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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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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33,061

작성
16.12.0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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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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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2)

DUMMY

고요함이 자리 잡은 도시의 밤을 휘저으면서 윤성은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를 내면서 온 도시를 뛰어다니던 윤성은 근처에 있는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허리에 매달려있는 물통을 꺼내 목을 축이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는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이 시간마다 윤성이 돌아다닌 지도 벌써 삼 일째였다. 그레이가 와준 덕분에 윤성은 비올라와 레이첼 모녀의 곁에서 벗어나 릭과 스테판을 찾아다닐 수 있었다. 그때 숲에서 벌어졌던 습격 이후로는 더 이상의 자객들이 오는 일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을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노련하고 강한 그레이가 집에 있어 주는 것은 큰 힘이 되었다. 비올라는 겉으로는 그레이를 반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이기에 마냥 싫어하는 것 같진 않았다. 레이첼의 경우에는 또 다른 스승이 생긴 것에 만족하는 느낌이었다.


그레이와의 대화 이후에 윤성은 그녀들을 자신이 지켜야 하는 사람들로 인식했고, 로그에게도 그 두 사람의 곁에서 떨어지지 말라고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웬만한 자들보다 강한 두 명이 그들의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윤성은 안심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릭과 스테판을 찾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사흘 동안에 윤성은 눈을 뜨자마자 바깥으로 나와서 세턴 시티를 돌아다녔다. 낮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할 수 없어서 자신이 돌아다니려고 정한 장소를 미리 살펴보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했다.


그 뒤로는 레이첼을 집으로 데려오고 그녀의 훈련을 도와주었다. 그레이의 등장으로 인해서 윤성은 레이첼의 스승에서 대련 상대로 위치가 격감하였지만, 윤성은 그다지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자신보다 그레이가 훨씬 더 스승으로써 어울리는 인물이었고 그의 지도하에서 레이첼의 상대를 해주면서 윤성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힘을 조절하는 법이라던가 말이다.


그 외의 시간은 릭과 스테판을 추적하는 데에 사용하고 있었지만,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윤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감각들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그들을 추적했지만, 현재까지는 이 도시의 어디에도 그들의 흔적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물론 윤성이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면서 그들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완에게 말을 하지 않았지만 윤성은 그녀가 남긴 흔적을 쫓아서 릭과 스테판을 추적하고 있었다. 스완 본인이야 모르겠지만, 그녀의 체취는 생각보다 강한 편이었다. 직업상 향수를 뿌리고 다니지도 않는 스완이었지만 그녀의 체취는 일반 사람들과 확연하게 다른 냄새가 풍기곤 했다.


마치 금속에서 나는 것 같은 그 냄새는 아마도 그녀가 입고 있는 그리폰이라는 갑옷에서 나는 냄새이고 그녀의 몸에 그 채취가 베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윤성은 그런 사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그녀를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서 다행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윤성은 그녀에게서 나는 냄새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가 경계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직도 윤성은 그녀를 믿을 수 없는 것뿐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생추어리에 소속된 사람이라는 것이 그녀를 믿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실험을 수락한 기업. 그리고 그 재앙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실험에 대한 성공을 위해서 검은 성벽을 만들어 그들을 가둬버렸다. 그런 기업 따위를 믿을 수가 없었고, 자연스럽게 그런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스완도 믿을 수 없었다.


때문에 그녀와 상의하지 않고 이렇게 그녀의 체취를 쫓아서 그녀가 있었던 장소를 찾아서 떠돌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 역시 릭과 스테판을 추적하고 있을 것이고, 그녀의 뒤를 쫓다 보면 자신도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저 그들이 있었던 장소만 알 수 있다면 됐다. 그렇다면 거기에 남겨진 그들의 흔적을 토대로 이 넓은 도시에 숨어있는 그 쥐새끼들을 찾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스완이 머물렀던 장소들에서도 그 쥐새끼들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녀석들이 이렇게 주도면밀하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그들의 새로운 주인이 생각보다 유능한 자인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흔적을 완벽하게 지울 수 있다니 윤성은 예상도 하지 못했었다.


‘···오고 있군.’


오늘 이 시간까지 혼자 추적을 하면서 윤성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하루빨리 그들을 찾아서 그들이 또다시 자행하려는 재앙을 막아야만 했다. 어떻게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만 했고, 그들의 일상을 지켜줘야만 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렇게 혼자서 시간을 버릴 수 없었다. 무의미하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윤성은 초조해져 갔다.


그래서 윤성은 결단을 내렸다. 지난 이틀과는 다르게 윤성은 스완이 추적 가능 하도록 자신의 흔적을 흘렸다. 자신 혼자서는 그들을 추적할 수 없었다. 자신의 아집 때문에 그 재앙을 막을 수도 있는 시간들을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내키지는 않지만 스완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아직도 그녀 역시 자신의 타겟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으니까.


익숙한 그 냄새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윤성은 스완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냄새가 나는 다른 자일 수도 있기 때문에 윤성은 일단 근처에 몸을 숨긴 상태였다. 다른 자가 오고 있는 것이라면 그대로 이 자리를 뜨면 그만이었다.


“어디 있어? 사냥개 씨?”


윤성이 숨어있는 근처에 다다른 스완은 냉랭한 목소리로 윤성에게 말을 걸었고, 윤성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여기에 있다. 생추어리의 개.”

“하하하! 상당히 귀여운 짓을 하던데?”

“어떤 걸 말하는 거지?”


스완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윤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질문하자 스완은 화를 내면서 말했다.


“시치미 때지마! 왜 내 뒤를 추격하고 있었지?! 어떻게 내 뒤를 그렇게 쫄래쫄래 따라올 수 있었던 거야?!”

“아아. 그것 말인가? 그거야 내가 워낙 뛰어난 사냥개라서 말이야.”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시겠다? 어디 이런데도 그럴 수 있나 볼까?”


화가 많이 난 상황이었는지 스완은 하이테크 보우를 꺼내 활시위를 당기면서 살기를 뿌리며 윤성을 노려보았고, 이에 윤성은 더 이상 그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양손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진정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겠다고 하진 않았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서 추격했지.”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활시위에 걸친 손에서 힘을 조금 풀면서 스완은 재차 질문을 했다.


“하아! 네가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줄은 몰랐군. 그런데 굳이 이런 기분 나쁜 방법을 사용했어야 했나?”

“···솔직하게 말하지. 나 나름대로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지만 내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더군.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했어. 이런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내 추적하는 능력이 쓸만하다는 걸 각인시키고 싶어서였지. 이렇게 증명하지 않으면 당신이 날 끼워주지 않았을 것 같았거든.”


윤성의 설명에 스완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하이테크 보우를 거두면서 말했다.


“네가 혼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 것이라면 보나 마나 릭과 스테판을 추적하는 일이었겠지. 맞지?”


윤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차피 나 혼자서 추적하는 것도 힘들었으니까. 너도 끼워주도록 하지. 그놈들의 현재 상태를 생각하면 싸울 줄 아는 괴물이 하나라도 더 있는 게 편할 테니까.”


괴물이라는 스완의 말에 윤성은 잠시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내색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그래. 고맙군. 그렇다면 그들을 추적하기 위한 흔적들이 필요해. 피 같은 것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들의 채취가 남아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좋아. 뭐 가지고 있는 것 있나?”


윤성의 의견에 잠시 생각에 잠긴 스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생각나는 곳이 있어. 따라와 봐.”


그렇게 말하면서 스완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이동하기 시작했고, 윤성은 그 뒤를 쫓아서 어둠의 도시를 다시 한 번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두 명의 초인들이 건물들의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이동하고 있었고, 스완은 자신의 뒤를 맹렬히 쫓아오고 있는 윤성을 힐끗 쳐다보았다.


‘흠···. 뭔가 바뀐 것 같은데? 분위기라던가···.’


일단 윤성이 자신에게 협력을 구한 것부터가 스완은 신기했다. 그토록 자신에 대한 적의를 불태우던 녀석이 어떻게 저렇게 바뀐 것인지 궁금했다.


‘혼자서 그 증오와 분노를 가라앉히진 못했을 것 같은데···.’

“그만 힐끗거리고 가던 길이나 서두르는 게 어때?”

“어머? 눈치가 상당히 빠르네? 평소에도 여자의 시선을 이렇게 잘 느끼시나?”


스완이 농담을 꺼내자 윤성은 살기가 느껴지는 살벌한 표정을 지으면서 스완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스완은 그런 윤성의 시선을 무시하면서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스완은 이 상황이 재미있었다. 자신의 이런 농담에 반응하는 것을 보니 뭔가가 그의 안에서 바뀌긴 바뀐 것 같았다.


‘재밌네. 재밌어. 과연 누가 저 괴물을 저렇게 바꿔놨을까? 참 궁금하네. 후훗.’


아직 소녀 같은 감성이 남아있던 스완은 멋대로 저 괴물을 조금이라도 바꿔놓은 자가 여자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그게 누구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던 스완은 이 일이 마무리되면 잠시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봐야겠다고 혼자서 다짐하고 있었다.


이윽고 예전에 스완이 잠입해서 릭과 스테판을 발견했던 거대한 건물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그 건물에 잠입해 들어갔다. 그 후에 그리폰에 장착된 기능을 통해서 건물에 존재하는 CCTV들에 대한 통제권을 얻어낸 스완은 수월하게 자신이 예전에 잠입했던 숨겨진 층으로 윤성을 안내했다.


“이곳이야. 여기서 그놈들을 만났지. 시간이 좀 지나서 녀석들의 흔적이 남아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야.”


윤성은 스완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온 감각을 날카롭게 펼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윤성은 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방 안에서 어떤 것이든 찾아야만 했다.


‘찾아야 해···.’


더 이상은 잃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찾아야 해!’


자신에게 새롭게 생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감정이 복수심을 넘어서기 시작할 때 즈음에 윤성은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찾았다.”


실 한 오라기 같은 아주 미약하게 남아있던 냄새. 모든 것을 깨끗하게 치운 이곳에서 윤성은 두 사람의 흔적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들에게 어울리는 악취. 윤성은 미약하게 남아있는 그 악취를 코로 빨아들이면서 그 냄새를 기억했다. 이제는 그들을 추적하고 잡아낼 일만 남아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에 윤성은 미소를 거둘 수가 없었다. 그것이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복수를 행할 수 있다는 희열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늦었다. 이미 그것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재앙의 씨앗은 아무도 모르게 소리 죽여 온 세턴 시티에 퍼져나가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윤성과 스완이 그 재앙을 퍼트리는 악마의 연금술사들을 추적할 흔적을 발견하는 동안에 온 세턴 시티에 존재하는 동물들은 일제히 쓰러져 두 번 다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몇 명의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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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5) 16.12.17 535 9 14쪽
9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4) 16.12.14 513 9 15쪽
9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3) +1 16.12.12 561 10 14쪽
»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2) 16.12.09 484 8 12쪽
8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1) 16.12.07 534 9 14쪽
88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0) 16.12.05 541 8 13쪽
87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9) +1 16.12.01 517 7 13쪽
86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8) +2 16.11.30 597 8 13쪽
85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7) +2 16.11.25 600 7 13쪽
84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6) +1 16.11.24 649 10 13쪽
83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5) +1 16.11.21 590 9 13쪽
82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4) 16.11.19 656 11 13쪽
81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3) 16.11.16 666 10 12쪽
80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2) 16.11.14 598 10 12쪽
79 2부 감옥 도시 - 악몽의 재래 (1) 16.11.11 593 11 14쪽
78 2부 감옥 도시 - prologue 16.11.10 617 11 12쪽
77 1부 검은 성벽 - epilogue (2) +1 16.11.09 623 10 12쪽
76 1부 검은 성벽 - epilogue (1) +2 16.11.07 713 8 13쪽
75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6) +1 16.11.04 621 10 15쪽
74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5) 16.11.02 592 9 13쪽
73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4) 16.10.31 666 10 12쪽
72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3) 16.10.28 654 10 12쪽
71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2) 16.10.27 592 11 12쪽
70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1) 16.10.25 620 11 14쪽
69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20) 16.10.24 578 11 13쪽
68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9) +1 16.10.20 677 9 18쪽
67 1부 검은 성벽 - 지하탑 (18) +1 16.10.19 672 1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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