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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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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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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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06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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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극복하거나, 혹은 추락하거나. (1)

DUMMY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에는 열 명도 되지 않는 이들이 서 있다. 그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선 끝에는 아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아직이다. 이제 곧 우리가 쓰러트려야 할 적이 나타날 것이기에.

“자신 있느냐?”

뒤편에서 한가로이 담배를 태우는 초로의 마법사가 묻는다. 나는 가타부타 대답하는 대신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자신이 있느냐 없느냐보다는 조금 다른 문제가 나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이런 기분으로 싸우는 건 사양하고 싶다.

담배를 비벼 끄고 헛기침을 한 제임스는 담배 냄새를 풀풀 풍기며 내 옆으로 다가와서 말한다.

“내 도움을 줄 기회를 이미 써버렸으니 나는 결코 너를 도울 생각이 없다. 원칙을 벗어나면 나를 이용하려 드는 이들이 넘쳐날 테니까.”

“잘 압니다.”

마법사의 정점에 서 있는 노인(老人). 그러나 그 누구도 한낱 늙은이로 치부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초인(超人). 제임스 엠벤트는 마법을 기적의 영역으로 이끈 유일한 자다. 그런 이의 도움을 한 번씩이나 받았다면 그 이상한 필요치 않다.

“모두 준비.”

소렌이 진중하게 검을 쥐며 말한다. 이에 부대원들의 기세가 확 피어오르며 소렌의 기세를 뒤덮는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광경이다.

“적은 샬라메 콘트리오와 언데드 수백. 우선 언데드를 먼저 처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와는 달리 한 치의 스스럼도 없이 앞을 바라보는 그녀. 여느 때와는 달리 한결 기세가 줄어 보이는 까닭은 다른 이들이 일취월장했기 때문이다.

오직 승리를 위해, 그리고 그 끝에 있을 복수를 위해 나는 제임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도움이란 다름 아닌 내 마나 드레인을 부대원에게도 심어주는 일이다. 샬라메의 마나 드레인을 만들어낸 이가 제임스이니 이 또한 가능하리라 믿었고, 나는 아무런 주저 없이 도움을 청했다.

궁색한 이유와는 달리 마나 드레인을 받은 이들은 모두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아니, 한낱 소드마스터보다 훨씬 나은 군인이 되었다. 전장에서 필요한 것은 검에 담긴 마음이나 긍지가 아니었기에. 덕분에 작전에 실패한 책임을 무마하고 다시 샬라메를 물리치러 나올 수 있었다.

“온다!”

헥터가 날카로운 눈으로 검을 뽑아들어 냉큼 검기를 발한다. 그것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검기를 발한다. 평민이고 귀족이고 할 것 없이 모두 찬연히 빛나는 검기를 가지고 있다. 그 광경을 보니 조금 입맛이 쓰다. 저건 분명 진정한 검기는 아니다. 막대한 마나를 가지면서 자연히 얻은 부산물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력 면에서나 경지 면에서나 내 검기보다는 조금 수준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게 어쨌다는 말인가? 저들은 검기를 얻고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본래 소드마스터였던 이들은 서서히 내 경지에 근접해가고 있다. 약관이라는 나이에 소드마스터가 된 이들은 분명 천재다. 그리고 그들은 지난 번 일전에서 부족한 마음을 갈고닦았다. 이에 무한한 마나가 더해진 이상, 진정한 검기에 가까워지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키약!!”

또다시 넘쳐나는 언데드를 베어가는 와중에도 나는 옆에서 달려 나가는 이들의 검을 곁눈질했다. 추잡하지만 나는 저들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훔쳐보고 있었다. 역시나 아직은 내가 우월하다. 지난 3년간 쌓아온 경험 덕분에. 무엇보다도 천의결 덕분에.

그러나 우습게도 천의결 덕분에 나는 저들이 곧 나를 추월할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본디 둔재에 불과했다. 멀쩡한 육신을 얻었다 한들, 나 자신은 천하제일의 둔재다.

“샬라메다!”

저 멀리서 샬라메 콘트리오가 크게 도약해서 이쪽으로 날 듯이 다가온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녀는 실로 넝마에 살을 붙인 모습이었다. 온몸은 누더기처럼 기운 자국투성이고, 어깨는 움푹 파여 있는데다가 복부와 허벅지에는 부러진 창이 박혀 있다. 그날 도망쳤을 때 보았던 모습 그대로다.

그때 우리는 비겁하게 도망쳤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쓰러트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싸움에 소렌이나 다른 이들이 휘말리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소렌은 물론이고 약관의 나이에 소드마스터가 된 이들이나, 평민 출신으로 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들은 모두 흔치않은 인재다. 그들을 공연히 잃는 것은 거시적으로 보면 결국 손해다. 언제든 샬라메를 쓰러트릴 가능성이 있는 이상, 차라리 전력을 보전하는 것이 더 합당한 처사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때와는 다르다. 제각기 실력을 보완하고 우리는 기세등등하게 샬라메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샬라메는 이런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이미 죽은 몸이다. 이치를 거슬러 부활한 언데드였기에 아무런 감정도, 동요도 없이 우리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샬라메가 좌우 양 팔을 크게 벌렸다가 박수를 치듯 팔 사이의 간격을 좁힌다. 그러자 좌우에서 묵직한 마나 덩어리 같은 것이 밀려온다. 이미 마나를 모으고 있었나? 죽은 몸이지만 전투감각만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다는 점이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죽어엇!!”

샬라메가 모습을 드러내자 갈색 머리를 늘어트린 여검사가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 해츨링에게 마음에 두고 있던 이를 잃었다 했나? 살아남은 부대원의 검술을 봐주며 들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름이 플로렌스라고 했지. 정석에 가까운 검술이 눈에 띄던 이다.

감정이 격해진 때문인지 플로렌스의 검기가 더욱 날카롭게 빛나며 샬라메를 노린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넝마가 된 몸인데다가 이미 한참 전에 죽은 몸이었지만 샬라메는 드래곤 슬레이어다.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지만 샬라메는 언데드이면서도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위명에 합당한 실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샬라메가 플로렌스의 검을 손쉽게 피해내고 냅다 주먹을 날린다. 막대한 마나가 실린 일권에 미간을 얻어맞고 플로렌스가 형편없이 나가떨어진다.

“제기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한 명이 무력화되자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이들이 모두 움직임을 늦춘다. 아직은 이 정도다. 과거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뛰다 토리나를 잃었던 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 사실을 다시 깨달으면서 나는 안도했다. 추악하다. 뭘 안도하고 있는 거냐? 저들이 나를 추월하면 안 된다는 소리라고 하고 싶은 거냐?

“전술을 변경합니다. 방패와 검 대형을 취하세요. 크리스 당신은 플로렌스를 부축해 오십시오.”

소렌의 말에 따라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 중 가장 돋보인 이는 샬라메의 코앞까지 가서 플로렌스를 뒤로 물리는 청년, 크리스 림벨이다. 본래부터 소드마스터였던 그는 마나 드레인을 받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

“괜찮아?”

플로렌스를 부축한 그는 샬라메의 이어진 공격을 검기가 맺힌 검으로 흘려내고 순순히 뒤로 물러섰다. 천방지축 날뛰는 소드마스터였던 예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내게서 천의결을 제한다면 딱 저 모습이 될 것이다. 육체는 진즉 완성되어 있었고, 마음은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갈 때 새롭게 거듭났다. 거기에 마나 드레인이 더해지고 그는 진정한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크리스와 플로렌스가 뒤로 물러선 다음, 또 다른 소드마스터가 나선다. 그 역시 크리스와 마찬가지로 본래 소드마스터였던 귀족이다.

“나는 할트렌 마이어. 마이어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하겠다.”

차가운 눈으로 샬라메를 노려본 그는 마나 드레인을 손에 넣고 그는 육중한 검을 쥐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마나가 부족한 탓에 무거운 검에 마나를 온전히 담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묵직한 일격에 샬라메가 마나를 모을 시간을 빼앗기고 방어에 전념한다.

“막아!”

“이 빌어먹을 괴물 놈들이....”

할트렌의 주위로 몰려드는 괴물을 막아내며 부대원들이 제각기 욕지거리를 퍼붓는다. 크리스나 알트렌의 보조 없이도 손쉽게 언데드 무리를 막아내는 것을 보며 나는 호흡을 가늘게 하며 검을 뽑아들었다.

“소렌. 뒤를 부탁한다.”

방패와 검이라는 이름을 붙인 대형은 이전에 짜 두었던 대형과 큰 차이는 없다. 여럿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공격의 주축은 나다. 다만 지금은 크리스와 알트렌이 내게 손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게 달랐다.

줄기줄기 뻗어내는 기세를 알아채고 할트렌이 재빨리 공세를 거두고 수비에 전념한다. 샬라메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나를 끌어 모아 사방으로 방사한다.

“큭...”

마나가 터져 나오며 흙먼지가 인다. 할트렌이 흠칫 놀라며 먼지가 들어간 눈을 감고 뒤로 물러선다. 그러나 나는 애초에 눈을 감은 상태였다. 이따위 잔재주나 부리다니. 샬라메도 이제 밑천이 떨어진 건가? 아니지. 이건 충분히 쓸만한 수법이다. 단지 천의결 앞에서는 무용지물을 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누런 안개로 일검을 찔러 넣으니 묵직한 감각이 느껴진다. 확실히 들어갔다. 그와 함께 검풍이 일어 흙먼지가 걷힌다. 역시나 공격은 정통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샬라메는 옆구리를 정통으로 찔린 다음에도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배를 찢어내어 옆구리에 박힌 검을 빼낸다.

“아쉽게 됐군요.”

크리스가 할트렌에게 가세하며 넌지시 한마디를 던진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젓고 검신을 내려다보았다. 과연 롤랜드가 준 검다웠다. 검기를 있는 힘껏 발했는데도 금하나 가 있지 않다.

“아쉬울 건 없지.”

이 싸움은 우리가 이긴다. 구차하게 저들을 보호할 일도 없거니와, 지금 샬라메를 상대하는 이들은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검사들이다. 굳이 손발을 맞추지 않더라도 손이 엉킬 이유가 없지.

샬라메가 그녀의 주위를 지키고 선 두 사람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 안에 담긴 막대한 마나에 무려 권기(拳氣)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권기를 쳐냈다. 이에 샬라메가 온몸으로 마나를 폭사하며 몸을 회전한다. 그 틈을 놓칠세라 나는 천의결을 운용하며 말했다.

“오른쪽 하단. 그리고 그대로 재주를 넘어 몸을 빼낸다.”

천의결의 감각에 따라 나직이 던진 한마디에 따라 두 소드마스터가 움직인다. 크리스가 오른쪽 하단으로 움직이는 샬라메의 동선을 차단하자 샬라메가 예상대로 뒤로 재주를 넘는다. 그것마저 할트렌이 검을 휘둘러 차단하니 샬라메가 오도 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우뚝 선다.

“마나를 폭사하면서 자유자재로 움직여 봐라 소용없다.”

샬라메의 전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마나의 양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마나 드레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실력도 출중한 소드마스터에게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 다음 전법은 벨스터 공왕과 싸울 때 선보였던 신출귀몰한 움직임이다. 마나의 흐름을 읽는 방식으로는 결코 샬라메의 움직임을 잡을 수 없다. 움직임과 다른 방향으로 인위적으로 마나를 조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천의결 앞에서는 헛된 몸부림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샬라메는 이제 나와 정면으로 싸워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그녀는 패배했다. 또한 그 덕분에 샬라메 콘트리오는 진정 영면을 취하게 되었다.


“제기랄.”

나는 눈을 떴다. 이게 마지막이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있던 싸움을 하나씩 참오했다. 소렌과의 첫 대련부터 샬라메 콘트리오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러나 전부 허사에 불과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물론 아주 얻지 못한 건 아니다. 내 미숙함을 돌이켜보고 검을 좀 더 다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나는 더 이상 내가 나아갈 길을 찾지 못했다. 무(武)라는 것에서 내가 앞으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것을 깨달아야 하는지, 그 단초를 찾아야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 안다고. 난 여기까지라는 걸.”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을 내뱉고 서서히 밝아오는 막사 밖으로 나섰다. 차갑게 굳은 천을 헤치고 나가니 새벽바람이 얼굴을 휩쓸고 지나간다. 저 멀리서 붉은 기운이 올라와 폐허가 된 네이던을 비추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군.”

“제임스 당신도요. 아직도 안 갔습니까?”

“힝, 갈 게다. 날 귀찮게 하려는 놈들이 워낙 많으니 이것만 마시고 가야겠구나.”

제임스는 한 손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들고 있었다. 그 맛대가리 없는 차를 권하는 걸 한사코 거절하고, 나는 묵묵히 폐허가 된 네이던을 내려다보았다. 수많은 싸움으로 엉망이 된 모습을 보니 예전 모습이 잘 떠오르니 않을 정도다.

특히 마나 드레인 술식이 있던 자리는 하늘에서 산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파여 있어서 이곳에 정녕 네이던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위에서 보니 구덩이의 크기가 정말 어마어마하군.

“이 땅은 틀렸어.”

제임스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혼잣말을 하듯 이야기를 시작한다. 평소라면 지루한 이야기가 한다고 무시했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지루하든 지루하지 않든 무슨 상관일까? 어차피 지금 난 딱히 할 일도 없는걸.

“마나 드레인으로 마나를 엄청나게 빨아대서 마나의 흐름이 이상해졌어. 이제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여기선 마법을 못 쓴다고 봐야 해. 나 정도라면 모를까.”

“소드마스터는 아무 문제없는데 말이죠.”

“마법은 예민한 학문이니 말일세.”

내가 대답을 주지 않으니 대화가 끊겨 정적이 흐른다. 해가 점점 높이 떠오르며 흉측한 정경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차를 다 마시고 한숨을 내쉰 제임스가 드디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거 참 재미없는 친구로군. 아직 내 말의 의미를 모르겠나?”

“글쎄요.”

별 관심은 없었지만 굳이 머리를 굴려 봐도 좋은 대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때 뒤편에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느낌이 물씬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건 전쟁이 끝나려면 멀었다는 말이야.”

“오오, 소렌 양. 이 날씨에 땀도 엄청 흘렸구만. 수련을 하고 왔나?”

제임스가 씩 웃으며 손을 튕기자 땀에 젖어있던 소렌의 옷이 삽시간이 말라버린다. 소렌이 고개를 꾸벅 숙여서 감사를 표하니 제임스가 끄덕이며 말했다.

“이건 내 말에 맞장구를 쳐 준 답례일세. 괜찮다면 더 맞장구를 쳐주지 않겠나? 이 친구는 너무 반응이 없어서 난처하던 참일세.”

사실 반응이 없기로는 소렌이 더하겠지만, 소렌은 제임스의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나보다는 반응이 나았다.

“말씀하신대로 마법을 쓰기 어렵다는 점은 마법적 시설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즉, 텔레포트나 기타 마법을 차단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네이던은 방어적 측면에서 쓸모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휴전협정을 할 수 없는 게야. 라스탄트의 영토를 수복하는 것을 넘어서 확실한 안전선을 구축해야 이 싸움도 일단락 될 테지.”

라스탄트 복구사업으로 연합의 재정이 많이 악화되었다고 했는데 역시나 싸움은 계속될 모양이다. 나로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제임스 그에게도 참 좋은 일이겠지.

“그럼 난 슬슬 가봐야겠구만.”

제임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에 소렌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한다.

“이번에도 연합을 돕지 않고 그냥 가시는 겁니까?”

“흐음, 일단은 그렇지. 내가 있으면 이놈저놈이 다 도와 달라서 성화여서 말이야.”

“제가 알기로 제임스님을 귀찮게 하는 귀족은 자히넵 장군이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제임스가 얼버무려보지만 소렌의 시선은 그대로다. 견디다 못한 제임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으음.... 별 수 없군. 그럼 자네들에게만 말해 두겠네. 이 이야기를 발설하면 안 돼.”

제임스가 진중한 모습으로 우리 두 사람을 바라본다. 갑자기 돌변한 태도에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소렌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아마 그녀도 조금은 긴장하지 않았을까?

“검은 별은 감이 좋아. 모든 걸 알고 있지. 놈의 손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최대한 몸을 숨겨야 해. 자네들도 명심하게.”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제임스는 그대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무슨 말일까? 감이 좋다고? 비오스 자히넵처럼 이상한 능력을 가졌다는 말일까? 아니면 첩자가 많다는 말일수도 있다. 알리오네의 전례만 봐도 알만하지.

“아, 그리고.”

그런데 갑자기 탄성을 내지른 제임스가, 어기적거리며 뒤로 돌아서서는 말한다.

“소렌 양. 롤랜드의 일은 참 유감일세. 철없는 녀석이니 그놈을 용서해 주게.”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새로운 챕터에 들어섰습니다. 챕터 사이에 있는 자잘한 이야기를 생략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본래 전개가 굵직한 전개만 서술하는 방식인지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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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16 스킨크
    작성일
    13.11.06 03:20
    No. 1

    미련을 버렸다면서 붙잡는 주인공이 짜증나기도 하고......
    그냥 그런데로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3.11.06 15:48
    No. 2

    강해지는 것에 대한 미련말이죠? 맞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계속 번민하고 있습니다. 챕터 사이의 이야기를 생략해서 그런지 어째 생각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네요. 좀 더 설명이 필요할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Tenhai
    작성일
    13.11.06 18:57
    No. 3

    슬슬 주인공이 다시 약해지고 힘을 잃을때가 온건가요... 주인공이 언제쯤 절망의 굴례에서 벗어날지 기대하겠습니다.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2 요개
    작성일
    13.11.07 00:53
    No. 4

    힘을 잃지는 않을겁니다. 잃지는요. . .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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