸 #15 벚꽃나무 그 사이에서
김현기가 우리 쪽으로 걸어온다.
아 왜 오는 거야, 왜, 도대체 이유가 몬데,
오지 마,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나는 너무 당황해서 핸드폰을 내려놓는 것도 까먹었다
그렇게 김현기는 우리 자리로 다가왔다.
" 안녕?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뚫어지게 김현기를 쳐다봤다.
" 핸드폰이나 먼저 내리시지? 난 통화 끊었는데? "
오빠도 김현기를 쳐다본다
그때 김현기가 먼저 오빠에게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건 아니죠? "
" 아 예, 안녕하세요 "
" 둘이 분위기 좋아 보이던데, 데이트라도 하시나 봐요? "
" 오빠! 여긴 웬일이야? 반갑네! "
" 웬일은, 여기 우리 동네잖아 네가 더 잘 알 텐데? "
아 그러고 보니, 여기 김현기네 동네였다.
헤어지고 김현기를 기다렸던 그 동네 잊고 있었다.
휴 근데 너네 동네인 건 알겠는데 여길 왜 오냐고 왜!
" 아 그래? "
" 그래는 무슨, 잠깐 앉아도 될까요? "
" 아~ 예! 그러세요 "
오빠랑 달콤했던 시간은 이 재수 없는 인간 때문에
사라져 버렸다..
" 두 분이 친하신가 봐요, "
" 네? 하하 그렇죠 모, 동료잖아요 "
" 그렇구나, 저도 한빛이랑 꽤 친하거든요,
지나가다가 두 분이 보여서 인사하려고
들렸습니다,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
실례인 거 알면 처음부터 오지 말았어야지 이 멍청이야!
" 아 실례는 무슨 요 ~ "
" 한빛아 표정 좀 풀어라, 나 곧 갈 거야 "
" 응? 아 아니야! 내 표정이 모 어때서 "
티 났나 보다, 똥 표정인 게
휴
그래도 일찍 간다니, 다행이네
오빠가 날 보고 웃는다
왜 웃지 이유가 모지....
" 그럼 두 분이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전 먼저 일어날게요 "
" 아 오빠 그럴래!? 그래 그럼! "
" 너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
또 티 났나 보다,
" 아 예 안녕히 가세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 네 한빛아 나중에 보자 "
" 응~ 잘 가! "
다행히 큰 사건 없이 김현기는 조용히 사라졌다
불행 중 다행이네.
" 으 오빠 죄송해요, 불편하셨죠? "
" 아냐 불편은 무슨, 그럼 우리도 슬슬 일어날까? "
" 아 네, 그래요! "
그때 오빠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 잠깐만! "
" 네 "
" 여보세요? 응, 민지야 "
민지? 민지가 전화를 했나 보다.
" 아 지금? 그래 알겠어 한 20분 정도 걸릴 텐데 괜찮아? "
" 그래 그럼 갈게, 그래~ "
아무래도 민지가 만나자고 한 것 같다.
아까는 그냥 돌아가라고 하더니, 문을 안 열어준 건
정말 나 때문인가 보다, 근데 지금 시간에 뭐 하러 오빠를
만나려고 하는 거지?
" 오빠는 민지좀 만나고 가야겠다, 오늘 일도 있었고
마음에 걸려서, 보고 가야 할 것 같아 "
" 아 그러세요? 네 알겠어요! "
오빠도 민지를 많이 걱정하나 보다, 오늘 일이 있었긴 하지만
전화 한 통에 바로 간다는 거 보면,
오늘 민지는 분명 위로가 필요한 아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질투가 난다
" 미안해, 정류장까지 데려다줘야 하는데.. "
" 아니에요! 가서 민지 잘 위로해주세요! "
" 그래 그럼, 내일 봐 "
" 네 오빠 가세요~ "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헤어지자마자 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따라.. 가..........보고...........싶은..
하하하하하하하! 말도안돼! 이한빛! 정신 차려!
tv에서 누군가 미행하는 장면이 나올때 마다
저런 찌질한 짓은 도대체 왜 하는 거냐며
욕을 욕을 했던 나다.
그래! 정신 차려! 미쳤어 정말.
하지만.. 이미 내 발은 오빠 뒤를 몰래 따라가고 있었다.
그래, 한 번만! 한 번만 따라가보자,
정말 조심조심 오빠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오빠 제발 앞만 보고 가세요, 갑자기 놀라서 숨기 싫어요
그것만은..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요,
하지만 가던 길에 몇 번을 몰래 숨었는지 모른다.
아 이미 무너진 내 자존심, 제발 걸리지만 말자.
도착한 곳은 민지 집 앞 공원이었다.
벚꽃이 정말 예쁘게 피어있는 공원이었다.
다행이다, 카페가 아닌 게
카페였으면 안으로 절대 따라 들어가지는 못 했을 테니 간,
먼저 공원 의자에 앉아있던 민지가 오빠를 발견하곤
오빠 쪽으로 조금씩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큰 벚꽃나무 뒤에 몸을 숨기고 쳐다보고 있었다
꽤 가까운 거리였다.
하나님, 저를 보호해주세요, 걸리지 않게 해주세요! 아멘!
오빠를 향해 걸어오는 민지에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진다
그리고 나는 꽤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말았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던 민지가 오빠를 보자마자 오빠에게
안겨버렸다.
오빠 품에 안긴 민지는 꽤 오랫동안 오빠를 안고 있었다
오빠도 거부하지 않고 민지를 안아주고 있었다.
오빠는 왜 거부하지 않는 거지?
오늘 민지는 위로받을 애야.. 그래 맞아.
이런 장면을 볼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아니, 조금 많이 충격적이었다.
둘의 관계가 내가 생각하는 거보다 깊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둘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기 시작했다.
" 오빠.. 와줘서 고마워 "
" 고맙긴, 많이 놀랐구나 "
" 나 진짜 불쌍하지? "
" 불쌍하긴 네가 왜 불쌍해! "
" 불쌍하잖아.. 가진 거 없고, 이렇게 빚 때문에 쫓겨 다니고, "
" 아니야, 다 그렇게 살아, 힘내 민지야 "
" 오빠.. 오빠는 내 마음 알지?
" 그리고 오빠는 내 곁에서 안 떠날 거지? "
" ...... "
오빠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 민지야, 열심히 살아. 네가 이렇게 숨을 필요도 없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에 도움도 청하고 그래보자 "
" 아니야, 누가 날 도와주겠어.. 그리고, 나 커피숍도 그만 둘 거야 "
이게 무슨 소리지?
민지가 커피숍을 그만둔단다.
오빠도 많이 놀란 눈치다.
" 뭐? 커피숍을 왜? "
그때 민지가 오빠에게 한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 유란이랑 한빛이 때문에.. "
나? 나랑 유란이? 도대체 우리가 왜?
" 한빛이? 유란이? 애들이 왜? "
" 오빠, 오빠는 모를 거야, 나 걔네들 때문에 너무 힘들어. "
" 무슨 일 있었어? "
" 모르겠어.. 이유 없이 나를 따돌리는 것 같아
오빠 알잖아, 나 고등학교 때도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친구들하고 사이 틀어지면, 못 견뎌 오빠랑 다른 사람들
있을 땐 안 그러다가도, 주위에 누가 없으면 나를 좀 힘들게 해.. "
지금 민지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너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머리채를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미행하고 있었다는 걸 알면
오빠도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계속 듣고만 있었다.
" 민지야, 오해일 거야 오빠가 생각할 때 유란이랑 한빛이
그런 친구들 아닌데.. 네가 오해하는 걸 꺼야 "
맞아요, 오빠! 오빠도 잘 알죠?
저희를 오래 겪어보지 않았어도, 저희는 절대 그럴 애들이
아니에요! 믿지 마세요! 제발!
" 아니야, 오빠가 몰 알아?
" 오빠 지금 내 편 말고 걔네 편 드는 거야? "
" 아니 그런 게 아니고,, "
" 돌아가, 이제 내 옆에 내 편은 한 명도 없는 것 같아. "
" 아니 민지야.. "
" 내가 요즘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
" ..... "
불쌍해라고 생각했다.
가여운 애라고, 그래서 앞으로 민지한테 잘해줄 거라고
다짐했지만 지금 이 상황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랑 유란이가 자기를 따돌렸다고?
듣는 것만으로도 유치하다.
지금 나이가 몇인데, 직장에서 친구를 따돌리다니.
유란이가 물론 싫어하는 걸 티 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따돌리고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따돌리는 애들한테 가서 난리를 치면 치는 아이지.
그리고, 따지고 보면 항상 우리에게
기분 나쁘게 대한건 민지 쟤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다.
" 민지야, 그래 네가 힘든 건 알겠어 그렇지만, 네가 일을 당장
그만둔다면, 앞으로 너 생활하는데 더 힘들 거야.
조금만 참아보자 "
" 그럼 오빠, 한빛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 "
" 어? "
" 날 힘들게 하는 애잖아, 오빠가 날 많이 봐왔으니 간
잘 알 거 아냐. "
" 어.. "
" 카페에서 나한테 더 집중해줘, 나 외롭지 않게 "
" .... "
" 그럴 거지? "
" 오빠가 한빛이랑 유란이한테 얘기해볼게 "
" 오빠! 여자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됐어, "
" 알겠어 민지야 일단은, 나도 민지 많이 도와줄게 "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저렇게 나올 수가 없다
그때.
벚꽃나무 사이로
민지랑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민지가 나를 보고 미소 지었다.
내가 여기 있던걸 알았던 걸까?
김민지.. 도대체 뭐 하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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