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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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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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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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21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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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부상(3)

DUMMY

원재와 서연은 승아를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은 같았다. 하지만 지난 모닝가든 사건 이후에도 서연과 원재가 약간의 마찰이 있었듯이, 승아를 생각하는 마음 자체가 서로 있기는 하지만 약간은 달랐다.


원재가 침착하면서도 감성적이고 이상적인 경향이 있다면, 서연은 조금 더 현실을 보는 쪽이었다. 서연은 자신의 자리가 중요했고, 원재는 자신의 삶과 주변인의 삶이 중요했다. 아직은 서로가 계약에 묶여있는데다 승리를 향한 목표가 같아 같이 가고 있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름은 서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는 그 모든 다름을 덮을 수 있는 법.


XK 마르스는 승아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뒤에도 3승 2패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며 1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였다.

그리고 원재와 서연의 다툼은 그동안은 특별히 없었다.


승아가 다친 뒤 XK 마르스의 엔트리에 승아는 없었다. 소나기는 피하는 유연한 대처를 보여준 XK 마르스의 프론트는 앞으로는 몸살 때문에 다친 것이라고 실제 있는대로 해명하면서도 뒤로는 저명한 박사 등의 필진을 이용하여 우주전쟁 프로리그 등 게임이 가져오는 효과를 홍보하는 등 게임과 프로게이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없애는데에 힘썼다. 그러면서 해외 우주전쟁 유저가 올린 동영상을 국내 기자들을 통해 기사로 홍보하는 등 우주전쟁 자체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힘쓰며 프로팀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을 계속했다.


XK 마르스에서는 승아와 원재 등 우주전쟁 팀과 게이머들으로 인한 홍보 효과가 생각보다 높자 다음 시즌리그는 아예 리그 자체를 후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등 우주전쟁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입장이었다.


반면 부정적인 효과를 보아 다음 시즌에 해체를 생각하는 팀도 있었다.

진이슬 로즈였다.

진이슬 로즈는 초반 2위의 성적을 거뒀었으나 최상욱과 김길용 등이 기업의 지원이 끊긴 상태에서 분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5위에서 경기를 마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둘만으로 성적을 내기는 힘든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승아 한명을 앞세워 1위라는 특별한 성적을 내는 XK 마르스가 이상한 거였다.


진이슬 로즈의 최상욱과 김길용이 잘한다고는 하지만 원재나 승아와 같이 상대를 압도할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패보다 승이 많다고는 하지만 XK 마르스의 승아처럼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지도, 원재처럼 상대의 빌드를 꿰뚫어보는 눈도 가지지 못했다. 게다가 팀원들이 다수 이탈한 다음, 엔트리를 꾸려가기도 벅찬 지경이었다.


한편 X-게임넷은 진이슬 보다는 사정이 좋았지만,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았다. X-게임넷은 개인리그에서도 지성철을 제외하고는 다 탈락했고, 프로리그에서도 겨우겨우 버텨오고 있었다.


김정수와 김지훈이 어느정도 한다고는 하지만 양민학살 수준. 잘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확실한 카드로 내세우기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덕분에 X-게임넷은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3:3 스코어가 나올때면 지성철의 혹사가 이어졌다. 지성철은 팀의 믿음에 보답하며 사냥개와 라미아만을 가지고도 상대를 압살하는 등 마치 승아가 괴물 종족을 할 때와 같은 전투적인 플레이로 승리를 거뒀지만 팀을 겨우 4위에 올려 놓는데에 그쳤다.


혼자서 개인전, 팀전을 다 이긴다고 해도 2승이다. 3승을 해야 에이스 결정전이라도 하는데 김정수와 김지훈은 어느정도 잘 하지만 플레이가 정형화 되어 있었다. 덕분에 지기라도 하면 다른 멤버들이 지고 2:4 패. X-게임넷의 선승엽이 그나마 간간이 승리를 거둬주고 있기에 다음 시즌을 기대해 볼 뿐이었다. 그래도 포스트 시즌 범위 안에 든 것에 나름 만족하는 X-게임넷이었다.


리그 순위 3위는 아이템카이 제노스. 이정민, 김은호, 최관원, 이영진 등이 고루 성적을 내 주면서 최종순위 3위에 안착했다. 기업의 지원이 거의 없었음에도 지난 시즌 개인리그에서 4강안에 들었던 이정민이 그대로의 실력을 보여주면서 다른 팀원들이 잘 받쳐준 결과였다.


일설에는 출전 수당을 아이템카이 마일리지로 지급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마일리지로 지급된 수당을 현금 출금하여 찾으려면 다시 5%의 출금 수수료를 떼어야 하는 불합리에 김은호가 분노했다는 뒷 이야기도 있었다.



리그 순위 2위는 역시 GT 스타즈 였다. 정창환과 이종현이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고, 오경수, 최은결이 팀전에서 의외의 호흡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승리했다. 하지만 GT 스타즈의 제일 큰 변화는 감독의 경질이었다.


GT의 최성호 이사가 최준 감독을 경질시키고 새 감독을 데려오면서 정창환과 이종현의 출전이 많아졌다. 아무리 인척관계지만 계속해서 하락하는 팀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정창환의 출전이 많지 않음에도 지난 시즌을 우승했던 GT 스타즈가 올해 중간에 감독이 바뀌면서 정창환의 출전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승리를 가져갔다.


이것이 현재 프로리그의 상황이었다.


프로리그를 쉬면서도 승아는 개인리그에 출전하여 8강안에 든 상태였고, 오늘과 내일은 개인리그 경기도, 팀의 포스트 시즌 경기도 없는 승아의 자유시간이었다.


승아는 감독언니와 주장오빠가 준 휴식타임에 예전이라면 오빠와 같이 피씨방이나 오락실을 가는 것으로 시간을 많이 때웠지만, 지금은 오빠가 군 입대를 한 상황.

승아는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오빠를 생각했다.


‘오빤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잠깐, 오빠야 머리도 좋고 사회성도 좋으니 어디가서도 잘 살 타입이니 군대에서도 잘 살거라 생각했다. 뭐.. 공군은 휴가도 자주 나온다니까.. 승아는 오빠 걱정은 여기서 접어두기로 했다. 겨울방학도 다 끝나가는 이때, 막상 친구들에게 연락하려니 승아는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


“히잉... 인생을 잘못 살았나. 연락할 친구가 없어!!”


그도 그럴것이 학교에서 점점 유명인이 되어갈수록 편하게 만날 친구가 아예 생길 수가 없었다. 더구나 주로 오빠랑 게임하면서 놀던 승아는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승아에게도 연락할 친구가 하나 있었으니...


“그래! 현주랑 은정이가 있었지!”


초등학교때부터의 친구인 현주는 승아가 회귀전에도, 지금도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였다. 승아가 잔머리가 뛰어나다면, 현주는 오빠처럼 머리가 좋았다. 엄마도 승아가 현주와 논다고 하면 대 환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주는 공부 못하는 친구들을 무시하지 않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렸다. 현주라면 바로 전화걸면 나와주리라 승아는 생각했다.


은정이는 클리어라는 남성그룹에 빠져 빠순이 짓을 하느라 공부는 뒷전이었지만, 여전히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였다. 은정이는 최근 남자친구를 사귀느라 바쁘지만, 얼마전 인기 게임 프로에 잠시 출연해서 방송국에서 만났던 클리어의 제우스와 테리 싸인 CD를 넘긴다고 하면 지구끝까지라도 뛰어올 것이었다.


승아는 먼저 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주야아~”

“승아? 왠일이니.”


거기서부터 시작된 둘의 대화는 30분을 더 이어서야 결국 만남으로 이어졌다. 현주는 승아와 오래 만나온 친구답게 승아가 하려는 말을 바로 의도를 알고 받아주었고, 승아 또한 현주의 말을 받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마치 만나기도 전에 할 말을 다 한 느낌이었다.


은정은 그 후 간단히 전화로 ‘클리어 싸인 씨디’를 언급하는 것 만으로도 불러낼 수 있었다. 간만에 의기투합한 셋은 바로 같이 만나 방학의 하루를 즐기기로 했다.


***


“현주야! 은정아!”

“승아야! 야, 너 10분이나 늦었다?”

“아? 벌써? 미안미안.”

“내놔.”


승아를 타박하는 현주와 달리 승아를 보자마자 오른손을 내밀어 CD를 요구하는 은정이였다. 하지만 승아는 가방마저도 없는 평범하게 캐주얼한 차림이었다. 청스키니 진에 하얀 남방에 후드 집업 점퍼. 날씨가 추운지라 단단히 여매긴 했지만 CD를 담아올 공간 따위는 없어 보였다. 니트에 스냅백을 든 은정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 그게.. 없네? 데헷?!”

“뭐! 있다며!”

“아 CD를 넘기기는 할건데, 이제 받아서 넘겨줄게. 난 지금 가지고 있다고 한 적 없다. 싸인씨디 넘겨준다고 했지. 다음에 만나면 받아줄게.”

“이.. 이게.. 또 거짓말을 한 거란 말이더냐! 내 너를 응징해 주겠노라!”


은정은 승아가 간지럼을 잘 타는 것을 이용해 후드 점퍼 안으로 손을 넣어 옆구리와 겨드랑이 밑 10cm를 위주로 간지럽혔다.


“아학학학핡핫핡핫... 그.. 그만!”

“네 이년! 클리어 오빠들의 싸인 CD를 구해서 내게 바치겠느냐, 못하겠느냐!”

“아.. 알았어! 아학학핡핫확... 흐에흐에.... 너어!”


승아는 간지럽힘에 몸을 가누지 못하다 싸인 CD를 약속하고서야 은정의 마수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사실 싸인 CD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승아가 알기로 그룹 클리어의 테리가 우주전쟁의 광팬인지라 X-게임넷의 방송에 패널로서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한 승아의 팬. 연예인인 테리가 좋아하는 선수인 승아는 같은 방송에 출연하는 테리의 싸인은 쉽게 받아낼 수가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지 않다 뿐이지 얼마든지 싸인을 받아 줄 수 있었다. 테리에게 자신의 싸인도 주어야 하겠지만 쉬운 일이었다.


현주는 은정에게 나중에 줄 싸인 CD를 약속하는 승아를 보며 말했다.


“너, 그렇게 계속 뻥치고 다니다간 주변에서 싫어한다.”

“아냐. 오빠들이 얼마나 나 잘 해주는데.”

“잘해준다고 거짓말 하라는 법은 없네요.”

“너.. 너무 고리타분해. 누가 조현주 아니랄까봐.”

“우리 간만에 명동 구경 갔다가 블루망고나 갈까?”

“꺄아! 찬성. 현주야, 갈거지?”

“가. 가! 가지말자고 해도 갈것들이 물어보기는..”

“역시 우리 현주~”


셋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처음 예정과는 다르게 백화점 아이쇼핑을 하고난 뒤 목말라진 셋은 아이스크림 빙수를 블루망고에서 먹고 난 뒤에 명동 거리로 출발했다. 승아는 명동 거리를 걸으며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지만, 후드를 뒤집어 쓴 자신이 친구들과 같이 다니자 특별히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가는 여중생 셋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승아는 후드를 뒤집어 쓰면서 거즈를 붙인 상처를 가리기도 했지만, 후드를 뒤집어쓰니 얼굴이 가려지는 효과도 있었다. 덕분에 특별히 알아보는 사람 없이 편한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던 중, 셋에게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아. 경계하지 마세요.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저는 익스트림 엔터테인먼트의 안창민 실장입니다.”


남자는 셋에게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명함을 하나씩 건넸다.

승아와 현주와 은정은 각각 그 남자의 명함을 받아들고는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


셋에게 명함을 건넨 익스트림 엔터의 안실장은 오늘 명동에서 길거리캐스팅을 하려 노력중이었다. ‘뭐 별수 있나.. 사장이 시키니까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안실장은 길거리 캐스팅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아무리 명동 거리라지만 대체 화장을 떡칠한 상태에서 얼굴을 어떻게 알아본단 말인가. 알아본다고 치자. 그렇게 영입해서 대체 누구를 어떻게 키운단 말인가.


차라리 회사 안에 3년동안 연습한 배우지망생들을 단역으로라도 꽂고, 가수 지망생들을 백댄서로라도 키우는 것이 훨씬 나아보였다.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명동 거리의 수질(?)은 좋지 않았다.


‘제길... 예쁜 애들은 다 어디로 갔나. 이미 예쁜 애들은 다 데뷔한거 아냐? 다들 얼굴이 안돼.. 기본적으로 얼굴은 되야지. 저기 쟤들 봐. 좀 어려도 얼굴이 되잖아.. 저정도는 되어야.. 응?’


혼자서 주변을 탐색하던 안실장의 눈에 띈 것은 승아들이었다. 세 여학생이 같이 있는데 일단 안실장의 매의 눈으로 보건대 자체 평가로 A이상이었다. 특히 우측에 스냅백을 한 여학생은 끼가 넘쳐 보였다.


‘조금 어려보이기는 한데.. 어차피 연습생부터 가는거니까.. 일단 데려가자. 실적이 우선이지.’


안실장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셋에게 명함을 건넨뒤 셋을 차차 훑어보았다. 한명은 예쁘지만 평범한 얼굴로 그다지 먹힐 것 같지는 않았다. 한명은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어 잘 보이지 않지만 얼굴 선이 좀 매끄러워 보였다. 일단은 스냅백을 한 소녀만 데려오고 싶었지만 안실장은 셋에게 동시에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연예인 관심 있으세요? 배우 최동건 아시죠? 저희 소속사입니다.”

“꺄아! 현주야, 최동건이래! 이게 말로만 듣던 길거리 캐스팅! 꺄아앗!”


안실장을 보는 현주의 눈은 침착했으며, 승아는 별 관심이 없었고, 은정은 눈을 반짝였다.

현주는 공부 쪽에 이미 뜻을 둔데 반해 은정은 연예쪽에 관심이 많고 외모도 많이 꾸미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연예계쪽에 관심이 많아 외모도 잘꾸미는 편이었는데 안실장이 은정의 외모를 보고 접근해 온 것이었다.


안실장은 앞의 여학생들을 데려가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네. 하하. 그 길거리 캐스팅입니다. 어떠세요. 일단 저희 회사로 가셔서 테스트 받아보시는 것이. 무조건 100% 된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을 묻자면 99%이상 이미 계약이 확정적일 겁니다. 여러분 같은 분들을 회사에서 놓칠 리가 없거든요. 저 보기보다 바쁜 사람입니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들 아니면 말도 안 걸어요.”

“하지만 무작정 따라가기는 좀...”


현주가 머뭇거리자 안실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에이. 최동건이 있는 익스트림 엔터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가운데 분은 후드 때문에 얼굴이 잘 안보이는데.. 혹시 잠시 후드 젖혀주실수 있나요?”

“머리에 상처가 있어서...”

“네 그럼 얼굴만이라도 잠깐.. 흐읍..”


후드를 젖혀달라는 말에도 후드를 벗지 않자 안실장은 조금 몸을 낮춰 후드소녀의 정면으로 갔다. 그러고나니 눈앞에 후드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이..이건.”


후드를 뒤집어 쓴 승아의 얼굴을 정면에서 본 안실장은 순간 호흡이 멎는 듯했다. 최근 본 연습생과 연예인, 일반인 모두를 통틀어서 가장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 후드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핏 본 눈으로는 나름 앞으로의 성장도 기대가 되는 외견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외모가 있다니! 마치 어디 동화 속 공주와도 같은 고귀함과 이상속의 여동생과 같은 귀여움이 함께하면서도 어색하지 않은 느낌. 흔히 연예계에 많이 보이는 여자들과는 달리 작은 입술은 체리와도 같이 터질 것만 같은 미묘한 느낌을 같이 주어 무어라 할 수 없는 느낌을 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스냅백을 맨 소녀, 은정의 발랄함과 끼가 넘치는 외모에 끌려왔던 안실장이었지만, 어느새 은정보다 가운데에 있는 소녀만은 꼭 잡아야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랐다.


“저, 가운데 분, 저희 회사에 오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희 회사는 다른 회사와는 달리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계속해서 가운데에 자리한 승아를 꼬시면서도 혹시나 친구사이에 불화가 일어나 전체 캐스팅이 무산될까봐 현주와 은정 쪽으로도 간간이 시선을 돌리면서 계속해서 승아를 설득해 나가는 안실장이었다. 겨우 연습생 후보나 건질까 말까 생각하던 이 길거리 캐스팅에서 이런 원석을 발견하다니! 스냅백 소녀가 연습생 후보로 될까말까 한 정도라면, 이 여학생만은 꼭 우리 회사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히 안실장의 뇌리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때 가운데의 후드소녀에게서 들려온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저, 소속사가 있어요. 죄송합니다.”

“그래요. 일단 저희 명함 받아 두었으니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현주야! 아니, 일단 가서 테스트 받아보면 안돼?”

“은정아. 일단 나중에 연락해도 되잖니. 나쁜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고.”


후드소녀 이후에도 주변의 두 소녀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안실장의 귀를 메아리처럼 울리는 말은 하나였다. 소속사가 있어요. 소속사가 있어요. 소속사가......


역시, 이렇게 예쁜 원석을 놓칠리가 없지. 이 정도면 누구라도 이미 잡았겠다.. 근데 어디지?


“어.. 어딥니까? XM? IG? ZIP?”


최근 떠오르고 있는 4개의 회사중 자신의 회사를 제외하고 다 대본 안실장이지만 상대의 대답은 의외였다.


“XK에요. 죄송합니다. 이미 소속된 곳이 있어서요. 이만 가볼게요.”

“가자. 은정아.”

“현주야, 자..잠시만! 실장님! 나중에 연락드려도 되죠?!”

“그, 그럼요!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요!”


세 소녀가 말을 남기고 사라지자, 멍하니 세 소녀의 뒤를 바라보던 안실장은 가운데 후드 소녀의 말을 곱씹었다.


“XM이 아니고 XK? 어디지? 신규 기획사인가? XK는 XK 텔레콤 밖에 없는데.. 거긴 통신회사니 아닐거고.. 설마... XK에서 자회사로 연예기획사를 만드나?!!! 설마?!”

“이럴 때가 아냐. 얼른 사장님께 가서 말씀드려야겠어! 원석을 발견했다고!”


안실장은 어떻게든 후드소녀를 자신의회사로 데려오기만 한다면 연예계는 씹어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소속사에 속해 있다고 해도 연예계 4대 기획사중 하나인 자신의 기획사라면 어떻게든 스카웃 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10분뒤.


명동에서 얼른 회사로 돌아가던 안실장은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질렀다.


“으아아악!!! 후드소녀 이름을 안물어봤어!!! 으아아악!! 스냅백한테 연락처라도 받아둘걸!”


승아의 외모에 정신이 팔려 정작 중요한 이름을 안물어본 안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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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원재와 승아의 고민 +9 16.07.20 2,241 38 11쪽
100 서원재 vs 김칠구(3) +5 16.07.19 2,041 44 11쪽
99 서원재 vs 김칠구(2) +7 16.07.18 2,063 42 11쪽
98 서원재 vs 김칠구(1) +6 16.07.17 2,313 43 11쪽
97 복귀와 준비 +6 16.07.15 2,196 43 13쪽
96 프로리그 결승전(7) +7 16.07.14 2,255 47 14쪽
95 프로리그 결승전(6) +5 16.07.13 2,204 44 18쪽
94 프로리그 결승전(5) +8 16.07.12 2,141 35 12쪽
93 프로리그 결승전(4) +11 16.07.11 2,240 43 14쪽
92 프로리그 결승전(3) +6 16.07.10 2,154 47 11쪽
91 프로리그 결승전(2) +6 16.07.09 2,320 48 18쪽
90 프로리그 결승전(1) +5 16.07.07 2,338 45 9쪽
89 준비 그리고 일탈 +5 16.07.06 2,361 40 17쪽
88 경기 뒤 +7 16.07.05 2,497 43 12쪽
87 개인리그 4강(4) +13 16.07.04 2,330 46 15쪽
86 개인리그 4강(3) +7 16.07.03 2,312 44 15쪽
85 개인리그 4강(2) +5 16.07.02 2,520 43 13쪽
84 개인리그 4강(1) +4 16.06.30 2,410 40 15쪽
83 손목 그리고 팬 +7 16.06.29 2,501 43 13쪽
82 개인리그 8강(6) +9 16.06.28 2,508 46 12쪽
81 개인리그 8강(5) +10 16.06.27 2,460 46 10쪽
80 개인리그 8강(4) +7 16.06.26 2,452 44 14쪽
79 개인리그 8강(3) +5 16.06.25 2,687 53 15쪽
78 개인리그 8강(2) +6 16.06.23 2,563 45 13쪽
77 개인리그 8강(1) +8 16.06.22 2,718 45 9쪽
» 부상(3) +7 16.06.21 2,701 47 18쪽
75 부상(2) +8 16.06.20 2,639 4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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