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1)
승아는 원재의 경기를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유닛 컨트롤이 빠르지는 않지만 정확했다. 손이 느린만큼 실수가 전혀 없었다. 물론 자신은 손이 빠르면서도 정확한 컨트롤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이 느린 사람이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히 생산과 공격을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슨 당연한 말이냐고?
6분 40초에 공격을 가는 것이 제일 좋은 빌드가 있다고 치자.
이 타이밍을 전 게이머들이 다 안다고 하더라도, 그 타이밍에 공격을 정확히 가기는 쉬운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빌드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상대의 대응에 따라 6분 35초가 더 좋을지, 6분 45초가 더 좋을지 바뀌게 된다.
그런 변환은 상대의 빌드에 따라 맞춰가는 것이 기존 빌드보다 더 정확한 빌드가 된다고 보았을 때, 그 정확함을 항상 가져가고 있는 것이 원재의 플레이였다.
‘정확해...’
정말로 그 타이밍이 정확했다.
길이나 학도와 같이 그냥 밀어붙여도 되는 정도의 실력의 상대와 연습할 때에는 평범한 플레이를 했지만, 동운이나 자신과 게임을 할 때에는 상대가 뽑는 유닛을 정확히 예측해서 그 상성의 유닛을 뽑거나 하고 있었다.
승아는 원재의 게임 리플레이 파일들을 보면서 맵핵과도 같은 플레이가 종종, 자주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팀 내 플레이는 그래도 그런 경향이 적었지만, 리플레이 파일이 아니라 방송된 경기를 보면 상대가 하는 게임을 보는 듯한 플레이로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과의 경기처럼.
승아의 머릿속에 원재의 맵핵 사용이 확실해져 가려는 찰나, 승아의 머릿속을 지나쳐가는 것이 있었다.
‘어? 그러고 보니 기본적으로 경기 중에는 운영요원이 뒤에서 보는데? 맵핵을 쓸 수가 없잖아?’
그랬다. 맵핵 감지 프로그램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프로선수가 맵핵을 쓸 수는 없을 터였다. 거기까지 생각한 승아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되어졌다.
‘그래.. 원재 오빠를 의심하다니. 내가 의심병이 있었던 거야...’
승아는 더이상 원재의 경기 리플레이와 동영상을 보던 것을 그만두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가뜩이나 오늘 낮에 원재오빠가 우승하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런지 아니면 쓸데없는 의심으로 쉬지도 않고 바로 경기 리플레이 파일들을 많이 보아서인지 몹시 피곤했다.
승아는 컴퓨터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손을 반짝 펴서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했다.
“하아아앙.....흐암.. 자러 가야겠다앙..”
승아는 방으로 돌아갔다.
***
그시간, 원재는 숙소의 방에서 나와 넓은 휴게실에 혼자 앉아있었다.
승아가 원재의 경기를 숙소 연습실 컴퓨터에서 보고 있을때, 승아는 습관적으로 헤드셋을 착용하고 경기를 보았다. 매우 집중해서.
원재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복도를 거닐다가 연습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승아를 발견했다.
‘어? 승아잖아?’
가까이 가서 아는체하려던 원재는 승아가 경기 리플레이들을 보는 것을 보았다. 매우 집중해서. 잠옷차림으로 이 늦은 밤에 불이 다꺼진 연습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경기를 보는 승아의 모습을 본 원재는 가까이 가서 말 걸기가 꺼려졌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방해할 수는 없지..’
원재는 그런 승아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발전하는 소녀가 있다.
-자신이 결승 경기에 올라가지 못했음에도 저렇게 경기를 보면서 분석하고, 우주전쟁만을 생각하는 아이가 있다.
........라고.
사실 승아가 본 것은 원재의 경기 뿐이었지만, 멀리서 본 원재는 그저 승아가 리플레이 파일을 보고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 자신의 경기만 보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원재는 승아가 자신의 뒤를 캐는 것이 아니라 우주전쟁 경기의 리플레이를 보며 보완할 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낮에부터 생각해 온 것이지만, 내가 이 판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를 원재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밤에도 자지않고 리플레이를 보면서 노력하는 승아의 모습을 본 뒤로 원재는 생각을 정리하며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하나 뽑았다. 캔커피가 굴러나오며 원재의 마음속을 굴렀다.
[덜컹--]
[치익-]
원재는 손에 든 캔커피를 따서 마셨다. 캔커피의 맛이 오늘따라 더 쓰게 느껴졌다.
***
다음날 오후.
프로리그와 개인리그가 모두 끝난 지금, 이제 XK 마르스 팀원들에게도 휴가가 주어졌다. 짧은 휴가이지만 모두 자신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흩어지고 있었다. 동운과 호진은 이미 집으로 떠났고, 다른 팀원들도 여행을 떠난 팀원들도 있었다.
팀원들은 거의 모두 숙소를 떠났다.
이제 숙소에 남은 XK 마르스의 팀원은 단 4명이었다. 연습실에서 다음 시즌에 쓸 전략을 연구한다는 승아와, 그 상대가 되어주는 숙소를 무단이탈해 휴가가 없는 학도. 그리고 어제 있었던 개인리그에 대해 상부에 보고서를 올려야 하는 최서연 감독, 그리고 원재였다.
최서연 감독은 어제 있었던 원재의 경기에 대해 상부에 올릴 문서를 작성하면서 얼굴에 웃음이 저절로 났다.
승아가 프로리그에서 원재와 같이 활약하고 결승전에서 4:0으로 올킬한데 이어, 주장인 서원재도 개인리그 결승전에서 4:0으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구두상으로의 약속이지만, 사장님께 전화도 약속도 받았다. 팀 운영을 잘해서 회사 홍보에 애쓴 노고를 담아 금일봉이 내려갈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월급 1호봉 상승에 대한 이야기. 어제 받은 전화를 생각하며 문서를 작성하는 서연의 얼굴에는 그늘이 전혀 없었다.
그런 서연의 감독실에 키보드 소리만이 울려퍼지고 있을때, 누군가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들어와요.”
서연은 언제나처럼 존대말로 들어오라고 말해주고는 여전히 문서작성에 집중했다. 자신도 어서 빨리 보고하고 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서연은 타자를 치며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힐끗 쳐다보았다. 원재였다.
“아. 원재씨. 어제 정말 대단했어요.”
“예. 감독님..”
“무슨 일이에요? 원재씨 답지 않게 말끝을 흐리고?”
서연의 발랄한 웃음을 보며 원재는 머뭇거리며 말을 흐렸다.
그런 밝은 얼굴을 보니 감독님도 기껏 자신보다 몇살 연상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원재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전혀 티가나지 않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서원재였다.
“저기.. 감독님.”
“말해요. 원재씨. 개인리그 우승자가 왜 이렇게 다 죽어가는 얼굴이에요?”
“그게..”
“?”
“저. 은퇴 하려고 합니다.”
“네. 원재씨. 은퇴요. 하세요. 하고 싶은건 다 하세요.. 에에에에에에엑! 지금 뭐라고요? 은퇴?”
서연은 타자치는 곳에 정신을 집중해서 평소 원재가 원하는 것은 거의 허락한 평소의 습관대로 하라고 했다가 소스라쳤다. 말을 다시 생각해보니 못들을 말이 들렸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원재씨. 내가 지금 잘못 들은게 아니죠? 뭐라고 한거죠?”
원재는 놀라는 서연을 다시 바라보며 눈을 마주치고는 똑똑히 다시한번 말했다.
“네. 은퇴입니다. 선수 은퇴.”
- 작가의말
절단 마공으로 인해 용량이 적습니다. 내일은 더 올라갑니다....-ㅅ-
그리고 이번주는 토요일 새벽 00시 몇분 대신, 일요일에 쉬게 됩니다. 토요일 00시 몇분에는 연재를 하고, 일요일에는 쉬니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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