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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슬
작품등록일 :
2017.10.07 16:49
최근연재일 :
2017.11.03 18: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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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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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히어로에 대해서 내가 아는건 이 정도야. 만족했어?”

“아아.. 대충은. 그나저나 카페에 가입은 어떻게 하는거야? 나도 직접 이용하는 것이 좋아보여서 말이야.”

“가입하려고?”

“그 편이 좋지 않겠어?”

“그거야 네 마음이지. 가입은 간단해. 우선 카페의 주소는 내가 나중에 알려줄거고 카페에 가입신청을 하면 관리자가 어느 지역으로 오라고 이야기를 할거야. 그러면 그곳에 가서 조각임을 인정받으면 돼.”

“나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거네.. 관리자는 누군데.”

“히어로, 그리고 정부.”

“히어로? 그리고 정부?”

“둘을 그리 경계할 필요는 없어. 히어로는 말 그대로 히어로야. 우습게도 그들은 조각과의 싸움에 관심이 없거든. 가끔은 견장질이 심해서 짜증나기는 한데.. 걔들은 명실공히 한국을 수호하는 서클이야. 신뢰를 가져도 좋아. 한량 같은 양아치 서클과 정반대되는 성향이라고 할까? 정부야 말할 것도 없지? 불안한건 있지만 말이야.”

“그렇다는 것은 카페의 가입자는 정부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뜻이지? 힘까지 까발려져서.”

“그렇지? 가입자를 관리하는 것이 정부일테니까. 히어로는 정부의 해결사 같은 느낌이려나?”

“그러면 그만 둬야겠다. 내 정보를 넘겨줄 필요는 없겠지. 굳이 네가 있는데 말이야.”

“그러시던가.”


민호는 유진의 깔끔한 답변에 피식하고 실소를 흘렸다.

그러자 이번엔 유진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네 복장은 오늘 이게 뭐야? 어디 가?”

“아아.. 회사에 가야할 일이 있어서.”

“역시 진성 그룹의..”

“그런 건 아냐. 그냥 오랜만에 온 가족을 다 만날 때여서 말이야. 그래서 형이 한번에 만나서 같이 가자네? 그룹의 본사에 가족들이 전부 일하고 있으니 편하고 좋잖아.”


민호는 불편하다는 듯 입고 있는 양복을 가볍게 펄럭여 보였다. 그리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카페의 테라스에 앉은 민호는 거리의 사람들을 가볍게 훑었다.

힘을 얻은 이후, 민호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민호는 주변에 조각이 없음을 확인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무튼 오늘은 이만 헤어지고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자.”

“또 그놈의 체육관에서?”

“그러면 어디에서 만나자고?”

“솔직히 서클의 리더라면 아지트 정도는 알아서 구해줘야지. 솔직히 애들 땀내 나는 체육관이 뭐가 그리 좋다는거야?”

“..리더?”

“그러면 아니야? 우리 둘은 한팀이잖아? 나중에 더 늘어날 수도 있는데 리더는 확실히 해놔야지. 그리고 아지트도.”


민호는 유진의 이야기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둘만 활동할텐데 아지트가 필요하겠어?”

“평생 네가 학생도 아닐텐데 성인이 되어서도 체육관에서 살겠다고? 대학교는 안가? 아니지.. 대학은 필요 없으려나? 그리고 우리 둘만으로 쭉 갈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안일해.”

“흠..”


민호는 유진의 이야기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팔걸이에 양 손을 얹으며 자리에 일어섰다.


“그건 총무인 네가 결정해. 돈이야 내가 계속 지원해 줄 수 있으니까.”

“총무? 내가?”


민호는 유진의 진심이냐는 답변에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눈을 빛내는 그녀의 모습은 돈에 관해서라면 기죽지 않았던 민호마저 떨게 만들 정도였다. 민호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존심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고르면 나한테 연락해. 확인은 해봐야하니까. 빌라던 아파트던 말이야.”


민호는 차마 말을 바꾸지는 못했기에 그녀에게 자신의 허락을 받으라 이야기했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카페의 코앞에 놓인 진성그룹의 본사 건물을 보았다.


“하여간.. 긴장을 놓질 못하겠다니까..”


민호는 유진이 카페에 앉아 자신을 보는 모습에 손을 가볍게 들어준 이후, 본사의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 만남은 정말로 끔찍했고 두 번째 만남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정이 들고 있었다.

또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유진이기에 민호에게도 그녀에 대한 악감정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특히 돈에 관련해서라면 더더욱..


‘만약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면 건물을 올릴 땅을 찾을 인간이야. 아니면 별장을 찾던가. 돈 먹는 귀신이라니까?’


민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VIP.

진성그룹 오너 일가, 또는 그 손님만이 사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 오른 민호는 곧 그룹의 본부장실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류를 뒤적거리던 형 민혁을 보았다.

민혁은 28의 나이이임에도 압도적인 기량차이를 보이며 진성그룹의 본부장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직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민혁의 능력은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서류를 보던 민혁은 노크도, 소식도 없이 들어온 상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민호를 본 순간 차갑고 날카롭던 눈을 둥글게 만들었다.


“뭐야. 온다는 연락은 못 받았는데?”

“1층부터 비밀로 해달라 그랬어. 직원들 잘못은 아냐.”

“하아.. 우리가 남남이라면 이건 큰 실례야.”

“형이랑 나랑 남남이었어?”

“그건..아니지. 하지만 노크는.. 하아.. 말을 말자.”

“당연히 그래야지.”


민혁은 민호의 말에 양쪽 입 꼬리를 미미하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민호는 자리에 앉아 비서가 준비해주는 커피를 받아 마시며 미소를 머금었다.


“아무튼 커피는 여기서 먹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니까?”

“민호야.”

“응? 왜?”


민호는 민혁의 부름에 그를 보았다.

그러자 진지한 표정의 민혁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민호는 손에 쥔 서류까지 내려놓은 민혁을 보면서 진지하게 그의 말을 들었다.


“너 정말 후계 구도에서 빠질 생각이야? 내년이면 너도..”

“..맞아. 아버지도 그렇지만 형들도 누나도 다 잘 하잖아. 그런데 나 하나쯤은 상관없지 않아?”

“나야 널 응원하는 편이야. 하지만 작은 아버지의 가족들이 널 노릴지도 몰라. 우리를 흔들기 위해서. 후계구도에 빠지면 더 악랄하게 행동할지도 모르지.”

“흐음.. 그거야 그렇지. 오늘 만남 때문에 그래?”


민혁은 민호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에 민호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팔짱을 끼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은 진지함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민호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진지했다.


“작은 아버지는 아직 욕심을 못 버리셨지?”

“그뿐이냐? 그 자식들에게 까지 욕심을 물려줘서 죽을 맛이야. 아직도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을 승복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민호는 민혁의 말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쯔.. 스스로 무덤에 들어가 놓고도 그러는걸 보면.. 양심이 없는거지. 애초에 능력도 없었으면서 말이야.”


민호의 말에 민혁은 말을 잇지 않았다.

민호의 작은 아버지인 인석은 민호의 아버지 인철의 동생이었다. 그는 본래 회장직을 두고 인철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몇 년전 자멸하며 완전히 후계구도에서 밀려나 버렸다.


‘가족도 있는 인간이 여자에 미쳐가지고 말이야..’


민호는 인석이 별장에서 여자들을 잔뜩 모아놓고 벌였던 미친 행동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일밖에 모르는 인철과와 어머니 이미나와는 달리 인석은 본능에 약했다.

그리고 결국 그 사건이 언론에 알려져 진성 그룹은 큰 곤란을 겪어야했다. 그때 가족들이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민호는 아직도 이가 갈렸다.


“아무튼 그쪽에서 뭐라하든 우리 집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고 봐.”

“네가 다칠 수가 있어.”

“내가? 웃기지 말라고 해. 오히려 나를 공격해오면 좋지. 확실히 물어뜯어 줄테니까. 형은 내가 쉽게 당할 놈으로 보여?”


민호는 사촌형인 형식과 누나인 지나, 동생인 호진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민혁과 민아, 민수와는 달리 능력도 없으면서 까불거리는 셋은 민호가 보기에 정말 꼴불견이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질투심과 허영심만 강한 놈들이 대체 누구를 건드리겠다는거야?”


민호의 가소롭지도 않다는 듯한 중얼거림에 민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회사에서 형식과 지나는 공포의 대명사로 불렸다.

무능한 상관이기 전에 히스테릭한 반응으로 주변을 피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들을 동네 강아지만도 못하게 보는 민호의 모습은 민혁에게도 신선했다.


‘지금 내가 어떤 인간들이랑 경쟁하고 있는데 말이야..’


민호는 만약 인석의 가족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건드리려 한다면 절대 봐주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만으로 치밀어 오른 화에 눈을 감았다.


---


“오랜만이구나. 요즘 잘 지냈느냐.”

“예.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직은 정정하니 걱정말거라.”

“그거 다행이군요. 몸이 불편하시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걱정은 개뿔.. 표정 보니까 빨리 은퇴나 해라. 그거구만..’


민호는 가족들과 고급 한정식 집에 모여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인석과 할아버지인 성호의 대화를 들으며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민호도 성호가 인석의 생각을 모를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도 다 알거야. 진성을 구멍가게부터 여기까지 키운 장본인이 할아버지니까.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저러실테지.’


민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정면을 보았다.

그곳엔 민호와 한 살 차이가 나는 호진이 앉아있었다.

호진은 민호의 시선에 곧 그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려봄에 민호는 관심이 없다는 듯 다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런 행동에 호진은 자존심이 상한 듯 입술을 씹었다.


“아무튼 오랜만에 일가족이 모여 기분이 좋구나. 자주 이렇게 시간을 가져야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버님.”

“그렇죠? 형님?”


몸을 보석으로 잔뜩 치장한 인석의 부인 문지현의 이야기에 미나가 그렇다며 웃었다. 간단한 장신구로 몸을 치장한 미나와 과할 정도로 치장한 지현의 모습은 너무나 대비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저녁은 겉으로는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점차 이야기가 길어지며 인석의 가족 측에서 민호의 가족을 몰아붙이려했다. 이번 일의 실적부터 시작해 각종의 일들을 걸고넘어지려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추했다.

하지만 그런 공격도 침착하게 받아넘기는 가족들이기에 민호는 자리를 뒤엎지 않고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반격으로 한방씩 크게 먹여줄 때에는 사이다를 마신 것 마냥 후련함을 느꼈다.

그때, 누군가가 방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성호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였고 작은 목소리로 성호에게 무언가를 전달했다. 그리고 그 말에 성호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가족들은 둘을 보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민호는 가족들과 달리 표정은 굳힌 상태였다.


‘조각이? 정체가 뭐야?’


민호는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조각의 힘에 몸을 긴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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