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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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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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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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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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0. 혼돈무제(混沌武帝) (10)

DUMMY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제피온이 비오스 자히넵을 덮친다. 공간을 뛰어넘는 듯한 속도로 쇄도한 권격을, 비오스 자히넵이 어렵지 않게 피해낸다. 그러나 이건 비오스 자히넵이 제피온보다 강하기 때문이 아니다. 저 붉은 눈을 활용한 움직임이다.

"이제 밑천이 바닥난 모양이군."

비오스 자히넵이 제피온을 찍어 누르는 듯한 말투로 그를 조롱한다. 그와 함께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수십의 자카이야 전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일제히 쇠사슬을 쏘아내며 제피온의 몸을 휘감는다.

“이 따위 것으로!”

제피온이 한차례 힘을 주는 것만으로 쇠사슬이 일순간에 박살나며 산을 뒤집어버릴 듯한 기세가 발출된다.

“엄청난 힘이야..”

만약 저 힘을 진작부터 휘둘러댔다면 어땠을까? 선악 이전에 나는 제피온의 강대한 무위 자체에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천의결을 통해 깨달았다. 제피온이 힘을 감추어야만 할 이유를.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주제에 허세를 부리는군.”

제피온이 힘을 쓸 때마다 제피온의 생명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강대한 무위 탓에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저 힘은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드래곤과 일전을 치른 탓에 제피온은 지금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즉, 지금이 바로 엠펠로니아의 황제를 거꾸러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였다.

“감히....”

고요하지만 매서운 분노를 머금고 제피온이 진기를 끌어모은다. 평소 보고 느꼈던 제피온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군. 본신의 무위를 보일 때부터 제피온은 엠펠로니아의 황제가 아니라 파천마제 백천무로 바뀌어 있었다. 하찮은 암중모략 따위가 아니라 본신의 힘으로 무림을 양분하던 절대자로.

“진즉에 네놈의 모가지를 꺾어놓았어야 했어. 겁쟁이 노인네보다 네놈을 먼저 죽어버렸어야 했겠지.”

겁쟁이 노인네는 설마 제임스를 말하는 걸까? 이에 발끈한 제임스가 버럭 고함을 지르며 수인을 풀고 단숨에 눈앞에 마법진을 그려낸다.

“어리석구나 제피온. 네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잘 알 터. 그걸 알면서 어찌 그런 짓에 몰두하는가!”

제임스가 그린 마법진이 빛나며 주위의 마나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심지어 드래곤의 마나마저 빨아들이며 마법진의 기세가 점점 강해진다. 여태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던 이유가 저거였군.

“시간을 벌어 드리지요.”

비오스 자히넵이 그렇게 말하며 자카이야 전사를 지휘하여 다시 제피온을 몰아붙인다. 제피온이 수를 쓰기 전에 이미 비오스 자히넵은 다섯 수를 앞질러 전사들을 지휘하고 있다. 오히려 제피온보다 비오스 자히넵이 더욱 비겁하게까지 보일 정도다.

그러나 한계는 있었다. 싸움이 격렬해짐에 따라 비오스 자히넵의 지휘도 점점 복잡해졌고, 이를 전사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비루한 놈들이!”

제피온이 일수에 전사 하나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이어서 또다른 전사가 휘두른 도를 잡아채서 단박에 부러트리고 그 파편을 전사의 복부에 쑤셔 넣는다.

그 틈을 노리고 날카로운 고리를 날리던 이가 제피온의 사각을 노려 고리를 던져 보지만 제피온은 그 순간 재빨리 몸을 뒤틀어 한차례 고리를 피해내고, 이어서 되돌아오는 고리를 걷어차 그것을 던진 이에게 날려버린다.

“제길.”

비오스 자히넵이 탄식을 내뱉는다. 저것은 수없는 전장을 넘어 온 무인이 선보이는 절대적인 직감이다. 그야말로 찰나의 번뜩임이 제피온을 구한 셈이다. 저건 비오스 지히넵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아악!!‘

흉험하게 날아드는 고리를 받아내지 못하고 전사의 손목이 아예 잘려나갔다. 비오스 자히넵이 다급히 소리를 질러 보지만 이미 제피온은 손목이 잘린 전사를 요절내고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전사들의 수가 빠르게 줄어가기 시작했다.

“제임스!”

“다 되었다. 얼티밋 블래스트(Ultimate Blast)!”

엄청난 마나를 머금은 마법진으로부터 해일과도 같은 빛줄기가 터져 나온다. 저건 위험하다. 므로아 전역이 울릴 정도로 요란하게 날아드는 것만 보아도 그 위력은 충분히 느껴진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정직하게 날아드는 제피온이 코웃음을 치며 몸을 피하려 한 순간, 비오스 자히넵이 외쳤다

“붙잡아라!”

비오스 자히넵의 외침에 따라 전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제피온의 팔다리를 붙잡고 늘어진다. 순간 낭패한 기색을 보이던 제피온이 피를 울컥 토하며 점점 흐려진다. 또 저것이로군. 공왕의 공격을 흘려냈던 것처럼 저것도 흘려낼 생각인가?

그러나 빛줄기가 반투명한 제피온을 덮친 순간 제임스가 또 다른 마법을 발한다.

“디멘션 디스토션(Dimension distortion).”

제임스의 마법이 발현된 순간 반투명하게 변한 제피온의 몸이 다시 본래의 모습을 찾으며 빛줄기에 완전히 노출된다. 마법진으로부터 쏘아진 빛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제피온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무릎을 꿇고 몸을 움츠린다.

“크아아악!!”

이미 제피온을 붙잡고 있던 전사들은 압도적인 빛에 휘말려 먼지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수하를 잃은 비오스 자히넵으로부터는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다. 제피온도 냉혈한이었지만 비오스 자히넵도 만만치 않군.

“지독한 놈. 최고의 공격마법을 얻어맞고도 살아있다니. 아무리 위상전이로 절반은 흘려냈다지만.....”

제임스가 경악하며 숨을 헐떡인다. 두 차례 선보인 마법이 상당히 고등한 수준의 것이었는지, 제임스는 노구를 부르르 떨며 힘겨워하고 있었다.

“상관없습니다. 더 싸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바닥에 웅크린 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휩싸인 제피온은 비척비척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전혀 멀쩡한 모습은 아니다 진력을 소모한 탓에 머리카락이며 눈썹은 모조리 하얗게 새어 있었고, 반나체가 된 몸에서는 한 줄기의 내공도 느껴지지 않는다.

“네놈들이....”

제피온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가 그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춘다. 제피온은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드래곤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드래곤의 포효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아앗!”

드래곤의 목덜미에 올라타서 검을 휘두르는 소렌이 보인다. 이제는 웜이라 해도 좋을 만큼 형태가 굳어버린 드래곤은 상처로부터 마나를 줄기줄기 흘리며 앞다리와 꼬리로 소렌을 쳐내려한다.

하지만 소렌은 능숙하게 그것들을 피해내며 드래곤의 주위에 흩뿌린 검으로 도약해 그것을 또다시 드래곤에게 휘두르는 공격을 반복하고 있었다.

“과연 예상대로다. 어린 폰테일은 약화된 드래곤 정도는 충분히 압도하는군.”

비오스 자히넵이 중얼거린 대로 공왕이 간헐적으로 타격을 주는 것과는 달리, 소렌은 끊임없이 드래곤을 괴롭히고 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드래곤을 상대하는 데 고작 두 명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둔 것도 다 비오스 자히넵이 소렌의 힘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결정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일조한 것이다.

“물러나라 폰테일!”

볼마르그 공작이 일갈하며 눈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는 창을 앞세워 드래곤의 가슴팍으로 도약한다. 그와 함꼐 소렌이 단숨에 검을 회수하고 몸을 피한다. 그리고 소렌과 볼마르그 공작이 스쳐감과 함께, 볼마르그의 창이 드래곤을 꿰뚫었다.

“아!”

쥬비가 미약한 탄성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나는 얼른 쥬비를 부축하고 비명을 내지르는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드래곤의 등 뒤로 튀어나온 볼마르그 공작이 거칠게 지면에 착지한다. 그 창끝에는 푸르게 빛나는 보석이 꿰뚫려 있었다.

“성공했군! 드래곤 하트를 파괴했어.”

제임스가 지친 가운데도 무척 기뻐하며 외친다. 비오스 자히넵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짓고 제임스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들어라!”

제임스의 마법이 비오스 자히넵의 목소리를 므로아 전역에 울려 퍼지게 한다. 므로아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는 것 같은 웅대한 소리에 치열하게 싸우던 이들이 모두 목소리에 집중한다. 비오스 자히넵이 외쳤다.

“드래곤은 쓰러졌다! 그리고 검은 별도 땅에 떨어졌다!”

한차례 소요가 일어났다. 그 외침에 나는 무심코 주먹을 말아 쥐고 몸을 떨었다. 직접 보고도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비오스 자히넵이 재차 외쳤다.

“우리의 승리다!”

우렁찬 함성으로 땅이 울리는 것을 느끼고서야, 나는 현실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혼돈의 힘 따위가 없었어도, 나란 존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도 모든 것이 올바르게 끝났다. 아니, 내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기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고 확신한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나는 충분히 내 소임을 다한 것이다.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넘쳐흘러, 연합의 정예병력은 압도적으로 적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드래곤에 홀려있던 마물들은 흩어지기 시작했고, 이제 남은 건 엠펠로니아의 잔여병력 뿐이다.

“이제 우리도 마무리를 지어야 하네.

제임스는 제피온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그의 처단을 주장했다. 그리고 비오스 자히넵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인! 약속은 잊지 않으셨겠지요?”

공전절후한 싸움을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던 백윤이 비오스 자히넵 앞에 부복한 채 외쳤다. 비오스 자히넵이 무심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백윤은 미동조차 않고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다.

“설마 살려두겠다는 약속 따위를 했다는 건 아니라 믿네.”

제임스가 백윤을 지긋이 노려보며 말했다. 다행히도 제임스가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비오스 자히넵은 품속에서 안대를 꺼내 붉은 눈을 가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치도 않습니다. 단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끝을 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 대가로 제피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요.”

“패륜이라... 오리엔트 사람답지 않은 결심으로구먼.”

제임스가 작게 혀를 차면서 한숨을 내쉰다. 혈육지간인 두 사람 사이에 대체 어떤 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백윤은 진정 제피온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기야 강자존을 숭상하는 제피온이 어줍잖은 협의를 내세우는 백윤을 어떻게 대했는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겠지.

“다녀왔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한 어조로 소렌이 내 옆에 나란히 선다. 나는 쥬비를 부축한 채 소렌에게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나는 상당히 불안정해 보였고 숨소리도 거칠기 짝이 없다. 이번 싸움은 그녀로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것이리라.


어느새 백윤은 제피온의 코앞에 당도해 있었다. 그러나 만신창이가 된 제피온은 바로 앞에 혈육이 검을 빼들고 있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백윤은 그런 제피온을 내려다보며 눈을 감고 그를 불렀다.

“아버지.....”

모두의 시선이 백윤과 제피온을 향한다. 저 멀리 몬스터의 울음소리와 함성이 아득히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정적이 흐른다.

백윤이 검을 뽑아 든 시점에 모든 드래곤 슬레이어가 돌아와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탄성을 내지르며 쓰러진 쥬비도 내 팔을 의지하고 서서 제피온의 최후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일대를 풍미했던 거인의 죽음을 직시하고 있었다.

“크큭, 네가 아직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더냐?”

제피온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백윤을 올려다보며 그를 비웃는다. 그러나 몇 마디 꺼내기가 무섭게 제피온은 연신 기침을 하며 말을 멈춘다. 비참하다. 이것이 무림과 서역을 혼란에 빠트렸던 자의 말로인가.

백윤은 피와 먼지로 얼룩진 검을 제피온의 목에 가져대며 말했다.

“이것이, 당신이 꿈꾸던 패도의 끝입니다.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강한 자만이 모든 것을 갖는 게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 무시하던 이들에게 진 겁니다.”

제피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침을 하다 피를 울컥 토해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갑자기 제피온이 갑자기 몸을 일으킨다. 이에 그 광경을 지켜보던 모두가 일제히 긴장의 끈을 다잡았다.

“제임스!”

비오스 자히넵의 외침과 함께, 제임스가 수인을 맺기 시작하고, 볼마르그는 창은 쥔다. 그리고 소렌은 검집에 손을 얹었고 공왕은 이미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 상태였다.

“나는....”

제피온이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모두의 경각심이 일순간에 풀린다. 제피온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작고 미약해서 기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천의결 역시 제피온이 이 자리에서 숨을 거둘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로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소렌을 지켜보며 나는 힘을 추구하던 삶을 포기했었다. 그리고 지금 내 하찮은 복수로 끝나버렸다. 어쩐지 허전한 기분에 나는 괜히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래, 나 하나보다 힘을 합친 저들이 훨씬 강했다는 이야기겠지.... 그렇군.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어.”

죽음을 눈앞에 두었기 때문일까? 오만방자하게 천하를 눈 아래에 두던 제피온은 이제 순순히 백윤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무척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강한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혼돈의 힘이며 이것저것에 휩쓸려 일희일비 할 뿐이었다. 과연 그게 옳은지는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그렇다면..... 바로잡아야겠지.”

제피온의 몸이 서서히 백윤 쪽으로 기울어진다. 백윤이 엉겁결에 검을 놓치고 쓰러지는 제피온을 양 팔로 붙잡는다. 제피온이 힘없이 백윤에게 안긴 장면을 본 이들이 간헐적으로 신음소리를 내거나 탄성을 내지른다. 그만큼 상상하지 못하던 광경이었다.

“인정한다. 나는 잘못 생각했어.”

너무나도 이질적인 변화에 백윤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린다. 제피온의 미약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직은, 아직은 내 힘이 모자랐던 게야.”

“그게 무슨....”

백윤이 제피온의 말에 의문을 표한 순간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통증이 밀어닥친다. 엄청난 통증에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를 부축하는 소렌의 손길이 점점 무디게 느껴지고 시야가 흐려진다. 그와 함께 천의결로 막아 두었던 혼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보아라, 천기가 변하고 있다. 이건 운명을 직시하던 자가 그 운명을 바꾸는 순간이다.]

천의결의 예측이 변한다. 잘못된 예측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나는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함을 내질렀다. 아니, 내지르려 했으나 너무 늦었다.

“마음에 안 들지만 네놈을 이용해 주겠다는 말이다!!”

다시 시야가 밝아졌을 땐 제피온의 손이 백윤의 얼굴을 움켜쥔 뒤였다. 백윤이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진다. 풀어졌던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나는 제피온이 하는 짓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나 드레인...... 아니, 흡성대법!”

왜 몰랐을까? 마나 드레인의 원류는 사파의 흡성대법이다. 혼탁한 마나가 그 명확한 증거였다. 제피온은 순식간에 백윤의 마나와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하얀 머리카락은 그대로였지만, 제피온에게서 다시 막대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모두 정신차......”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주의를 수습하려던 비오스 자히넵의 외침이 멎는다. 비오스 자히넵은 뻥 뚫린 가슴팍을 내려다보며 제피온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마치 모래성처럼 힘없이 무너져내린다. 제피온은 히죽 웃으며 앞으로 뻗어낸 일장을 회수하며 이죽였다.

“말했었지. 네놈을 먼저 죽여 버리겠다고.”

“네 이놈!!”

제임스가 노호성을 내지르며 수인을 맺으려는 순간, 제피온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며 제임스를 덮친다. 위험하다. 제임스마저 당하면 제피온을 막기 어려워진다.

“하앗!”

파공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가 일고, 제임스가 뒤로 나자빠진다. 그러나 제임스에게 별다른 상처는 없다. 먼지가 걷히고 나서야 나는 소렌이 제임스를 밀쳐내고 제피온의 공격을 받아낸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하군. 롤랜드 따위보다 훨씬 대단해.”

“그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마라!”

소렌이 양 손에 든 두 자루 검으로 제피온을 밀쳐내고 재주를 넘어, 제임스의 곁을 지킨다. 제임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제피온을 노려보았다.

“흥, 마력이 고갈된 마법사 따위야 내버려 둬도 상관없겠지.”

제피온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주위를 슥 둘러본다. 이미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제피온을 적대하는 상황이다. 제피온은 가까스로 부활했지만 아직 승기는 우리 쪽에 있었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보스몹 부활이라니.... 어쩐지 뻔한 전개네요. 전에도 써먹은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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