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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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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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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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1. Superior Progress : 회동(會同)

DUMMY

긴 겨울이 지나고, 밸리언 요새 공방전은 봄이 되어서야 끝났다. 엠펠로니아는 결국 밸리언을 포기하고 물러났고, 밸리언을 지킨 이들은 환호하며 한 영웅에 대한 찬사를 노래했다. 단신으로 엠펠로니아의 기사를 거꾸러트린 어린 소녀, 소렌 폰테일을.

그리고 이듬해, 밸리언 요새의 소식이 전 대륙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자연히 소렌 폰테일이라는 소녀의 위명이 더욱 널리 퍼져나갔다. 이에 전 대륙이 그녀를 새로운 희망이자 우상으로 여기기 시작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호화로운 식탁 앞에서 그들만의 회동을 갖은 이들은 특히나 그랬다.


“이건 좋지 않소.”


로베른 출신이며 지휘부에 소속된 장성 중 하나가 넌지시 경계를 표했다. 소렌은 본래 최고의 학도병으로 이름나 있었다. 그것은 학도병의 사기고취를 위한 일이기도 했으며, 오히려 소렌을 옭아매는 족쇄나 다름없었다. 어지간한 공을 세워서는 명성을 높일 수 없도록 한 안전장치였다.


“데스 오크가 맞더이까? 다른 오크를 죽이고 착각한 것은 아니고요?”


“설령 다른 오크였다 해도 대외적으로 폰테일의 영애는 데스 오크를 물리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폰테일의 행보를 틀어막느냐가 관건이지, 진실을 규명하는 건 일단 미룹시다.”


식기를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림벨 후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 싸움을 본 이가 백을 넘는 이상, 이번에 세운 공은 그냥 덮어버릴 수도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 드래곤즈 아이가 폰테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소. 당장 서드 스타로 진급시켜야 한다는 걸 말리느라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중후한 인상의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눈앞에 놓인 음식을 포크로 찔러대며 중얼거렸다. 또 다른 귀족도 입맛이 달아났는지, 아예 식기를 저만치 치우고 점잖게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


“그래도 스퀘어 계급은 받지 않습니까? 어허,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저는 수석참모가 그런 식으로 친(親) 자카이야 세력을 만들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아니, 만약에 그렇다면 가만히 두어서는 안 되지요! 검은 별이 벨스터에까지 나타나는 통에 정치놀음이라니. 그런 자를 수석참모에 앉혀둘 수는 없습니다.”


중후한 인상의 귀족이 짐짓 격하게 분노한 척 식탁을 내리쳤고 꽤 많은 이들이 동조한다. 그러나 이는 연극과도 같은 행동일 뿐이다. 비오스 자히넵을 경계하자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구차한 작업이다.


“자, 다들 진정들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지금 후작께서 말씀하실 게 있으시답니다.”


누군가의 말에 좌중의 시선이 림벨 후작에게 집중되었다. 회동의 중심에 선 그는 잠자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겠습니다. 폰테일의 영애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나, 어차피 혼자입니다. 블로펜을 보십시오. 소드마스터이며 명장이지만 고작 하이스쿨 교장 따위를 맡을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 만큼 우리가 폰테일에게 과민하게 반응해봐야 좋게 보이지도 않을 겁니다.”


“하기야 폰테일의 영애는 아직 소드마스터도 아니었지요. 아무리 아비가 드래곤 슬레이어여도 자식까지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다는 보장은 없을 테고요. 암요.”


“그렇다면 아예 폰테일을 여기로 부르는 것이 어떻습니까? 더 공을 세우기 전에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춤추게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들을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회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들은 소렌 폰테일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늘 견제하고 멀리했기에 더더욱 알 수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오직 한 사람. 비오스 자히넵만이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소렌을 예의주시할 뿐이었다.



얼마 뒤, 비오스 자히넵은 직접 밸리언 요새를 찾아가 소렌 폰테일을 찾았다. 사실 원래는 그가 직접 찾아올 필요가 없었다. 볼마르그 공작의 생일에 맞추어 소렌에게 정식으로 초대장이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렌은 그런 놀이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자이럼이 말했던 것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 위해 소렌은 이미 여러 차례의 전속명령을 반려하고 또 반려했다. 그리고 아픈 몸을 이끌고 엠펠로니아 접경지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군인이 이렇게 했다면 당장 목이 달아났겠지만, 로베른 공작위를 대행하는 현왕의 외손녀이자, 드래곤 슬레이어의 뒤를 이을 검사로 촉망받는 그녀는 얼마든지 그럴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볼마르그가 초대한 날이 가까워졌을 때였다. 돌연 밸리언 요새가 비상체제에 들어섰다. 적습은 아니었다. 적습인 줄 알고 무장을 마친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실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네가 소렌 폰테일인가?”


까무잡잡한 피부에 애꾸눈이 무엇보다 인상적인 사내가 뭇 군인의 영접을 한몸에 받으며 홀로 소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합군 수석참모, 비오스 자히넵이 홀로 밸리언 요새에 행차한 것이다.


“훌륭하군.”


한눈에 소렌의 진가를 통찰한 비오스 자히넵은 대뜸 소렌을 칭찬하고 나섰다. 뭇 귀족들은 그녀의 명성이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저 소녀는 일국에 필적하는 가치가 있었다. 자카이야의 절반을 팔아서 소렌 폰테일을 얻을 수 있다면, 비오스 자히넵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그렇게 했으리라.


“로베른은 참으로 축복받은 땅이야. 블로펜과 롤랜드만으로도 차고 넘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인재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과찬이십니다.”


소렌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숙였다. 아직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지 못했기에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겸손이었다.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두 사람을 비롯된 장교들이 한데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다른 이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비오스 자히넵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는 다른 이들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 대신 비오스 자히넵은 소렌의 면면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흠.”


어쩐지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른 어깨가 눈에 들어온다. 부풀어 오른 모양과 소렌의 움직임을 통해, 비오스 자히넵은 소렌의 어깨가 큰 상처를 입었음을 알아차렸다.


“한심하군.”

비오스 자히넵의 한다미에 조금 소란스럽게 변해가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오스 자히넵은 안대를 톡톡 두드리며 유심히 소렌의 어깨를 살펴보았다.

비오스 자히넵의 통찰안(洞察眼)이 그 어깨의 상태를 일목요연하게 짚어낸다. 뼈가 산산이 조각 난 복합골절이다. 그런데 처치라고는 고작 포션을 조금 바르고 붕대를 감은 게 고작이다. 그나마 뼈가 저 정도나 붙은 것은 신관의 축복 덕분이리라.


“이곳의 지휘관은 어디 있나?”


“부, 부르셨습니까?”


평생에 한 번이나 말을 붙일까 말까 한 수석참로를 접한 그는 유약한 심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비오스 자히넵은 그런 태도를 탓할 생각은 없었으나, 순간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소렌을 보고 난 다음이라 알맹이 없이 계급만 높은 이들이 가당찮게 보인 탓이기도 했다.


“이곳의 의료시설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그, 그러니까 신관이....”


의료시설에 대한 것들이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으니, 비오스 자히넵이 손을 내저었다.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표정이었다.


“되었다. 어차피 신관이나 포션 따위에 의존하고 있겠지. 귀관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니 그만 쩔쩔매고 들어가라.”

포션은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 수단에 불과하고 신관의 능력으로는 복합골절 같은 복잡한 상처는 쉽게 나을 수 없다. 자카이야의 발달한 의학을 접하던 그에게 이런 처치는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비오스 자히넵은 다시 소렌에게 눈을 돌리고는 물었다.


“그래, 그 어깨가 나으려면 얼마나 걸리지?”


한편 소렌은 비오스 자히넵의 말에 조금 당황해서 딱딱하게 대답했다. 무례하게도 눈이 하나뿐인데 눈썰미가 좋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소렌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반년이 필요하다 들었습니다.”


“반년이라... 길어. 내 주치의를 보낼 테니 그에게 치료를 받도록. 그 직후 곧바로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겠다.”


“임무라 하심은?”


“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다. 그대라면 이런 중대한 임무도 수행할 수 있겠지?”


임무라는 말에 소렌이 지키고 있던 평정이 무너져 내렸다. 다른 일에 시간은 없었다. 아직 아버지의 행적에 대해 조금도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임무에 열중할 수 있으랴?

이에 소렌이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하니, 비오스 자히넵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소렌을 추궁했다.


“그대는 귀족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군. 전속명령도 무시하고 여기서 아랫사람들을 부리고 있으려니 마음이 편하던가?”


“그, 그렇지 않습니다!”


놀랍게도 어딘가에서 소렌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정체는 다름 아닌 밸리언 요새의 지휘관이었다. 유약한 심성을 가진 그는 자기가 내뱉은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자리에 곧장 엎드려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한편 비오스 자히넵은 이번에는 그 사내에게 시선을 주며 턱을 쓰다듬었다. 문무 양면으로 뛰어나며 성품까지 탁월하고 사람들을 휘어잡는 매력까지 가졌다니. 볼수록 탐나는 인재였다. 그러나 비오스 자히넵은 일단 그 생각을 접어두고 포크를 들었다.


“그래, 사실 임무라 해도 어렵거나 별다른 것은 아니야. 굳이 설명하자면 이 세상에서 자네가 가장 잘 수행할 임무지.”


“그게 무엇입니까?”


의뭉한 말의 진의를 캐내려 질문을 던진 순간, 소렌은 비오스 자히넵의 안대에서 터져나오는 기묘한 기운을 알아차리고 그녀도 모르게 검에 손을 가져댔다. 아주 약간만 더 늦엇다면 이미 검을 뽑았을 정도였다.

가까스로 자신을 제지한 소렌에게, 비오스 자히넵이 다시 불을 붙였다.


“자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을 걸세. 그 일을 계속하면 되지. 그래, 탐색이라 해 두지.”


소름이 돋았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협이 느껴져 소렌은 미동도 하지 못한 채 비오스 자히넵의 의뭉한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비오스 자히넵이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딱딱하게 굳어버린 소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해하려 하지 마라. 단지 내 눈이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뿐이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서슴없이 그런 말을 꺼낸 비오스 자히넵은 차를 내오는 것도 무시한 채 급사를 지나쳐 요새를 나섰다. 그런데 그러던 중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탄성을 내며 소렌에게 돌아왔다.


“아, 그런 의미에서 하나 충고를 해 주지. 볼마르그 공작의 초대에 응하지 마라. 쓸데없는 인연이 생길 테니 말이야. 그 대신 대리인을 보내도록. 내가 손을 써 둘 것이니 볼마르그 공작도 폰테일의 무례에 별말은 없을 것이다.”


만약 소렌이 그 충고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다면 소렌은 당장 볼마르그 공작의 저택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소렌이라도 이치를 벗어난 이능을 단번에 이해할 수는 없었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작중 계급이 잘못되어 수정했습니다.

총사령관이 아니라 수석참모입니다. 아직 총사령관이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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